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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Penulis: 류한나
고은서는 서인수에게 납치된 일만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인수가 곧 판결을 받게 된다니 이제는 보복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서인수가 사람을 통해 저를 만나고 싶다고 전해왔어요.”

도아름이 말을 이었다.

“아마도 곽 대표님께 선처를 부탁해달라고 할 것 같은 데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만나지 않으려고요. 굳이 가치 없는 말 들을 필요 없잖아요.”

“아름 언니, 저는 언니의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서인수랑 몇 년 동안 부부로 살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끊어낼 수 있어요?”

박지연이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은서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는 진정한 여장부야. 잡을 땐 잡고 놓을 땐 놓을 줄 아는 여자지. 안 맞는 걸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랑은 달라. 하지만 이제 나도 용기 내서 내려놓았어. 지연아, 싱글 클럽의 문은 항상 널 향해 열려있어.”

고은서는 박지연을 웃기려고 건넨 말이었지만 박지연은 반박하지 않고 진지하게 답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온 닥터는 제가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예요. 한 번 선택한 이상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요. 그런데 가끔은 제 그 고집이 우스워 보일 때도 있어요.”

“지연 씨,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두 사람은 늘 사이가 좋지 않았나요?”

박지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에요. 큰 문제가 아니라서 말하면 사소하고 치졸해 보이고 그냥 넘기려니 또 마음이 답답해요.”

도아름이 답했다.

“감정적인 문제는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아야 해요. 그 안에 답이 다 있으니까요. 지연 씨가 진정 원하는 게 사랑인지 안정감인지 한 번 들여다봐요. 저도 인수 씨랑 몇십 년간 부부로 살아왔어요. 인수 씨가 선을 넘는 일만 하지 않았다면 저도 여전히 그와 함께 살고 있겠죠.”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자 고은서가 잔을 들었다.

