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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작가: 별구
“엄진우, 솔직히 말해. 정말 네가 한 짓이야?”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어봤다.

“오전 일로 고 차장에게 불만을 품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되지.”

엄진우는 잠시 멈칫했다.

예우림을 위해 나섰는데 그녀는 오히려 그를 오해하고 반대편에 서서 그를 훈계했다.

순간 엄진우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려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부대표님도 지금 제 말 못 믿으시겠다는 거죠? 좋아요, 부대표님이 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런 거로 해두죠.”

어차피 그가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예우림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너한테 상황을 묻고 있는 거야.”

“신입사원 주제에 어디서 감히 부대표님에게 그딴 식으로 말해? 부대표님, 저런 직원은 반드시 해고해야 해요!”

예정명의 껌딱지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예우림 씨, 나 억울한 사람 만들래요?”

이호준은 경멸의 표정을 짓더니 고인하와 음흉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예우림의 차가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깊은 고민에 빠져버렸다.

사실 그녀도 엄진우가 이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필 사람들은 그의 폭행 현장을 직접 보았고 엄진우에게는 결백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엄진우의 편을 들어준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그녀를 비난할 것이다.

어쨌든 부대표라는 자리는 그리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

이때, 침묵하던 소지안이 불쑥 입을 열었다.

“고 차장님, 목숨을 걸고 반항해서 저 일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때려눕힌 겁니까? 하지만 고 차장님의 신체적인 조건으로 보았을 때 그만한 힘은 없어 보이는데요? 부대표님, 제가 보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소지안의 말에 예우림은 즉각 반응하더니 이내 싸늘하게 말했다.

“맞네요, 고 차장님. 평소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드시다던 분이 오늘은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때려눕혔죠?”

순간 고인하는 할 말을 잃었다.

예정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이 이호준 도련님이 고인하에게 사주했다는 건 증명할 수 없어. 예림아, 이호준 도련님은 우리 고객님이야. 그런데 너 설마 저까짓 신입사원 때문에 이호준 도련님과 등질 거야? 그게 아니라면 당장 해고해!”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 일은 제가 나중에 알아서 조사할 테니 삼촌이 이래라저래라할 필요 없어요. 일단 두 사람에게 모두 징계를 내릴 거예요. 고인하 차장은 정직 10일, 엄진우 사원은 보름치 월급을 깎는 거로 하죠. 다시 해고를 운운한다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예우림의 싸늘한 말투에 사람들은 분분히 입을 다물었다.

이호준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젠장! 저 자식을 또 살려줬다니.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 없어. 오늘 밤만 지나면 예우림은 내 여자야.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

경국지색인 예우림을 바라보는 이호준의 눈동자에는 탐욕과 광기가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 말에 엄진우는 바로 뒤돌아서 떠났다.

“상관없습니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엄진우는 더는 그녀에게 할 말이 없었다.

그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다니. 정말 실망스럽다.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 남자 대체 왜 이렇게 경솔한 거야. 오전에 금방 서 과장을 폭행했다더니 또 사고 쳤네. 정말 구제 불능이야. 내가 없었다면 백 번이고 해고당했을 텐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소지안은 멀어져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림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어쩌면 엄진우 씨를 오해한 것 같아.”

예우림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지안아, 나 지금 복잡하니까 이 얘긴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일단 프로젝트에 대해 이호준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하지만 이대로 체념할 수 없었던 소지안은 오히려 엄진우가 더 궁금해져 대충 핑계를 둘러대고 조퇴했다.

이내 롤스로이스 팬텀이 회사 앞에 멈춰서더니 연미복을 입은 노인이 차에서 내렸다.

“아가씨, 모시러 왔습니다.”

“아저씨, 저 앞에 스쿠터 탄 남자 보이시죠? 저 남자 따라가 주세요.”

소지안은 다급히 차에 올라타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엄진우를 가리켰다.

퇴근하고 나니 엄진우는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했다.

그래서 그는 공유 스쿠터를 몰고 현지 골동품 장터로 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정보상들이 있어 어쩌면 뷔젠트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바퀴를 돌았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

아무래도 뷔젠트는 해외에서 가장 큰 지하 조직이라 그들의 단서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그는 저도 몰래 돌 도박이 한창인 노점으로 다가갔다.

일반 옥석이 아닌 최상급 원석인 화산호!

이는 유명하고 진귀한 옥으로 약으로 쓸 수도 있고 깨끗하지 못한 존재로 물리칠 수 있다고 해서 옥석보다 훨씬 비싸고 폭리이다.

그리고 화산호에는 가장 진귀한 품종인 제왕염화산호가 있는데 이는 예전에 천문 수자의 가격으로 경매되었다.

엄진우도 구경하기 시작했다. 돌 도박을 노는 사람은 대략 일여덟 명인데 다들 큰돈 아닌 몇십만 원으로 작게 배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의 한 커다란 금목걸이를 목에 두른 대머리 남자는 마치 미친 듯이 번마다 수천만 원씩 처넣었다.

“일 등급 10개, 이 등급 30개, 삼 등급 100개 주시게!”

남자는 지표를 던지며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일반적인 산호 반 조각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이오? 수천만 원을 썼는데 어쩜 화산호의 그림자도 안 보인단 말이오!”

“돌 도박이란 게 아시다시피 모두 운이잖아요. 화산호가 나올 확률은, 아니 고급 원석이 나올 가능성도 천분의 일밖에 안 돼요.”

노점 주인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아주 좋은 특급 원석이 하나 있긴 한데, 화산호가 나올 확률이 10퍼센트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가격이 좀 세요. 20억......”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10퍼센트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20억은 너무 비싸다.

하지만 대머리 남자는 개의치 않고 손짓했다.

“좋소, 가져오시게.”

말을 끝낸 대머리 남자는 20억짜리 수표를 내밀었다.

노점 주인은 크게 기뻐하더니 직원에게 특급 원석을 가져오라고 분부했다.

원석을 보니 역시나 때깔이 아주 좋았고, 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노점 주인은 남몰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문외한을 속이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이다. 아마 이윤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질 수도 있겠다.

대머리 남자가 다급히 말했다.

“이봐, 빨리 열라고.”

“잠깐!”

이때 때아닌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씨, 충고하는데 늦기 전에 돈 돌려받아요. 이거 가짜예요.”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뭐라고? 이 원석이 가짜라고?

모두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구석에 놓인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히려 이 돌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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