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의 말을 듣자 예천우는 알았다고 했다.사실 예천우는 그다지 원하지 않았지만 임완유가 고집하자 그녀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중에 영업부 이사가 되면 좋은 혜택이 있다고 했다.며칠 뒤가 지나서 예천우가 다시 회사에 나타나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최근에 많은 사람에게 작은 공로를 세운 예천우가 오만함 때문에 임 대표가 화가 나서 예천우를 잘라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중요한 건 바로 그때 직원들은 예천우를 영업 1팀 팀장의 직무를 해임하고 유사라가 영업 1팀 팀장을 맡는다는 메일을 받았다.장연희는 이 메일을 보는 순간 멍해졌다.비록 며칠 전에 유사라가 요즘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데다가 예천우에 불리한 소문까지 돌고 있으니 그녀는 임완유의 계획이 없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런데 뜻밖에도 결국에 올 것은 왔다. 장연희는 옆에 있는 유사라를 보며 말했다.“사라 씨, 축하드려요. 이제부터 제 상사네요.”“연희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유사라도 그 메일을 보고 눈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제가 뭘 돌볼 수 있겠어요. 예천우 씨야말로 진정한 패기 넘치는 남자 친구죠. 아마도 사라 씨를 돌봐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거예요.”“무슨 소리예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유사라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사실 예천우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요? 믿었던 유현도 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고 사라 씨를 발탁했잖아요.”장연희가 반박했다.기뻐하는 유사라에 비해 이신향은 이 메일을 보고 완전히 멍해졌다.‘예천우가 잘렸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걸까?’게다가 유현도 예천우의 자리를 이어받지 못하고 오히려 김선의 측근이었던 유현이 자리를 이어받았으니 많은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예천우 씨는 확실히 능력은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 했던 말을 들어보면 너무 우쭐거렸어요. 이제는 완전히 망해버린 거죠.”“그러게 말이에요. 원래 유현 씨가 자리를 이어받
“쳇. 누가 예천우 씨를 미워한다고 했어요? 회사 여자애들이 눈이 멀어서 예천우 씨만 마음에 들어 하니 우리도 더 이상 못 참겠어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깨달았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생각에는 회사 여성분들이 눈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 여러분이야말로 정말 눈이 먼 거죠. 유현 씨, 이따가 인사부에 가서 이 사람들은 전부 해고해 주세요.”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유현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예전에도 이 몇 사람을 해고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 천우 씨도 편편하지 않은 상황에 이게 무슨 소리예요?’다른 사람도 깜짝 놀랐고 이어서 예천우를 조롱했다.“흥. 잘난 척하기는요. 아직도 자기가 예전의 팀장인 줄로 아세요?”“그래요. 확실히 저는 팀장이 아니죠. 하지만 이제 곧 영업 부서의 이사가 될 거예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요? 그럴 리가!”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유현도 어리둥절했다.“불가능할 게 없죠. 예천우 씨가 이사 자리에 올라갈 거예요.”바로 그때 유사라가 걸어오면서 차갑게 말했다.“며칠 전에 예천우 씨가 특별히 저를 찾아와 팀장 자리를 넘겨받으라고 했어요. 예천우 씨는 영업부 이사가 될 거라고 했죠.”“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유현 씨에게 팀장 자리를 넘겨줬겠죠.”어떤 사람은 믿지 않았다.유현도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자신이 요즘 일을 잘하지 못해서 영업 1팀 팀장을 물려받지 못한 것이 아닐지 생각했다.“확실히 그런 고민을 해봤죠.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 게을러서 보좌관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유현 씨가 계속하여 제 보좌관이 되어 주세요. 앞으로 유현 씨는 영업부 대리 이사의 직무예요. 일이 많고 힘들어질 수 있으니 더욱 책임감 있게 일해 주세요.”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유현에게 말했다.“유현 씨, 준비됐어요?”유현은 원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예천우의 말을 듣고 더 이상 흥분한 감정을 감출 수 없어서 온몸을 떨며 말했다.“예천우
예천우는 공손진이 또 자신한테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공손진의 움직임을 감시할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예천우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코끼리에게는 개미 같은 동물이 전혀 위협이 아니었다.예천우의 우아함 속에 패기가 묻어나는 모습을 보자 유사라는 더욱 예천우가 멋있어 보였다.특히 사람들 앞에서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설렜고 얼굴이 붉어졌다.방금 장연희가 유사라에게 예천우와 유사라가 연인 사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래서 유사라는 지금 저도 모르게 자기와 예천우가 사귀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예천우가 일을 전부 처리하자 유사라는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천우 씨, 드디어 돌아왔네요.”“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예천우는 유사라의 수상한 점을 눈치챘다.‘이 계집애도 날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고생까지는 아니었어요. 다만 천우 씨가 계속 회사에 오지 않아서 걱정했어요.”유사라는 말하며 애틋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눈빛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유사라와 어떤 관계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재빨리 말했다.“사내대장부인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유사라 씨의 말도 맞아요.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 오니 확실히 해야 할 일이 많네요. 그럼 먼저 가보겠어요.”예천우는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유사라는 멍해졌고 예천우가 자신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과 더 이상 말 걸지 않으려는 것도 알게 되자 유사라는 실망감에 빠졌다.‘설마 내가 그 정도로 매력이 없는 걸까? 하지만 많은 남자는 내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장연희는 유사라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고 즉시 다가가 위로했다.“기죽지 마세요. 예 팀장님, 아니 예 이사님이 방금 돌아왔으니 분명 많은 일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예천우 씨도 사람들 앞에서 유사라 씨와 감히 스킨십