“이제 이 얘기는 그만 해요! 오늘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겁게 보내려고 모인 거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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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가니 유혜린이 바로 해명하더라. 자기가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온 닥터한테 자신이 직접 한 건강식이라고 거짓말해서 속아서 먹게된 거라고 말이야.”박지연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들고 있던 음식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더니 집 밥이 먹고 싶었다며 자기도 한입 얻어먹을 수 있냐고 묻더라.”“그래서 어떻게 했어?”고은서가 물었다.“준비한 양이 한 사람 몫밖에 안 된다고 정중히 거절했어. 그랬더니 유혜린이 자기는 원래 입이 짧다며 남편한테 조금만 나눠줄 수 없냐고 묻더라.”“온 선생님께서 허락했어?”“응. 안 그래도 저녁을 적게 먹는 사람이라 햄버거 몇 입 먹고 배부르다면서 내가 준비한 음식을 유혜린에게 넘기더라.”고은서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외쳤다.“온 선생님 진짜 너그럽네! 유혜린은 생각보다 더 뻔뻔하고! 세상에 왜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이 많지?”그녀는 속으로 백유미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백유미도! 유혜린도 다 똑같아!’“난 기분이 상했지. 하지만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바로 서재에 가서 학술 보고지를 보는데 화가 나서 샤워하러 간 사이에 학술 보고서에 차를 엎질렀어.”고은서는 이를 듣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잘했어! 온 선생님이 뭐라고 안 했어?”“실수로 그랬다고 하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 매일 밤 서재에서 뭘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다음 날 아침 러닝 다녀오면서 남편에게 주려고 아침 사 왔는데 마침 시어머니가 방문하셨어. 왜 아침을 차려주지 않냐면서 뭐라 하시더라고. 온 닥터는 외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때 마침 아름 언니한테서 전화 와서 무시하고 옷 갈아입고 나왔지.”“잘했어! 진작부터 그래야 했어!”고은서가 열정적으로 맞장구를 쳤다.“평소 온 선생님이 집에 있을 땐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주는데 아침 한 끼 안 챙겼다고 잔소리라니... 정말 아들이 황태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지연아, 이렇게 억울하고 불행하게 살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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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매력적인 사실은 집안에 가전제품과 가구가 모두 갖춰져 있어서 몸만 오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아름 언니, 인테리어가 정말 새것처럼 보이네요. 친구가 정말 판대요?”고은서가 물었다.도아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원래는 본인이 살려고 했는데 가족이 해외로 이민 가게 돼서 그 친구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대요. 굳이 국내에 집을 남겨둘 필요는 없죠.”도아름이 중간에서 연결해 준 덕분에 고은서는 빠르게 집을 결정할 수 있었다.계약서를 작성하고 돈을 이체하는 과정이 너무 매끄러워서 고은서는 옷 한 벌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사 끝내면 다 같이 와서 집들이 제대로 해요.”도아름이 말했다.고은서도 흔쾌히 동의했다.집을 사게 되어 기쁜 세 사람은 저녁 식사까지 함께했다.박지연은 도아름과 함께 소량의 술도 곁들였다.술과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술을 마시지 않은 고은서가 박지연을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마음이 힘들어 술로 달래고 싶어 하는 박지연을 이해하기에 고은서는 박지연이 내리기 전에 참지 못하고 말을 건넸다.“지연아, 이혼하기 싫으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완전히 마음을 떼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박지연은 고은서처럼 이전 생의 비극을 겪은 것도 아니기에 고은서처럼 단호하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이 언니 괜찮아!”박지연은 머리를 한 번 흩날리고는 호기롭게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집으로 돌아온 박지연이 문을 열었을 때 집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오늘은 온 닥터가 쉬는 날이었다.그는 보통 집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박지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물 한 잔 따라 마시려 했으나 물병에 물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오늘 물을 받아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부엌에는 설거짓거리가 쌓여있었다.‘시어머니가 도우미를 불러 음식은 준비했지만 청소할 시간이 없어 먼저 돌아갔나 보네. 자기 아들이 배고플까 봐 끔찍이 걱정하면서도 내가 설거지로 힘들어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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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내내 고은서는 병원에서 전미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그녀는 병실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원지훈을 만나러 갔다.그 후에도 하루 종일 도아름, 박지연과 시간을 보내느라 곽승재가 입원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잊어버렸다.잊어버린 김에 굳이 곽승재의 메시지에 답할 필요를 못 느낀 고은서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샤워하러 갔다.향긋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온 고은서가 스킨케어를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며칠 전 위험했던 일이 떠오르자 그녀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핸드폰을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서야, 안에 있어?”곽승재의 목소리에 고은서는 안심했지만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병원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왜 호텔에 있는 거야? 내 방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고은서가 곽승재를 불러 따지려 한 순간 곽승재가 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긴장했던 곽승재는 그녀를 본 순간 안도했다.“너...”고은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곽승재는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괜한 기우였네요. 제 아내는 괜찮습니다.”그제야 고은서는 거실에 호텔 직원 몇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직원들도 고은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중 한 직원이 설명했다.“사모님, 원재 규정상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드리지 않지만 남편분께서 사모님과 연락이 안 된다며 몹시 걱정하셨어요. 게다가 며칠 전 일도 있었던 터라 저희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에도 보안 요원이 있긴 했지만 복잡한 환경에서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히 대처하기란 어려웠다.며칠 전 사건도 있었으니 호텔 측에서도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우려되었다.“괜찮으니 이제 나가 보셔도 됩니다.”고은서가 말했다.“네, 사모님. 편히 쉬십시오.”직원들이 나간 뒤 고은서가 곽승재를 노려보며 말했다.“당신도 나가.”“호텔에 있으면서 왜 문자에 답도 없고 전화도 안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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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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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숙모에게 가방을 선물했을 때, 숙모가 엄청나게 기뻐했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그래서 이번엔 삼촌에게도 뭔가를 사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서는 노 사장님에게 코담배병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가족에게 드릴 선물로 하나 사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이건 친구가 선물한 거라 어디서 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노 사장님은 미안한 듯 말했다.고은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예뻐서 한번 여쭤본 거예요. 나중에 백화점 가서 한번 골라볼게요.”“아가씨는 참 효심이 깊구먼.”노 사장님은 칭찬을 몇 마디 건넨 뒤, 주문한 메뉴를 주방으로 가져갔다.“은서 씨 아버님께서 코담배병을 좋아하시나요? 선물하시려고요?”여재훈이 부드럽게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전 아버지가 없어요. 삼촌께 드리려는 거예요.”여재훈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그는 고은서를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그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들었다.“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여재훈은 곧바로 사과했다.고은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괜찮아요. 저희 가족끼리도 잘 지내고 있어요.”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여재훈은 고은서의 그 미소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여재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그래... 주사 맞는 게 당연히 좀 아프지. 하지만 주사를 안 맞으면 어떻게 낫겠어... 알겠으니깐 떼쓰지 말고, 의사 말 잘 들어.”전화를 끊고 나서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시은이가 아픈데 주사 맞기 싫다고 하네요.”고은서는 여시은의 이름에 반응이 컸다. 예전에 여시은에게 학대받다 죽은 쿠아가 떠올랐다. 그 기억 때문에 속이 불쾌해지고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녀는 말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여재훈은 고은서의 반감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그는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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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재훈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여시은이 아픈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밖의 여론이 여시은에게 불리해서 고은서를 만나고 싶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요 며칠, 인터넷에서는 여시은과 관련된 뉴스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은서가 KK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 외에도, 아마 곽승재도 뒤에서 힘을 써준 것 같았다.“원래 연회 다음 날에 시은이를 데리고 직접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며칠간 일이 좀 많아서 오늘로 미뤄졌어요.”여재훈은 이어 말했다.“오늘 아침에 갑자기 시은이가 열이 나서, 제가 혼자 찾아오게 됐습니다.”“은서 씨, 지난 일은 전부 시은이의 잘못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여재훈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재훈 씨의 사과는 저한테 너무 과분해요. 다만 저를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고은서가 지난번 여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여재훈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져났다.“제가 도우미와 시은이의 말만 믿었네요. 시은이에게는 그 일에 대해 이미 훈계했고, 요 며칠 집에서 반성하고 있습니다.”고은서는 여시은이 그저 여재훈에게 보여주기 위해 반성하는 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여재훈은 여시은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고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은 듯했다.고은서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운전 중이던 여재훈도 잠시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한적한 곳에 있는 개인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그 식당은 규모가 너무 크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엄청 좋았다.정원에는 다양한 희귀한 꽃들과 식물들이 놓여 있었고 작은 인공 폭포와 휴식용 테이블과 의자들도 마련되어 있었다.입구 쪽의 돌 테이블 위에는 하얀색의 통통한 고양이 두 마리가 게으르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니 고은서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 어게인, 비긴   제1106화

