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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Author: 류한나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곽승재의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10살 때 원한을 품은 도우미가 내게 약을 먹인 후 물속에 밀어 넣은 일이 있었어. 그때 백유미가 나를 구해줬어.”

“알아. 널 이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그런 일도 몰랐겠어?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무슨 일이든 이유와 근거가 확실하니까 굳이 상관없는 사람한테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고은서가 비웃듯 말했다.

“넌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만해. 곽승재. 네가 이러는 거 정말 역겨워.”

고은서는 다시 한번 그의 말을 끊었다.

고은서의 입에서 역겹다는 말이 나오자 곽승재는 상처받은 듯 해 보였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은근한 분노가 드러났다.

고은서는 곽승재가 늘 우월한 위치에서 칭송받는 데 익숙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 누구도 대놓고 역겹다는 말을 한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의 이런 행동이 너무나 싫었다.

곽승재는 모든 일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며 자신이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되찾아주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뒤에서 그는 백승엽에게 의사를 찾아주고 백유미가 판주 투자은행으로 복귀하는 것을 용인했다.

모든 과정에 곽현수가 개입했다는 걸 알지만 곽승재가 묵인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고은서는 곽승재의 표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손을 피하며 단호히 걸음을 옮겼다.

...

월요일 아침 고은서가 미래 투자은행에 도착했다.

송민아는 그녀에게 두 집안 부모님에게 약혼을 깨겠다고 알린 일을 전했다.

“부모님들도 동의하신대?”

“우리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하셨지. 그런데 내가 울고 떼쓰며 애교부리니까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어. 하지만 아저씨는 반대하시며 오빠를 불러 혼내셨어. 심하게 꾸짖으며 나한테 다시는 속상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사과하라고 하셨지. 하지만 오빠는 굴하지 않고 처음부터 약혼을 받아들인 적도 없고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드러낸 송민아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나도 아저씨한테 더 이상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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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는 단호히 거절했다.“됐어. 듣고 싶지 않은 것 같아.”“고은서, 이번에는 가야 할 걸?”민시후가 말을 이었다.“송민아가 얘기했을 텐데, 지금 아버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지 않아. 그래서 형을 보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확인해 보라고 했어.”“내가 안 가면?”“민씨 가문 남자는 고집이 세다는 단점이 있지.”민시후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너한테 집착하는 것처럼 네가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널 만나러 오겠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이상 널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민시후가 위로했지만 고은서는 그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네 연극에 어울려줄 생각 없어. 네 형이 물어보면 나는 너한테 관심 없다고 바로 얘기할 거야.”민시후가 웃으며 답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해.”“그럼 먼저 임철원 쪽에서 알아낸 정보를 얘기해 봐.”민시후가 혀를 차며 답했다.“듣고 싶지 않다며?”고은서가 화를 내며 말했다.“그럼 밥 먹는 거 포기해! 네 가족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농담 한 번 못 하겠네.”민시후가 다시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임철원이 해외로 도망칠 수 있었던 게 누구 도움인지 알아?”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맞혀 봐.”민시후는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리고 일부러 뜸을 들였다.고은서는 참다못해 그의 다리를 발로 찼다.“말할 거면 한 번에 제대로 말해.”“고은서, 애정이 있어야 욕하고 화낸다던데 혹시 나 좋아해? 곽현수야.”고은서가 다시 차기 전에 민시후가 먼저 말했다.그 말을 듣고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곽현수가 왜 임철원이랑 엮인 거지? 왜 도와준 거야?”고은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민시후가 답했다.“이 일에서 백유미를 빼놓을 수는 없지. 백유미를 해성으로 돌려보낸 사람도 곽현수야.”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백유미의 배후가 곽현수라고? 그때 민시후와의 스캔들도 곽현수가 백유미를 도와 퍼뜨렸던 거네! 임

