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쓸데없이 소리 그만하고 지금 당장 말해, 우리 돈 네가 책임질 거야?" 둘째 할아버지가 유은수를 다그쳤다.첫째 할아버지가 없으니 오늘 그들은 당당하게 빠질 수 있었다. 만약 첫째 할아버지가 돌아와 그들을 쫓아내면 그들도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전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방금 임완유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을 때도 친척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유은수는 기세등등한 둘째 할아버지의 기에 죽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임완유가 황급히 둘째 할아버지를 말렸다. "할아버지, 이 일은 저희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말이 안 돼요.""완유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힘들게 모은 돈을 단번에 잃었단다. 너였어도 이 상황에서 진정했겠니?""우리는 너희처럼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돈도 없단다."둘째 할아버지가 하소연을 털어놓았다."알아요. 하지만 회사가 지금 매우 어려워요. 먼저 돌아가셔서 기다리면 회사 사정이 나아졌을 때 돈으로 일부 보상해 드리는 것은 어때요?" 임완유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어쨌든 그들은 친척이었기에 곤경에 처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안 된다!""보상을 일부분만 해준다니? 너희 때문에 지금 이 꼴이 됐는데 전부 보상해줘야지!""그만 하세요! 그깟 돈이 뭐라고!"유은수가 소리를 쳤다. 사실 유은수는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임완유와 예천우까지 그 불똥이 튀자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친척들이 불평스럽게 말했다. "그깟 돈이라니? 그깟 돈 갚을 능력은 되니?""저희는 그 돈을 갚을 수 없지만, 그 돈을 갚아줄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예천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그게 누구야?"둘째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신학그룹입니다." 예천우가 답했다.임완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다른 사람들이 믿을지도 모르는 찌라시를 사람들에게 결정 난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 즉시 예천우가 시간을 끌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여겼다.지금은 시간
유은수가 조용히 있었더라도 이 일은 잘 해결될 것이다.예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들에게 자기가 담양에게 신학그룹을 인수하라는 진시를 내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왜 말이 없어졌어?""거짓말이 들통 나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 아니야?""유은수, 오늘 우리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몇몇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유은수도 사실 화가 났다. 그녀는 이미 엄청난 적자를 떠안았다, 비상금까지 전부 탕진했다.사람들이 당장에라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노려보자 그녀는 겁을 먹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의 딸은 회사의 대표이다. 예전에는 하나같이 예읠르 차리며 아부 떨던 사람들이 지금 돈을 내놓으라고 달려들고 있다.둘째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완유야, 네가 말해 봐. 네가 직접 설명해."임완유가 망설였다.예천우가 먼저 끼어들었다. "정말 돌아갈 마음이 있으면 먼저 네 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예천우, 무슨 헛소리야!"유은수가 초조해서 끼어들었다.임완유도 당황한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조용히 있어. 얘가 직접 설명하게 해.""날 믿는다면 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사. 60% 가격으로 매수할 기회야."예천우가 말했다.유은수가 다급한 얼굴로 예천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달려가 예천우의 입을 막고 싶었다.휴지쪼가리가 된 지분을 매수하라는 헛소리를 하자 그녀는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친척들이 흥분해서 끼어드는 바람에 유은수는 입을 열지 못했다."좋은 생각이야!""60%라도 되니 당장 거래하자. 없는 것보다야 낫지.""그래, 우린 받아들이겠다.""그래, 당장 돈을 줘!"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가지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60%를 돌려받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희망을 품었다."모두 동의하시는 거죠? 하지만!"예천우가 말했다. "이 거래는
예천우는 임완유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며 달랬다. "걱정하지 마.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야.""사실, 내가 아까 했던 인수 얘기는 사실이야.""채 의원이 나한테만 알려준 정보야. 설마 채 의원까지 못 믿는 것은 아니지?" 다른 사람에게는 숨겼지만 임완유에게는 숨길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지금 공신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채 의원을 끌어들여야 했다."채 의원님이 그랬다고? 언제 말했는데?"임완유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채 의원이 알려준 정보면 믿을만한 것이기 때문이다."의원님 손자 재검사하러 갔는데 그때 알려줬어. 신학그룹은 파산도 하지 않을 거고 다시 궐기할 수 있으려고 알려줬어.""뭐? 정말이야?"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도 깜짝 놀랐어. 그런데 채 의원이 분명 그렇게 말했어. 구체적인 이유까지는 나도 잘 몰라." 예천우는 사실 신도시 사업에 대해 오늘 임완유에게 이실직고하려고 했다.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 기밀 사항이다. 이게 알려지면 다음에 많은 리스크를 안을 수 있었다."만약 의원님이 정말로 그렇게 말한 거면, 그건 믿을만한 정보야."채 의원은 도시의 고위 책임자로 인맥이 넓었고 그가 하는 말에는 공신력도 높았다. 그리고 사실도 아닌 얘기를 함부로 떠들고 다닐 채 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 회사는 지금 유동 가능한 자금이 아예 없어.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마련해 와." 임완유가 힘없이 말했다."잊었어? 오늘 소문휘와 계약했던 프로젝트 계약 대금이 들어오는 날이잖아. 게다가 내일 아침에 정식으로 체결하면 나머지 금액도 전부 입금될 거야."예천우가 말했다."잊기는 무슨, 그 돈을 과연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지." 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었다."틀림없이 잘 될 거야. 내일 아침에 함께 가자.""응!"임완유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예천우가 같이 가준다고 하자 임완유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네. 나 대신 10억 원 받아줘서 고마워."
