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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Author: 이제리
이 옥여설화고는 궁중의 어용물로, 작은 병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천금이어서 일반 관리와 백성들은 사용할 수도 없었고 마마들이 하사해야 관리 가족과 신하들이 사용할 자격이 있었다.

온아려는 그녀의 큰 오라버니 덕분에 혜택을 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남편이 실권을 쥔 충용후였기에 태후마마께서 가끔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니 옥여설화고 같은 하사품도 당연히 적지 않았다.

이 세 병은 지난번에 그녀가 궁에 들어왔을 때 태후마마께서 그녀에게 상으로 주신 물건이었다.

다만 그녀도 쓰기 아까워서 세 병을 모두 창고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오전에 입고된 옥여설화고가 오후에 아들에 의해 진국공 저택으로 보내져 온모의 화장대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최소택은 어머니가 얼마나 옥여설화고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최소택은 그날 진국공 저택에서 말을 잘못해서 사촌 여동생이 화를 냈는데 아무리 달래도 화를 풀지 못했다.

마침 그의 어머니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옥여설화고라는 말을 듣고난 후, 한 병을 가져가서 시험해보려고 했던 것 뿐인데, 정말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옥여설화고는 온모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온모의 몇 마디 말에 정신을 잃고 나머지 두 병도 모두 줬다.

나중에 최소택이 옥여설화고가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지 알게 되었을 땐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 몰래 어머니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너도 참. 낭비는 무슨, 네 얼굴에 가득한 핏자국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프구나.”

온아려는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음이 아파서 말했다.

“괜찮다. 태후마마께서 많이 하사하셨으니 난 남은 한 병만 사용해도 괜찮다.”

하지만 한 병도 남지 않았다.

