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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Author: 류한나
종이에 적힌 것은 몇 가지 데이터였지만 단순한 자료는 아니었다. 고은서는 한눈에 이것이 인수 관련 서류에서 자주 보이는 형식임을 알아챘다.

누가 이 게임 회사를 인수하려는 걸까?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가치가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 매각을 선택하곤 한다. 설마 이 게임 회사도 그렇게 하려는 건가?

고은서는 마음속의 의문을 일단 눅잦히고 자료를 상대방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태연한 척하면서 상대가 들고 있는 서류 몇 장을 슬쩍 훑어보며 회사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화장실에 간 고은서는 즉시 곽승재에게 전화를 걸어 인수를 시도하는 회사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곽승재는 따로 묻지도 않고 바로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회의실로 돌아오니 마침 송민아가 그녀를 찾으려던 참이었다.

“몸이 안 좋은 거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괜찮아.”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괜한 불안감을 조성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고은서는 여전히 병원에 머물렀다.

고은서는 곽승재 쪽에서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게임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인수 조짐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찾지 못한 그녀는 사용자들이 남긴 게임 후기 게시글들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스크롤 하다가 사이트를 닫으려던 찰나 고은서는 아래쪽에 묘하게 비꼬는 듯한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이 게임 진짜 확실하네. 스스로 잘난 척 오지는 모 대국의 영웅들이 여기선 숨은 쓰레기 취급이라니. 그들이 게임하면서 멘붕 오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ㅋㅋㅋ”

고은서는 그 댓글을 단 유저의 프로필을 클릭해 보았다. 그 유저는 우리 나라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고 조롱 섞인 발언이 여럿 보였다. 그가 말한 ‘모 대국’은 거의 확실히 우리 나라를 지칭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일이 사전 조사할 때 이 게임에서 반한 요소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었다.

이 유저가 단순히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헛소리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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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36화

    “어머, 나 좀 봐, 미안해서 어떡해?”여시은은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미화 언니, 이번에도 아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그렇지?”박미화는 아파서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시은 아가씨, 저번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여 대표님이 알아차릴 줄도 몰랐어요. 아가씨 마음이 불편하시면 제가 사직할게요, 바로 사직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아가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그냥 깨진 조각 좀 치우는 건데 무슨 사직이야? 미화 언니가 그렇게 사직하면 아빠가 또 나를 의심하게 될 거 아니야?”여시은은 이번엔 발로 박미화의 손을 밟으며 코웃음을 쳤다. 박미화의 손바닥에서 천천히 피가 스며 나오는 걸 바라보며 여시은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게다가 미화 언니, 언니네 아들 결혼시키려면 돈 필요하지 않아? 그나저나 언니네 아들이 하는 일도 참 위험하더라. 그 기계들이 조금만 고장 나도 손이나 팔이 잘려 나가는 건 일도 아니겠던데? 아들한테 꼭 조심하라고 일러줘야겠어, 언니.”박미화는 듣자마자 온몸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손 아픈 것도 잊고 겁에 질려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애원했다.“저 사직 안 해요, 바로 바닥 다 치울게요! 시은 아가씨, 저번에도 다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려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 아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걔는 그냥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에요. 제발 관대한 마음으로 봐주세요...”여시은이 아랑곳하지 않자 박미화는 급기야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유리 조각이 이마를 찔러 피가 나도 개의치 않고 그녀는 계속 애원했다.여시은은 이마에서 피가 흐르며 애원하는 박미화를 마치 개미 보듯 냉정하게 쳐다봤다.마침 통화를 마친 전혜라가 돌아와 피투성이가 된 박미화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적당히 해, 문제 일으키지 말고.”그제야 여시은은 박미화의 손을 놔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미화 언니, 다쳤구나. 우리 곧 귀국할 텐데, 아빠가 또 보면 어떡하지?”박미화는 고개를 들어 달콤한 미