    송민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저번에 네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길래, 나 진짜 겁먹었잖아.”고은서가 다시 한번 웃으며 잡담하듯 물었다.“민아야, 너 예전에 말했잖아. 너랑 네 오빠는 엄마가 다르다고. 그럼 네 아빠랑 네 오빠 엄마는 이혼하신 거야?”송민아는 사무실 밖을 슬쩍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몰래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우리 오빠 엄마는 아빠랑 혼인신고도 안 했대. 둘이 약혼까진 했는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오빠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길 거절했대.”고은서는 눈썹을 찌푸렸다.‘설마 송민준의 엄마도 결혼 안 하고 그를 낳은 걸까?’지난번 고은서가 송민준과 함께 바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송민준은 어릴 때부터 보호만 받고 자라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고 고은서한테 말한 기억이 있다.그때 그의 말투는 평소의 부드러운 말투가 아니라 약간의 조롱 섞인 느낌이었다. 마치 그의 어린 시절이 순탄치 않았다는 듯이.‘혹시 송민준의 어머니가 결혼도 안 하고 그를 낳아서 상처를 받은 탓일까?’“은서야, 이건 진짜 너한테만 말한 거니까, 절대 우리 오빠한테 묻지 마!”송민아가 신신당부하면서 말했다.“오빠는 이 얘기를 누구한테도 한 적 없어. 분명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 우리 엄마가 말하는 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더래.”“오빠는 혼자 살긴 해도 우리 엄마한테는 되게 예의 바른 거 있지. 나도 이 비밀 듣기 전까진 우리 둘이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줄 알았어.”고은서는 절대 이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송민준에게 묻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민아야, 혹시 너희 엄마가 네 아빠의 다른 연애 상대에 대해 말한 적 있어?”고은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묻는 성격이었다.혹시라도 송민아의 어머니가 송민준 부모의 관계에 끼어든 거라면 송민아의 어머니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냥 어른들 옛날 연애사에 호기심이 생긴 거야. 만약 불쾌했

