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제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었군요. 그렇다면 와서 제 다리 위에 앉으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송미령은 살짝 놀랐고 붉어진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예천우 씨는 정말 려씨 가문을 물리치고 저를 지킬 수 있으세요?”“저를 못 믿으시는 거예요? 못 믿으실 거면 왜 굳이 사과하러 온 거죠?”예천우가 되물었다.“저한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죠.”“좋아요. 그럼 오늘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겠어요. 려정수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세요.”예천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송미령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희색을 띠며 황급히 물었다.“그러면 예천우 씨가 제 잘못을 용서해 주신 거예요?”“그렇다고 할 수 있죠. 다른 일이 없으시면 나가주세요.”“알겠어요. 예천우 씨, 계좌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돈을 보내 드릴게요.”“급하지 않아요. 제가 려정수를 해결한 후에 다시 말하죠.”그 말을 들은 송미령은 어리둥절했다.“예천우 씨, 나중에 송씨 가문에서 시치미를 떼면 어떡하려고요?”“시치미를 뗀다고요? 그럴 능력이 있다면 하찮은 려정수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올 리가 없겠죠.”그 말을 듣자 송미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역시 자신은 여전히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예천우가 려정수를 해결할 수 있다면 송씨 가문도 감히 시치미를 떼고 예천우에게 돈을 안 줄 수 없었다.송미령은 회사 문을 나설 때까지 믿을 수 없었다. 이번에 치른 대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가벼웠다.이때 송문복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러자 송미령은 아주 기쁜 어조로 말했다.“아빠,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냈어요.”“정말이야? 잘됐네!”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재빨리 구체적인 상황을 물었다. 송미령은 방금 일어난 일을 낱낱이 전부 알려줬다. 다만 방금 예천우가 보탠 한 가지 요구는 알려주지 않았다.송미령은 그런 말을 꺼내기에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비록 예천우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방금 송미령을 자신의 다리 위에 앉으라는 말을
임완유는 경국지색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몇 번이고 그는 이런 여자를 꿈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완유는 단지 그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만 할 뿐 다른 건 전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심지어 그는 기꺼이 임연 그룹에 더 많은 이윤을 주겠다고 하면서 많은 암시를 주어도 임완유는 끄떡없었다.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임완유와 계속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그는 임완유를 가지기 위해 비열한 수법을 쓰더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즉시 일어나서 임완유를 맞이했고 오른손을 뻗으면서 말했다.“임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 정말 만날 때마다 대표님은 더욱 고귀하고 우아해 보이네요. 이 세상에 도대체 어떤 남자가 대표님을 가질 수 있는 행운이 있을지 모르겠어요.”상대방의 말투와 눈빛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임완유는 악수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으나 비즈니스 때문에 이런 격식은 차려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그래서 임완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그와 악수했다.바로 그때 예천우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서 오른손을 내밀며 그 남자와 악수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 뭐라 했더라... 맞아요. 김서준, 김 도련님이 아닌가요?”임완유는 예천우와 김서준이 아는 사이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분명히 질투해서 나서는 예천우를 보자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악수해도 질투하는 예천우를 보니 정말 행복했다.김서준은 살짝 놀랐고 이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씨가 이곳에는 웬일이죠?”임완유는 멍해져 있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대표님, 천우랑 아는 사이예요?”“원래는 모르는 사이였는데 제가 친구를 도와서 사기꾼을 잡아주려다 보니 사기꾼이 바로 예천우 씨였죠.”김서준은 즉시 비아냥거렸다.그러자 임완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예천우는 오히려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김서준 씨를 소개해 드릴까요? 김서
비록 결과가 심각하지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임연 그룹은 이미 망했을 것이다.게다가 이런 요소들이 없어도 임완유는 다른 사람이 예천우를 깔보는 게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물론 틀렸죠.”“틀렸다고요?”김서준은 살짝 멍해졌고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김 대표님께 소개해 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이분은 예천우라고 하고 제 남편이에요. 즉 제 회사가 바로 제 남편의 회사죠. 제 남편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죠.”“뭐라고요? 둘이 부부예요?”김서준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임연우가 예천우를 위해 나서서 말하는 게 싫었고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이 예천우인 게 더더욱 싫었다.그래서 김서준은 즉시 말했다.“임 대표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이런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대표님의 남편이라고요?”비록 김서준은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송미령은 예천우가 아무런 배후 권력도 없는 시골 촌뜨기라고 말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예천우는 쓸모가 전혀 없는 인간이라는 뜻이었다.‘잠깐만, 송미령은 예천우가 돈이 좀 있는 가문의 여자와 결혼했다고 했어. 그 가문이 바로 임씨 가문이었던 거야? X발, 이 새끼는 도대체 무슨 운으로 임완유의 남편이 될 수 있는 거야.’임완유는 그 말을 듣자 즉시 화가 치밀어 올라서 차갑게 말했다.“김 대표님, 말조심하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천우 씨는 제 남편이에요. 더 이상 대표님이 제 남편을 모욕하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좋아요. 임 대표님. 정말 예천우 때문에 저랑 사이가 틀어질 겁니까?”“김 대표님, 지금 장난해요? 대표님과 제 남편이 싸우면 제가 제 남편을 도와야지 대표님을 돕겠어요?”임완유는 그렇게 말하고 예천우를 보며 말했다.“천우야, 가자!”예천우는 멍해져서 임완유의 뒤를 따랐다.그는 임완유가 자신을 그렇게 굳게 믿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예천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다른 사람 앞에서 그를 줄곧 남편이라고 불렀다.김서준은 즉시 화가 치
