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기의 말을 들은 이터너티 쪽 협상자는 생각을 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성연은 계속 차 안에 앉아서 이쪽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그 남자의 미세한 동작을 본 성연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어쩐지 오늘 이 자리에 이터너티의 보스가 나와 있을 줄이야.성연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저쪽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쪽도 자연히 나설 수 없다. 협력이 성사되든 아니든 아직 성연의 결정에 달려 있다.차에서 무료하게 앉아 있던 성연은 광택이 도는 둥근 수정구 두 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조금도 조급할 필요 없다. 서한기가 모든 걸 잘 처리할 테니.아니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쓸데없는 짓이었던 거지.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쌍방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더니 보이지 않게 어떤 강한 기세가 쏟아졌다.돌연 수하 하나가 다가와 서한기의 귀에 속삭였다.서한기의 안색이 싹 변했다.“한기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한기가 침울한 얼굴로 이터너티 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뭘 어떻게 해? 저쪽에서 움직였는데, 우리가 안 움직일 수 있어? 후방 애들한테 알려. 저들 후방을 해결해.”“예.”지시를 받은 수하가 바로 자리를 떴다.서한기는 이를 갈았다. 이터너티 쪽을 바라보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방금 수하가 와서 보고하길, 이터너티 쪽이 후방에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애들을 정리했다고 한다.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이터너티의 실력이 쓸 만하다는 말이다.적어도 자신들 아수라문보다 못하지 않았다.그래서 속으로 더 많은 방비를 했다.우리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터너티 쪽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수라문도 똑같이 할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이터너티 쪽의 잠복 인원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 인원으로 교체했다고 전해왔다.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양측은 맨손으로만 싸웠다. 아무도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최상급 조직이므로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서로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여지를 남겨 두었고, 필사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마치 대련을 하는듯 그 자리에서 적당히 싸웠다.그러나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점 또한 서로 잘 알았다. 왜냐?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싸움도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다.서한기와 맞붙은 이터너티 쪽 리더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서로 몇 합을 겨루자 서한기의 몸에 적지 않은 회색 발자국이 찍혔다.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허연 자국이 더 선명해 보인다.서한기는 실력도 만만찮은지라 상대방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서한기의 주먹에 한 대 얻어맞아 얼굴이 온통 청자색을 띠었다. 입가에는 약간의 핏자국도 배어 있고.서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했다. 서한기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이봐, 실력 좋은 걸.”상대방 역시 입가에 묻은 핏발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찬의 말씀.”양측의 싸움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따라 멈추었다.주위의 수하들이 잇달아 싸움을 멈추고 상대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은 채.싸움이 진행되며 서한기 쪽도 이터너티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서로 막상막하의 엇비슷한 실력이니, 계속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이 싸움을 지켜보던 구매자가 서한기의 옆으로 가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서한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안 사겠다는 게 확실합니까?”구매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망설였지만, 저쪽 편의 사람이 이터너티 쪽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네. 포기하겠습니다.”‘내가 어떻게 원하겠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상대방이 이터너티 쪽 사람인데, 감히 이터너티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저들 양쪽은 다 함부로