최소택은 사실을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가 평소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막상 화를 내면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직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전에 온아려는 이미 하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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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국공 저택의 적녀인 온사도 당연히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진국공 저택에 딸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그때의 온권승은 매번 물건을 하사 받을 때마다 직접 그녀에게 주었었다. 그런데 나중에 온모가 온 씨 가문으로 오게 되었을 때, 그녀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원래 그녀의 방으로 보내졌던 옥여설화고의 수량이 줄어들더니 결국 나중에는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던 온사는 바로 온권승을 찾아가서는, 그에게 왜 옥여설화고를 모두 온모에게 주고 자기는 한 병도 주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어떻게 대답하셨던가? 그래, 아버지께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었지. 온모는 동생인 데다 밖에서 고생을 많이 했으니 언니인 내가 양보하라고.’ 언니라는 명분 때문에 온사는 늘 마음속으로 아무리 억울해도 양보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순진하게 그깟 옥여설화고, 온모가 원하니 그녀에게 양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야 온사는 온모가 원하는 것이 옥여설화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옥여설화고는 왜 모두 큰 병에 담긴 것입니까?” 온사가 조심스럽게 병을 들고 물었다. 그리고 나무 마개를 열고 병에서 오랜만에 나는 향기를 맡으며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온사는 이 옥여설화고가 가짜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북진연의 신분으로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으니 가짜로 거짓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궁중 제약각에서 막 완성된 것인데 그들의 병이 너무 작아서 내가 사람들에게 큰 병을 가져와서 담으라고 한 것입니다.” 북진연이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한 후에 물었다. “왜요? 혹시 작은 병을 좋아합니까?” “아니에요. 병이 바뀌어서 못 알아봤던 것뿐이에요.”온사는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예전에 내가 쓰던 옥여설화고는 모두 궁안의 색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작고 정교했지. 하지만 북진연이 보내온 건 일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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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태,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북진연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막수 사태는 두 손을 합장한 후, 아미타불을 읊은 뒤에 답했다.“섭정왕 전하께선 제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월관은 불가의 구역이지요. 이곳에 와서 출가한 아이들은 속세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내면을 깨끗이 비워야 하는 법입니다. 무우 또한 예외는 아니지요.”북진연이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사태의 말씀은 내가 무우의 수행을 방해한다는 말씀인지요?”막수 사태는 아무 대답 없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무거운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그렇게 한참 뒤에 북진연이 말했다.“줄곧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의문이 있었지요. 아마 막수 사태께서도 아실 겁니다. 마침 사태께서도 계시니, 부디 제 의문을 풀어주시길 바랍니다.”막수 사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말씀해 보시지요, 전하.” “예전에 책에서 읽은 바로는 부처께선 인연이 닿은 자에게 깨달음을 주신다 하였습니다. 그럼 저 같은 사람도 부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북진연은 상시 검을 잡고 있었던 탓에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막수에게 내보였다.옷으로 가려진 몸의 상처처럼 그의 손도 흉하기 그지없었다.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그에게서 날카로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사태께서는 불가에서 수련하려면 속세의 연을 끊고 내면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전 2년 저부터 귀에서 잡소리가 들려오며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꿈 속은 피바다로 뒤덮인 지옥이이었어요. 전 한시도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없었어요. 제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건 부처께서 저를 구원하고 깨우침을 주기를 거부한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제 업보인가요?”막수 사태가 눈을 살포시 감으며 말했다.“나무아미타불, 전하께선 나라를 위하여 전장에 나가 적군의 침략을 막는 과정에서 손에 피를 잔뜩 묻히셨지만, 수많은 백성을 살리고 그들에게 평화를 찾아주셨습니다. 대명 왕조의 태평성세 또한 이루셨죠. 선악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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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관에서의 수행은 매우 고된 일이었기에, 이런 좋은 과자는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하는 게 여승들이었다.막수 사태가 동의하자, 온사는 과자 봉지를 들고 사저들을 찾아갔다.그리고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 품에 반 봉지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온사는 잔뜩 들뜬 얼굴로 달려오다가 북진연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전하 몫을 남기는 걸 깜빡했네.’그녀의 생각을 읽은 북진연은 괜찮으니 어서 먹으라고 말을 하려다가 생각을 바꿔 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농을 걸었다.“이를 어쩌나. 얼마 안 남았군. 난 아직 한 조각도 못 먹었는데...”그 말을 들은 온사는 더욱 미안해졌다.섭정왕 전하께서 사온 과자를 너무 기뻐서 사저들에게만 나눠주고 보니, 정작 과자를 사다준 장본인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온사는 잔뜩 미안한 얼굴로 남은 반 봉지를 그에게 건네며 물었다.“조금 남았는데 이거라도 드실래요?”“당연한 거 아니오.”북진연은 살짝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과자 한조각을 꺼냈다.“난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남은 건 사태가 다 드시오.”온사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북진연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장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웃으며 북진연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어제 약재 종자를 좀 구하면서 재배 방법도 알아보았소. 사태의 정원이 하도 작으니, 심고 싶다면 뒷산에 심어도 되오. 이미 사람을 시켜 뒷산에다 약재를 재배할만한 곳을 확보하라고 했소. 냇가랑 가까워서 물을 주기에도 편하다 하오.”온사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제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왜 사셨나요?”“그냥 나간 김에 산 거요.”북진연이 담담히 말했다.나간 김에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뒷산에 약재를 심을 밭마저 갈아주었지만 말이다.온사가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북진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귀한 섭정왕 전하께서 하루가 멀다 하게 그녀를 위해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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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전에도 보답을 하겠다며 염불을 외워달라더니.’상황을 이해한 온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섭정왕 전하께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며 위대한 전공을 세운 분이지요. 그런 분께서 지금 고통받고 계시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온사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제가 경 읽는 소리가 전하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저의 영광이지 않겠습니까.”대명 왕조가 지금의 태평성세가 있기까지 전신 섭정왕의 공로가 가장 컸다. 그런 공신이 도움을 원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당연히 없었다.하물며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요구 아닌가!그녀가 흔쾌히 응하자 북진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앞으로 힘드시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세요. 절 위해 뭘 안 사오셔도 됩니다.”온사는 북진연이 전에 자신을 위해 자꾸 선물을 가져다준 것이 자신을 매수하려 한다고 생각했다.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북진연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건 나중에 얘기하지.”정당한 이유가 생겼으니 북진연은 더 부지런하게 수월관을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본디 사내가 함부로 침입하면 안 되는 곳이기에 혹시라도 자주 찾아가서 다른 사태들을 방해할까 봐 온사와는 매일 뒷산의 냇가에서 보기로 약속했다.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온사는 열심이 경문을 읊으며 약초를 심었고 북진연은 옆에서 그녀를 거들었다.막수 사태는 몇 번이나 찾아가서 확인해 본 후, 드디어 안심이 되었는지 더 이상 둘을 찾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해꾼이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충용 후작 부인? 저 사람이 또 왜 왔을까요?”소식을 들은 온사는 미간을 찌푸렸다.항상 그녀를 싫어하고 배척하던 온아려였는데 그런 사람이 수월관까지 왜 찾아왔을까 싶었다.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닐 것 같았다. 상대하기도 귀찮았기에 그녀는 사저에게 부탁해서 말을 전하게 했다.“무우는 최근 폐관 수행 중이라고 못 만난다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온사는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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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우리가 널 괴롭혔다고?”온아려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온사에게 비아냥거렸다.“온사, 억울한 척하지 마. 너 내 물건을 얼마나 훔쳐갔는지 네가 더 잘 알겠지. 굳이 내 입으로 다 까발려야겠어?”“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 하지 마세요.”온사도 지지 않고 맞섰다.“제가 충용 후작가에서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되시면 사실적인 근거를 대시면 되잖습니까!”“좋아! 그래도 오라버니를 봐서 네 체면을 어느 정도는 살려주려고 했는데, 네가 수치를 모른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배려할 이유가 없지.”온아려는 신변의 시종에게 눈짓했다.그러자 시종이 앞으로 나서더니 온사와 사저들을 향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수월관의 주지 사태인 막수 사태께서 며칠 전 복명 성녀와 함께 충용 후작가로 와서 노부인을 뵈었지요. 그리고 두 분이 돌아가신 후로 부인의 창고에서 옥여설화고 세 병이 사라졌습니다.”온아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날 너희를 제외하고 아무도 우리 충용 후작가에 들르지 않았어. 너희가 훔친 게 아니면 뭔데?”“옥여설화고? 그게 뭘까? 일반 설화고가 아닌가?”백성 중 한명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대답해 주었다.“옥여설화고는 황실에서만 쓰이는 약이야. 미용에 좋기도 하지만 상처 치료에도 아주 탁월하다니. 흉터 제거에도 기묘한 효과를 발휘하고!”“그렇게 좋다고? 우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당연히 좋겠지. 한 병에 금화 천냥이나 하는데!”“그리고 황실 전용이라고 했잖아. 우리 같은 백성들은 물론이고 권력 있고 돈 있는 가문이라고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폐하와 마마들이 하사해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고.”“그럼 충용 후작 부인이 잃어버린 옥여설화고는 궁에서 하사한 거겠네?”“그러니 기세등등하게 찾아와서 따지겠지.”“하지만 복명 성녀님께선 이제 공주와 동급인데… 굳이 훔치실 필요가 있을까?”대부분 사람들은 온아려의 말을 믿은 반면, 일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의문을 제기했다.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05화

