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옷을 벗다

봄 옷을 벗다

Oleh:  수산월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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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지순하고 달달한 치유 사랑극 대하진과 육명장이 처음 마주한 날, 노부인은 말했다. “너보다 한 항렬 위이니, 삼촌이라고 부르거라.” 육명장은 무심히 덧붙였다. “불편하게 여기지 마라. 여길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노부인의 말씀대로 삼촌이라고 부르거라.” 훗날, 대하진이 그의 앞에서 간절하고 애처롭고 가련하게 청할 때도, 그는 아무 미동도 없었다. 대하진은 온기 없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삼촌 어째서 저를 아껴주지 않나요?” 육명장의 눈썹이 움찔였다.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좋다.” 그녀가 아껴달라 청하니, 그는 참으로 은밀한 방식으로, 그녀를 뼛속까지 아껴주었다. 그후, 대하진은 가장 절체절명의 순간에 떨리는 목소리로 삼촌을 외치게 되었다. 그녀는 상상조차 못 했다. 언젠가 이 사내가 그녀의 귓가에 낮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발돋움하지 말아라, 지아비인 내가 네게 맞춰 고개를 숙일 테니.” 훗날, 그녀가 위풍당당히 높은 자리에 앉았을 때, 원한 가졌던 자들은 그녀 앞에 무릎 꿇고, 대부인께 올리는 차를 공경히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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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하진아, 내 아이를 낳아다오.”

비단 이불 아래, 수 놓인 베개 사이에 사랑의 흔적이 가득했다.

손가락 아래로 뜨겁게 오르내리는 그의 등이 느껴졌다.

사준영은 하진의 아랫배를 연신 쓸어내렸다. 심하게 갈라진 목소리는 정욕이 극에 달하기 직전의 인내심이 서려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그녀의 나른한 신음은 입술 사이에서 잘게 부서졌다. 그녀는 목을 젖혀 그의 입맞춤을 받아냈고, 하얀 팔로 자신도 모르게 땀에 젖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검푸른 머리칼은 베개 위에서 뒤엉켰고, 묘한 감정은 몸의 구석구석을 조금씩 타올랐다. 가만히 여운이 온몸에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랑의 물결이 가장 짙어질 때쯤 따뜻한 기운이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그의 핏줄이 섞인 아이를 맺어주려는 듯이.

바로 그때,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아버지께 드리려고 만든 필통입니다!”

맑고 또렷한 아이의 목소리는 하진을 기억에서 끌어냈다.

이어서 담장 밖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재주가 참 좋구나, 네 아버지도 틀림없이 좋아하실 거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하진은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시퍼런 핏줄이 가득한 손가락은 앙상하고 거칠었다.

멍하니 있는 사이, 익숙하고 온화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정성이 갸륵하구나, 이 아비는 아주 마음에 든단다.”

하진은 떨리는 손을 거두었다.

탕약을 들고 들어온 규안의 눈시울이 붉었다.

“약이 다 되었습니다.”

“저 아이는, 이 도령이냐?”

하진은 탕약을 보지 않고 담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네, 주인님과 큰마님의 막내 아드님입니다.”

규안은 답답한 듯 탕약을 상에 내려놓았다.

사내의 마음은 차가운 쇠와 같다지만, 전에는 하진밖에 없었던 그는 지금 하진을 쇠보다 더 딱딱하게 대하고 있었다.

하진은 약사발을 움켜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단숨에 들이켰다. 쓴맛이 목구멍 가득 퍼졌다.

“나가 보아라.”

규안은 그녀의 앙상한 뒷모습을 보며, 감히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방문이 닫히자, 하진은 팔을 창틀에 걸쳤다. 햇빛 아래, 그녀의 피부가 투명하게 빛났다.

그녀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이 엉망진창인 삶에 더는 미련을 두지도 않았다. 죽음이 임박하자, 지난날의 일들이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평곡, 대만창의 맏딸이었다. 대씨 가문은 비록 상인 집안이었으나, 한 지역을 부유하게 할 정도의 재력이 있었다.

그녀와 사준영의 혼약 또한 고모인 대만여 때문이었다.

