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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Author: 이제리
“들었니?”

온권승이 싸늘히 말했다.

“둘째가 이제 컸다고 바깥세상을 더 원한다지 않니. 뭘 이런 애를 대신해서 내게 사정을 해?”

“하지만….”

뭔가 더 말하려는 온장온의 팔을 온자신이 잡았다.

“그만하세요, 형님!”

온자신은 이를 갈며 말했다.

“제가 여기 남기를 바란다는 것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지긋지긋해요.”

온자신의 눈에 비친 깊은 실망감이 온장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결국 온장온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렴. 떠나고 싶으면 떠나….”

그렇게 말하는 온장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모든 건 그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마저도 이 집안에 실망이 사무치는데 자신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동생은 오죽할까.

어쩌면 이곳은 그에게 밖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보다도 못한 곳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동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벌하지 마시고 그냥 보내주세요.”

온장온은 온권승의 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간청했다.

온권승은 장남과 분노로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둘째 아들을 번갈아보다가 담담히 말했다.

“마음대로 하거라.”

온장온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온자신의 팔을 붙잡고 바깥으로 이끌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지. 배웅만 하고 오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온자신을 붙잡고 한발 한발 서재를 나갔다.

나가는 내내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 동생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고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보따리를 온자신의 손에 쥐여주었다.

“앞으로 몸 잘 돌보고… 온사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온장온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온자신의 어깨를 다독였다.

“예, 형님도요.”

온자신은 보따리와 온장온을 번갈아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계속 온사의 곁에 있겠습니다. 그 아이가 어디를 가든 따라가서 잘 지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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