    분명 피를 나눈 고모인데도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모습에 온사는 치가 떨렸다.온씨 가문은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상처를 가장 크게 주는지 아는 것만 같았다.“넌 원래 악독하고 질투심에 눈이 멀은 속 좁은 애잖아!”온아려는 삿대질까지 해가며 욕설을 퍼부었다.“웃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오라버니들한테 무례를 저지르며, 더러운 수작으로 네 동생 온모까지 괴롭혔어. 너처럼 어미 없이 자라 교양 없는 계집애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게 뭐 그리 이상하다고!”“말 다했나요?”온사는 분노에 사무친듯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제가 어미 없이 자라서 교양이 없다고요?!”그녀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상대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그래요. 저 어미 없이 자라 교양 없어요. 그런데 어린 후배에게 그렇게 상처 후벼파는 말을 하는 충용 후작 부인 당신은 교양이 있는 사람인가요?”“닥쳐! 어디서 말대답이야!”벌떡 일어난 온아려는 또 온사의 신분을 잊고 곧바로 달려들어 온사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짝!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손은 온사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온사에게 팔목이 잡혔다. 곧이어 온사가 손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후려치고 말았다.짝!또 한번의 아찔한 소리와 함께 볼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온아려는 순간 당황했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악에 받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온사! 이 막돼먹은 년! 감히 날 쳤어? 나 네 고모야!““아니요. 당신이 틀렸어요.”지금의 온사는 전처럼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어떤 욕이든 다 받아주던 나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온아려의 말을 끊었다.“난 당신의 조카딸이 아니에요! 당신이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그러고는 힘껏 온아려의 팔목을 비틀며 차갑게 경고했다.“충용 후작 부인, 신분을 똑바로 인지하세요. 여기가 어딘가요? 수월관은 충용 후작가가 아닙니다. 다시 성녀인 나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폭력을 시도한다면 다음에는 귀뺨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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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사에게 밀려난 온아려는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그래, 너 두고 봐! 네가 오늘 나한테 한 짓, 절대 이대로 안 넘어갈 테니까!”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찾아왔던 온아려는 결국 너덜너덜해져서 돌아갔다.온사는 뒤돌아서 수월관으로 향했다.그러자 남은 관중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래서 복명 성녀가 충용 후작 부인의 옥여설화고를 훔친 게 맞아?”“그걸 몰라서 물어?! 너무 뻔하지 않아?”“충용 후작 부인은 그저 의심일 뿐이고 증거가 없잖아. 성녀께서도 당당해보여서 훔치신 것 같지는 않아.”“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충용 후작 부인의 의심도 일리는 있다고 봐. 성녀는 출가 전에 워낙 명성이 안 좋았잖아. 충용 후작 부인에게 보복하려고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지!”“바보야? 성녀가 정말 훔쳤다면 폐하께 고발하겠다는 말까지 하겠어?”“그래서 고발을 안 했잖아. 일부러 허세 부리는 건지 누가 알겠어? 어쨌든 난 온사의 인품을 믿지 않아.”그렇게 수월관에서 돌아간 사람들의 입소문은 퍼지고 퍼져서 온 경성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었다.소식을 전해들은 온모는 웃음을 터뜨렸다.최소택이 선물한 옥여설화고 세 병이 이런 혼란을 야기했을 줄은 그녀도 전혀 몰랐다.그녀는 설화고를 손에 문지르며 비웃듯 중얼거렸다.“거봐, 진국공부에서의 호의호식을 거절하고 굳이 여승이 되겠다고 뛰쳐나가더니. 점점 우스운 꼴이 돼가고 있잖아.”고작 설화고를 훔쳤다고 이 야단이 나다니.‘소문이 진짜인지는 몰라도 이런 일을 만든 온사가 어리석은 거지.’그러자 옆에서 시중을 들던 시종이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역시 우리 막내 아가씨가 지혜롭다니까요. 온사 아가씨는 너무 어리석어서 아가씨랑 비교가 안 돼요.”온모는 기분 좋게 입꼬리를 올리며 시종에게 나무라듯 말했다.“아가씨는 무슨. 이제 진국공부에 온사 아가씨는 없어.”시종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예, 아가씨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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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국공부 서재.“아버지, 형님, 어찌 막내에게 이러실 수 있어요!”“후궁이 어떤 곳인지 뻔히 아시면서, 폐하께서 진국공 가문을 얼마나 견제하는지 아시면서 어떻게 막내를 그곳에 두고 와요!”“막내가 황궁에서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우리가 옆에 없으면 누가 걔를 지켜줘요?”“왜 다들 대답이 없어요? 아버지랑 형님이 안 가면 제가 가요!”“이럴 줄 알았으면 막내를 연회에 보내는 게 아니었어요. 어떻게 애를 그런 곳에 버려두고 와요! 내가 거기 갔어야 하는 건데!”진국공 가문은 온모가 황궁에 남은 일로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정확히 말하면 온자월이 일방적으로 소란을 부리고 있는 거였다.온옥지는 온자월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매번 온자월이 소란을 피울 때 그는 온자월의 편에 섰다.온권승과 온장온 부자는 처음에는 인내심 있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이 온모를 버리고 온 게 아니라 온모가 고집을 피워서 황궁에 남은 거라는 말도 했다.하지만 온자월에게는 그런 설명이 통하지 않았다.“막내는 순진해서 후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아무리 폐하의 후궁에 아직 사람이 없다지만 앞으로는 누가 보장해요?”“폐하께서 막내한테 질려서 후궁 간택을 또 하면요? 그럼 수많은 여인들이 입궐하게 될 텐데 막내는 거기서 어찌 살아남아요?”이틀째 소란을 피우는 온자월 때문에 온권승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그는 짜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폐하께서 우리 진국공가를 견제하는 걸 알면 그분이 막내를 후궁으로 들이지 않을 것도 알지 않니.”“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온자월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에 폐하께서 정말 막내를 후궁으로 들일 생각이면요? 막내를 인질로 잡고 아버지와 우리 진국공 가문을 협박할 생각이라면요?”“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구나.”더 이상 그와 입씨름하기 싫었던 온권승은 그대로 등을 돌려버렸다.그리고 이때, 옆에서 침묵만 지키고 있던 온장온이 담담히 말했다.“황비로 간택하여 우리 가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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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어멈은 태후의 심복이자, 태후가 온모에게 예의와 법도를 가르치라고 보낸 사람이었다.그녀는 온모의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아씨. 아씨는 아직 시골 촌티가 너무 나요. 빨리 궁중의 귀인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훈련을 다 통과하셔야 합니다.”촌티가 난다는 말에 온모는 금세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이 할망구가 감히 날 모욕해?’온모는 이를 부드득 갈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선 저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하셨는걸요. 만약 어멈과 예의 법도를 배우다가 얼굴을 다치기라도 하면 어멈도 곤란하지 않을까요?”온모의 뻔한 수작은 양 어멈에게 너무도 하찮은 수로 보였다.어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온모에게 말했다.“아씨, 그건 틀린 말씀이죠.”온모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어디가 틀렸는데요?”“그 말 자체가 틀렸습니다. 폐하께서 아씨께 한눈에 반하여 아씨를 비로 들이겠다고 하셔서 제가 태후의 명을 받고 여기에 온 겁니다. 그런데 아씨는 열심히 배우지도 않고 외모만 신경 쓰고 계시니, 폐하를 얼굴만 보는 속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아닙니까?”양 어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온모는 가슴이 철렁했다.“그… 그건 모함이에요! 제가 언제 폐하를 속된 사람으로 말했어요!”“아씨도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가르쳐 드릴 때 진지하게 임하십시오. 폐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이 늙은 것을 협박할 게 아니라요!”온모는 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머리에 이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양 어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부축하는 척하며 힘을 주어 온모를 바닥에 무릎 꿇게 했다.“아씨, 진국공 저택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운 게 없나 보군요. 아씨가 입궁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제 눈에는 성에 차지도 않지만요.”“폐하께서 아씨를 가르치라고 저를 보냈으니 저는 열심히 임할 뿐입니다. 아씨께서 제가 가르쳐 드린대로 아침에 한번, 점심에 한번, 저녁에 한번 제가 드린 숙제만 완수하면 빠른 시일 내에 궁중법도를 익히고 폐하의 시침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3화

