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과 유은수는 더욱 기뻐했다. 딸이 마침내 실력이 강한 명문에 시집가니 자신들도 진정한 부잣집 큰 인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비록 임씨 가문은 그래도 잘 사는 편이지만 공손 가문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오전 9시가 되자 공손진이 나타났다.보통 이런 중요한 일은 공손 가문의 어르신들이 나서야 했는데 이번에는 공손진만이 앞장서고 나머지는 전부 그의 부하들이었다.상황이 특수했던 지라 임국종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할아버지!”아직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공손진은 이미 한집 식구가 되어버린 것처럼 임국종과 임완유의 부모님을 친절하게 불렀다.게다가 공손진은 예의 바르고 매너도 좋아서 단번에 임씨 가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공손진은 둘러보았지만 임완유를 발견하지 못했다.임국종이 그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다급하게 말했다.“공손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완유는 이미 동의했으니 더 이상 다른 상황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정말 잘됐네요. 할아버지도 이제는 예의를 차리시지 마시고 절 진이라고 불러주세요.”공손진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우리 이제는 한집 식구인데 도련님이라 부르면 좀 멀게 느껴지기는 하지. 그러면 이제부터 진이라고 부를게.”“네. 알겠어요.”“그래. 어서 들어와.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꾸나.”임국종은 공손진더러 앉으라고 했고 사람을 시켜 임완유를 불러내라고 했다.할아버지가 부르자 임완유는 마음이 너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비록 그녀는 공손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공손진은 어린 시절의 리틀 거지였다.임완유도 이런 생각을 하며 끝없이 자신을 위로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할아버지, 급히 오느라고 많은 걸 준비 못했어요. 이 카드에는 현금 200억 원이 있어요. 약혼 선물로 받아 두십시오.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완유를 더 아끼고 사랑하겠어요.”공손진은 앉자마자 200억 원이 있는 은행 카드를 꺼내서 주었다.임국종은 살짝 놀랐고 임강과 유은수의 눈에는 빛이
“완유 씨, 당신은 모르겠지만 완유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전 이미 반해버렸어요. 전 심지어 저 자신을 원망했어요. 저는 사실 줄곧 어린 시절 때 예쁜이를 찾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유 씨한테 반해버렸으니까요.”공손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공손진이 그렇게 말하니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비록 그들은 공손진이 임완유에게 반했다고 하자 감동했지만, 예쁜이가 누구인지는 몰랐다.공손진의 말을 들으니 임완유는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어떻게 보아도 리틀 거지는 공손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격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이 있었다.그런데 오히려 예천우에게서 가끔 리틀 거지 느낌이 있었다.“할아버지와 여러분은 아마도 예쁜이가 누군지 모르실 겁니다. 사실 바로 완유 였어요. 우리는 어렸을 때 만났던 적이 있어요. 그때에도 어른이 되면 함께 있기로 약속했던 사이였죠. 제가 어른이 되자 온갖 노력을 다해서 예쁜이를 찾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완유를 만나고 전 완유에게 첫눈에 반했죠. 후에 알고 보니 완유가 바로 제가 줄곧 찾았던 예쁜이였어요.”공손진은 감정이 북받쳐 말하다 보니 마치 자신이 임완유와 약속한 어린 소년인 줄 알았다.하지만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어릴 적부터 그런 사이였는데 완유가 왜 싫어하는 걸까?’유은수는 흥분하여 말했다.“그랬었구나. 그러면 진이와 완유는 정말 천생연분이었네. 함께 있을 운명이었어.”“그러게 말이야. 이런 인연은 정말 소중한 거야.”임강도 맞장구를 쳤다.임국종도 웃으며 말했다.“완유야, 이런 일이 있었다니.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너희 둘은 정말 찰떡궁합이야.”“진이야, 완유는 하나뿐인 귀한 손녀야. 앞으로 잘 대해 줘야 해.”“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잘 대해 줄게요. 완유는 제가 몇 년 동안이나 찾아 헤매던 사람이니까요.”공손진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다짐했다.공손진을 지켜보던 임국종
“예천우, 네가 이곳으로 왜 왔어! 오늘은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날이니 당장 꺼져.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일을 망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유은수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젠장. 예천우를 막으라고 사람까지 배치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놈이 여기에 온전하게 나타날 줄이야.’유은수는 원래 예천우의 집에 사람을 배치하여 예천우를 막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이유로 많은 사람을 찾지 못했고 심지어 어젯밤에 예천우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좋은 날이라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완유는 아직 법적으로 제 아내죠. 그런데 지금 제 아내를 다른 남자한테 시집보내겠다는데 제가 오면 안 돼요?”예천우가 되물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와 완유는 이미 끝났어. 네가 갈 곳이 없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혼했을 거야.”유은수는 즉시 화가 난 말투로 소리쳤다.“못 믿겠으면 지금 완유에게 물어봐. 너랑 진작에 이혼하고 싶었던지.”예천우는 유은수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임완유를 바라보았다. 사실 예천우도 이런 상황에서 완유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사실 예천우가 그렇게 생각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첫째는 임완유는 지금 이미 소정과 가족들의 함정에 빠져버렸기에 가족을 위해서라도 공손진을 억지로 받아들일 것이다.둘째는 그녀는 예천우가 밖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아마 지금도 화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의 예상을 빗나갔던 건 임완유가 벌떡 일어서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런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천우와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그 말을 들은 공손진은 안색이 나빠졌다.‘빌어먹을 자식!’공손진은 화가 난 나머지 테이블을 엎을 뻔했다.임국종도 화가 나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공손진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자 그는 바로 일어서서 임완유를 향해 뺨을 호되게 때렸다.팍!임국종이 뺨을 때린 건 예천우도 미
