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정수는 휴대 전화를 건네받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개자식!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난 너 같은 손자가 없어! 사람답게 살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정말 우리 려씨 가문이 천하무적이어서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모두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지금 그곳에 있었다면 널 당장 때려죽일 거야.”“그게...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어떤 사람일 것 같아? 말 한마디면 우리 려씨 가문을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는 사람이지.”려문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네?”그 말을 듣자 려정수는 완전히 멍해졌다. 항상 자존심이 강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이런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건 어쩌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아마도 예천우의 실력이 그의 상상 이상으로 무섭기 때문이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토록 대단할 수가 있단 말이지? 4대 가문의 사람들도 이 정도가 아닐 거야.’“설마 지금 못 믿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 려씨 가문이 오늘날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용문에 의지했기 때문이야.”려문수는 반드시 려정수에게 예천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알려줘야 려정수가 두려워서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설마... 이 사람이 용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에요?”려정수가 그렇게 말하니 송문복도 깜짝 놀랐다.‘용문과 관계있다는 건 무슨 소리지?’송씨 가문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은 비록 용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용문의 무서운 실력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예천우도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나서서 맞지 않았다. 용문 용왕이라는 신분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그래서 예천우는 계속하여 비밀로 숨길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용왕보다 그가 예씨 가문 사람이라
송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려정수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희망을 느꼈다.다만 예천우는 도대체 어떤 신분의 사람이길래 려씨 가문의 어르신까지 그를 깍듯하게 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려정수는 아까보다 더욱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방금 거들먹거리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바로 그때 사람들은 전화를 끊은 려정수가 몸을 떨며 예천우를 향해 걸어오는 걸 보았다.‘뭘 하려는 걸까?’‘잠깐만, 려정수가 무릎을 꿇었어?’‘려정수가 겁을 먹고 잘못을 인정한 거야?’지금 려정수가 이런 행동을 하자 그들은 려문수 어르신도 분명히 예천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예천우는 정말 손쉽게 려정수를 완전히 제압했다.그 순간 그들은 예천우가 방금 려정수를 벌레에 비유하면서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를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천우를 의심하기까지 했으니 정말 바보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이 일로 인해 예천우의 노여움은 사지 않았다.그 순간 송미령도 몹시 흥분했다. 자신이 줄곧 걱정하던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갑자기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예천우는 그녀에게 오늘 어떻게 려정수 같은 벌레를 처리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송미령의 눈에 그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졌던 려씨 가문 도련님이 예천우의 앞에서는 정말 벌레와도 같은 존재였다.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려정수가 갑자기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려정수는 정말 온갖 힘을 다해 머리를 조아렸기에 이마에 피가 날 정도였다.“용왕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눈이 멀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용왕님을 몇 번이고 건드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에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그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용왕님?’‘아까는 용문과 관계
“예를 들면 이번에 제가 송씨 가문에게 저지른 일도 충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이것 말고도 더 있잖아? 너에게 당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심지어 넌 지독한 수단으로 여자들을 괴롭혔다며?”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사실 예천우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고 있었으나 방금 송씨 가문으로 올 때 차 안에서 송미령이 그에게 알려 줬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네. 이제는 정말 제 잘못을 알겠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게다가 맹세하는데 이따가 예전에 찍었던 영상들을 즉시 삭제하고 앞으로 좋은 사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심지어 영상까지 찍었어?”그러자 려정수는 이내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스로 찍은 영상을 연구하면서 경험을 종합하여 새로운 수단과 더 자극적인 방법을 찾는 걸 좋아했다.려정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네 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내가 너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줄게. 당장 그 영상들을 나한테 줘. 그러면 오늘 네 죄를 묻지 않을게.”“그게...”려정수는 살짝 망설이고 있었다. 영상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흉할 정도로 너무 변태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만약 영상이 유포된다면 려정수는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왜. 내가 영상이 없으면 널 혼내주지 못할 것 같아?”“아니에요!”“용왕님께서 저와 려씨 가문을 혼내려면 너무 쉬운 일이죠. 굳이 영상이 필요하지도 않으시겠는데... 알겠어요. 바로... 바로 드릴게요.”려정수는 몸에서 얇고 작은 하드디스크를 꺼냈다.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었고 저장 성능이 아주 좋고 메모리가 매우 컸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많고 많은 영상을 담을 수가 없었다.예천우는 하드디스크를 받고 안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렇게 겁을 먹은 려정수를 보니 자신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그게... 용왕님, 영상을 제발 유
