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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hor: 소피온
윤서하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나무 의자에 묶여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밧줄이 파고들어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호위 두 명이 양쪽에서 윤서하를 붙들었다. 거친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얼음물이 가득 담긴 나무통에 세게 처박았다.

윤서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의자가 삐걱거리고 수면 위로 물거품이 연이어 올라왔다.

눈앞이 하얗게 흐려졌다가 깜깜해졌다. 물 밖으로 끌려 나온 윤서하는 기침을 하며 물을 토해 냈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물속에 처박혔다.

몇 번이나 물속에 처박혔는지 알 수 없었다. 호위 한 명이 손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 세자 저하께서 아시면 벌을 내리실지도 몰라."

다른 호위는 그를 흘겨보며 창밖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창밖에서는 마침 불꽃 하나가 솟아올라 밤하늘을 밝혔다.

여러 겹의 담장 너머로 징과 북, 폭죽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후부 전체가 혼례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호위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오늘은 세자 저하께서 혼인하시는 날 아니냐. 앞으로 이 집안에서는 안주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느냐?"

처음 말했던 호위는 잠시 멈칫하더니 더는 말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윤서하의 머리를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뼛속까지 시린 얼음물에 잠긴 채 의식이 흐려지자, 윤서하는 어린 시절의 일을 떠올렸다.

그날도 불꽃이 터지는 밤이었다.

정월 대보름날, 윤서하는 이도현과 몰래 집을 빠져나와 경성(京城)에서 가장 높은 성루에 올라 온 경성을 수놓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푸른 도포를 입은 소년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밤하늘의 불꽃을 바라보며 약속했다.

"서하야, 내가 성인식을 치르면 윤씨 집안에 가서 청혼하마. 우리가 혼인하는 날에는 모두가 주목할 만큼 화려한 불꽃을 터뜨려 온 경성 사람에게 네가 나의 부인이라는 걸 알리겠다."

윤서하는 기쁜 마음으로 이도현이 붉은 혼례복을 입고 큰 말을 탄 채 성대한 의식으로 자신을 후부에 데려갈 날과 두 사람을 위한 불꽃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 이도현은 윤서하에게 약속했던 불꽃으로 다른 여인과의 혼인을 축하하고 있었다. 윤서하는 차가운 별채에 갇힌 채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억울함을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

눈물이 더욱 거세게 흘렀다. 윤서하는 고개를 홱 돌리고 입술을 세게 깨물어 울음소리를 참았다. 그러자 입가에 피 맛이 번졌다.

오해는 이미 너무 깊어졌고, 사람의 목숨까지 얽힌 원한이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의 관계를 되돌릴 방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이도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걸음도 조금 비틀거렸다.

이도현은 의자에 묶여 있는 윤서하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의자 다리를 따라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서하에게 다가와 쪼그려 앉은 뒤, 턱을 움켜쥐고 뼈가 으스러질 듯 세게 힘을 주었다.

"예전에 내 동생이 죽을 때도 이렇게 고통스러웠겠지?"

이도현의 낮고 잠긴 목소리와 함께 술 냄새가 풍겨 나왔다.

눈물이 윤서하의 뺨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려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때 호위 한 명이 다급한 표정으로 마당에 뛰어들어와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저하! 큰일 났습니다! 오늘 밤 터뜨린 불꽃에 화약을 너무 많이 넣어, 그중 하나가 낮에 윤씨 집안의 장례 행렬이 머물렀던 곳으로 떨어졌습니다. 불길이 번져 장례 물품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윤서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곳은 어머니의 장례 행렬이 머물렀던 곳이었다!

윤서하는 온몸을 떨며 이도현에게 달려들어 소매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가게 해 주십시오! 제발 어서 보내 주십시오! 그곳에 어머니의 관이 있습니다!"

이도현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윤서하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제법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군. 채원은 네 어머니가 무사히 방 안에 계셨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도현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현장까지 함께 가 주마. 윤서하. 네 말이 사실이라면 더는 묻지 않겠다. 거짓이라면 남은 평생 내 곁에 갇혀 한 걸음도 떠날 생각 하지 마라."

...

현장은 엉망이었다. 불은 꺼졌지만 사방에 탄 냄새가 가득했다.

뒤따르던 하인들과 관을 메던 일꾼들은 모두 다친 채 신음하고 있었다.

윤서하는 다은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한가운데 불에 타 새까맣게 변한 관에 멈춰 섰다.

"어머니!"

윤서하는 정신없이 달려가 두 손으로 뜨거운 관 뚜껑을 밀어 올리려 했다. 잔열에 손바닥이 데어 붉게 달아올랐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온 힘을 다해 관 뚜껑을 열려 했다.

이도현은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그는 뒤따라온 호위들에게 손짓했다.

"가서 관 뚜껑을 열어라."

호위 두 명이 다가가 힘을 합쳤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까맣게 탄 관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

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윤서하는 그 자리에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어 관 안을 더듬었지만, 밑바닥에는 불에 타버린 나뭇조각뿐 아무것도 없었다.

이도현은 천천히 다가와 텅 빈 관 안을 훑어본 뒤, 넋을 잃은 윤서하를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윤서하, 한 번도 아니고 너를 믿으려 했던 내가 한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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