예천우는 말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김서준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뜻이었다.그러자 김서준은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예천우 씨, 정말 죽고 싶은가 봐요. 이 레스토랑은 우리 가문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죠. 전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일 수 있다고요!”“감히 그런 말을 해요!”임완유는 화가 나서 즉시 말했다.“김서준 씨, 경고하는데 우리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임씨 가문은 절대 김서준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홀스 그룹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우리 임연 그룹도 만만치 않아요. 천우를 위해서라면 임연 그룹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 살기로 홀스 그룹과 싸울 거예요.”임연우의 말투는 매우 단호했고 꼭 마치 당장이라도 말한 대로 할 것 같았다.“천우야, 가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우리를 건드린다면 목숨 걸고 싸울 거야.”임완유는 단호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오른손으로 예천우의 손을 잡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입구를 지키던 몇몇 사람들은 임완유의 기세에 눌려 저도 모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김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그들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서준의 얼굴은 몹시 어두워졌다.그는 휴대 전화를 탁다 위세 세게 내리치고 탁자를 뒤집어 놓으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파렴치한 새끼들, 딱 기다려. 후회하게 할 거야.”레스토랑을 떠나서야 임완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발걸음을 늦추었고 이내 온몸이 나른해졌다. 방금 분명히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긴장했어?”예천우는 그러는 임완유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몹시 감동했다. 예전에 임완유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오늘 임완유는 그에게 너무 많은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주었다.임완유는 예천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홀스 그룹은 우리보다 자산이 그렇게 많다 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 실력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지. 특히 인맥은 그들을 따를 수가 없어. 내가 아까 그렇게 말
임완유는 예천우의 말뜻을 이내 알아차렸고 저도 모르게 방금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하는 거야. 아까는 단지 긴장해서 그렇게 말이 나간 거야.”“그러면 내가 네 남편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게 아니었던 거야?”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김칫국 좀 작작 마셔. 네가 언제 큰 공을 세우고 회사의 부대표가 되면 그때 인정해 줄게.”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약간의 당근을 주면서 그가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래? 그럼 어떤 큰 공을 세우면 내가 회사의 부대표가 될 수 있는 거지?”“물론 회사를 크게 발전시킨 그런 공로가 있어야지. 예를 들어 지금 회사는 보석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야. 만약 이런 중요한 시기에 회사에 큰 도움을 준다면 그것도 큰 공로라고 할 수 있지.”“어떻게 하면 큰 도움이야? 회사를 도와서 천해시 보석 산업 상위권을 차지하면 그런 건 큰 공로라고 할 수 있어?”“두말하면 잔소리지. 당연하지.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 아직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야.”임완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굳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송강이라는 사람을 기억해?”예천우의 정보에 따르면 송씨 가문은 바로 천해시의 보석 산업 업계에서 거물급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더니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이지.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그들은 보석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다만 넌 이제 양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 송강도 더 이상 널 도울 수 없겠지. 게다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경쟁자가 되는 일이니 더더욱 불가능할 거야.”“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네가 모르는 일이 하나 있는데 송씨 가문에서 지금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일이 있어.”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들이 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설마 송씨 가문에서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있어서 네가 나서야 하는 그런 일이야?”임완유가 즉시 물었다.“어... 그렇다고 할 수도 있