오래전, 대만여는 고집스럽게 가난한 선비, 사백산에게 시집갔고, 사백산의 과거시험과 벼슬길은 모두 대만창의 돈으로 치러졌다. 훗날 대씨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데 도움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이후 사백산이 7품 도사(都事:중앙 각 관서의 사무를 주관하거나 지방의 관찰사를 보좌하던 관직) 벼슬을 하자, 대하진과 사준영은 어린 나이에 혼약을 맺었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하진과 사준영의 혼례를 논하려던 때, 하진의 어머니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녀는 삼년상을 치렀고, 두 사람의 혼례는 열아홉 살로 미루어졌다.

그녀가 상복을 벗자마자 사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맞이하러 사람을 보냈다.

처음 사씨 집안에 들어갔을 때, 고모 대만여는 그녀를 친근하게 대했고, 외사촌이었던 사미정은 그녀를 언니라 부르며 잘 따랐다. 누구보다 온화하고 자상했던 사준영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린 시절처럼 그녀에게 장난을 쳤다.

허나,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변했다.

“오라버니, 혹 추밀사(樞密使:군사(軍事)에 관한 일을 관장한 정부기관의 장관) 댁 육 아가씨와 아는 사이세요?”

하진도 언젠가 사준영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아랫것들이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사준영은 단호하게 답했다. 만약 그때 사준영이 사실대로 말했다면, 하진은 그의 곁을 떠났을 것이고, 시집가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사준영은 험난한 벼슬길에는 육씨 가문의 권세로 길을 닦아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육완아를 성대히 정실 부인으로 맞이했고, 하진에게 달콤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첩으로 들였다.

“하진아, 나 말고는 너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리고 난 너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그녀가 이 집안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대하진은 결국 사준영의 첩이 되었다.

하진의 방은 항상 그를 위해 등불을 켜졌고, 붉은 휘장은 따뜻했으며, 그의 사랑을 받아 아이까지 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완아가 사람들을 이끌고 들이닥치더니, 두 명의 아낙이 그녀를 붙잡았다. 검고 걸쭉한 낙태약을 그녀에게 억지로 들이부어, 마시게 했다. 형체를 갖춘 남아는 그 일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고, 그녀의 몸도 망가졌다.

그날 이후로, 사준영은 다시는 그녀의 방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를 잡아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외면뿐이었다.

얼마후, 육완아는 연이어 아이들을 낳았고, 하진은 차가운 방에 꼬박 십 년을 버려졌다.

“하진아, 대하진.”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사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림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두 눈이 새빨개진 사준영의 품에 안긴 뒤였다.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없는 모습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오라버니, 왜 이러세요!’

그녀는 영문을 묻고 싶었으나, 이미 말할 힘조차 없었다.

햇살이 먼지 사이로 스며들었고, 그녀의 몸도 서서히 차가워져 갔다.

……

“평곡에서는 본 적없는 물건들이 여기 저잣거리에 많습니다!”

규안이 차를 들고 들어오며 재잘거렸다.

하진은 찻잔을 받아 들었다. 따뜻한 잔의 표면에 손끝이 닿자,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틀 전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열아홉 살, 사씨 가문에 들어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때로 돌아와 있었다.

고개를 숙여 손을 보니, 손가락 마디부터 끝까지 선이 매끄러웠고, 손톱은 봉긋하게 솟아 분홍빛 광택이 돌았다. 화장대 앞으로 가니, 구리거울 속에 고운 얼굴에 맑은 두 눈, 붉은 기가 도는 뺨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 후, 그녀는 이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사준영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사씨 가문을 벗어날 궁리만 했다. 다시는 사준영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준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고, 고모인 대만여도 그럴 것이었다. 대만여는 그녀의 상인 신분을 깔보면서도, 그녀의 풍족한 혼수를 탐내고 있었다.

대하진의 아버지인 대만창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오직 그녀의 혼사가 대씨 가문에 가져다줄 많은 이익에만 관심이 있었다. 전생에 그녀가 곤경에 처했을 때도, 대만창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늘 산 비녀와 귀걸이를 챙겨서, 고모님과 미정에게 주거라.”

하진은 몸종에게 분부했다.

“여기에 머물고 있으니, 체면을 차려야 한다.”

규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장신구 상자와 향분을 챙겼다. 규안의 시선은 하진의 목에 머물렀다.

“왜 그것을 착용하셨습니까?”

금실로 엮은 청옥 목걸이는 하진이 평소에 아까워서 잘 착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미끼다.”

하진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내일은 바로 육완아의 생일이었다.