  • 어게인, 비긴   제621화

    민시후는 다시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십중팔구 알고 있을 거야. 알면 어때. 자기 눈이 삐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지. 투자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큰 실수를 한 건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고은서는 잠시 침묵했다.“네가 백씨 가문에 보낸 그 원지훈이라는 사람, 최근에 큰 거래를 성사했던데 네 계획이야?”민시후가 태연히 물었다.고은서는 굳이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나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뿐이야.”“받은 대로 돌려주는 고은서라니. 정말 내 맘에 쏙 들어.”민시후가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확실히 도와줄 테니까.”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고은서는 원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백씨 가문 산업에 이상이 없는지 물었다.백유미가 민시후까지 조사했다면 분명 고은서가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원지훈까지 의심할 가능성도 있었다.이전에 원지훈과 가깝게 지내고 거래 내역까지 있으니 백유미의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았다.백유미와 원지훈이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을 고은서는 즐기고 있었다.어차피 원지훈과의 협력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백유미가 원지훈의 배신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그를 처단하려 할 것이고 원지훈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여기에 아들 바보인 원지훈의 어머니 범가온까지 가세하면 백유미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그들끼리 내분이 일어나면 고은서는 그 틈을 타서 그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세 사람 중 좋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이전 고은서가 원지훈에게 약속했던 건 단지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미끼였을 뿐 그녀는 원지훈과 범가온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그녀의 질문에 원지훈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있었다.“특별한 움직임은 없었어요. 새로운 거라도 발견한 거예요?”‘전생의 원지훈은 냉혹하고 잔인한 인물이었는데 왜 갑자기 겁먹은 듯한 반응을 보이는 거지? 뭘 두려워하고 있지?’고은서는 의아했지만 민시후가 알아낸 사실은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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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고은서와 송민아가 클라이언트를 만난 후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민시후는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밥 꼭 먹어야겠어?”고은서가 묻자 민시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먹어야 해.”두 사람은 차를 타고 해성에서 이름있는 한식당으로 향했다.이곳은 무조건 예약해야 하고 회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종업원은 그들을 2층의 별실로 안내했고 민시후의 형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곧 맞이하게 될 청문회를 떠올리자 고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민시후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꼭 집안의 반대로 헤어져야 하는 커플 같지?’민시후는 고은서의 무력함과 긴장감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방어용 스프레이는 미리 준비했으니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바로 사용해.”말을 마친 민시후는 그녀에게 펜처럼 생긴 물건을 건넸다.고은서는 잠시 멈칫했다.“형이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며? 왜 방어용 스프레이가 필요한 거야?”민시후는 드물게 표정을 찡그린 채 진지하게 말했다.“형이 겉으로는 공직에 있지만 사실은 뒤 세계에 있는 조직이랑 결탁해서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야. 평소에도 세 명 이상을 데리고 다니는데 다들 싸움을 잘해. 만약 여기서 얘기가 잘 안 풀려서 난장판이 되면 너도 방어할 만한 물건 하나는 있어야지.”“농담이지?”“푸하하!”민시후는 고은서의 경계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고은서, 너 정말 순진하다. 내가 말하는 대로 믿는 거야? 하하하.”“민시후, 정말 돌았어?”고은서는 화가 나서 그의 다리를 차려고 했다.민시후는 민첩하게 한발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고은서는 화가 나서 샌드백을 치는 자세로 다시 한번 그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민시후는 빠르게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당기며 농담을 던졌다.“고은서, 그 정도 실력으로 나랑 싸우려고?”“너...”화가 난 고은서가 민시후를 밀어내려 했지만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며 정중한 목소리가 들렸다.“두 분 안으로 드시죠.”고은서가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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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는 민시후와 곽승재가 건넨 음식을 먹는 대신 야채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민시후는 살짝 불만을 표했다.“고은서, 처음으로 여자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자 민시후는 금방 태도를 바꿨다.“알았어. 알았어. 그만할 테니까 많이 먹어.”곽승재는 입술을 짓씹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민시현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무표정하게 식사를 이어 나갔다.식사가 끝날 때까지 민시현은 민시후와 그녀의 사이를 묻지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현이 이미 그녀의 상황을 알아보고 민시후와의 관계도 얼마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 이 자리는 커플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우회적으로 민시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자리네.’어차피 정말 민시후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민시현이 어떤 행동을 하던 고은서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고은서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는데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내왔다.민시현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은서 씨, 시간도 아직 이른데 차 한 잔 하시면서 입가심하시죠.”“됐어! 그만 해! 저녁 내내 가면 쓰고 있는 거 답답하지도 않아?”고은서가 뭐라 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민시현,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그냥 고은서랑 곽승재 사이를 나한테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었던 거잖아. 미리 얘기하는데 난 그런 것들 신경 안 써. 나는 고은서가 좋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랑은 상관없어.”“너!”하지만 민시후는 민시현이 뭐라 할 틈도 주지 않고 고은서의 가방을 들고 입을 열었다.“가자.”건물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맡으니 고은서는 숨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이번 식사는 정말 숨 막힐 뻔했다.“배 안 불렀지?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다시 먹으러 갈까?” 민시후가 차 문을 열며 물었다.“배불러!”고은서가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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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시후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하면서 약간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순간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마음이 약해졌다.‘송민아와의 약혼을 무효로 하면서 각종 시끄러운 일이 생긴 게 알고 보면 내 탓도 있는데.’“민시후, 나...”“쯧, 고은서, 이거 봐. 끝내는 나랑 말을 걸 거면서.”민시후가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민시후, 너 진짜!”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한때 격투기를 배웠는지라 주먹의 힘이 꽤 셌는데 그녀는 민시후가 당연히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민시후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너 괜찮아?”고은서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아직도 화 안 풀렸어?”민시후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힘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고은서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제발 이상한 짓 좀 그만해.”“고은서, 왜 자꾸 내가 장난친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편견 버리고 나 좋아해 주면 안 돼?”민시후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은서야!”바로 이때, 곽승재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곽승재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은서는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다.“얼른 돌아가.”그녀는 민시후한테 한마디만 남기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곽승재가 그녀를 따라가려고 할 때 민시후가 그의 앞에 막아섰다.“곽승재, 고은서가 널 싫어하는 거 몰라서 이러는 거야? 이미 이혼한 주제에 그만 좀 집착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곽승재의 얼굴빛이 순간 차가워졌다.“적어도 고은서는 날 싫어하지 않고 나와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하지 않...스읍!”민시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승재의 주먹이 먼저 날려왔다.곽승재는 방금전에 민시후가 룸에서 고은서한테 자신에게 기대라 할 때부터 그를 패고 싶었다.그런데 고은서를 향해 아양을 떠는 것도 모자라 이젠 그한테 시비까지 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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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는 여시은이 이렇게 억울해하고 화를 내면 쫓아가서 좋은 말로 달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온몸의 기운이 빠진 듯 소파에 지친 몸을 던졌다.팔뚝의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말을 잘 듣고 사랑스럽던 딸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던 아이가, 먹고 노는 것이 가장 큰 취미였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였을까?잠시 후, 여시은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어디 가려고?”여재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시은은 서운하고 답답하고 슬픈 표정이었다.“남의 말 한두 마디로 저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 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을 의미가 없잖아요. 전혜라 아줌마를 찾아갈 거예요.”여재훈은 여전히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어디도 갈 수 없어. 내가 널 경찰서로 보낼 거니까.”“아빠, 그게...”여시은은 또 한 번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심지어 몸도 휘청였다.“남의 이간질에 넘어가 저를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경찰서로 보내시겠다고요?”갈라진 목소리, 붉어진 눈시울, 떨리는 입술, 누가 봐도 연약하고 불쌍해 보이는 모습이었다.여재훈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을 감았다.“시은아,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게 마땅해.”여시은은 캐리어 손잡이를 꽉 잡고 서 있었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쓰러지기라도 할 것처럼.“아빠, 저는 고은서를 습격하라고 사주한 적 없어요.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니라고요. 제발 믿어주시면 안 돼요?”여재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여시은을 외면했다.“나는 증거를 믿어. 네가 아니라면 경찰은 죄 없는 사람을 잡아두지 않을 거야.”“그냥 저를 겁주는 거죠? 사실은 저를 믿는 거 맞죠?”여시은은 그 자리에 선 채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아니에요. 요 며칠 집에만 있었고 어디도 가지 않았어요.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 될 수 있어요...”여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 어게인, 비긴   제1118화