  • 어게인, 비긴   제1105화

    송민준의 단어 사용은 꽤 신박했다.그는 “어젯밤 그 일은, 네가 의도한 거야?”라고 물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가 아니라.그러니까 송민준의 말뜻은 그가 어젯밤 일이 여시은을 고의로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고은서의 계획이었음을 알고 있다는 건가?하지만 그 테라스는 비교적 한적했고 로마식 기둥이 시야를 가려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잘 알아채기 어려운 장소였다.고은서가 로비에서 넘어졌을 때 여시은은 빈 와인잔을 들고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이 상황을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시은이 고은서를 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송민준은 고은서가 여시은을 속이기 위해 고육지계를 쓴 걸 알아챈 걸까?고은서는 아예 직설적으로 물었다.“민준 오빠,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 설마 어젯밤 내가 넘어졌던 게 자작극이라고 생각한 거야?”그 말을 듣자 송민준은 웃으며 물었다.“은서야, 그런 뜻이 아니야. 난 그냥 그 농장 영상 말이야, 그걸 일부러 어젯밤 그 시점에 터뜨린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알고 보니 송민준은 농장 영상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그날 송민준의 컴퓨터에서 영상을 확인하고 난 후, 송민아가 고은서에게 이 영상을 바로 여재훈에게 전달할 거냐고 물었을 때, 고은서는 송민준을 경계해 일부러 연회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연회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영상을 공개해 버렸다.송민준이 의심하는 것도 정상이다.“맞아.”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는 어젯밤이 지나고 여재훈 씨를 따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 상황에서는 여시은이 그런 행동을 할 만한 동기를 증명하려면 그걸 꺼낼 수밖에 없었어.”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네 선택이 맞아, 난 항상 널 지지할 거니깐.”그의 표정을 본 고은서는 확신했다. 송민준은 고은서가 아직 그를 경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그의 성격상, 어젯밤 그녀가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했을 테니까. 하지만 송민준

  • 어게인, 비긴   제1104화

    박지연은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내가 보기엔 여시은은 태생이 못돼먹었어!”“이번에 그렇게 크게 당했으니 더더욱 널 원망할 거야. 너 조심 좀 해.”박지연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기에 여시은과 평화롭게 지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앞으로는 여시은을 더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듣자 하니 곽승재가 내내 널 감싸줬다며? 너한테 점점 마음이 가는 모양이야.”박지연이 코웃음을 쳤다.어젯밤 곽승재가 고은서를 계속 도와줬던 건 사실이었다. 증거를 공개하자고 제안한것도 곽승재의 생각이었고 마지막에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큰 도움을 준 셈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에 대한 이야기를 박지연과 깊이 나누지 않았다.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던 중 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뜬금없는 소문 하나를 전했다.“우리 과장님한테서 들었는데, 어제 혜린 씨가 다니는 병원에 조 여사님이 찾아가서 난리를 쳤대. 혜린 씨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다른 남자랑 팔짱 낀 사진까지 들고 와서 공개하면서 혜린 씨랑 그 자리에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움 났대!”고은서는 지난번 소동 이후 손자를 중시하는 조수연이 한동안은 조용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또 난리를 친 거였다. 조수연의 전투력은 엄청 대단했다.“아니, 그러다 혜린 씨 혹시라도 애를 지우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말했다.“조 여사님 말로는 혜린 씨 뱃속 애가 자기 아들 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해서 혜린 씨를 끌고 가서 친자 확인하자고 했대. 그래서 둘이 몸싸움까지 벌어져서 이미지도 최악이라 혜린 씨는 한 달 정직당했어.”“혜린 씨 배속에 애가 온승준 씨 애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 집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거야? 그냥 진짜 애 아빠랑 결혼하면 될걸...”고은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소문엔 그 남자가 유부남에 애까지 있다고 하더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냥 과장님이 흘린 얘기야.”