육씨 가문의 육부는 벽돌 한 장, 기와 한 조각까지 권세의 차가움이 스며 있었다. 그곳에 우뚝 서서, 숨만 내쉬어도, 하진처럼 아무런 기반 없는 여인을 산산조각낼 수 있는 곳이었다.

안채에서 대만여는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고, 외사촌 미정은 옆에서 손수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진이 들어오자, 대만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에 아프다더니, 오늘은 안색이 그나마 좋구나.”

“고모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별다른 탈은 없습니다.”

하진이 무릎을 굽혀 예를 갖추자, 규안은 장신구 상자를 내밀었다. 눈치 빠른 사미정은 상자를 획 열어젖히더니, 보석을 확인하고 눈을 번쩍였다.

“언니, 이 비녀 정말 예쁘네요!”

대만여는 상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늘, 어찌 이리 낭비하느냐.”

말은 그리하였으나, 거절하는 기색은 없었다.

“두 분이 좋아하는 걸로 되었습니다.”

하진은 눈을 내리깔아 싸늘한 감정을 감추었다. 사미정은 상자 속 보석들에 눈이 팔려, 저도 모르게 말했다.

“내일 육부에 가서 체면을 잃을까 봐 걱정했는데, 마침 잘되었네요.”

사미정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황급히 입을 가렸다.

내일은 육씨 가문 규수의 생일잔치였다.

사미정이 이 일을 계속 숨겼던 것은, 하진이 따라가려고 할까 봐서였다. 사미정은 하진의 상인 신분을 깔보았고, 그녀 때문에 다른 귀족 규수들이 자신까지 가볍게 여길까 봐 걱정해서였다.

그러나 하진이 사미정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사미정이 말을 돌리려고 애쓰는 사이, 상석의 대만여가 입을 열었다.

“네가 오기 전에 이 아이가 계속 고민하더구나. 초대장이 한 장뿐이라 두 사람은 가지 못하는데, 선뜻 언니인 네게 양보하겠다고 하더구나. 이 마음이 얼마나 가상하느냐.”

대만여의 여식은 영리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장신구 상자 하나에 이성을 잃고 입을 놀릴 정도였다. 관료 집안의 규수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점을 생각하자 대만여도 어쩔 수 없었다. 사백산이 벼슬길에 오른 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직급은 낮고 권력은 미미하여 매달 봉급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만여는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집 안팎의 모든 일에 돈을 써야 했고, 수년간 오직 친정에서 가져온 혼수품에 의지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나 늘 살림이 빠듯했다.

“그 댁 규수께서는 틀림없이 미정이와 친분이 깊어 청첩장을 내린 것이겠지요. 호의로 양보한다 해도, 염치없이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진은 웃으며 말했다.

육완아의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최고의 권세와 부귀를 가진 이들이었다. 일정한 관직이 없으면 그 댁의 대문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한낱 벼슬아치의 여식인 사미정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은 필시 사준영 때문이었다.

“그런 고귀한 집안에 언니가 가면 오히려 푸대접받을 수도...”

사미정은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하진의 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것은 아주 희귀한 장신구였다. 굳이 만져보지 않고 보기만 해도 그 특별함을 알 수 있었다.

“그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하진은 고개를 숙여 가슴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너무 무거워서, 평소에 잘 착용하지 않아.”

사미정은 눈을 반짝이며, 상자 속 보석들을 제쳐놓고 물었다.

“하루만 빌려주면 안 될까요?”