    음성 파일을 여니 울먹이는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말할게. 다 말할게... 여시은 측 사람들이 너를 습격하라고 시켰어...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큰돈을 주겠다며 너를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했어. 피를 보면 더 높은 보수를 주겠다고...][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도 했어... 그들은 내게 ‘이미 인플루언서로는 살 수 없으니 이 돈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라’고 설득햇어...][내가 돈에 눈이 멀어서 그만... 평생 벌어도 손에 쥘 수 없는 금액이었어...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한 번만 용서해 줘...]음성은 여기서 끊겼다.여재훈이 직접 스피커폰 모드로 음성을 틀었기 때문에 옆에 있던 여시은도 모든 내용을 똑똑히 들었다.음성이 끝나자, 워낙 얼어붙은 모습이던 여시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이 동그래졌다.“아빠, 이건...”찰싹!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짜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여재훈이 사정없이 따귀를 때린 것이다.“시은아,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악랄한 아이가 됐어?”여재훈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친 손에 너무 힘을 줘서인지 그녀를 가리키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아빠, 손에...”여시은도 여재훈의 팔에 피가 스며 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서러움을 잊은 채 여재훈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다가가자, 여재훈은 몸을 뒤로 피하며 호통쳤다.“고은서 씨를 모함하고 고양이를 학대하고 도우미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살인 청부까지 해? 너 정말 무법천지구나.”여시은의 한쪽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눈빛은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갔다가 다시 걱정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여재훈은 그녀에게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고, 엄하게 꾸짖는 경우조차 드물었다. 손찌검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실망으로 싸늘해진 여재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시은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아빠,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죠? 다 거짓말로만 들리겠죠?”여시은은

