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규모의 소동은 라이브 스트리머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현장에 도착한 스트리머들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하며 조회수를 올렸고, 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영상을 편집해 빠르게 퍼뜨렸다.그뿐만 아니라 주요 TV 방송국과 신문사, 각종 언론사 기자가 사건을 취재하려 몰려들었다.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공개된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예천우의 행동을 비난하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하었다.박우형의 많은 사생팬들은 이 모든 상황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몹시 흥분했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우상인 박우형을 지켜냈다고 생각하면서 큰 자존감을 느꼈다.용국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 일어 더 커질까 봐 반드시 범죄자를 잡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아니나 다를까 경찰서의 서장이 나타나기도 전에 황 형사는 확성기를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저희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법을 어긴 자를 반드시 처벌하겠습니다.”하지만 군중은 여전히 분노를 멈추지 않았다.“지금 당장 범인을 체포해 처벌하라!” 그 모습에 황 형사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 정도 상황에서 예천우한테 죄가 있든 없든 그냥 두는 건 불가능해. 차라리 데려가서 조사하는 게 낫겠군. 빨리 들어가서 예천우를 경찰서로 데려가야겠어.’황 형사도 어쩔 수 없는 건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소동이 일어날 것 같았고 소동 때문에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사고라도 발생하면 황 형사는 그 책임을 져야 했다.그가 마음을 정리하던 순간 그의 옆에서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 형사님, 확성기 좀 빌려주시죠.”황 경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돌리자 정말 예천우가 서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 직접 나타나다니. 이 친구 제정신인가? 정체가 들키면 더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하지만 예천우가 이미 나섰으니 그보고 숨으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먼저 예천우를 잡는 방법밖에 없겠네. 그러면 사람들의 화가
“젠장, 부모 욕까지도 참아줄 수 있는데 우형 오빠 욕은 도저히 못 참아! 너 죽었어!”한 열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가 이런 개념이 없는 말을 큰 소리로 입 밖에 내뱉었다. 황 형사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며 난감해졌다. 현재 배치된 형사들로는 이 많은 사람을 막아내기가 역부족이었다. 상황은 곧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것처럼 보였다.그 순간, 예천우가 낮은 목소리로 코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무서운 천둥처럼 사람들 귀에 울려 퍼졌다.“내 말을 안 믿는다고? 좋아. 오늘 밤 내가 모든 증거를 공개해서 진실을 보여주겠어.”팬들은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누군가가 달갑지 않은 말투로 소리쳤다.“증거는 무슨 개뿔? 말도 안 돼. 그냥 시간 끌려는 속셈이지. 도망가려는 거 아니야?” 그러자 예천우는 비웃으며 말했다. “도망? 너희 같은 바보들 때문에 내가 도망을 간다고? 너희가 나를 감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예천우의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다. 격분한 팬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예천우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기세였다.황 형사는 무력감에 머리를 싸쥐며 중얼거렸다.‘이 친구 미쳤나... 정말 작정하고 큰 사고를 치려고 하는 거야?’그때 추가 경찰 병력이 도착했다. 특히 특수부대가 현장에 합류하면서 사람들은 총을 든 특수 경찰을 보며 조금씩 몸을 움츠렸다.예천우는 팬들이 잠시 얌전해진 틈을 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너희들이 걱정하는 걸 내가 직접 알려줄게.” 그는 주변 경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황 형사니, 여기 있는 형사 중 몇 명을 배치해 저를 따라다니게 해주세요. 오늘 밤까지 제가 증거를 공개할 때까지 저를 감시하게 하면 되지 않겠어요?”그러자 황 형사는 즉시 확성기를 잡고 사람들에게 말했다.“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예천우 씨를 끝까지 감시할 것입니다. 만약 예천우 씨의 결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즉시 체포하겠습니다.”그러나 군중 중 누군가가 외쳤다.“믿을 수
예천우와 함께 방으로 돌아오자 임완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천우야, 정말로 모든 증거를 준비해 둔 거야?”“당연하지.”예천우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그는 임완유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약간의 시간을 끌었을 뿐이지 사실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이번 기회에 임연 그룹의 화장품까지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계산도 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유은수가 이득을 보는 게 별로 탐탁지 않았다.‘유은수의 성격상 이런 일이 있으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완유와 나를 비웃겠지.’임완유 때문이 아니라면 예천우는 유은수를 상대하기조차 싫었다.한편 유은수의 첫 출근 날은 쉽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은 대체로 그녀에게 전혀 호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녀는 일을 시작하자마자 본인이 모든 것을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하며 각종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유은수는 지출 통제에 강하게 나서며 불필요한 보상을 줄이고 심지어 직원들 월급을 낮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물론, 월급을 바로 깎는 건 쉽지 않으니 대신 직원들이 받는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줄여 회사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다.