    온장온은 순간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녹두과자 아니었어? 그럼 계화떡인가?”온사의 목소리가 더욱 싸늘해졌다.“계화떡이요? 확실한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더 맞혀보세요. 어쩌면 매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걸 말씀하시는지, 그것도 재능 아닌가요? 그만큼 제가 싫었고 관심이 없었던 거겠죠.”온장온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됐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없잖아요. 이런 사소한 일을 기억 못하는 것도 이해해요.”온사의 어투에는 진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난 싫어하지만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그러니 얼른 그거 갖고 식기 전에 오라버니가 가장 총애하는 동생한테 갖다주세요.”“아니야, 온사야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일부러 네가 싫어하는 녹두과자를 사온 게 아니야. 그냥 저도 모르게… 이걸….”온장온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점점 더 얼굴을 들 수 없었다.다시 생각해 보니 녹두과자와 계화떡은 막내가 좋아하는 간식이었다.분명 온사를 찾아온다고 왔는데 온사에게 막내가 가장 좋아하지만 온사는 가장 싫어하는 걸 가져왔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온사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됐다.온장온은 손에 들린 녹두과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죄책감에 견딜 수 없었다.“온사야, 화내지 마.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가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 사올게!”온사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장온을 바라보며 말했다.“큰 오라버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직 기억이 나요?”“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건… 오리구이, 맞지?”온장온은 기대에 찬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입에서 긍정의 답을 기다렸다.하지만 온사는 말없이 한심한 얼굴로 그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온장온은 그제야 알아차렸다.‘녹두과자도 아니고, 계화떡도 아니고, 오리구이는….’‘그래, 오리구이는 셋째가 좋아하는 거잖아!’어쩌다가 그것들을 온사가 좋아한다고 인지하게 된 걸까?온장온은 손에 들고 있던 녹두과자를 툭 하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2화

