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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Author: 이제리
“어서! 저것들을 잡아!”

“금주성을 다 뒤져서라도 그년 찾아내!”

하룻밤 사이에 금주성은 발칵 뒤집혔다.

금주성 갑부인 방씨 가문 장남이 며칠 전에 드린 이랑이 도주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밤중에 곳곳을 수색하는 방씨 가문의 호위들을 볼 수 있었다.

온사와 안란심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자 온사는 안란심을 잡고 골목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어때? 거기 있어?”

“전방에는 없습니다. 뒤에도 없고요.”

“계속 수색해. 도련님은 무조건 그 여자를 잡아오라고 하셨어. 반항하면 그냥 때려!”

“예!”

호위들은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

온사는 구석에 몸을 숨기고 바깥 동향을 살폈다. 아직은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추월이 앞에서 호위들을 따돌리지 않았다면 그녀와 안란심은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위망을 뚫고 나온 후에도 적지 않은 방가네 호위들이 안란심을 쫓아왔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이곳에서 기다리며 추월이 빨리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저들의 수색 범위를 봤을 때, 얼마 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것 같았다.

“쿨럭… 온사야, 네가 정말 구해주러 올 줄은 몰랐어.”

안란심은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녀는 피투성이인 상태로 온사의 등 뒤에 숨어서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착각하지 마. 난 그냥 방씨 가문 인간들이 하는 짓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

온사는 바깥의 동향을 주시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

“만약 그 인간이 너를 바로 죽였더라면 나도 나서지 않았을 거야.”

안란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내가 구해달라고 소리 치는 걸 들었구나. 그래서 내가 걱정돼서 따라온 거고.”

“착각하지 말라니까….”

“그래… 쿨럭!”

안란심은 끊임없이 기침을 해댔다.

공기 중에서 피냄새가 풍겨왔다.

순간 온사는 고개를 홱 돌렸다. 골목 안에 미약한 불빛을 통해 손바닥에 피가 흥건한 안란심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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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3화

    “어서! 저것들을 잡아!”“금주성을 다 뒤져서라도 그년 찾아내!”하룻밤 사이에 금주성은 발칵 뒤집혔다.금주성 갑부인 방씨 가문 장남이 며칠 전에 드린 이랑이 도주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그래서 밤중에 곳곳을 수색하는 방씨 가문의 호위들을 볼 수 있었다.온사와 안란심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자 온사는 안란심을 잡고 골목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어때? 거기 있어?”“전방에는 없습니다. 뒤에도 없고요.”“계속 수색해. 도련님은 무조건 그 여자를 잡아오라고 하셨어. 반항하면 그냥 때려!”“예!”호위들은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온사는 구석에 몸을 숨기고 바깥 동향을 살폈다. 아직은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추월이 앞에서 호위들을 따돌리지 않았다면 그녀와 안란심은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포위망을 뚫고 나온 후에도 적지 않은 방가네 호위들이 안란심을 쫓아왔다.지금 상황으로서는 이곳에서 기다리며 추월이 빨리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저들의 수색 범위를 봤을 때, 얼마 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것 같았다.“쿨럭… 온사야, 네가 정말 구해주러 올 줄은 몰랐어.”안란심은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녀는 피투성이인 상태로 온사의 등 뒤에 숨어서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착각하지 마. 난 그냥 방씨 가문 인간들이 하는 짓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온사는 바깥의 동향을 주시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만약 그 인간이 너를 바로 죽였더라면 나도 나서지 않았을 거야.”안란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구해달라고 소리 치는 걸 들었구나. 그래서 내가 걱정돼서 따라온 거고.”“착각하지 말라니까….”“그래… 쿨럭!”안란심은 끊임없이 기침을 해댔다.공기 중에서 피냄새가 풍겨왔다.순간 온사는 고개를 홱 돌렸다. 골목 안에 미약한 불빛을 통해 손바닥에 피가 흥건한 안란심의 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2화