  • 어게인, 비긴   제1103화

    여시은은 여전히 여재훈의 다리를 붙잡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아빠가 생각하시는 해결 방법은 뭐예요?”여재훈은 여시은에게 홍보팀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개인적으로 고은서에게 직접 진심으로 사과한 뒤 집에서 2주 동안 자숙하라고 말했다.“제 회사는 아직 개업식도 제대로 안 했는데 공개 사과를 하라뇨? 그럼 모든 사람들이 저를 웃음거리로 볼 거 아니에요!”여시은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애원했다.“아빠, 저 은서한테 개인적으로 사과만 하면 안 돼요? 저도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이끌기 힘든데,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앞으로 누가 저를 믿고 따르겠어요?”“안 된다.” 여재훈은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이미 파장이 커졌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시은아, 잘못을 저지른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진심으로 뉘우치고 성실하게 사과하면 은서 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에게 다시 기회를 줄 거다.”여재훈은 계속해서 말했다.“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잘못했는데 내가 덮어주면 그건 너를 망치는 거야. 그러니까 이 일은 이렇게 결정된 거다!”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고은서를 그저 연못에 좀 빠지게 했을 뿐인데 이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단 말인가?’‘공개 사과라니, 이제 예전처럼 모두에게 존경받고 칭찬받던 모습은 끝이라는 거잖아.비록 인터넷의 영상은 지워지더라도 사람들이 나에 대한 나쁜 인상은 지워지지 않을 거란 말이야!’오늘 밤 그렇게 많은 부유층과 정재계 인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그들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해성에서 쌓아온 그녀의 완벽한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진 셈이다.예전엔 그녀가 울기만 하면 여재훈은 안쓰러워하며 뭐든지 다 용서해 줬었다.‘지금은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아빠는 고은서 때문에 자신의 딸을 벌하려 한다니, 정말 나를 딸로 생각하긴 하는 걸까?’

  • 어게인, 비긴   제1102화

    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눈이 시뻘게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제가 한 게 아니라니까요! 고은서가 일부러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왜 저를 믿지 않으세요!”“시은아!”여재훈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난생처음으로 이토록 차가운 눈빛으로 딸에게 화를 냈다.“너는 어쩌다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 됐니!”“내가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봤어. 연회장 CCTV 꺼놓은 거, 그거 네가 시킨 거더라.”여재훈은 딸을 억울하게 만들까 걱정돼 CCTV 관련 내용을 직접 조사했다.그런데 정말로 여시은이 꺼놓았던 것이었다.“네가 정말 은서 씨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왜 CCTV를 미리 꺼놓은 거냐?”여재훈은 냉정한 태도로 물었다.여시은은 자신이 고은서의 계략에 걸려든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고은서는 일부러 도발적인 눈빛으로 여시은을 자극했고 곧바로 테라스로 이끌어냈던 것이다. 모두 여시은한테 엿 먹이려는 행동이었다!여시은은 고은서가 쿠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격동적으로 행동해 자신을 밀칠 거라 확신했었다.왜냐하면 고은서는 지난번엔 쿠아를 다치게 한 일로도 크게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엔 반전이 생겼다.고은서는 오히려 침착하게 반격했고 지난번 농장에서의 ‘물에 빠진 사건’ 증거까지 들고나왔다.일이 이렇게 커져 버린 이상 여시은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여재훈을 향해 소리쳤다.“맞아요! 저 고은서가 너무 꼴 보기 싫었어요! 왜 아빠는 맨날 걔만 칭찬하세요? 이러니깐 제가 질투 나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고은서한테 꼽 주고 싶었어요!”“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전 잘못한 거 없어요! 후회도 안 해요!”“너!”여재훈은 손을 번쩍 들어 여시은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는 차마 때릴 수가 없었다.“시은아, 아빠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니? 사람은 자기 양심에 떳떳해야 하고 올곧게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 근데 너는 어떻게 질투심에 눈이