    “제가 정말 그런 불경한 짓을 저지른다면 저는 사람도 아닙니다. 벼락 맞아 죽어도 불만이 없어요!”온장온은 수월관 밖에서 장장 한 시진을 기다리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사태들에게 사정했다.보다못한 사태가 와서 말을 전했지만 온사의 반응은 냉담했다.“안 가요.”그 말은 그대로 온장온에게 전해졌다.하지만 그는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제발 동생 좀 설득해 주세요. 꼭 만나야 합니다.”“안 돼요. 성녀 전하께서 안 만나신다고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여기서 시간낭비 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세요.”안 그래도 진국공 가문이 마음에 안 들었던 사태들은 말만 전하고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그렇게 그 뒤로 매일 온장온은 수월관을 찾아왔다.그는 오후 업무만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바로 수월관으로 왔다.그가 매일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니 사태들도 수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무고 사저는 난감한 얼굴로 또 온사를 찾았다.“정말 끈질긴 사람이야. 강제로 침입한 건 아니지만 매일 찾아와서 꼭 널 만나야 돌아간다잖아.”막수와 함께 새로운 독약을 연구해낸 온사는 손을 씻고 돌아와서 말했다.“알겠어요, 사저들은 일단 돌아가 계세요. 제가 해결할게요.”그 말을 들은 무고 사저는 저도 모르게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사매야, 흥분하면 안 돼. 비록 짜증나게 굴긴 하지만 전에 왔던 그 녀석들과 비교하면 양반이잖아. 시비를 걸려고 온 건 같지 않았어. 그냥 몇 마디 해서 좋게 돌려보내.”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예, 제가 알아서 할게요.”온장온이 온 이유는 뻔했다.온씨 가문 인간들이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분명 어머니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서일 것이다.이미 어머니를 묻어드렸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절대 돌려줄 생각은 없었다.그러니 온장온이 매일 찾아와도 헛수고였다.사저와 사태들의 수련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무시하고 싶었다.“온사야!”드디어 온사를 마주한 온장온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드디어 나와줬구나. 오라비가 오늘 정성루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1화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온사는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매년 동지 때 조정은 대신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허나 지금은 진국공부의 적녀가 아니니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황제는 사람을 보내 그녀의 의중을 물었으나 그녀는 출가인이 참석하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비록 폐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황제의 명성에 해를 끼치기 싫었다.“연회 다 끝났어. 남은 치들은 공연이나 보고 술이나 즐기겠지. 그런 것들보다는 너와 한잔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왔지.”온사는 눈을 치켜뜨며 새침하게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입니다.”“알아, 그래서 좋은 차를 가져왔어.”북진연은 찻잔을 내보이며 그녀에게 제안했다.“성녀 전하, 나와 한잔하시겠소?”온사는 진지한 얼굴을 한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영광이죠, 섭정왕 전하.”그렇게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았다.북진연은 미리 우려낸 차를 식힌 후에 적당한 온도의 찻물을 그녀의 잔에 부어주었다.온사는 상체를 살짝 비틀고 차 맛을 보았다.그러던 그녀의 눈이 반짝 떠졌다.청량하면서도 맛이 깔끔한 차였다.“군산은침이라고 차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불리는 차 아닙니까? 어찌 폐하가 마시는 차를 가져오셨어요?”북진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에서 차 맛을 봤는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폐하께 몇 통 달라고 청을 드렸지.”온사는 북진연이 자신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두고 마시지 그걸 다 가져오셨어요?”“난 진한 차를 좋아해서 이건 나랑 안 어울려.”온사는 갑자기 그의 질병이 떠올랐다.“진한 차는 몸에 안 좋습니다. 혹시라도 어디 불편하시거나 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북진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에 약속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저를 도와주시고 저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전하를 돕겠다고요. 경을 읊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요즘엔 북진연이 통 오지를 않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0화