돈을 덜 쓰면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유은수의 단순한 논리였다. 그녀는 임완유가 직원들에게 과도한 보상을 줬다고 생각하며 이런 방식으로는 회사가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완유가 도대체 뭐한 거야. 어쩐지 회사가 큰 발전이 없다 했더니.’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대해 회사의 중급 관리자인 이신향은 강하게 반대했다.그녀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나서서 반박했지만 이는 곧 유은수의 심기를 거슬렀다.결국 임 어머니는 그녀를 회사에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해고해 버렸다.이에 따라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지만 누구도 감히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해고를 피하려면 입을 다물어야 했기 때문이다.예천우가 여유 있는 태도로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임완유는 조금 안심했다.하지만 양서은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사람이 지금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뻔하지. 별거 아니야. 지금 딱 보면 시간이나 끌고 도망갈 궁리나 하는 거겠지. 두고 봐. 내가 장담하는데 밤 9시가 되어도 아무것도 공개하지 못할걸.”황금 시간대인 저녁 8시를 넘어서 9시까지 증거를 공개하지 못하면 이는 곧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확신했다.그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특히 그의 옆에 있던 여자는 박우형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우형 오빠는 정말 모든 걸 잘하시네. 비록 잠자리에서는 약간의 약물이 필요할 뿐이지.’그때 매니저가 급히 뛰어 들어와 말했다.“우형 님! 저 자식들이 틱톡에 계정을 만들어서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했어요!”“그래? 그럼 공개했어?”“아니요. 아직요.”“그거 봐봐. 거짓말이잖아. 누구나 말은 할 수 있지. 플랫폼 공식 계정에서도 아무 말 없잖아.”“그렇네요. 그건 맞아요.”사실 예천우는 이미 틱톡 플랫폼과 협상을 마친 상태였고 임완유의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었다.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혹시나하는 마음에 임완유의 개인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특히 플랫폼의 공식 계정이 이를 인증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이 상황은 박우형의 팬들을 화나게 했다. 그들은 왜 많은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의 계정을 이렇게 많이 팔로우하는지 이해가 안 됐고 심지어 심하게 예천우와 임완유 두 사람을 욕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들의 분노와는 달리 계정의 팔로워는 수백만을 넘어서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지금의 상황을 놓고 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속도로 천만 명을 넘을 것 같았다.하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빨리 증거 영상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증거 영상을 가장 빨리 보려면 임완유의 계정을 팔로우해야 했다.시간은 어느덧 저녁 9시가 되었고 임완유의 개인 계정의 팔로워 수는 이미 2천만 명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하지만 여
밤 10시가 되자마자 예천우는 임완유의 계정을 통해 첫 번째 영상을 게시했다.이 영상은 사건 초기부터 시작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던 모습, 그리고 예천우가 폭행을 가하던 순간과 경호원들과의 충돌까지 모든 과정을 완전히 담고 있었다.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내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에는 음성이 없어서 대화 내용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그런데도 영상을 본 사람들은 박우형이 먼저 임완유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건의 발단이 임완유의 선제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그러나 이러한 점이 예천우의 폭행을 정당화하지는 못했다.매니저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라며 박우형에게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이 영상은 분명히 매니저가 돈 주고 삭제했지만, 삭제했던 CCTV 영상이 그대로 올라왔다.박우형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영상을 확인한 뒤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어쩌라고? 소리가 없잖아. 결국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해. 중요한 건 저 자식내 팬을 때렸다는 사실이고 그다음에 주먹을 휘두른 것도 명백한 잘못이라는 거야.”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댓글을 확인하며 비웃었다.비록 어떤 사람들은 박우형이 심한 말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예천우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이딴 걸 증거라고 올린 거야? 아무것도 설명 못 하는데?”“맞아.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그냥 시간 끌기지 뭐. 증거가 있었으면 진작에 공개했겠지. 어찌 됐든 주먹을 휘두른 건 잘못된 일이지. 특히 여자를 때린 건 더더욱 잘못했고.”“맞아. 이건 오히려 예천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때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야. 처벌은 당연히 받아야지.”“...”한편, 천해시의 많은 사람들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었다. 사건 당사자들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천우를 아는 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그 시각 유은수는 이번 일을 지켜보며