    온사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추월에게 말했다.“이제 우리도 이만 가자.”그녀는 출가인이자 막수에게서 의술을 배운 의원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도 단지 안란심이 맞아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이제 목숨의 위협은 사라졌으니 더 이상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온사가 뒤돌아서려는데 뒤에서 방현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숨은 살려두겠지만 너무 괘씸하단 말이지….”방현덕은 안란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날 모시기 싫다고 하니 너를 내 시종들에게 노리개로 줘야겠어. 널 잡아오는데 쟤네들도 꽤 힘을 썼으니까. 넌 쟤네들이나 많이 기쁘게 해줘.”“감사합니다, 도련님!”안란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어딜 감히! 난 중서령의 딸이야! 아무리 서녀라고는 해도 너희들이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몸이 아니란 말이다!”“나한테 팔려온 서녀는 내 마음대로 해도 돼!”방현덕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고 시종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안란심에게 다가갔다.“안 이랑이 주제 파악이 안 되니 저희가 도련님 대신 잘 가르치겠습니다.”“경성의 귀족 여식의 맛은 어떤 맛인지 참으로 궁금하군요.”“귀족 여식은 무슨. 도련님 말씀 못 들었어? 한낱 서녀일 뿐이야. 도련님이 요즘 총애하는 기루의 간판보다도 못해!”“그만들 얘기하고 시작해!”“예!”시종들은 몽둥이를 던져버리고 굶주린 야수처럼 안란심에게 달려들었다.“악! 꺼져! 내 몸에 손대지 마! 다 꺼지라고!”겁에 질린 안란심은 필사적으로 발악하며 비명을 질렀다.더러운 손들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옷부터 벗겨 봐!”“벗겨! 다 벗겨!”“천박한 년! 내 시중을 들기 싫다면 네게 진짜 굴욕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안 돼!”시종들의 손길이 안란심의 옷을 찢으려 달려들 때, 바닥에 지폈던 모닥불이 순식간에 꺼지고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다.“어떻게 된 거지?”“누가 불을 다 껐어?”“멍청한 자식들, 당장 불 안 지펴?”방현덕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변에서 고통스러운 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1화

    짝!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정원에서 남자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방금 끌고 온 안란심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들의 정중앙에서 한 사내가 안란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미천한 것, 내 첩으로 들어왔으면 영광으로 알고 얌전히 살았어야지. 아직도 네가 무슨 귀족 아가씨인 줄 알아?”“미천한 서녀 주제에 어디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네 아비가 얼마를 받고 널 팔았는지는 알아?”살이 뒤룩뒤룩 찐 사내는 두터운 손바닥으로 안란심의 이마를 치며 악에 받쳐 말했다.“만 냥이야! 중서령 가문의 서녀를 만 냥에 팔아 넘겼다고. 네 아비가 가진 권력이 아니었으면 너 따위가 만 냥 값을 한다고 생각해? 차라리 그 돈이면 기루의 간판을 사고 말지!”안란심은 이를 악물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돼지처럼 우람진 몸집의 사내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곧이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렇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왜 굳이 저를 곁에 두시려는 겁니까? 돈이 아까우면 차라리 아버지한테 가서 만 냥을 돌려받으세요. 차라리 그 돈으로 적녀인 제 언니를 들이시던가요.”“나야 그러고 싶지. 하지만 적녀는 적녀고 서녀는 서녀야. 네 언니야말로 진정한 귀족 아가씨고 나 같은 건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이지.”비록 말은 그렇게 해도 방현덕의 눈은 음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다만 신분에 귀천이 있어 감히 얘기를 못 꺼냈을 뿐이다.하지만 서녀인 안란심은 달랐다.비록 중서령이 나서서 혼사를 주선한 것은 아니나, 중서령 부인의 뜻이었다.중서령이 부인 눈치를 보고 사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서녀를 사서 중서령 가문과 연줄을 맺는다면 밑지는 장사는 절대 아니었다.그런데 안란심이 신혼밤에 죽기 살기로 반항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도망까지 시도하니 방현덕은 참을 수 없는 부아가 치밀었다.“미천한 년,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얌전히 내 시중을 들면 목숨은 살려주마. 내가….”“퉤!”안란심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 묻은 침을 그의 얼굴에 뱉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0화