하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마음에 든다는데 하루 빌려주는 게 대수겠니? 다만, 이것을 절대로 집 밖으로 가져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사미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았다. 마냥 좋다고 답하며, 하진 눈가의 차가운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혼약을 물릴 수 있는지는 이 목걸이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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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아, 내 아이를 낳아다오.”비단 이불 아래, 수 놓인 베개 사이에 사랑의 흔적이 가득했다. 손가락 아래로 뜨겁게 오르내리는 그의 등이 느껴졌다. 사준영은 하진의 아랫배를 연신 쓸어내렸다. 심하게 갈라진 목소리는 정욕이 극에 달하기 직전의 인내심이 서려 있었다.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그녀의 나른한 신음은 입술 사이에서 잘게 부서졌다. 그녀는 목을 젖혀 그의 입맞춤을 받아냈고, 하얀 팔로 자신도 모르게 땀에 젖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검푸른 머리칼은 베개 위에서 뒤엉켰고, 묘한 감정은 몸의 구석구석을 조금씩 타올랐다. 가만히 여운이 온몸에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랑의 물결이 가장 짙어질 때쯤 따뜻한 기운이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그의 핏줄이 섞인 아이를 맺어주려는 듯이.바로 그때,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아버지께 드리려고 만든 필통입니다!” 맑고 또렷한 아이의 목소리는 하진을 기억에서 끌어냈다. 이어서 담장 밖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재주가 참 좋구나, 네 아버지도 틀림없이 좋아하실 거다.”그 목소리를 들으며 하진은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시퍼런 핏줄이 가득한 손가락은 앙상하고 거칠었다. 멍하니 있는 사이, 익숙하고 온화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정성이 갸륵하구나, 이 아비는 아주 마음에 든단다.”하진은 떨리는 손을 거두었다. 탕약을 들고 들어온 규안의 눈시울이 붉었다. “약이 다 되었습니다.” “저 아이는, 이 도령이냐?” 하진은 탕약을 보지 않고 담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네, 주인님과 큰마님의 막내 아드님입니다.”규안은 답답한 듯 탕약을 상에 내려놓았다. 사내의 마음은 차가운 쇠와 같다지만, 전에는 하진밖에 없었던 그는 지금 하진을 쇠보다 더 딱딱하게 대하고 있었다. 하진은 약사발을 움켜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단숨에 들이켰다. 쓴맛이 목구멍 가득 퍼졌다. “나가 보아라.”규안은 그녀의 앙상한 뒷모습을 보며, 감히 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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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정원의 화초에는 여전히 오색등이 걸려 있었다. 하인들은 이리저리 오가며 상을 치우고 있었다. 육완아는 서재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향했다. 희자가 물었다. “아가씨, 날이 저물었는데, 방으로 돌아가 쉬지 않으시고 어디로 가십니까?”육완아는 희자를 흘겨보았고, 희자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안채로 향했다. 안채는 여전히 불이 밝았고, 몇몇 아낙네들이 어린 하인에게 물을 담은 대야를 들고 다니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그때, 휘장이 걷히고 안에서 나이 든 부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육완아와 눈이 마주치자 계단 아래로 내려와 웃으며 물었다.“아가씨, 이 시간에 어찌 오셨습니까?” 육완아는 부인의 어깨너머로 안을 살피며 물었다. “노부인께서는 주무시느냐?” 주씨는 노부인의 몸종으로, 줄곧 곁에서 노부인을 모셨다. “방금 염주를 다 돌리시고, 이제 막 주무시려던 참입니다.” 주씨는 말을 마친 후, 그녀가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치껏 말했다. “아가씨, 잠시 기다리십시오. 들어가서 여쭙겠습니다.” 주씨는 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육완아는 방으로 들어가 휘장 뒤로 돌아서 들어 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평상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비단옷을 입은 노부인이 보였다.그녀는 노부인의 곁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 “할머니.” 육 노부인은 손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놀리듯이 말했다. “젊으니까 다르구나. 놀다가 심심하면 또 나를 괴롭히러 뛰어오고.” 육완아는 해맑게 웃었다. 노부인이 자신을 아끼는 것을 알았고,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영리하게 말했다. “이제 한 살 더 먹어서, 다시는 할머니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그저 할머니 곁에서 더 오래 모시면서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육 노부인은 장난스럽게 주씨에게 말했다. “어느덧 열다섯이구나. 얼른 네 혼처를 찾아줘야겠구나.” 주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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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사준영의 말에, 무릎 위에 포개진 그녀의 두 손이 아주 떨려왔지만 얼굴은 평온을 가장했다.“오라버니는 무엇을 걱정하는 겁니까? 제가 가면 그 댁 아가씨가 오해할까 봐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정혼할 여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겁니까?”사준영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구나.”“비밀도 아니지 않습니까.”“나는 육씨 가문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곤란한 내 처지를 반드시 이해해 주리라 믿어도 되겠느냐?”