  • 어게인, 비긴   제1235화

    전혜라는 여시은의 추측을 반박했다.“걔 그렇게 멍청한 애 아니야.”하지만 여시은은 전혜라만큼 송민준을 믿지 않았다.“아줌마, 만약 송 대표가 진짜 고은서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죠? 송 대표가 정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민준이는 알아서 잘해. 몇 달 전 술집에서 민준이가 술에 취했을 때 네가 데려온 그 깡패들 있잖아. 민준이는 그걸 알면서도 네 말에 따라 고은서를 그곳으로 유인했어. 경찰서에서도 아무 말 안 했잖아?”여시은도 물론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래 사람이 보고한 데 의하면 송민준은 끝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고은서가 운 좋게도 신고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제대로 큰코다쳤을 것이다.그 뒤 절에서 마주쳤을 때 여시은이 송민준에게 상황을 묻자 송민준은 태연하게 그 사건 가담자들이 잡혔으니 시끄러울지 모른다고 조용히 경고했었다.“송 대표 예전엔 아주 차분하게 연기 잘했었는데 이번엔 정말 뭔가 이상해요.”여시은이 말했다.“그가 말한 대로 고은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고를 일부러 안 낸 거라 쳐요. 그런데 지금 고은서가 분명 그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왜 복수하지 않는 거죠? 그는 절대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잖아요!”전혜라는 단호하게 말했다.“민준이가 누굴 좋아하든 절대 고은서는 아닐 거야. 분명 다른 의도가 있어. 이 문제로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어. 마음 정리하고 귀국 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해.”그때 전혜라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으러 갔다.여시은은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해성 집에서 불러온 가정부 박미화를 소리쳐 불러왔다.“미화 언니, 방금 내가 실수로 이거 몇 개 깨뜨렸는데 이 조각들 좀 치워줄래?”여시은은 부드럽게 말했다.“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꼭 수건으로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줘.”밀걸레로 하면 될 텐데도 여시은은 일부러 수건으로 하라고 했다. 박미화는 여시은이 자신한테 화풀이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난번 손을 다친 걸

  • 어게인, 비긴   제12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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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33화

    고은서는 송민준의 번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이 늦은 시간에 왜 전화했을까?고은서는 오늘 병원에 머물지 않고 호텔로 돌아가 있었다. 곽승재는 당연히 그곳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고은서는 결국 송민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납치 사건은 이미 경찰의 수사로 진상이 밝혀졌고 그들을 납치한 남자들도 모두 체포됐고 자백 내용도 공범들의 진술과 일치했다.병원 밖에서 고은서가 도왔던 모녀는 실제로 일정한 거처 없이 주위를 떠돌며 구걸하고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그날 밤, 아기 엄마는 음식을 사는 모습을 지켜본 괴한들에게 돈을 빼앗겼고 그중 한 명이 돈의 출처를 듣고는 큰 건 한탕 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어차피 외국 여자 하나일 뿐이니 돈을 써서 문제를 무마하려 할 거라며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하자는 계획이었다.모두가 그 말에 수긍했고 함께 납치를 계획했다. 초반까지는 순조로웠지만 뜻밖에 중도에 또 다른 동양 남자가 나타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둘 다 납치하자는 식으로 일을 벌였다. 사건 전체에서 송민준은 단지 피해자일 뿐이었고 전혜라와 여시은에게도 특별한 의심점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제일 먼저 납치를 제안했던 남자는 사건이 실패한 걸 알자마자 사라졌고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거처를 수색했을 때 중요 물품과 신분증 등이 모두 사라진 상태로 보아 처음부터 도주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고은서와 곽승재는 그 남자는 아마도 전혜라 쪽에서 미리 매수해 둔 사람이고 고은서가 그 모녀와 우연히 마주친 것도 사실은 그의 배후 조작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X국의 치안과 관리 체계는 국내보다 허술했고 그 남자가 돈을 들고 몰래 출국해 버렸다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결과적으로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전을 노린 납치 범행’으로 결론지었고 관련 범죄자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예정이었다.송민준은 더 이상 용의자가 아니었다. 경찰이 그의 혐의를 벗겨주었음에도 고은서는 더 이상 그를 믿을 수 없었다. 그

