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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Auteur: 해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0 21:25:52

건욱의 시선이 미주의 가방에 잠시 머물렀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미주의 손을 놓고 경호원들을 따라 걸었다. 뒤에서 친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미주까지 위험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

차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니었다.

검은 승용차가 장례식장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안, 이안은 창밖을 바라보며 익숙한 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차는 집으로 향하는 교차로를 지나쳤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대표님께서 조용히 쉬실 곳을 마련하셨습니다.”

“난 집에 가겠다고 했어요.”

“현재 자택에는 기자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당분간 외부 접촉을 피하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이안은 민석을 바라보았다.

“기자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할까 봐 무서운 거겠죠.”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미주에게 위치를 전송했다. 이어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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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7화

    건욱의 시선이 미주의 가방에 잠시 머물렀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안은 미주의 손을 놓고 경호원들을 따라 걸었다. 뒤에서 친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미주까지 위험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차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니었다.검은 승용차가 장례식장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안, 이안은 창밖을 바라보며 익숙한 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러나 차는 집으로 향하는 교차로를 지나쳤다.“어디로 가는 거예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석이 뒤를 돌아보았다.“대표님께서 조용히 쉬실 곳을 마련하셨습니다.”“난 집에 가겠다고 했어요.”“현재 자택에는 기자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당분간 외부 접촉을 피하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셨습니다.”이안은 민석을 바라보았다.“기자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할까 봐 무서운 거겠죠.”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미주에게 위치를 전송했다. 이어 회사에서 걸려 온 부재중 전화를 발견하고 곧바로 연락했다.설계팀장이었다.“팀장님, 무슨 일이세요?”수화기 너머에서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평소라면 업무부터 이야기했을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주변을 살피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이안 씨, 혹시 서림 복합문화센터 건에 관해서 들은 얘기 있어요?”이안은 자세를 바로 했다.서림 복합문화센터는 그녀가 지난 일 년 동안 매달린 프로젝트였다.폐공장을 문화시설로 바꾸는 사업이었다. 오래된 철골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이안은 수십 차례 현장을 방문했고, 낡은 기둥 하나를 남기기 위해 구조기술자들과 밤늦게까지 의견을 나누었다.결혼 후 자신이 끝까지 지켜 낸 몇 안 되는 일이었다.건욱이 유나의 전시회를 보러 가는 날에도, 집안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듣던 날에도, 그녀는 그 도면을 완성하기 위해 일했다.“내일 최종 협의하기로 했잖아요. 일정이 바뀌었어요?”팀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6화

    건욱의 시선이 이안의 휴대전화에 머물렀다.장례식장 복도에는 조문객들이 오가는 발소리와 낮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두 사람 곁을 지나갔고, 분향소에서 흘러나온 향 냄새가 복도까지 짙게 번지고 있었다.이안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조금 전 통화한 남자는 장례식장에서 재생된 녹음에 마지막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고, 다시 걸었을 때는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건욱이 들려준 녹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누구랑 통화했어?”건욱이 다시 물었다.이안은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 넣었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건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신한테 말할 이유 없어.”그가 손을 뻗자 이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어제부터 반복해서 붙잡힌 손목이 욱신거렸고, 붉게 부어오른 뺨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그 모습을 본 건욱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손목에 머물렀지만,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내가 모르는 사람이 유나 일에 끼어드는 건 용납 못 해. 전화 줘.”“언니 일이라면 나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 내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니까.”“그러니까 더더욱 네가 누구와 접촉하는지 알아야겠다는 거야.”건욱은 당연한 요구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이안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아내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려 한다는 사실보다, 유나에 관한 이야기가 자신의 통제 밖에서 오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더 중요한 듯했다.그때 미주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왔다.“그만하세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준 것도 모자라서 이제 전화까지 검사하겠다는 거예요?”건욱은 미주를 천천히 돌아보았다.“우리 부부 사이의 일입니다. 비켜 주시죠.”“부부 사이의 일이라면 아내가 맞고 있을 때는 왜 가만히 있었어요?”미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이안이가 뭘 잘못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사과문부터 만들어 놓으셨잖아요. 그게 정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5화

    민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건욱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리고 백이안 씨가 사용하는 차량, 카드, 집 출입 권한도 다시 확인해. 내 명의로 된 건 전부 정리하고.”이안은 남편을 돌아보았다.그는 더 이상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오히려 낮고 차분했다. 회사에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거래처를 정리할 때와 다르지 않은 태도였다.이안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깨달았다.건욱에게 자신은 아내가 아니었다.사랑하는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믿는 상대였고, 자신의 권력으로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미주가 이안의 팔을 잡았다.“가자. 여기서 더 있을 필요 없어.”이안은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사진 속 유나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제 통화에서 들었던 마지막 웃음과 너무도 비슷한 얼굴이었다.이안은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 향도 피우지 못했고, 절조차 올리지 못했다.그녀는 사진을 향해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미주와 함께 분향소를 나왔다.***복도 끝에 도착했을 때 이안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낯선 번호였다.어젯밤 자신에게 전화했던 번호와 같았다.이안은 걸음을 멈췄다. 미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잠시 기다려 달라는 뜻을 전했다.전화를 받자 상대는 인사도 없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장례식장에서 녹음이 재생됐습니까?”이안은 숨을 삼켰다.“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그걸 알고 있어요?”상대는 잠시 침묵했다.멀리서 차량 문이 닫히는 소리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주변을 살피는 듯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젯밤 말씀드린 원본을 보관하던 사람과 연락이 끊겼습니다.”이안은 복도 벽에 손을 짚었다.“원본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요?”“그 사람은 유나 씨의 통화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원본이 남아 있었습니다.”이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4화