사실 소정도 안색이 조금 변했다.‘예천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한 걸까?’임국종 등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살짝 놀랐다.‘그 당시의 리틀 거지라고? 무슨 말이지? 천우가 어떻게 당시의 리틀 거지를 알아? 우연의 일치일까? 천우가 말하는 리틀 거지는 내가 생각하는 리틀 거지랑 다른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천우가 공손진에게 한 말 뜻은 공손진이 그 당시 리틀 거지가 아니라는 거잖아.’공손진은 깜짝 놀랐지만 가까스로 진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예천우 씨,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똑바로 말씀드리는 건데 오늘 일은 천우 씨랑 상관이 없어요.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진이 말이 맞아. 예천우, 빨리 꺼져. 우리 임씨 가문은 널 환영하지 않아.”유은수도 즉시 말했다.“잠시만요!”임완유가 막아 나섰다.“천우야,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무슨 뜻일 수 있겠어? 무조건 네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겠지. 완유야,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는 상대하지도 마.”소정은 참지 못하고 즉시 대꾸했다.“모두 저를 쫓아내려는 걸 봐서는 당신들이 한 짓거리가 알려질까 봐 두려운 거예요? 특히 소정 씨는 지금 너무 무섭겠죠.”예천우가 냉소했다.소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씨,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전 결백합니다.”“결백하다고요? 허허. 그러면 이걸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예천우는 더 이상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기에 바로 호텔 밖에서 녹음했던 녹음 파일을 열었다.“공손 도련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임완유가 동의했어요. 공손진 씨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어요.”“...”첫마디가 나오자마자 소정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나빠졌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 당시 옆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떻게 녹음되었는지 이해가 안 됐다.가장 중요한 건 녹음 파일이 예천우의 손에 있었다.“완유야, 듣지 마. 이건 분명히 예천우가 위조한 거야.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야.”조급해 난 소정
“아니야. 이건 가짜야. 완유야, 이건 모두 가짜야. 예천우가 널 떠나기 싫어서 스스로 만든 녹음이야. 이런 걸 믿어선 절대 안 돼.”소정은 급해 죽을 것만 같았다.“그래?”임완유는 코웃음을 쳤고 고개를 돌려 공손진에게 차갑게 물었다.“공손 도련님, 말해 봐요. 이게 사실이에요?”“그게...”공손진은 사실 녹음 파일은 쉽게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진... 진짜에요.”“뭐라고요. 공손 도련님. 어떻게...”소정의 안색은 급변했다.“이제 와서 숨길 필요도 없죠. 그래요. 소정 씨가 절 도와줬고 심지어 저에게 대책을 세워주었어요. 저도 소정 씨의 말대로 했고요. 하지만 소정 씨가 그런 것도 전부 완유 씨를 생각해 주고 관심해 줬기 때문이죠. 소정 씨는 단지 완유 씨의 인생이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죠.”소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좀 편해졌고 속으로 공손 도련님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공손 도련님은 날 버리려는 게 아니었어!’방금 화가 난 소정은 심지어 공손진이 가짜 리틀 거지 행세를 했다고 말할 뻔했다.“소정 씨가 그런 생각이었다면 전 더더욱 그런 생각이었죠. 전 완유 씨를 몇 년 동안 찾았고 몇 년 동안 사랑했는데. 절대로 완유 씨가 쓰레기 자식의 손에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완유 씨와 결혼할 수 있다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이번 일에는 확실히 제가 잘못했어요. 완유 씨를 힘들게 했다면 제가 이곳에서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저도 전부 완유 씨가 신경 쓰여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제가 신경 쓰이면 이렇게 함정을 파서 제가 뛰어들기를 기다린 거예요? 공손 도련님의 이런 사랑은 정말 너무 무섭네요.”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완유 씨가 화가 났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해도 예천우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없듯이 예천우가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으면 예천우가 다른 여자랑 놀고 있을 때