다음날, 학교에서는 가짜 성적을 샀다는 둥, 부정행위를 했다는 둥, 또 문제지를 훔쳤다는 둥의 성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말할수록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또 어떤 사람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악의적으로 성연을 비난했다.물론 글을 올린 이는 송아연에 매수된 아이였다.없던 화제도 만들어 가며 여론을 성연에게로 몰아갔다.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성연의 성품이 안 좋아 선생님도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성연이 다른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골에서 올라온 애가 어떻게 그런 후원자가 얻을 수 있겠는가?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성연을 편드는 말을 했다. 이윤하 선생과의 불화는 분명 이윤하 선생의 잘못이지 성연의 잘못이 아니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글들은 아주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송아연이 돈으로 모온 ‘댓글 알바'와 이름 모를 네티즌들에 의해 싹 지워진 때문이다.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하나 같이 건방져. 선생님을 직접 사과하게 만드는데도 부모는 팔짱 끼고 있는 거야?][집에 돈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성적을 사는 일도 할 수 있다니, 세상 아직도 이런 법이 있어?][너무 대단하구나. 내가 공부할 때는 선생님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말이야. 여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이런 강짜를 부리다니, 정말 대단해, 대단해.]“…….”성연을 욕하는 사람, 손가락질하는 사람, 또 이 사건을 그저 품평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이 게시물이 핫해서 들어와서 떠들썩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불과 하루 만에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만 회를 찍었다.일부 뒤 늦게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인기를 끌어들이려고 몰래 찍은 성연의 사진을 게시물 아래에 올리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이 게시물을 보는 목적이 무엇이든, 또 어떻게 생각하든 송아연은 상관없었다.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
송성연이 웃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네. 지금 내 이름이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학교 밖에까지 소문이 났단 말이야?’“부정행위? 직접 봤어요? 직접 봤다면 증거를 내놔 봐요. 몇 시 몇 분, 어디서 부정 행위를 했는지? 정확하게 말 못하면 유언비어 날조에 인신모욕으로 고소할 테니까.” 성연의 얼굴이 싸늘했다.영문도 모른 채 한바탕 막말을 들었다. 특히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욕을 먹으니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알바생이 기세 등등하게 대답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가짜겠어? 아직도 몰라? 너 지금 게시판에서 유명인이야.”게시판이라는 말이 언급되자,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다.입술을 빼문 채 눈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다른 사람이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면, 내가 부정행위를 한 게 되는 거야? 당신이 진짜로 봤냐고? 그럼 다시 말해서, 내가 당신이 돈 훔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면, 당신 진짜 훔친 게 되겠네?”말하면서 성연이 휴대폰을 꺼내 점원을 향해 계속 사진을 찍었다.“아이고, 밀크티 가게 알바생 손이 너무 더러워. 마침 나한테 딱 걸렸네.”말하는 내내 알바생을 향해 큰 눈을 깜박였다.“이 사진들 게시판에 이 제목으로 올리는 게 어때요?”알바생의 얼굴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다.“돈, 안 훔쳤어. 그만 멈춰, 그만해.”자신도 알았다. 성연이 정말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면, 자신이 훔치지 않은 걸 거짓으로 올렸다해도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창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쑥덕댈 것이다.진짜 소문이 퍼지면 이 밀크티 가게 사장님도 가게 명성을 위해 자신을 해고할 게 분명했다.그럼 이 알바도 끝이다.곰곰이 생각하던 알바생은 마침내 성연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송성연이 부정행위를 했냐, 안 했냐는 나 혼자 결론 내릴 수도 없는 거지, 뭐.’‘스스로 꽤 정의감이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 흑백도 가리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과 무슨 차이가 있지?’‘이렇게 억울함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야.’
성연이 호주머니에 있던 손을 꺼내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갔다.이전에 가입했지만, 줄곧 들어간 적은 없었다.게시물을 뒤적거리다가 제일 위에 자신에 관한 글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갖 죄명들이 모두 그녀의 머리에 씌워져 있었다.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성연은 학교 측에서 상황을 명확하게 확인해서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까지 학교 측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이런 유언비어는 이미 자신의 생활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무슨 손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학교에서는 그렇다 쳐도 게시판을 통해 이미 학교 밖에까지 소문이 났다.앞으로 그녀가 밥 먹으려 어디 들어가면 모두 쫓겨나지 않을까 싶다.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조급해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할 때다.보건실에 가서 서한기를 찾았다.마침 게임을 끝낸 서한기가 고개를 들어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성연을 쳐다보았다.