이 상황에서 팬들은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했다.지켜만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젠장. 내가 눈이 멀었나 봐. 이런 쓰레기를 지지하다니!” “이렇게 뻔뻔한 여자도 있어. 내가 현장에 있었어도 저런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호되게 두들겨 팼을 거야.”“내가 잘못했어요. 예천우 형님, 전에 형님을 욕한 건 제 실수였어요.”“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박우형은 진짜 역겹네.”“봐라, 내가 뭐랬어. 분명히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역시 그렇지!”“저게 무슨 연예인들의 롤모델이야. 그냥 쓰레기일 뿐이지.”“죄송합니다. 임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임 대표님, 우리가 오해했어요. 여기서 사과드립니다.”사람들은 예천우의 이름은 몰라도 임완유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한순간에 분위기가 확 바뀌어져 버렸다.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임완유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댓글 창에는 죄송하다는 말들이 가득했고 특히 임완유의 완벽한 외모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그녀를 다시 본 사람들은 이런 완벽한 여신한테 어떻게 그런 욕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후회했다.남성 네티즌 중 일부는 심지어 직접 나서서 저 개념 없는 여성 팬을 혼내주고 싶다며 분노를 쏟아냈다.한편, 사람들은 박우형의 행동에 대한 혐오감도 급격히 커졌다. 분명히 박우형이 먼저 임완유를 건드렸고 거절당하자 그녀를 모욕했고 이후 팬들을 동원해 그녀를 집단으로 조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나도 저 상황이었다면 참을 수 없었을 거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지도 몰라.”예천우한테 맞았던 여자는 이 상황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심각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래도 우형 오빠는 나를 지켜주겠지.”그 여성 팬은 지금 박우형한테 기대를 걸고 있었다.하지만 박우형의 팬들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팬 중 일부는 박우형이 조금 지나쳤다고 인정했지만, 여전히
중립적인 관객들은 임완유와 예천우의 편에 서기 시작했지만 박우형의 사생팬들은 여전히 그의 편을 들며 억지로 상황을 변호하려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혼란스러워졌고 거대한 논쟁으로 발전하면서 사건은 더욱 확산하기 시작했다.매니저는 이 모든 상황을 보고 급히 박우형에게 보고했다. “우형 님, 큰일 났어요!”“또 뭐야?”박우형은 짜증스럽게 말했다.“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매니저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건네주었다.박우형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녹음과 영상으로 똑똑히 담겨 있는 걸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젠장,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선명한 녹음이랑 영상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이야?”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는 댓글들을 보며 당황하고 분노했다.“당장 여론을 뒤집을 방법을 찾아! 프로 악플러를 고용해서 상황을 반전시키라고! 그리고 플랫폼에도 연락해. 얼마나 들든 돈을 주고서라도 이걸 막아야 해!”매니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여론을 막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박우형이 명령을 내렸으니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그러나 매니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플랫폼 측은 아예 우리 말을 듣지 않아요. 게다가 프로 악플러들도 모두 경고를 받아 움직이지 않습니다.”바로 그때, 예천우는 또 하나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박우형이 예천우를 건방진 자식이라고 부르며 자신을 뛰어난 음악 천재이자 현대의 위인으로 칭했던 부분이었다.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폭발했다.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심지어 일부 언론사들마저 박우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나섰다.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다.사람들은 사건이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예천우가 이런 문구를 남겼다.“여러분,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겠죠? 이건 단지 맛보기일 뿐입니다. 내일 밤 8시, 황금 시간대에 박우형의 진짜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이 문장이
“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방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호텔 데스크에 갔을 땐 이미 없었는데요.”양서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예천우는 잠시 멍해졌지만 양서은이 자신들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이미 준비를 끝냈어요. 특수한 방식으로 말이죠. 호텔 직원들도 전혀 몰랐을 거예요.”그 말을 듣고 양서은은 놀라서 멍해졌다. 이런 신기한 방법이 있다니.“하지만 뒤에 나온 영상은 예천우 씨가 직접 찍은 것 같던데요. 그런데 저는...”“제가 찍는 걸 본 적이 없으시죠?”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제 몸에 작은 카메라와 녹음기가 있어요. 그래서 모든 상황을 기록할 수 있죠. 다만 필요에 따라 쓸 뿐이죠. 됐어요. 이제 더 궁금한 건 없겠죠?”“없어요. 없어요... 잠깐만, 근데 뒤에 나올 영상은...”양서은은 후속 영상이 몹시 궁금했다.“그건 내일 밤에 알게 될 겁니다.”예천우는 그녀를 돌려보내며 고개를 저었다.“양서은 씨는 꽤 괜찮아 보이는데. 잘 키우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나도 그렇게 생각해.”