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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예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신의님, 장난하지 마세요. 그 자식 대충 혈 자리만 눌렀을 뿐이에요. 그런데 불치병이라도 치료했겠어요?”

“그렇다면 그건 의술이 아니라 신학이죠.”

“그러니까요, 나도 몇 번만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요.”

송영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사지도 한의학에서는 기술적으로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흥찬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시게. 이 화제는 이젠 끝내고 나와 차나 한잔하지, 송 신의. 우리 집에 아주 귀한 차가 있다네.”

송영민은 하는 수 없이 하던 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긴,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다.

잠시 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송영민을 배웅했다.

예정국이 불쾌한 듯 말했다.

“신의는 무슨, 아까 행동으로 보아하니 그저 허울뿐인 것 같네요.”

예흥찬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송 신의도 이젠 늙었어. 그러니 가끔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아버지, 오늘 일 그저 이렇게 넘기시는 건가요? 이 아들이 그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고요.”

예정명이 새빨간 손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비비며 씩씩거리자 예흥찬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엄진우라고 했나? 우리 회사 홍보팀 직원인 것 같던데, 그런 작은 인물에게 복수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

“그 말씀은?”

예씨 형제는 깜짝 놀라 흠칫했다.

예흥찬의 머릿속에서 사악한 음모가 피어나고 있었다.

......

“다 만졌어?”

버드나무 리조트에서 나온 후, 예우림은 바로 엄진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약속한 시간은 분명 1시간인데, 벌써 10분이나 지났어.”

엄진우는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해요, 부대표님. 제가 기억력이 별로라서......”

사실 예우림의 몸이 너무 부드러워서 엄진우는 저도 몰래......

“오늘 상황은 너도 봐서 알 거야. 난 단지 정략결혼이 싫어서 널 이용했을 뿐이니 김칫국은 마시지 마!”

예우림은 팔짱을 끼고 또박또박 말했다.

“넌 고작 고졸에 월 150만 원을 받는 인턴일 뿐이야. 하지만 난 해외파 박사고 지성그룹 부대표지. 날 원하는 남자는 태평양 동해안에서 창해시까지 줄 섰어! 너와 난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하늘의 별은 절대 강에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지 않아.”

엄진우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네, 그러면 이만 가도 될까요?”

예우림은 멈칫했다.

그녀가 한 말은 상대의 환상을 깨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역시 천민이다.

안목과 식견이 제한되어 현실에 안주하며 닥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예우림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남자에게 자기의 첫 경험을 주었다니.

고개를 돌려 떠나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예씨 가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다급히 엄진우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잠깐! 내가 언제 가라고 했어?”

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부대표님, 할 얘기 있으세요? 제 역할은 여기서 끝난 거 아닌가요?”

엄진우가 오늘 예우림을 도와준 건, 자신이 예우림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일을 청산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예우림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나만 따라오면 돼.”

“또 간다고요? 어딜 가는데요?”

엄진우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예우림은 엄진우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차에 밀어 넣었다.

차는 외곽을 벗어나 오피스 빌딩에 멈춰 섰다.

엄진우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구청? 저기요, 지금 뭐 하시려고......”

“넌 물을 자격 없어.”

예우림은 이 한마디만 던진 채 엄진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혼인 신고 해주세요.”

구청 직원은 엄진우가 납치되어 온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예쁘고 우아하고 돈도 많아 보이는 여자가 굳이 이런 궁상스러운 남자를 납치해 혼인 신고할 필요가 있을까?

20분 뒤,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엄진우는 아직도 멍한 상태이다. 그가 유부남이 되었다고?

게다가 상대는 오늘 처음 만난 직속 상사, 예우림?

예우림은 그제야 눈썹을 치켜올리며 엄진우를 바라보았다.

“너 왜 안 물어봐?”

엄진우는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기 부대표님, 저 계속 물었는데 대답 안 해주셨잖아요!”

예우림은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녀는 뻘쭘한 마음에 이내 화제를 돌렸다.

“내 약혼자 연기를 부탁한 건 호문소주와의 혼사를 피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그 집안사람들 만만치 않아. 내 계략을 간파하기 위해 아마 내 뒤에 사람을 붙였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넌 반드시 나와 함께 이 연극을 끝까지 해야 할 거야. 네 역할에 충실하길 바랄게.”

말을 끝낸 예우림은 엄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를 몰고 외곽의 한 별장으로 갔다.

별장에 도착한 뒤, 예우림은 정색해서 말했다.

“여긴 우리 집이야. 앞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여기서 지내. 그래야 우리 가문 사람들이 너와 내 관계를 믿을 수 있어. 내 방은 2층이니까 넌 절대 올라오지 마! 올려다보는 것조차도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흥!”

예우림이 올라가려는 그때, 엄진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부대표님, 그럼 전 어디서 지내요?”

예우림이 쌀쌀맞게 대답했다.

“1층이 얼마나 큰데 아무 데나 소파 하나 찾아서 자면 될 거 아니야!”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예전의 엄진우라면 아마 그녀를 제압하고 아주 호되게......

“아니면 창고 좀 정리하고 거기서 자던가.”

예우림은 왠지 그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엄진우, 잊지 마! 넌 내 직원이고 난 네 상사야. 그러니 내 말에 따르도록 해.”

젠장, 치사하게 직급으로 사람을 누르다니.

엄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가 없어도 한참 없는 날이다.

하필이면 이 악독한 여자와 사무실에서......

저녁 무렵.

엄진우는 겨우 창고를 정리하고 침실로 꾸몄다.

이때.

어두운 그림자가 순식간에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엄진우는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누구야?”

설마 누군가 예우림을 죽이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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