“아니에요. 절대 아닙니다!”이신향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러면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예요? 얼버무리지 마세요. 진실을 듣고 싶어요. 설마 예천우 씨를 좋아하는 건 아니죠?”“아, 아닙니다.”이신향은 재빨리 아니라고 말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면 예천우에 대해 확실히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만약에 천우 씨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난 허락할까?’그런 생각을 하자 이신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었다.하문도 이신향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신향 씨,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예천우 씨는 확실히 정말 훌륭하지요. 하지만 절대 그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왜요? 하 사장님은 천우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예요?”이신향은 즉시 궁금해서 물었다. 그녀도 예천우가 도대체 무슨 신분인지 알고 싶었다.“잘 모르지만 저는 예천우 씨가 이미 여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죠.”하문은 능력 있고 젊고 잘생긴 예천우를 볼 때 자신도 약간 설렜다고 말했다.임 대표와 예천우의 관계를 추측하지 않았다면 하문도 예천우에게 대시했을 것이다.하문도 자신의 조건이 괜찮다고 생각했다.짧은 시간 안에 회사의 최고 미녀 여직원들이 전부 예천우에게 호감이 가게 될 줄은 몰랐다.하문의 말을 듣자 이신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신향과 예천우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하문과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 이야기를 마치고 이신향은 사무실을 떠났다. 그러자 마침 하문을 찾으러 온 예천우와 유현을 보았다.“예 팀장님, 아니, 이제는 예 이사님이네요.”이신향은 약간 서운했지만 그래도 예천우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별말씀을 다 하네요.”“아니요. 앞으로 전 천우 씨의 부하예요.”“제 부하가 되시는 게 좋지 않아요?”“좋죠. 물론 좋죠. 지금 천우 씨는 1팀 팀장이 아니에요. 우리도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니 좋은 일이
임완유가 이런 임명을 발표하자 여전히 큰 파장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다.하지만 이 임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지난번에 누가 배후의 사람이었든 간에 예천우는 확실히 유명해졌고 회사를 위해 큰 공헌을 세운 절대적인 공신이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임완유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모두 제거되었다.오늘날의 임연 그룹은 예천우의 도움으로 완전히 임완유 혼자 것이었다.그리고 지금의 임완유는 예천우의 도움으로 당시 할아버지를 능가할 정도로 회사에서 위신이 대단했다.임완유의 임명에 대해서 예천우는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고 유현에게 주의해야 할 사항을 간단히 설명했다.비록 예천우는 회사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현이 경험이 없다고 해서 회사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유현에게 모든 것을 맡긴 후 예천우는 안심하고 오후에 바로 퇴근했다. 임완유가 예천우더러 제시간에 퇴근해라던 당부는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집에 돌아오자 예천우는 독고살과 양박군이 생각났다.독고살은 분명히 예천우가 알려준 귀영미종과 궤살술법을 전부 외웠고 계속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 것이다.양박군도 밤낮없이 부지런히 배우고 수련하고 있었다. 예천우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예천우도 독고살과 양박군을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예천우가 직접 발견한 잠재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자질과 끈기 있는 성격에 예천우가 잘 가르쳐준다면 미래에 두 사람은 반드시 종사의 경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비록 자신이 용문의 문주지만 용문이 꼭 그 혼자만의 세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천우는 용문에서 줄곧 다른 세력들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그에 비해 수라전은 예천우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라전에는 고수가 너무 적었다. 예천우를 빼고 종사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오직 부전하 한 명뿐이었다.수라전의 구성원들은 줄곧 혹독하고 은밀한 훈련을 거쳤기에 수라전의 실력이 강했다. 게다가 수라전은 엄청 많은 돈으로 막강한 정보기관
심지어 예천우마저 쉽게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독고살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양박군이 이렇게 강해진 것을 본 독고살도 당연히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그리고 갑자기 예천우의 앞에 나타나 검은 비수를 하늘에 날렸다.예천우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그 검은 비수는 예천우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하지만 종사 아래의 경지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예천우는 오른손을 쓱 휘둘러 가볍게 독고살을 물리쳤다. 독고살의 귀영미종이나 궤살술법은 모두 아주 훌륭했다.독고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내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술법은 예천우 씨 앞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었네.’하지만 그럴수록 독고살은 더욱 노력해야 했다.독고살의 실력에 만족한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주 좋아. 계속 열심히 수련해. 나중에 너희들이 종사의 경지에 진입하면 천하에 너희들의 암살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그러자 독고살이 되물었다.“예천우 씨도 피할 수 없어요?”“날 죽이고 싶어?”예천우가 물었다.그 말을 들은 양박군의 몸에는 무서운 기운이 맴돌았다. 비록 그는 참고 있었지만 조금 흘러나온 기운마저도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독고살은 몸을 약간 움찔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저는 단지 예천우 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을 뿐이죠.”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다면 넌 적어도 종사 후급의 실력을 갖춰야해. 그러면 조금이나마 알아차릴 수는 있을 거야.”“아... 네.”그 말을 들은 독고살은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예천우의 말뜻은 지금 그는 적어도 종사 후급의 경지였다. 심지어 세상에서 보기 드문 종사 절정의 경지일 수도 있었다.전 세계에서 용문의 전 용왕, 서양의 교황청 교주, 그리고 지금도 세계 최강자인 용도 수호신청 외에는 그 누구도 종사 절정의 경지가 되지 못했다.양박군은 놀란 나머지 눈에서 더욱 존경의 빛이 나타났다.