하진은 그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평소 그리 현명하시던 오라버니가, 어찌 지금 혼미해졌습니까? 저를 숨긴다면 육씨 가문에서 더욱 수상히 여길 것이고,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사준영은 하진의 말에 뼈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하진은 미소 지으며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이미 고모님께 타이름을 받았고, 그 가르침을 깊이 새겼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 우리 두 집안이 인척으로 이어져 있지요. 사씨 가문이 잘 되어야 대씨 가문에게도 좋은 일입니다.”사준영은 하진의 얼굴을 응시하며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내려 했으나,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이것이 너의 진심이더냐?”“진심입니다. 저는 질투나 부리고 사리 분별 못 하는 이가 아닙니다. 저는 이미 오라버니와 한배를 탔고, 오라버니가 잘 되어야만 저도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사준영은 가슴 한쪽에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인지 번민인지 모를 복잡한 심경이 감돌았다.하진이 보여준 너그러움과 이해심을 생각하면 기뻐해야 마땅하지만, 돌이켜보면 자신이 원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눈물로 호소하고, 확고한 약속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는 필시 그녀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으며,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그녀를 자신의 일부로 여겼다. 중간에 몇 년을 떨어져 지냈더라도, 그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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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육명장은 조회가 끝난 후, 복흥 주점에 들러 반나절쯤 앉아 쉬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가 오기만 하면 2층은 그의 차지였다. 매일 오는 것은 아니었고, 사흘에 한 번꼴로 들렀다. 복흥 주점은 늘 미리 자리를 비워두고 그를 맞이했다.그가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 편히 조용하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기 위함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흥취가 더욱 깊어졌다. 1층 객실의 웃음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보살이라.’보살이라는 여인은 창가에 앉아 팔꿈치를 탁자 위에 괴고 있었다. 소매가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희고 통통한 팔목이 드러났고, 팔목에는 투명한 옥 팔찌와 소박한 은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손바닥으로 턱을 받치고, 뾰족한 손가락 끝으로 뺨을 건드렸다 멈추기를 반복했다.비가 거세지자 바람을 타고 들이쳐 도포 자락이 젖었다. 아마도 호기심 때문인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을 크게 뜨고 그가 있는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보지 못했으나, 그녀의 그 움직임 때문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육명장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앳된 계집아이였다.그는 술잔을 들어 홀짝이며 정신을 빗속에 담갔다가 다시 비워냈다.조용한 빗소리 속에서 다시 움직임이 있었다. 그녀는 치마를 여미고 쪼그리고 앉아 아낙에게 날씨를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느릿했으며, 외지 억양이 섞여 있어 다소 특별했다. 육명장은 문득, 저 음색으로는 화를 내도 거칠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느새 비가 잦아들었다. 그는 층계를 내려와 주점 밖으로 나가 처마 아래에 서서 한참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하진이 옆을 돌아보았을 때, 그와 시선과 마주쳤고, 순간 멈칫했다. 예의를 갖추면서 미소를 짓더니 그리고 치마를 여며 절을 올렸다.맞은편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에 얕은 눈빛을 하고 있을 뿐, 고개를 숙이는 인사조차 없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하진은 마주 선 문인이 붙임성이 없다고 여겼다. 냉정하고 인정없는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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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대하진이 막 입을 열어 대답하려는 순간, 육완아의 목소리가 곁에서 튀어나왔다.“하진 아가씨처럼 이리 빼어난 분이 정혼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만약 있다면, 그 집안에서는 벌써 데려가서 받들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입니다.”육완아는 눈꼬리가 휘게 하진에게 미소를 짓더니, 일부러 앳된 투로 말했다. “제 말이 맞지요?”순진한 어조에는 위협이 숨어 있었다. 하진은 육완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육완아가 탐내는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으며, 육씨 가문의 권세는 그녀가 거리낌 없이 휘두르는 버팀목이었다.‘자식 교육을 못 한 것은 아비의 잘못이다.’ 하진은 갑자기 육씨 가문의 가주에게 화풀이하고 싶었다.그녀는 속으로 냉소했다. ‘네가 그리 사준영을 탐내니, 네 뜻대로 해 주마.’ 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방 한가운데에 서서, 치마를 여미고 무릎을 꿇었다.“노부인께서 물으시니, 거짓을 고하지 못하겠습니다.”하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제게는 혼약이 있습니다.”이 한마디에 방 안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휘장 밖의 사씨 가문 부자의 얼굴은 틀림없이 굳었을 것이다. 대만여와 사미정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외인이 없었다면, 그들은 당장 하진의 입을 찢었을 것이다.