비록 협력이 성사되지 않아서 임완유는 조금 실망했으나 방금 예천우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점심시간이 다 되어가자 두 사람은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방은 김서준이 배치한 부하들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김서준은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사람이었다. 특히 방금 임완유의 협박을 받았으니 그는 절대 상대방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이 막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임완유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역시 임완유는 많은 유명 여자 스타들보다도 훨씬 아름다울 정도로 정말 너무 예뻤다.그래서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넓은 룸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했다.직원도 두 사람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로 임완유의 기질이 누구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음식은 금방 나왔고 그들이 10분 정도 먹고 있을 때였다.룸 문이 열리더니 일행 6명이 쳐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방금 만났던 김서준이었다.김서준은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딱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임완유는 안색이 살짝 변했고 화를 내며 말했다.“김 대표님, 이게 무슨 짓이죠?”“뭐 한다고? 임완유, 네가 보기에는 내가 뭐 하는 것 같아?”김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파렴치한 새끼들이 감히 나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내가 너희들을 놓아줄 것 같아? 정말 헛된 생각을 하고 있네.”“김서준, 내가 방금 한 말을 잊었나 보네.”“잊었다고?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다만 너희들이 이곳에서 벗어날 기회가 없을 거야. 아니면 네가 그때가 되면 나의 여자가 되어있겠지.”김서준이 비아냥거렸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는 레스토랑이야. CCTV가 있다고.”“CCTV가 있으면 뭐 해? 정말 쓸모가 있는 줄 알아?”김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 레스토랑은 우리 김씨 가문의 사업이기도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여자를 아낄
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예천우가 김서준의 앞에서 이렇게 허풍을 떨 줄은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고 더 중요한 건 그의 말이 결국에는 전부 맞았다.김서준도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하하. 정말 웃겨 죽겠네. 이 자식아, 정말 너한테 손뼉을 쳐주고 싶을 정도로 우스워 죽겠어. 무식한 새끼들을 본 적이 있지만 너처럼 멍청이 같은 새끼는 처음이야.”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지금 실컷 웃어. 이따가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당연히 웃을 수 있지. 게다가 난 한평생 웃을 수 있어. 하지만 넌 달라. 아마 내일 아침의 태양도 볼 수 없을 거야. 저 새끼를 죽여!”방금 몇 명이 모두 손을 쓰려고 했지만, 예천우와 김서준이 말하고 있자 그들은 잠시 멈췄다.지금 그들은 이미 예천우를 에워쌌고 언제든 손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때 김서준이 명령하자 그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주먹을 들고 위풍당당하고 패기 넘치게 예천우를 향해 덮쳤다.임완유는 비록 예천우가 무술 실력이 좋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잔뜩 긴장한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팍!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두가 어리둥절했다.예천우는 의자에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예천우를 덮친 사람이 그대로 세게 튕겨 나가면서 김서준을 깔고 넘어졌다.임완유도 그 모습을 보자 멍해졌다. 그녀는 심지어 예천우가 힘을 어떻게 쓰는지도 잘 보지 못했는데 상대방은 이미 튕겨 나갔다.김서준도 멍해졌고 몸이 살짝 아파 났다. 바닥에 눌린 그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런 X발 새끼, 다 함께 덤벼서 저 새끼를 죽도록 쳐.”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잇달아 예천우에게 덮쳤다.하지만 그들은 예천우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 누워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김서준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더라도 아무도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임완유는
예천우가 말한 김씨 가문과 홀스 그룹을 망하게 한다는 말에 대해 김서준은 한 마디도 믿지 않았다.사실 김서준뿐만 아니라 임완유도 믿기 힘들었다. 예천우가 전에 말한 모든 일이 결국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임완유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이때 송강은 예천우의 전화를 받았다.송강도 어떻게 하면 예천우에게 연락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비록 려정수가 오늘 아직 오지 않았지만 늦어도 내일까지는 도착할 것이다.그는 반드시 예천우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소통해야 했다.비록 예천우는 려정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지만 진정으로 려정수를 만나서 상대한다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어찌 됐든 그는 용도의 려씨 가문 도련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력이 어마어마한 대가족은 아니더라도 송씨 가문보다는 실력이 있었다.하지만 뜻밖에도 예천우가 먼저 그에게 전화할 줄은 몰랐다. 송강은 예천우도 똑똑한 사람이었으니 그가 려정수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송강은 즉시 전화를 받고 인사했다.“예천우 씨, 혹시 용도 려씨 가문 도련님의 정보를 알고 싶은 거예요?”“려씨 가문 도련님?”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 왔어요?”“아직 오지 않았어요. 정보에 의하면 내일이면 반드시 도착한다고 들었어요.”송강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려정수의 일은 송씨 가문에서 가장 골치 아픈 큰일이었다.“알겠어요.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그에 대해 알아서 뭐 하겠어요.”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네? 그러면 예천우 씨는 무슨 일이 있으세요?”송강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사실 별일도 아니에요. 송씨 가문의 일은 송강 씨가 결정할 수 있어요?”“물론이죠.”송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대답했다.“아버지께서 이미 말씀하셨어요. 예천우 씨와 협력하는 일에 관해서는 제보고 전적으로 책임지라고 했어요. 무슨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자. 그러면 직접 말할게요. 오늘 또 그 김서준이라는 자식을 만났어요. 난 이놈이 정말 싫어요.”송강은 그 말을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