그 말을 들은 양박군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죽고 싶은 사람은 보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죽으러 찾아온 사람은 처음 봤다.독고살처럼 평소에 웃기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심지어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살짝 실룩거렸다.화경 중급인 주제에 그들 앞에서 특히 예천우 앞에서 잘난 척하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왕 어르신은 그들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이 막강한 줄 알았다. 주로 화경 중급이라는 실력은 그들과 비기면 너무 약했기에 예천우 등 사람의 실력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왕 어르신은 화가 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감히 웃어? 원래는 고통 없이 편히 보내려고 했는데 더는 안 되겠어.”예천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의 나이를 봐서라도 살 기회를 한번 드리겠어요. 지금 바로 꺼지세요. 돌아가 공손진에게 다시는 날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공손진도 처참하게 죽을 수 있어요.”“건방진 자식! 너희들을 편히 보내주려고 했는데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게.”예천우의 말을 들은 왕 어르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공손 가문은 천해시에서도 으뜸가는 실력을 갖추었다.용도의 명문 집안이 아닌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왕 어르신은 이렇게 애송이 같은 젊은이가 자신 앞에서 공손 가문을 모욕했으니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양박군은 보다 못해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하지만 예천우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왕 어르신은 그들이 자신을 무시하자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아직 내 실력을 전혀 모르는 것 같군. 똑바로 들어. 난 이미 화경 중급이라고. 이 세상에 화경 중급이 되는 강자는 적도고 적지. 천해시에도 거의 없어. 이제 화경 중급의 무서운 실력을 보여줄게. 눈 뜨고 잘 봐!”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오른발을 땅에 세게 딛고 패기 넘치게 양박군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이 녀석이 가장 건방지게 웃었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줘야겠어. 건방지고 유치한 자식들, 이
‘이건 위험해!’다만 왕 어르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놀랍고 무서운 힘이 몸에 느껴졌다.“으악!”무서운 실력을 갖췄다고 하는 왕 어르신도 참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공포의 힘 때문에 그의 한 손 전체가 전부 부러졌고 심지어 어깨뼈까지 부러졌다. 그래서 왕 어르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양박군 이 녀석아, 살살해야지. 내 집을 더럽히면 어떡해?’예천우가 오른손을 아주 가볍게 움직이자 주변에 뿌려졌던 왕 어르신의 피와 살들이 순식간에 모여서 쓰레기통에 떨어졌다.예천우를 지켜보던 독고살은 눈이 흔들렸다. 이 수법만 봐도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네가, 네가... 어떻게 가능해!”왕 어르신은 자신의 몸을 몇 번 누르면서 피를 멈추게 하려고 애쓰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양박군을 바라보았다.왕 어르신은 이 눈앞에 평범해 보이는 젊은이가 아무렇게나 손을 들어 주먹을 휘둘렀는데 심지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금시초문이었다!양박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천우 씨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저도 방금처럼 30% 힘이 아닌 전력을 다했을 겁니다. 그러면 아마 어르신은 이미 죽었겠죠.”‘뭐라고? 세상에? 겨우 30%의 힘만 썼다고?’왕 어르신의 안색은 아주 안 좋아졌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무섭고 강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알게 되었다.‘이런 실력이면 적어도 종사급이겠는데. 하지만 이렇게 젊은 종사가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그 순간 왕 어르신은 마침내 홍연석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알았다. 이렇게 무서운 고수 앞에서 홍연석의 실력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홍연석은 그렇다 치고 지금 왕 어르신도 빨리 도망쳐야 했다.도망가지 않으면 반드시 오늘 여기서 죽을 것 같았다.다행히 지금 그의 뒤에는 바로 창문이 있었고 동시에 그와 세 사람은 거리가 꽤 멀었다.가장 중요한 건 양박군은 그가 못 도망치게 다리를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