보건실의 업무는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잠자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보스, 왜 그래요?”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다.“네 컴퓨터 꺼내 봐, 내가 좀 쓰자.” 성연은 침대에 기대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서한기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캐비닛 안의 배낭에서 얇은 노트북을 꺼냈다. 성연이 직접 만든 이 노트북은 부하마다 한 대씩 가지고 있었다.노트북을 건네받은 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말도 하지 않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재빨리 입력했다.게시판에 들어가서 글쓴이를 찾은 다음, 그가 글을 올린 시간을 따라 IP 주소를 찾아냈다.그리고 바로 그 놈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개인 정보를 조회했다.성연은 글쓴이가 놀랍게도 북성남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검은 테의 안경을 쓴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가득했다. 자세히
서한기는 학교 보건실 선생님으로서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는 학교 경비실에 가서 보안요원에게 작은 물건을 잃어버려서 CCTV를 확신할 필요가 있다고 사정했다.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보안요원이 바로 서한기에게 CCTV를 보여주었다.한 시간 후, 서한기는 그날 밤의 CCTV 화면을 찾았다.화면을 성연 앞으로 돌렸고, 화면은 검은 뒷모습에서 멈췄다.성연이 화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CCTV에서 확인해 보니, 영상 속의 사람이 송아연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전에는 그저 송아연에 대해 의심만 했었다. 성연은 송아연이 좀 더 똑똑하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다. 이 시험지는 뜻밖에도 송아연이 직접 학교에 숨어 들어와서 훔쳤다.아마도 최근에 송씨 집안이 송아연 때문에 20억을 써서 돈이 없어서일 거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을 터.영상 속 인물이 송아연이니, 훨씬 일을 처리하기 쉬워졌다.“그날 밤 송씨 저택 앞의 CCTV를 확인해봐. 내가 IP주소를 줄게. 풀 수 있지?” 성연은 노트북을 켰고, IP주소를 입력했다.“보스,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요, 당연한 것을.” 서한기는 보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바로 풀기 시작했다.10분도 안 되어 송씨 저택 앞의 CCTV를 확인했다.두 사람의 몸매를 비교해 보니, 자신을 모함한 사람이 송아연이라는 게 확실해졌다.“너는 이 두 CCTV를 녹화 영상을 편집해서 다운로드해서 내 휴대폰으로 전송해.”송성연은 손을 주머니를 꽂으며 나갔다.동영상을 편집하느라 바빴던 서한기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보았다.“보스, 어디 가세요?”“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린다.” 성연은 이 말만 하고 바로 가버렸다. 서한기는 영문 모르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교실이 있는 건물 옆의 큰 나무에 기대어 앉은 성연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많은 학생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학생들을 관찰
성연은 유성에게 송아연과의 채팅기록과 통장 거개내역을 캡쳐하게 한 뒤, 두 개의 CCTV영상 기록과 함께 게시판에 올리도록 했다.겁도 많고, 배짱도 없는 유성이 돌연 마음이 바뀔까 전혀 걱정되지는 않았다. 두 개의 CCTV에 이미 송아연의 범죄 사실이 모두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자신과 연루되는 것이 두려운 유성이 성연의 말을 듣기로 했다.“너 잘들어, 딴 맘 먹을 생각 하지도 마! 안 그럼 네 손가락 하나 부러지는 걸로 끝나진 않을 테니까!” 성연은 경고하듯 손가락을 꽉 잡았다.유성은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답답했다. 송성연은 갓 시골에서 올라온 뜨내기라, 다루기 쉬울 거라는 송아연의 얘기를 듣고, 돕겠다고 시작했는데.‘그런데 이제 누가 좀 말해 줘. 앞에 있는 악마 같은 애는 도대체 누구인지.’“내가 어떻게 감히……지금 바로 올릴 게.” 손가락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어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기 시작했다.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취지로 성연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채팅기록과 CCTV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게시판을 본 사람들은,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들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게시물 아래 달린 댓글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기본적으로 ‘송아연 범죄의 실체’ 라는 논조였다.[송성연이야말로 가장 무고한 피해자네!][송아연이 송성연에게 고의로 뒤집어씌운 게 분명하구만!]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분위기에 휩쓸려 성연을 비방하던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댓글창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이와 동시에, 성연은 관련 증거들을 모아 교무주임 사무실로 가져갔다.가져간 자료를 본 교무주임의 안색이 확, 변했다. 얼른 전화를 걸어 이윤하 선생을 불렀다. 이윤하는 송아연의 담임교사다. 송아연이 관련된 일이므로 당연히 담임 이윤하가 자리에 있어야 한다.모든 증거들을 본 이윤하는 성연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런데 이 증거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