    “모든 걸 바치겠다라… 네 목숨도 말이냐?”북진연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물론이죠. 성녀 전하는 살육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소녀는 달라요. 소녀는 전하의 가장 예리한 검이 되어 전하를 위해…”촤르륵!안란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장검이 마차의 측면을 찔렀다. 검은 안란심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안란심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검을 내린 북진연이 말했다.“난 검이 많아. 굳이 너까지 필요하진 않단 얘기야. 그리고 무우를 너 같은 것에 비교하지 마.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 고요에게 지시했다.“저건 다 태워버리거라.”“예, 왕야!”유혹에 실패한 안란심은 결국 고요에게 쫓겨 마차에서 내렸다.고요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마차를 불태웠다.명백한 혐오에 안란심도 분노가 치밀었다.마음의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섭정왕의 혐오를 살 줄은 몰랐다.물론 너무 쉽게 넘어온다면 오히려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만 천하에 여인을 혐오한다고 이름을 알린 섭정왕 전하인데 온사에게만은 달랐다.누군가는 그가 그저 폐하의 명을 받들고 제 할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추스른 안란심은 심복을 불러 물었다.“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북진연을 유혹하려고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비웠기에 연회의 상황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심복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께서도 자리에 계셨어야 했는데,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죠.”“그래? 무슨 일인데?”“음… 그러니까….”심복은 연회에서 황제가 온모를 비로 간택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폐하께서 온모한테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예의법도를 배우라고 했다는 거니?”너무 뜻밖의 일이라 안란심도 적잖이 놀랐다.첫눈에 반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온모의 외모는 평범한 축에 속했고 여린 척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역시나 예의법도를 가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9화