  • 어게인, 비긴   제1117화

    도우미가 여재훈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여시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러네. 미화언니, 손이 왜 그래?”박미화는 손을 살짝 움츠리더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원에서 일하다가 부주의로 나뭇가지에 긁혔습니다.”“어제는 누군가가 할퀸 거라고 했잖아?”옆에 있던 다른 도우미가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박미화는 고개를 숙인 채 동료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고, 이내 눈치를 알아챈 그 도우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감지한 여재훈이 엄숙하게 물었다.“집사는? 직원이 다른 사람과 싸워서 상처를 입은 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집사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집사에게 혼날까 봐 겁에 질린 박미화는 더 이상 거짓말하지 못했다.“사실 누구랑 싸운 것도, 할큄 당한 것도 아닙니다. 며칠 전, 아가씨를 부르러 올라갔을 때, 부주의로 아가씨 손톱에 긁힌 것입니다.”“아, 미화언니 손등을 그렇게 만든 게 나였어요?”여시은은 급히 일어나 박미화의 상처를 확인하더니 손등을 호호 불어주기까지 했다.“아팠겠다. 정말 내가 그랬어? 나는 왜 기억나지 않지?”박미화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그때 아가씨는 감정이 많이 격해져 있었어요. 무슨 억울한 일이 있는지 줄곧 울고 있었죠. 제가 아가씨의 손을 잡고 달래던 중에 아가씨의 손톱에 긁힌 거예요. 사소한 일이라 아가씨가 걱정할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어요.”“그랬구나.”여시은은 머리를 탁 치며 후회스럽게 말했다.“난 정말 몰랐어.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이제야 알게 되니 너무 미안하잖아.”박미화는 고개를 저었다.“아가씨가 요즘 기분이 안 좋고 아프기도 하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여재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다친 지 2~3일이나 지났는데 약을 바르지 않았어?”박미화는 약을 발랐지만 자꾸 일을 하니 상처가 빨리 낫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하지만 여재훈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의심 어린 눈빛으로