그러나 지금의 이 상황은 전부 예천우가 초래한 것이다. 예천우가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할아버지가 가족들 의견의 최종 결정자인 거 맞죠?" 임완유가 물었다."물론이지!"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요. 가지고 있는 지분을 전부 나한테 넘긴 뒤에, 지분과 관련된 문제가 생겨도 저 찾아오지 마세요.""그렇게 해주실 거죠?""당연하지, 물론이다.""아까도 말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전 그냥 확인하고 싶어서요. 오늘 저녁에 계약서 정리해서 갈게요." "내일 점심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지분 양도에도 서명해주세요."임완유가 말했다. "오늘 하면 안 되니?" 둘째 할아버지가 황급히 물었다."은행 업무 시간 지났어요." 임완유가 답했다."그럼 왜 내일 점심이니? 너 설마 일부로 시간 끌려고 그러는 거니?" 어떤 사람이 그녀를 의심했다.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여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요. 전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요.""내가 한 말을 못 믿겠으면 애초에 없었던 일로 하죠,""아니야, 완유야. 네가 이렇게 철이 들고 똑똑해진 걸 내가 못 알아봤구나. 널 믿는다."둘째 할아버지가 황급히 임완유를 달랬다.임완유는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사람이다.둘째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간도 늦었으니 우리는 먼저 돌아가서 쉬자. 서류 정리해서 내일 오전에 다시 오자.""네!"가족들은 둘째 할아버지의 말을 얌전하게 따랐다."완유야, 이 할아비를 속이면 안 된다 .안 그럼 난 낯을 못 들고 다녀. 그러니 절대 나쁜 마음 품으면 안 된다.""둘째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절대 안 그래요. 예천우는 할아버지를 속이지 않았어요. 신학그룹은 정말로 여러분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제 말 믿는다면 내일 오지 않아도 돼요.""하하, 물론 믿지. 다만 난 급전이 필요해서 기다릴 수 없어.""정말 그 돈을 회수해준다면 그걸 네가 가지거라."둘째 할아버지가 웃
이 얘기를 듣자마자 임완유는 머리가 멍해졌다.예천우 역시 얼빠진 얼굴로 있었다.그러나 유은수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듯한 눈빛이다. 임강도 끼어들었다. "그래, 우리가 힘들게 모은 돈인데 전부 잃었어.""그래, 다른 사람들 돈도 다 돌려주는 마당에 엄마, 아빠 돈도 돌려줘야지?" 유은수가 말을 이었다.임완유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보상한 건, 전부 신학그룹이 회수를 해주기 때문이야.""회수라니?""완유야, 너 정말 쟤 말을 믿는 거니?"유은수는 예천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예천우를 원망했다."엄마!""믿든 안 믿든, 내 말은 다 사실이야! 며칠 지나면 자연히 모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임완유가 한숨을 내쉬었다."우린 기다릴 수 없어."유은수가 말했다. "우리 돈 전부 돌려줘. 회사 돈이잖아, 돌려준다고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임완유의 비상금이 없으니 그 큰돈은 회사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려받지 않으면 나중에도 돌려받을 수 없다.예천우가 한쪽에 서서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이렇게 부탁하는데 그냥 들어줘. 얼마나 괴롭겠어.""그래!"얼빠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지출이 더 커질 게 뻔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문휘에게 받은 투자는 화장품 사업에 쓰여야 했다.그런데 부모님까지 환급해달라고 하니 지출만 커진 셈이다. 돈을 제때에 회수하지 못하면 회사에도 손실이고 다른 주주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임씨 가문이 70%의 지분을 소유하긴 했지만 30%의 지분은 할아버지와 함께 일을 해왔던 어르신들이 나눠 가졌다.그녀는 이미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다. 예천우를 믿기에 이 모든 걸 감행한 것이다.딸이 돈을 돌려주겠다고 승낙하자 유은수는 비로소 만족했다.예천우가 자신들을 위해 나서주자 그들은 그나마 마음이 풀렸다.하지만 예천우가 이럴수록 그들은 예천우를 가문에서 내쫓고 싶었다.이튿날 아침, 예천우는 임완유와 함께 소문휘를 찾아갔다. 소문휘가 시간을 끌며 돈을 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예상치 못
임완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은 그녀의 말에 반기를 들고 듣는 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취임 사실은 그들이 자기 친인척을 회사에 꽂아넣는 데 영향을 끼쳤다. 임완유를 꾸짖은 큰 어르신은 직접 사람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 해당 투자에 손실이 생기면 임씨 가문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보증까지 했다.큰 어르신이 직접 보증까지 한 일이니 다른 사람들도 의견이 없었다.임완유는 약속대로 절차를 밟았다.큰 어르신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에 모든 사람의 주식을 회수하는 것은 회사 돈을 이용하는 것이고 임완유가 큰 모험을 안고 있다는 것도 알렸다.일단 거래가 성립되면 이 지분들은 그들과 더는 상관없어진다. 나중에 다시 소란을 피워봤자 소용이 없었다.사람들은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감격스러운 듯 흥분했다.그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돈을 정말 돌려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임완유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칭찬을 연발했다. 심지어 예천우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유은수 두 부부를 포함해서 모두 돈을 돌려받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오직 큰 어르신 고개를 저으며 이런 아들과 며느리를 둔 자기를 한탄할 뿐이다.