  • 어게인, 비긴   제1232화

    여시은이 계속해서 날을 세워 따지려는 찰나 전혜라가 그들을 제지했다.“이렇게 소란스럽게 굴어서야 뭐가 되겠니!”“시은아, 너는 일찍 쉬어라. 난 얘랑 이야기 좀 나눠야겠다.”전혜라는 단호하게 말했다.여시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영상통화를 종료했다.전혜라는 휴대폰을 치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고은서한테 마음이 없다고 해놓고 왜 그냥 놔뒀어?”송민준은 금테 안경 너머로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내비치며 말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절대 우릴 그냥 놔두지 않을 거예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곽승재를 적으로 돌리면 일이 훨씬 더 어려워져요.”송민준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고은서와 내가 함께 납치당했기에 고은서가 나를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나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어요. 고은서의 신뢰에 비하면 여시은의 기분 따위는 자기 절로 감수하라고 해요. 어차피 그 일은 여시은이 자초한 일이니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에 전혜라의 분노가 한층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송민준을 완전히 못 믿는 눈치였다.“그래서 지금 고은서의 신뢰를 얻었다는 거야?”“원래는 가능했는데 지금은 곽승재가 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알아버렸어요.”전혜라는 낯빛이 확 바뀌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네가 계속 사람을 시켜서 그가 조사 못 하게 막고 있었잖아!”송민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난 일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죠. 곽승재가 마음먹고 조사하는 한 언젠가는 꼬리를 잡힐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생각보다 속도가 훨씬 빨랐을 뿐이에요.”“그럼 당장 곽승재가 더 조사하지 못하게 막아! 들키면 너도 결과가 뭔지 잘 알잖아!”송민준은 인상을 쓰며 말하는 전혜라를 바라보다가 넌지시 물었다.“여시은이 게임 회사 인수하는 거 어머니가 도와준 건가요?”전혜라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 일은 매우 은밀히 진행되었고 게임 회사 측과도

  • 어게인, 비긴   제1231화

    송민준의 무심한 반응을 본 여인은 날카로운 어조로 따졌다.“너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무시하더니 이젠 사람을 보고 인사 한마디 없냐?”송민준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어머니.”전혜라는 여전히 싸늘하게 말했다.“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이틀이나 됐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송민준은 한층 더 무덤덤해진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께서 무슨 일이세요?”그 말에 전혜라는 더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나랑 시은이가 계획을 얼마나 완벽하게 짜놨는데! 고은서가 쓸데없이 착한 척을 하다가 그들에게 납치당한 거잖니! 그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이 우리 쪽으로 수사할 일도 없었어! 그런데 너 뭐야, 괜히 끼어들어서 결국 고은서는 멀쩡하게 살아 있고 정작 너만 이렇게 다쳐서 누워있다는 게 말이 돼?”전혜라는 분노를 참지 못한 듯 말했다.그때, 전혜라의 휴대폰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여시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줌마, 그만 물으세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송 대표님은 고은서한테 마음이 생긴 거라고요.”전혜라는 휴대폰을 송민준의 얼굴 앞에 들이밀며 물었다.“시은이 말이 사실이니?”그 말에 송민준은 고개를 들어 이마에 흉터가 있는 여시은을 힐끔 바라보고 나서 다시 전혜라를 향해 말했다.“제가 여자한테 마음을 줄 사람으로 보이세요?”전혜라는 송민준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필경 송민준은 어릴 때부터 누구도 믿지 않았고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겼으며 일 처리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쓸모없는 감정에 시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여시은은 믿지 않았다.“아줌마, 믿지 마세요. 고은서한테 마음이 없었으면 여태껏 그깟 여자 하나 해칠 기회를 못 잡았을 리가 없잖아요?”여시은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정말 의외네요. 항상 냉정하고 차가운 송 대표님도 결국은 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치다니!”송민준은 냉랭한 눈빛으로 휴대폰 속 여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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