    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후작 나리께서는 제게 잘해주시고 보상도 해주셨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마치 저를 불쌍한 사람 보듯이 바라봤어요. 녕원 후작 나리도 그랬고요.”상한아는 오라버니의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연속된 충격에 그녀는 아주 예민한 상태였다.사람들이 그녀를 보는 눈빛에 담긴 속내를 그녀는 전부 느낄 수 있었다.그녀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으며 미워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녀는 그런 눈빛이 싫어서 도망치기로 했다.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유일하게 떠올린 사람이 자신을 구해준 온사였다. 온사는 처음 그녀가 누군지 알았을 때에도 불쌍하거나 하찮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을 뿐이었다.갈팡질팡하던 한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밤새 그들의 뒤를 쫓아 이틀만에 금주까지 따라왔다.그녀는 혹시나 밖에서 문전박대 당할까 봐 몰래 성녀의 방으로 잠입한 거였다.그런 자신의 행위가 성녀를 놀라게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한아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문밖에서 기다릴걸 하고 후회했다.“됐어. 너만 괜찮다면 나랑 같이 가자꾸나. 마침 너 속 쓰린 병도 계속 치료받아야 하고. 다만 나는 출가인이라 귀경하면 수월관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그곳 생활은 소박함을 추구하니 네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어.”한아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요! 뭐든 적응할 수 있어요! 고생도 괜찮아요! 저 일 잘해요!”그녀는 이렇게라도 성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그래, 그러면….”“살려줘! 온사야, 나 좀 살려줘!”이때, 밖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매우 익숙한 목소리였다.온사는 흠칫하며 창가로 다가가서 창문을 열었다.며칠만에 보는 안란심이 초라한 행색으로 거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그리고 멀리서 누구 집 시종들인지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그들은 대문 앞에 주저앉은 안란심을 보더니 버럭 화를 냈다.“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9화

    ‘누구지?’누군가 자신의 방에 진입한 걸 눈치챈 온사는 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추월이 바로 밖에 있으니 나쁜 마음을 품고 접근한 자라면 추월이 나서서 녀석을 잡았을 것이다.하지만 뜻밖에도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내가 아는 사람인가?’온사는 상대가 자신의 침상에 접근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공간을 나가 침상에 누웠다.그녀의 기운을 느낀 건지, 곧이어 방에 불이 켜졌다.등불이 방을 밝히자 침입자의 모습도 드러났다.“한아?”온사는 구석에 몸을 웅크린 상대를 발견하고 놀란 소리로 물었다.“너 어쩌다가 여기로 온 거니?”몰래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 침입자는 떠나기 전 녕원 후작에게 맡기고 온 상한아였다.한아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온사를 보고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죄… 죄송해요, 성녀 전하. 일부러 휴식을 방해하려던 거은 아니었어요. 그냥 후작 나리 옆에 있기 싫어서 몰래 빠져나와 여기로 온 거예요.”온사가 놀란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너는 어떻게 아래층에 있는 호위군을 모두 따돌렸니?”북진연의 흑기군은 밤낮 당직을 서며 안전을 호위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여기까지 온 상한아가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정말로 평범한 소녀일까?온사는 저도 모르게 경계심이 들었다.한아가 다급히 말했다.“겁내실 것 없어요, 성녀 전하. 사실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다만 타고나길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조금만 위장하고 숨을 죽이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어요.”애초에 녕안현 현령에게 납치당했다가 그 소굴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능력 덕분이었다.“정말 그런 거니?”온사는 놀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상한아는 온사가 자신의 말을 안 믿어줄까 봐 다급히 말했다.“지금 보여드릴 수 있어요. 전하, 뒤돌아섰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세요.”온사도 그녀의 능력이 궁금해졌다.그렇게 그녀는 잠시 뒤돌아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아의 모습은 사라진 상태였다.“한아야?”“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8화