  • 어게인, 비긴   제1101화

    이미숙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여시은이 고은서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 연못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그 영상은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올린 것 같았고 화질이 너무 좋은 건 아니지만 전반 상황을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했다.영상의 끝에는 고은서와 여시은의 얼굴을 비춘 장면도 담겨 있었다.다소 초라해진 고은서는 곽승재의 부축을 받으며 옆에 서 있었다. 여시은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그 와중에 영상의 제목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재벌가 아가씨, 두 얼굴의 진실!]“사모님, 저 여자는 어쩜 저리 독하대요. 이렇게 심하게 괴롭히다니. 누가 폭로해 줘서 다행이지! 이제 세상 사람들 다 그 여자 피해서 다니겠어요!”이미숙은 화가 난 듯 말했다.고은서는 이번 일이 오래 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시은 뒤에는 여재훈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 일로 여시은이 보기 좋게 망신을 당했고, 여재훈 역시 자신의 딸이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니, 이번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은서는 이미숙의 휴대전화 영상에 대뜸 ‘좋아요'를 눌렀다.한편, 여씨 가문에서.여시은 역시 유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분노에 찬 그녀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졌다.밖에 서 있는 박미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시은 아가씨, 회장님께서 지금 바로 서재로 오시래요. 할 말씀이 있으시답니다.”이번이 박미화가 세 번째로 말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여시은은 곧바로 얼굴에 드리워진 분노와 짜증을 숨기고는 일부러 슬프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박미화는 방안에서 반응이 없자 방문을 열려고 하였다. 때마침 여시은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손을 거두며 사과했다.여시은은 박미화의 손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에 분노로 인해 물어뜯은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여시은은 울먹이는 말투로 물었다.“미화 언니, 아빠가 나한테 화 많이 나신 거야? 나 어떻게 해야

  • 어게인, 비긴   제110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가 차를 라이트문 아파트 앞에 세웠다.고은서와 곽승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은서는 샤워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직행했고 곽승재는 거실에 남았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고은서는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곽승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또 왔어? 할 말 있어?”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논의할 게 있어서. 그전에 이 콜라 생강차부터 마셔.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거야.”“사모님, 콜라 생강차는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거든요. 어서 드세요!”이미숙이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고은서는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더니 이상한 듯 물었다.“아줌마, 제가 방금 들어온 걸 보지도 못하셨을 텐데 어떻게 제가 감기 걸릴 줄 아시고 미리 차를 준비하셨어요?”이미숙의 눈가에는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곽승재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내가 알려줬어. 일단 마셔.”고은서는 고개를 숙여 생강차를 내려다 볼뿐 이미숙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물론 곽승재의 눈에 비친 기대감도 보지 못했다.생강차의 냄새를 맡아보니 생강 향이 꽤 진했다.고은서는 생강차를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콜라의 단맛과 생강의 톡 쏘는 맛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맛이 어때요?”이미숙이 물었다.“좋네요. 그런데 오늘은 생강을 좀 많이 넣으신 것 같네요. 예전에 만드신 것보다 더 매운데요.”이미숙은 잠시 망설이다가 급히 대답했다.“생강 양을 조절하지 못했네요. 주의할게요.”고은서는 더는 따지지 않고 다시 마시려던 참이었는데 곽승재가 말을 건넸다.“맛이 별로면 안 마셔도 돼.”고은서는 그를 흘겨보았다.“누가 맛없다고 했어? 아줌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건데 끝까지 마셔야지.”“사모님, 도련님과 얘기 나누세요. 저는 할 일이 남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미숙은 두 사람의 언쟁을 피하려는 듯 급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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