    어린 황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말을 이었다.“허나 네 아비는 네가 시골 출신이라고 궁중 법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우려하고 있으니, 짐의 비가 되기엔 좀 힘들 것 같구나.”그는 턱을 괴고 미간을 찌푸린 채, 큰 고민에 빠진 시늉을 했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다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태후마마께 궁중법도를 배우면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배워서 빨리 폐하의 비가 되고 싶습니다!”그러면서도 온모는 속으로 아버지를 원망했다.‘폐하께서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데 좋은 말은 못할 망정! 폐하께서 마음을 접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온모는 황제가 명을 철회할까 봐 조마조마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래. 참으로 사려 깊은 여인이로구나. 그렇다면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법도를 배우도록 하거라.”온권승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온장온은 다급히 아버지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이를 어쩝니까? 폐하께서 막내를 보는 눈빛이 애정하는 비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어요!”온권승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장남도 눈치챈 일을 온모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지금이 아니라 온가의 여식은 앞으로도 황제의 후궁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안 그래도 황제는 진국공 가문의 세력을 견제하는데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줄 빌미를 줄리가 없었다.예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북진연도 전장에 나가 있었고 진국공 가문은 후궁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허나 하필 그때엔 황제가 너무 어렸고 수렴청정 중인 태후는 진국공부를 경계했기에 황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줄곧 후궁 간택을 미뤄왔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폐하가 성년이 되자 북진연이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황제파인 북진연이 복귀하자 태후는 실권을 내려놓고 조정의 결정권을 전부 황제에게 맡겼다.다만 후궁에 황후의 자리가 비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8화