    온자신은 쓴 약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꿀꺽 꿀꺽 다 마셔버렸다.온사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돌아가고 싶어요?”온자신은 주저 없이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했잖아. 네가 있는 곳에 있겠다고.”“그렇게 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만약 진국공부에 돌아가고 싶다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기억을 다 잃었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쾅!온자신은 갑자기 주먹으로 철창을 치더니 이를 갈며 온사에게 말했다.“난 못해!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어!”온사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승려인 제 곁에 있어서 무슨 이득이 있나요?”“그냥 좋아!”온사가 말이 없자 온자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온사야, 제발 날 내쫓지 말아줘. 내가 찾아가는 게 싫으면 그냥 산기슭에서 머물기만 할게! 네 허락 없이는 절대 너 방해 안 할게!”온자신은 이곳이 수월관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온사는 그런 그를 힐끗 보고는 담담히 말했다.“됐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공자께서 주의해 줘야 할 게 있습니다.”공자라는 호칭에 온자신은 속이 쓰렸다.“그래, 뭐든 말만 해, 온사야.”“온사라는 호칭은 쓰지 말아주세요.”온사는 싸늘하게 말을 덧붙였다.“저는 이제 진국공부의 온사가 아닙니다.”온자신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했다.“그럼 동생이라고….”“그것도 안 됩니다.”온사는 매몰차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러고는 두 번째 탕약을 그에게 건넸다.온자신은 코를 막고 탕약을 마신 후에 그릇을 온사에게 건네며 물었다.“그럼 법명은 불러도 되겠지?”이번에 온사는 거절하지 않았다.온자신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무우야. 참 법명을 잘 지었네.”고민과 걱정이 없다는 의미를 뜻하는 법명은 온사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온자신이 말했다.“그럼 너도 앞으로 나를 공자라고 부르지 말아줄래?”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7화

    반 시진 후, 온사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가는 길은 매우 순조로웠다.이틀 후, 대오는 금주에 도착했다.북진연과 함께 식사를 마친 온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침상에 누우려던 그녀는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벌떡 일어났다.“세상에! 어떻게 그걸 잊고 있었지?”온사는 다급히 옥패 공간으로 들어갔다.며칠이 지나 그녀는 드디어 공간 안에 온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누각에 들어가니 철창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온자신이 보였다.나갈 수도 없고 누구랑 대화할 수도 없었던 온자신은 따분함에 지친 얼굴이었다.다행히 가두기 전 온사가 먹인 약물 덕분에 굶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었다.소리를 들은 온자신은 고개를 번쩍 들고 다가오는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는 반가운 얼굴로 온사를 불렀다.“온사야! 어떻게 너야? 혹시 여기가 네 비밀 기지야?”여기 며칠 동안이나 갇혀 지내면서 자신을 잡아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호되게 두들겨 패야겠다고 다짐했던 온자신이었다.하지만 온사를 본 순간 분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온사는 그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약효가 제대로 작용했는지 독도 해소가 된 상태였다.온사는 철창 안에 갇힌 온자신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약을 먹였는지는 기억하나요?”온자신은 흠칫하더니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넷째였어. 걔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알아.”그가 온사를 구슬리기를 거부하자 그에게 강제로 약을 먹인 것이었다.아무리 집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20년을 함께 자란 형제였다.온자신은 친동생이 자신에게 약을 먹이고 통제하려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온자신의 표정은 점점 싸늘해졌다.예전에 그가 똑 같은 수법을 온사에게 쓰려고 시도했던 걸 생각하면 더욱 화가 치밀었다.약은 온옥지가 제공했고 온자월이 행동에 옮겼지만 그들의 배후에는 아버지의 방관이 있었다.온자신은 생각할수록 그들에 대한 실망감이 깊어졌다.그는 혹시라도 온사가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온사야, 걱정 마. 난 절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6화