육완아는 하진을 독기를 품은 눈으로 바라보았고, 소맷자락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육씨 가문의 여인 중 한 명, 화려한 차림에 영특해 보이는 이름 모를 부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이거 참 재미있군요. 혼약이 있다는데, 어찌 사씨 가문 마님께서는 없다고 하셨는지요?”그녀는 눈초리를 대만여에게 돌렸고, 대만여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본디 외가 오라버니와 혼약이 있었습니다. 이 혼약은 어릴 적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경성에 온 것은 그 혼약을 물리기 위함입니다.” 하진은 말을 이었다. “고모님의 말씀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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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뿐만 아니라, 대하진은 아버지인 대만창까지 끌어들여 아예 돌이킬 뒷길조차 모조리 끊어버렸다. 아무도 말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사준영의 앞날이 걸린 벼슬길, 사씨 가문의 명예, 그리고 가문을 빛낼 현판까지. 이 말들이 켜켜이 쌓여 사씨 집안사람들을 한껏 의기양양하게 만들었기에,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대만여가 제아무리 하진의 혼수를 탐낸다 한들, 하진의 계략을 벗어날 수 없었고, 사준영이 대하진을 첩으로 삼으려는 생각 또한 단념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씨 가문이 육씨 가문에게 얕은수를 부린 꼴이 된다.그때는 하진이 나서지 않아도, 육씨 집안사람들이 먼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대만여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야 깨달은 눈치였다. 그들이 하진의 계략에 빠져 뜨거운 불 위에 올려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저 아이의 말이 정녕 사실인가?” 육 노부인의 물음에 대만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실입니다. 마침 혼약을 물리려던 참이었습니다.”휘장 밖에 있던 사준영은 하진과의 혼약을 물린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안으로 돌진하려던 사준영을 사백산 덥석 붙잡았다. “어딜 가려는 게냐!”“혼약을 물릴 수는 없습니다.” 급한 마음에 사준영의 눈가가 떨렸다.사백산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망할 놈! 당장 앉아라!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마음대로 구는 것이냐!”안채의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먼저 말을 꺼냈던 그 부인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물린다고는 하나, 아직 물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혼약은 본디 사사로운 약속이니, 입으로만 하는 빈말을 어찌 믿겠습니까?”대만여는 치미는 화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신물이 있으니, 각자 신물을 돌려주면 이 일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허나 대만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진이 끼어들었다. “고모님께선 잊으셨습니까? 어젯밤에 신물을 이미 잃어버려 찾을 수 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이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고, 대만여는 하진의 꿍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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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대하진의 손에 혼인 파기 단자가 다시 들어왔고,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말끔히 사라졌다.육완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하진을 제외하고 가장 기쁜 이가 그녀일 것이다. 육 노부인은 예법을 중시했고, 하진이 겸손하게 물러서는 태도에 크게 만족했다. 비록 법으로 정해진 규정은 없으나, 관료 집안과 상인 집안이 혼인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하진은 육 노부인의 마음속에 의리 있는 좋은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오히려 노부인의 연민을 사게 되었다. ‘출신이 조금 아쉬운 것을 제외하면, 참으로 좋은 아이인데.’이어지는 담소 속에서 육 노부인은 집안의 어린 손녀들을 밀어내면서, 내내 하진의 손을 잡고 있었다.이때, 하인 한 명이 들어와 노부인 곁의 주씨에게 말을 전하였고, 주씨는 이를 다시 육 노부인께 전했다. 가까이 있었던 하진도 그 말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나리께서 노부인께 더 앉아 계실지, 아니면 돌아가실지 여쭙니다.”육 노부인이 밖을 내다보다가 말했다. “사씨 가문의 대감과 도령이 밖에서 기다리니, 안으로 들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주씨는 이에 응하고 아래로 내려가 일을 처리하였다.육 노부인은 육완아를 비롯한 어린 손녀들에게는 나가 놀라고 했다. 그들은 물러나기 전에 인사를 올리고 방을 나섰다.하진도 그들 틈에 섞여 나왔다. 방을 나서자, 금쪽같은 규수들은 홀로 또는 짝을 지어 몸종들을 데리고 주변으로 흩어졌다. 어떤 이는 뒷산 계단을 오르고, 어떤 이는 절 앞을 한가로이 거닐었다. 혼인 파기 단자를 손에 넣은 하진은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짐을 정리하여 당장 평곡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평곡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다시 자신을 위한 거처를 마련할 것이다. 그녀는 허황한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고,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녀는 경성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었고, 시비가 너무 잦아 견딜 수 없었다. “하진 아가씨.”맑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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