    이어지는 연회에서 온모는 어딜 가든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녀는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아둔하고 사지만 발달한 무관 가문 여식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롱과 비난은 서슴지 않으면서도 절대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그들은 온모에게 온갖 굴욕감을 주고는 홀연히 자리를 떴다.그리고 또 다른 무리가 온모에게 다가왔다.같은 상황이 수차례 반복된 이후, 온모는 그들이 작정하고 왔다는 것을 드디어 눈치챘다.더 돌아다니다가는 또 비웃음이나 당할 게 뻔했기에 온모는 치미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자리를 지켰다.이곳에는 폐하와 태후, 그리고 아버지와 오라버니들도 계시니 아무도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온모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황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 후에 웃으며 온권승에게 말했다.“진국공, 최근에 짐이 고민이 좀 있는데 해결해 줄 사람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소. 마침 오늘 진국공도 자리했으니 자네가 의견 좀 내주지 않겠나?”온권승은 흠칫하며 다급히 예를 행하고 말했다.“폐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건 대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무슨 일로 고민이십니까? 제 능력이 닿는 한 도와드리겠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라면 괜히 폐하의 시간만 뺏지 않을까 싶습니다만.”“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오. 다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국공뿐이라 얘기를 꺼낸 거요.”말을 마친 어린 황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니나다를까, 황제는 고개를 돌려 온모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짐이 즉위한 이래로 나이가 어리고 정무가 다망하여 후궁이 줄곧 비어 있었는데 지난번 어마마마의 생신연에서 진국공의 막내딸을 본 이후로 계속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구려. 첫눈에 반한 게 아닌가 싶소.”현장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온모는 떨떠름한 얼굴로 황제의 말을 곱씹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7화

    한심하다는 투의 말 속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관 수장인 진국공가의 딸이 무관 가문 아가씨들을 찾아갔으니 당해도 싸다는 어투였다.사실 예전의 진국공 가문은 완전한 문관파가 아니었고 오히려 가문에 무관 출신이 많았다. 다만 온권승이 집권하면서 완전히 문관 쪽으로 돌아섰고 나중에 란씨 가문과 정략혼인까지 하며 문관파에서 꽤 입지가 튼튼한 란씨 가문 덕에 온권승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무관들은 예로부터 문관을 무시하고 혐오했는데 특히나 무관을 배신한 온권승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진국공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도 무관들은 전혀 그들에게 굽히거나 양보하지 않았다.온권승과 척을 지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무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하물며 무관파 출신 중에는 대단하신 섭정왕 전하도 있지 않은가.그는 섭정왕의 칭호를 받기 전에도 전장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었다.대권을 잡은 후에도 그는 황실에 충성하며 어린 황제의 가장 충실한 신하가 되었다.그는 무관파의 명예이자 자랑이었다.전에는 섭정왕이 전쟁터에 나가 있어서 무관들이 문관들 앞에서 눈치를 많이 봤지만 섭정왕이 돌아온 지금 비실비실한 문관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무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특히나 섭정왕께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를 호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덩달아 성녀를 옹호하기 시작했다.성녀 전하가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국공의 딸이긴 하지만 섭정왕의 명이 곧 천명이었다.하물며 온사는 이미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어쩌면 성녀 전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비의 가식적인 본모습을 눈치채고 가문을 떠난 걸 수도 있었다.무관들은 그녀의 그런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며칠 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진국공은 젊은 시절 부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사생아가 적녀에게 보복한다고 란자군의 시신을 도굴해 훼손까지 시도했다고 한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경성의 모든 무관들은 경악해마지 않았다.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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