예천우가 동영상을 재생하자 소정과 공손진이 대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다만 이번에는 녹음이 아닌 동영상이었다.“소정 씨, 임완유 그쪽은 어때요?”“...”“그러면 이만 끊을게요. 어떻게 임완유를 계속하여 속일지 잠깐 생각해 봐야겠어요.”그러자 소정이 스스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공손진이 리틀 거지라고 생각하는 거야? 웃겨 죽겠네.”“...”임완유는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점점 나빠졌고 심지어 예천우에게서 휴대 전화를 직접 받아와서 다시 확인했다. 동영상이었기에 똑똑히 보였다.그 순간 소정은 그대로 몸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다.‘너무 했어. 정말 염치없네.’임완유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녀는 소정이 자신의 비밀을 이용해서 이렇게 많은 꿍꿍이를 꾸밀 줄은 몰랐다. 그건 자신이 소정 외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비밀이었다.심지어 가족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게다가 동영상이 찍힌 시간으로 봐서는 그때 소정은 임완유를 돕기 위해 방법을 생각하러 간다고 했다. 게다가 소정이 목숨 걸고 공손 가문과 맞서 싸우겠다는 말에 임완유는 확실히 감동했다.그 순간에야 임완유는 당시 재빨리 공손진에게 전화하겠다고 하자 소정은 일부러 공손진에게 이 일을 알리기 위해 임완유을 막아 나섰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 할아버지도 분명히 자신에게 겁을 먹었지만 곧 태도를 바꾼 것도 소정이 한 짓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소정. 또 소정이었어. 그 당시 할아버지는 내 뒤에 있는 소정을 줄곧 보고 있었던 거야. 이런 빌어먹을!’그 순간 임완유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처음으로 소정이 정말 싫었다.공손진도 안색이 급변했고 화가 났다.‘빌어먹을 소정. 앞에 대화가 찍혔으면 그만이지. 거기서 뭘 까불고 있는 거야. 게다가 내가 당시 리틀 거지가 아니라는 말은 또 왜 중얼거린 거야.’소정의 한마디 말 때문에 공손진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방금
소정이 한 일은 정말 임완유를 화나게 했다. 임완유의 어릴 적 추억까지 이용해 가며 자신을 속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소정은 모든 게 전부 자신 때문이라고 했다.어찌 됐든 그런 절친은 앞으로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임완유는 차갑게 말했다.“소정아, 지나간 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심지어 널 놓아줄 수도 있어.”“하지만 앞으로 이제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지금 우리 집에서 꺼져 줘.”소정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변했다. 사실 처음에는 안전하게 임씨 가문을 떠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소정이 그런 일을 했던 건 임완유 때문이라고 하자 임완유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소정은 재빨리 말했다.“완유야, 네가 정말 화를 내고 있고 날 미워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네가 꺼지라면 바로 꺼질게.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내 마음속에서 넌 영원히 가장 친한 자매야. 내가 없더라도 주변 사람을 눈여겨봐야 해.”그 말을 하고 소정은 바로 떠났다. 이런 밑밥을 깔아두기만 하면 언제든지 임완유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하지만 임완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그냥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무도 몰랐다.소정의 꿍꿍이를 알아챈 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소정 씨, 여태까지 나쁜 마음을 품고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나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 아니었기에 전 사람들 앞에서 소정 씨 체면을 챙겨줬죠. 하지만 지금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여기서 밑밥이나 깔고 있으니. 소정 씨도 저를 탓하지 마세요.”소정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비록 예천우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예천우가 그런 말을 하자 소정은 너무 겁이 났다.아니나 다를까 예천우는 다시 녹음을 틀었다. 한 여자의 자존심이 달린 녹음이었기에 사실 예천우는 원래 이 녹음을 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정이 계속하여 파렴치하게 임완유를 속이고 이용하려 들자, 예천우는 더
소정은 그 녹음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비틀거리다가 땅에 넘어졌다.소정은 예천우가 그때 녹음을 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하지만 말하자면 그건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예천우는 일부러 녹음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고 우연히 녹음 버튼이 켜져 있었다.나중에 발견했으나 예천우는 녹음을 삭제하지 않았다. 어제 소정의 여러 가지 행위를 보고 예천우는 그 녹음을 찾아냈다.하지만 그런데도 예천우는 원래 그 녹음을 사람들 앞에서 틀어줄 생각이 없었다.다만 소정이 해도 해도 너무 했다.소정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가득했고 그 순간 그녀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소정을 바라보자, 소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 그곳에 있을 면목이 없었다.그러자 임완유는 마침내 정신이 돌아왔다.‘이런 일이 있었구나!’비록 임완유는 소정이 어떻게 되어서 예천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임완유는 예천우를 줄곧 싫어하다가 나중에 좋아하게 되었으니, 소정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다만 소정이 예천우를 얻기 위해 한 일들은 정말 너무 치사하고 역겨웠고 더더욱 임완유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임완유는 예전에 예천우가 매번 소정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고 심지어 매번 예천우에게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너그럽게 먹으라고 차갑게 말했다.사실이 증명하듯이 그녀는 완전히 틀렸다.임완유는 자신이 예천우를 또 여러 번 오해했다는 걸 느꼈다.다시 생각해 보면 그녀는 예천우를 예전부터 너무 많이 오해했다.‘그런데 천우는 왜 진작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을까?’임완유는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진작에 이 모든 걸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이건 별로 좋은 일도 아닌데 난 원래 말하지 않으려 했어. 뜻밖에도 소정은 두 번의 녹음을 듣고도 너한테 밑밥을 깔면서 잘못을 뉘우치려 하지 않았어.”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러면 네 손에는 아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