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천상 그룹 쪽은 정말 괜찮을까?”“아무 문제 없을 거야.”예천우는 확신에 차 대답했다.“천우야, 오늘은 정말 네 덕이야. 너랑 함께 있으면 내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임완유는 약간의 좌절감을 드러냈다.평소에는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고, 학력도 뛰어나며, 많은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천우와 비교하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다.오히려 예천우는 마치 못 하는 게 없는 사람 같았다.“그럴 리가 있겠어? 내 손에 있는 수많은 회사도 네가 도와 관리해 줘야 해.”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네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해. 이제 우리 좀 편히 쉬자.”그는 말을 하며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저항할 힘이 없었다.예전에는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었지만 그와 몇 번 가까워
선우서림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모여 있는 젊은 일행 쪽에서는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잠시 후 박민정과 그녀를 따르는 소정까지 비행기에 올랐다. 소정도 평범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박민정에 비하면 한참 밀리는 수준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박민정의 등장으로 기내 사람들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었다.특히 그 젊은 일행 중 두 남자의 눈길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들 중 앞장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예명한이었고 옆에 있는 남자는 하위림, 여자는 그의 여동생 하은별이었다.하위림은 예명의 뒤를 따르는 동생이나 다름없었고 하은별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명한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예명한은 눈이 높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하은별은 여전히 예명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녀가 예명한과 결혼한다면 용도의 명문 예씨 가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물론 지금의 예씨 가문은 과거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도 용도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혹시 나중에 4대 가문에서 밀려난다 해도 슈퍼급 명문 가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예천우는 예리한 감각으로 이미 그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선우서림을 따라오게 두지 말 걸 그랬네. 또 번거로운 일을 만들겠어.’이번 여정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많아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까불어댄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선우서림은 옆에서 예천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왜 그래? 누가 화나게 했어?”“아무것도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선우서림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성격이 칼같아서 만약 이 상황을 안다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알겠어.
예천우의 단호한 태도에 선우서림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자칫 과하게 나갔다가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예천우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선우서림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이 집에 자신의 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천우가 부인 임완유와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예천우를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임완유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선우서림이 보기에 임완유는 어디까지나 형수님에 가까웠다. 예천우의 부인은 오직 임완유 한 사람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임완유와 오랜만에 깊고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이미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임완유 역시 바쁜 와중에 함께 나왔다. 이번 용도로 향하는 여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녀도 직감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예천우를 배웅하러 온 것이었다.뒤이어 나타난 선우서림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간단히 변장을 마치고 먼저 티켓을 확인한 뒤 홀로 탑승구로 들어섰다. 예천우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그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은 철저히 피했다.곧 오전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출발 시각도 다가왔고 승객들의 탑승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선우서림이 잠깐 멈칫하며 말했다.“도련님, 저기 좀 봐. 저번에 진나비 콘서트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예천우가 돌아보니 오늘 그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차갑고 무심한 표정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녀 곁에는 지난번 봤던 소정이라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봤어. 근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를 타다니... 우연이라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