    그 말을 들은 온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한아를 바라보았다.우연히 가다가 구해준 사람이 상무도의 동생이었을 줄이야.녕안현 사건에서 부모님마저 입막음 당하고 오라버니는 자결한 마당에 모두가 상한아도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 있었을 줄이야.“너… 그동안 줄곧 숨어 지냈니?”상한아는 아직 상무도의 죽음을 모르는 듯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답했다.“예. 성녀 전하는 정말 잘 맞추시네요.”온사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마주한 한아는 그저 자신이 안쓰러워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저는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했습니다. 그자에게 굴복하지 않으니 저를 가두고 물도 음식도 주지 않았죠. 저는 너무 배고파서 진흙을 파먹으며 겨우 목숨만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더라고요. 나중에 며칠이 지나서 그들이 저를 풀어줬고 저는 그 기회에 도망쳤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갔더니 부모님은 이미 살해당하셨더라고요.”상한아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해서 말했다.“나중에 그 사람들이 또 저를 찾는 것 같았어요. 저는 겁이 나서 줄곧 숨어 지냈죠. 가끔 바깥 소식이 들려오긴 했어요. 역병이 돌아서 녕안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애기를 들었죠. 그래서 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죠. 어느 날 성녀 전하께서 오셔서 기도의식을 치러주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역병에 감염될까 봐 무서웠지만 성녀 전하를 보고 싶어서 몰래 밖으로 나왔죠. 그런데 도착하기도 전에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서 또 숨었어요.”아마 한아가 봤던 나쁜 사람이란 상황을 통제하려고 나선 수비군일 것이다.아마 그들 중에는 한아의 집에 다녀갔던 사람도 있을 테고 한아는 그들을 알아보고 또 도망친 것 같았다.“너무 오래 숨어 지냈고 먹을 것도 없어서 배는 점점 아파왔어요. 굶어 죽는 줄 알았는데 죽기 직전에 성녀 전하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요.”상한아는 감격한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았다.쓰러질 때는 이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그녀를 시체더미가 모인 곳으로 옮겼고 그게 행운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5화

    그 시각, 노주.온사는 진국공 가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녕안현에서 기도의식을 마무리한 후, 온사와 북진연은 계획대로 바로 노주를 떠나는 대신, 녕안현에 남아 그들을 돕기로 했다.녕안현의 모든 백성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고 역병이 성공적으로 통제된 후에야 그들은 귀경길에 올랐다.“성녀 전하, 제가 예약한 약재 잊으시면 안 됩니다?”온사와 북진연이 떠나는 길을 녕안 후작이 배웅했다.“걱정 마세요, 후작. 절대 잊지 않을게요.”마차는 천천히 녕안현을 벗어났다.며칠 동안 바쁘게 돌아친 온사가 마차에서 쉬려고 눈을 붙이던 찰나.그녀의 시야에 시체더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바닥에 엎드려진 시신 아닌 시신이 있었다.온사는 아직 태우지 못한 시신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시신이 갑자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온사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살펴보았지만 그 뒤로 시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며칠 너무 과로해서 환각을 보았나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계속해서 그 시신을 주시했다.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차 세워요! 빨리 차 세워요!”그것은 시신이 아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시신이 두 번째로 움직였을 때 온사는 상대가 살아 있음을 확신했다.차에서 내린 온사는 구급상자를 들고 그곳으로 달려갔다.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북진연도 이상함을 느끼고 온사를 따라왔다.그는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온사의 접근을 허락했다.“어린 여자아이인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야위었을까요?”가까이 다가간 이후에야 온사는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피를 토하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했다.첫인상은 너무 말랐다는 것밖에 없었다. 너무 말라서 앙상하게 뼈만 만져질 정도였다.온사는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여자아이의 몸을 진찰하고는 일단 역병을 배제했다.그렇다면 굶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온사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품에서 희석한 령수를 꺼내 여자아이의 입에 떨어뜨려 주었다.잠시 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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