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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허유나."

임유환은 주저 없이 허유나의 이름을 불렀다.

병실 안팎에는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최서우도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눈앞의 이 여자가 임유환의 전처인 허유나라니, 둘 사이의 일을 부풀려진 소문으로만 전해 들었는데 그 당사자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허유나는 몸을 떨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다 봤겠지?'

이렇게 완전히 망하는 모습이 임유환이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일 텐데 하필 이럴 때 마주하니 어떻게 피할 수도 없어 몸을 돌려 그 얼굴을 마주했다.

하루 만에 본 허유나의 얼굴에는 그 전에 늘 자리 잡고 있었던 오기와 증오가 사라진 채 생기를 잃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유나는 임유환을 보며 자신을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는데. 너도 내 꼴 우스워지니까 보러 왔니?"

임유환은 말없이 아무 감정도 엿보이지 않는 차분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임유환에 허유나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이렇게 된 것도 다 내 탓인 거 알아. 그니까 비웃을 거면 비웃어."

"근데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 많지도 않아. 나 4천만 원만 빌려줘. 이 돈은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

"몸에 상처들은 뭐야?"

동문서답을 하는 임유환에 허유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제 장안그룹 가서 따지다가, 장문호가 사람 시켜서 때렸어..."

말을 하는 허유나는 임유환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지금껏 임유환만큼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사람이 없었다. 허유나가 힘들 때면 늘 곁에 있어 주며 힘이 되어줬는데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그런 임유환을 제 손으로 버린 것이다.

"장문호."

장문호의 이름을 되뇌는 임유환의 목소리가 하도 평온해 그 마음이 어떤지는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아는 사이에요?"

그때 한쪽에 서 있던 주치의가 물어왔다.

"그런 셈이죠."

담담하게 대답하는 임유환의 목소리가 멀어진 둘 사이를 상기시키듯 매정하게 들려와 허유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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