  • 어게인, 비긴   제1116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마재경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하지만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협박하지 마세요. 가벼운 부상에 불과하니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면 기껏해야 3년 감옥에 있고 나올 거예요. 당신들이 주는 기회 따위는 필요 없어요.”마재경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확실했다. 3년 감옥살이로 거액의 돈을 바꾸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이로 미루어 보면, 마재경은 정말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3년 청춘을 돈과 바꾸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생겨 네가 어디 가든 따라다닐 텐데.”“게다가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 일단 경찰이 알아내면 너의 공범도 잡히고 너는 비호죄까지 추가될 텐데.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고은서의 말에 마재경은 약간 망설였지만 여전히 자기가 혼자 한 것이라고 고집했다. 돈도 어디서 입금됐는지 모르겠고, 어쩌면 팬 중 한 명이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둘러댔다.다소 김빠진 고은서는 곽승재와 함께 밖에 나가 마재경의 약점을 찾아보려 했다.그때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죄를 지었다는 것이 너의 고향에 알려지면 돈을 들고 금의환향하려는 생각이 실현될 수 있을까?”이 말에 마재경은 허를 찔린 듯 눈에 공포가 감돌았고 몸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곽승재의 얼음장 같은 시선 속에서 마재경은 철저히 무너졌다.“말할게요. 전부 다 털어놓을게요...”...여씨 저택.여시은이 수액을 다 맞고 여재훈도 약을 먹은 뒤였다.가정의가 떠나자, 여시은은 여재훈의 옆에 앉았다.“아빠, 왜 그러세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계시는데, 상처 부위가 많이 아프신 거예요?”여재훈은 순하고 사리에 밝은 딸을 바라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은아, 네가 주워 온 길고양이가 너랑 그리 친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여시은은 순진무구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

  • 어게인, 비긴   제1115화

    마재경은 잠깐 멍하니 있더니 곧바로 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그냥 미워서 괴롭히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자 고은서는 코웃음을 쳤다.“변명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안 들어?”“너와 곽승재가 단순히 금전적 관계였던 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진심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서 잘해보고 싶은데 외면당했다고 해도 곽승재한테 화풀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고은서의 질문에 마재경은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졌다.“나는 곽 대표님을 존경했을 뿐 다른 마음은 없었어.”“그런데 너는 나와 곽 대표님의 스캔들 때문에 나를 질투했고, 나의 팬을 돈으로 매수해 나를 반죽음으로 만들었어. 이런 짓을 한 너에게 복수하면 안 되나?”‘흉기 난동 사건까지 내 탓으로 돌리려 하다니?’고은서는 더욱 어이없었다.“마재경,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나? 내가 곽승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구나 다 알아. 내가 질투심 때문에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너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그리고 정말 나를 의심했다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나를 경찰서에 넘겨서 죄를 묻는 게 더 나았을 텐데.”마재경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여전히 우겼다.“너는 돈도 많고 옆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은데, 내가 어떻게 증거를 찾을 수 있겠어?”고은서는 다시 한번 어이없어 웃었다.“증거도 없다는 거네. 그러면 무슨 근거로 나를 의심해? 나한테 피를 뿌린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려고까지 했잖아.”“‘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내가 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죽을 뻔했으니 같은 방식으로 너한테 되갚아주고 싶었어.”마재경은 고은서가 정말 자기를 해치기라도 한 것처럼 원한을 쏟아냈다.고은서는 더 이상 그녀와 논쟁을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계속 우기면 너의 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 인플루언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유도 잃게 되겠지.”“너!”“협박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네 말대로 나에겐 돈도 많고 곁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아.”이 말을 들은 마재경은

  • 어게인, 비긴   제1114화

    “집에서 모시러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서에 상황을 알아보러 가야 해서요.”그녀가 식사 자리에서 여시은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여재훈은 크게 놀라지 않았고 더 이상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은서 씨, 이번 일은 저와도 상관이 있으니 같이 가도록 해요.”하지만 고은서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닙니다. 상대가 저를 노린 것이니 제가 가면 됩니다. 다치셨으니 일찍 들어가 쉬십시오.”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여재훈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다만 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고은서가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여씨 가문의 가정의가 진료실에서 나오더니 호들갑을 떨었다.“여 대표님, 앞으로 이런 무모한 행동은 삼가세요. 이번에는 동맥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혈액형도 특이한데 대량 출혈이라도 발생하면 이 작은 병원에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했을 거예요.”‘혈액형이 특이하다고?’고은서도 희귀한 혈액형이었다. 그녀가 여재훈의 혈액형을 물어보려 할 때 여시은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게요. 아빠, 몸을 좀 아끼세요.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요...”이 광경을 본 고은서는 말없이 떠나갔다....마재경이 뿌린 피가 그녀의 몸을 명중하지 못했는데도 여기저기 피가 튀어 불쾌한 냄새가 났다.곽승재가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에 고은서는 먼저 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가 꼼꼼히 씻은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곽승재는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고은서가 대충 차려입고 경찰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곽승재는 얇은 미디엄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매끈한 핏 덕분에 더 훤칠해 보였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그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상처부터 확인했다.곽승재의 따뜻한 손이 피부에 닿자, 고은서는 약간 불편한 듯 그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정말 괜찮아. 살짝 긁혔을 뿐이고, 이미 약도 발랐어.”곽승재는 손을 거두어들였지만 눈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말쑥