    건욱은 이안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정해 놓은 방식으로 유나에게 속죄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태도를 더 용납할 수 없었다.그는 이안의 붉게 부은 뺨을 다시 보았다.소정에게 맞은 자국이었다.건욱은 그 자국이 아프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안이 고통을 느낄 때마다 유나가 마지막으로 겪었을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랐다.***그때 분향소 입구에서 휴대전화 카메라의 작은 작동음이 들렸다.정미주였다.검은 코트를 입은 미주는 조문객들 뒤에 서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안과 눈이 마주치자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안은 친구가 방금 벌어진 일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처음으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건욱은 이미 미주의 존재를 발견한 뒤였다.그의 시선이 미주의 휴대전화에 머물렀다.“저 사람 누구야?”민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미주가 앞으로 나왔다.“백이안 씨 친구입니다.”미주는 건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학 시절부터 이안의 결혼을 반대했던 사람답게 그의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장례식장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세우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건욱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미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경호원에게 손짓했다. 미주가 촬영한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확인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미주는 휴대전화를 자신의 가방 안에 넣었다.“제 휴대전화에 손대면 바로 신고할 겁니다. 방금 여기서 있었던 일도 포함해서요.”건욱은 한동안 미주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냉정한 계산이 떠올라 있었다. 많은 조문객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또 다른 소란을 만들면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결국 그는 경호원에게 물러서라고 손짓했다.그러나 이안에게는 달랐다.“넌 여기 남아.”그는 이안이 미주와 함께 나가려 하자 손목을 붙잡았다. 전날부터 반복해서 붙잡혔던 자리가 다시 아파 왔고, 이안은 본능적으로 팔을 움츠렸다.미주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3화

    분향소 안이 조용해졌다.‘우리 결혼생활에 더는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거기서 녹음이 끝났다.이안은 스피커를 바라보았다.어제 통화의 앞부분이 없었다. 유나가 건욱의 연락을 언급하며 자신을 자극했던 말도, 웃으면서 동생의 행복을 물었던 대목도 빠져 있었다.남은 것은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유나의 질문과 그것을 차갑게 거절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안의 목소리뿐이었다.소정이 비명을 질렀다.“들었죠? 우리 유나한테 저렇게 말했어요. 저 애가 내 딸을 몰아붙였다고요!”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변 친척들이 급히 붙잡았지만 소정은 손을 뻗어 이안의 어깨를 밀쳤다.이안은 비틀거리며 제단 옆으로 물러났다.그때 건욱이 소정의 앞을 막았다.잠시나마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인가 싶었지만, 건욱은 소정의 팔을 부축해 다시 의자에 앉혔을 뿐이었다. 그는 유나의 어머니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이안을 돌아보았다.“이제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이안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당신도 통화 전부를 안 들었잖아.”건욱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내가 언니한테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묻지도 않았어. 언니가 먼저 무슨 말을 했는지, 왜 내가 그만하라고 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잖아.”이안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울음을 억누르느라 입술 안쪽을 세게 깨물었다. 금속성의 비릿한 맛이 혀끝에 번졌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건욱은 잠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침착하게 대응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러나 곧 그의 시선이 다시 차가워졌다.“유나는 죽었어. 네가 무슨 변명을 하든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그 말에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언니는 죽었어. 그래서 더더욱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거야.”이안이 스피커 쪽으로 다가가자 건욱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여기서 더 소란 피우지 마.”그는 민석에게 장비를 치우라고 지시했다.이안은 민석의 손에 들린 노트북을 바라보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12화

    이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정을 바라보았다.소정은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물 속에는 딸을 잃은 슬픔과 함께, 이안을 향한 원망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려는 의지가 섞여 있었다.정필이 다가왔다.그는 소정을 말리지 않았다.오히려 이안의 어깨를 붙잡아 조문객들이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밀어냈다.“네가 언니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여기서 사과해라.”이안은 아버지를 돌아보았다.“아버지,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정필의 얼굴이 굳었다.“죽은 사람 앞에서까지 변명할 생각이냐?”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네가 지금 여기서 고개만 숙이면 된다. 그게 그렇게 어려워?”이안은 아버지의 손을 떼어 냈다.“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할 수는 없어요.”그 순간 소정이 이안의 뺨을 때렸다.날카로운 소리가 분향소 안에 울렸다.이안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잠시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입술 안쪽에서 비릿한 맛이 번졌다.소정은 손을 떨며 울부짖었다.“네 언니가 죽었어! 네가 조금만 양보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소정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이안을 때린 일에 대한 후회는 보이지 않았다.정필은 딸의 뺨이 붉게 부어오르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조문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집안일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그 사과에는 이안이 맞은 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이안은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아버지는 제가 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세요?”정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그때 건욱이 앞으로 나섰다.그는 이안의 붉어진 뺨을 잠시 바라보았다.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영정사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만하세요.”소정이 흐느끼며 건욱의 팔을 붙잡았다.“건욱아, 네가 우리 유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저 애가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잖니.”건욱은 소정의 손을 감싸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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