어쩌면 하나같이 이렇게 모자란 사람들만 뒀는지...게다가 손자녀석도 사고만 치니 그는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 똑똑한 손녀를 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예천우는 옆에 서서 계약서를 훑어보았다.바로 이때, 담양의 휴대폰이 울렸다."모든 처리를 다 끝냈습니다. 오늘 발표회에서 모든 것을 공개할까요?" 담양이 물었다."그래, 그룹 개편도 포함해서 회사 지분 회수 건도 전부 발표해.""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오후 2시 반에 시작하겠습니다.""그래."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시의 2인자 황호건이다."시장님!""선생님, 담양 님께서 신학그룹 인수한다던데, 알고 계셨습니까?"최근 정무가 바빴던 그는 인제야 이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황호건은 천해시의 경제를 관장하고 있다. 신학그룹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난장판을 어떻게 회생해도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가능합니다."예천우가 웃으며 되물었다. "시장님 아직도 2년 전 제출했던 신도시발전계획 기억하세요?"황호건은 얼떨결에 이 일에 관여했다. 다만 지금의 위치가 아니다. "물론입니다. 다만 계획이 너무 방대하고 자금이 엄청나게 방대해 통과되지 않았지요.""그러나 통과는 못 했지만 많은 이득을 얻었어요. 인근 도로 교통이 크게 개선되었고 향후 몇십 년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그런 건 왜 저한테 말씀하세요?""이 계획은 이미 통과되었고 시내까지 뻗어있다면요?" 예천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요?""그럴 리가 없습니다!"황호건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말 통과했다면 우리가 소식을 제일 먼저 받았을 겁니다."일반적으로 표결이 통과되면 지도자가 이 일을 알게 된다. 그들은 각자의 부하와 존경하는 인재가 있기에 미리 소식을 누설할 수 있었다."만약 표결되지 않으면 어쩌죠?"예천우가 웃으면서 답했다. "전 여기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황호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신학그룹과 무슨 상관이 있죠?""곰곰이 생각해 봐요. 신학그룹이 어떤 땅을 가졌는지, 2년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예천우가 말했다.황호건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만약 계획대로 되면 신학그룹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신학그룹도 신도시발전 계획을 듣고 싼 가격에 근처의 부지를 대량으로 매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아쉽게도 이 계획은 통과되지 않았고 계획이 완전히 보류되었다. 그들이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인 수은 땅이 단번에 폐기되었다.확실히 그랬다, 10억 원 넘는 손해를 봤다. 비록 이곳의 부지는 별로 값어치는 없었지만, 그들이 구입한 부지가 워낙 대량이기도 했고 살던 주민도 있었다.전화를 끊은 황호건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채 의원 말이 진짜였나 봐.""응, 잘됐네.""예천우, 고마워!"임완유가 감격스러운 듯 흥분해서 말했다. 인수되는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가 함께 발표회를 한다. 예천우가 전에 말했던 상황과 일치했다.인수 발표는 거의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에 정말로 되면 우리 의원님께 제대로 감사 인사드리자. 특히, 넌 의원님 없었으면 천해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임완유가 말했다."그래, 감사 인사해야지." 예천우도 말했다."다름에 같이 가서 인사하자.""좋아!"임완유는 이 소식을 얼른 할아버지에게 전했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유은수는 넋이 나갔다, 예천우의 말이 진실이었다. 이번 인수 계획이 일으킨 파동은 엄청났다. 오후 2시 무렵, 둘째 할아버지도 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어느새 오후 2시 반이 되었고 발표회는 예정대로 정시에 시작되었다.담양은 신학그룹을 정식으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완유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담양은 곧 신학그룹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직접 책임질 것이고 부채든 뭐든 전부 감수하겠다고 발표했다.유씨 부자에게 사기당한 돈은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즉시 상환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감격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천우야,고마워!"예천우는 갑자기 자기를 꽉 껴안는 임완유 때문에 온몸이 굳어 어쩔 줄 몰랐다.전에는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신경도 쓰지 않던 임완유였다.그런데 오늘은 사소한 일에 이렇게 감동을 하며 포옹까지 한다.게다가 예전에는 이름 석 자를 딱딱하게 부르던 그녀가 지금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줬다.예천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임완유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이다.가문이 곤경에 처해 있었고 그들은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안되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개혁으로 스트레스가 컸고 일찍이 그녀에게 불만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그녀를 밀어낼 틈만 노렸을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완유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