  • 어게인, 비긴   제1113화

    지난번 여씨 저택에서 여시은이 쿠아에게 할퀴어 상처를 입었을 때 이 의사를 본 적이 있었다.여시은은 아버지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몸 상태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병원으로 달려온 모양이다. 가정의도 걱정돼서 따라나섰을 것이다.“시은아, 왜 여기까지 왔어? 괜찮다고, 금방 돌아갈 거라고 말했잖아.”여재훈이 나무라듯 말했다.“아가씨께서는 대표님이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액을 뽑아버리고 운전기사에게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셨어요.”가정의가 설명을 보탰다.역시 그랬다. 여시은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예쁜 얼굴에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다.“아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쩌다 다치셨어요?”여재훈은 고은서의 말을 듣고 딸에 대한 의심이 생겼지만, 그녀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고 사람들 앞에서 추궁하지는 않았다.여재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작은 사고가 있었어. 이제 괜찮아.”여시은은 조금 안심된 듯했다. 그제야 진료실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인사한 뒤 고은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리셉션이 끝난 지 며칠 지났지만 두 사람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리셉션 때보다 여시은은 확연히 풀이 죽은 상태였다. 창백한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었고, 입술에도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게다가 여재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살짝 건드리면 깨지는 도자기 인형처럼 취약해 보였다.도대체 어떻게 이런 완벽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건지?민시후의 부하들이 여시은에게 조현병이 없다는 걸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여시은이 이중인격을 가진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순진무구한 인격과 잔인하고 변태적인 인격 말이다.하지만 여시은은 조현병 환자가 아닌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가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비록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것이었지만 고은서는 정확히 포착했다.“고은서, 너 때문에 아빠가 다치신 거야?”여시은은 예전처럼 친한 척하지 않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가

  • 어게인, 비긴   제1112화

    의사가 여재훈의 상처를 처치하는 사이,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번호를 보니 곽승재였다.고은서는 여재훈에게 말하고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은서야, 너 사고를 당했다며? 너와 여 대표님이 모두 다쳤다고?”곽승재가 다급히 물었다.임신 오해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한 뒤로 그녀를 몰래 보호하던 인원을 철수한 상태였다.하지만 운전기사는 여전히 주민기가 배치한 인원이어서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었다.고은서는 어디서 들었는지 캐묻지 않았다.“괜찮아. 마재경이 갑자기 유일 투자은행 주차장에서 나를 습격했어. 여재훈 씨가 막아주다가 팔을 다치셨고.”“나는 지금 출장 중이라 경찰서 쪽에 다른 사람을 보냈어.”곽승재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해성으로 돌아갈게.”고은서는 급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여긴 별일 없으니까 일에 집중해. 여재훈 씨의 상처 처치가 끝나면 경찰서로 가서 마재경을 만날 거야.”“이쪽 일은 거의 마무리됐어. 내가 돌아가면 같이 경찰서에 가자.”곽승재는 설명을 이어갔다.“지난번 마재경이 다쳤을 때 병원을 방문해 더 이상 협조가 필요 없다고 통보하고 충분한 보상금도 지급했어.”“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과시하지 말라고 몇 번 경고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배후에 조종자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곽승재는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이어갔고, 고은서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따져보면, 마재경은 돈 때문에 곽승재와 손잡은 것이고 그녀와 깊은 원한이 없었다.협력 관계가 끝났으면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야 정상이지, 이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복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마재경이 진심으로 곽승재를 좋아하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천히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곽승재가 갑자기 관계를 끊자고 하니 그 분노를 고은서에게 쏟아냈을 수도 있다.고은서가 이 가능성을 말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안에 있는 환자분의 부탁이라며 그녀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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