려정수는 이제 진정을 되찾고 전화를 받고 또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무슨 일입니까?”“그게... 정수 도련님,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임국종이 다급하게 말했다. 임완유와 려정수의 일은 반드시 재빨리 기회를 잡아야 했다. 려정수는 분명히 임완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임국종은 예전부터 려정수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와 임완유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에 려정수는 임완유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만약에 두 사람이 인연을 맺으면 임국종은 오랜 친구와 사돈이 될 것이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재빨리 입을 열었다.“내일이요? 지금까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어요.”“잘됐네요. 오늘은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점심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네요. 내일 점심에 시간 되면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식사하는 김에 도련님과 완유의 일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저와 임완유 씨요? 완유 씨가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한 건가요?”려정수는 마음속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꼭 그런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완유의 부모는 도련님을 매우 좋아해요. 반드시 잘 맺어드리겠어요.”“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완유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해요. 하지만 억지로 완유 씨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완유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려정수는 점잖은 사람인 척 연기하고 있었다.임국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고 려정수가 방금 했던 말을 생각하자 더더욱 만족스러웠다.임국종은 려정수야말로 임씨 가문에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사위라고 생각했다.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예천우와는 아주 달랐다.임국종은 예전에 임완유와 예천우 두 사람을 결혼시킨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려정수는 내일 임완유를 만날 생각을 하자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몸에 난 상처들을 잘 처리해야 했다. 특히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잘
생각해 보니 송문복의 말대로 신분을 감추고 있으면 확실히 귀찮은 일이 적어질 것이다.“예천우 씨, 방금 정말 너무 멋있고 대단했어요. 이렇게 무서운 신분일 줄은 몰랐어요.”송미령도 앞으로 나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그러자 송문복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송미령이 말실수를 해서 용왕님을 화나게 할까 봐 걱정했다. 용왕님은 려씨 가문 같은 용도의 대가족 사람들도 손쉽게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다.오히려 예천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말했잖아요. 송미령 씨에게 제가 어떻게 벌레를 죽이는지 보여주겠다고요. 말하면 말한 대로 해야죠.”“네. 예천우 씨와 비기면 려정수는 어쩌면 벌레 한 마리만도 못한 것 같네요.”송미령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예천우 씨, 그거 알아요? 예천우 씨는 줄곧 제가 숭배하는 우상이었어요.”예천우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송미령은 말을 이어갔다.“제가 용왕님을 숭배했다고요.”그러자 예천우는 문득 깨닫고 웃으며 대답했다.“미령 씨 말대로라면 제가 사진도 찍어드리고 사인도 하나 해드릴까요?”“말만 하지 말고 빨리해 줘요.”송미령은 심지어 예천우에게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었지만 웃으며 대답했다.“됐어요. 송씨 가문의 일은 해결했으니 먼저 가볼게요.”‘이렇게 바로 간다고?’송문복은 갑자기 완전히 멍해졌다.‘미령이가 말했던 10배의 배상금도 아직 주지 않았는데 예천우 씨가 벌써 떠난다고? ’‘잠깐만, 예천우 씨가 방금 미령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설마 미령이를 좋아하는 걸까?’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송미령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게 생겼다. 게다가 송미령도 예천우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았다.송미령이 만약 예천우에게 시집간다면 송씨 가문은 엄청나게 크게 발전할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니 송문복은 살짝 감격했지만 그는 실수라도 저지를 까봐 이내 말했다.“예천우 씨
예천우는 오늘 원래 대표님으로 부임하러 가려고 했는데 송씨 가문에 일이 생겨서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라 아예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오늘 돌발 상황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홀스 그룹은 예천우에게 있어서 장난감 같은 존재였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회사 인원이 혼란스러우면 먼저 혼란스러운 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그럴수록 쓸모 있는 인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나중에 정말 쓸모 있고 유능한 인재를 승진시키면 예천우도 일이 줄어들 것이다.하지만 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임완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천우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늘 대표 부임식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돌발 상황이 좀 생겨서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아.”“뭔 상황이야? 설마 누가 너에게 손을 댔어?”임완유는 잔뜩 긴장해서 즉시 물었다.“아니야. 친구의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어. 네가 지금 꼭 벗어나고 싶은 사람을 처리해 줬지.”“내가 벗어나고 싶은 사람? 누구야? 설마 정수 도련님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예천우가 무술 실력이 좋다고 가서 려정수를 때렸을까 봐 걱정했다.“그래. 바로 그 자식이야. 뺨을 한 대 때리더니 바로 자빠지더라고.”“아휴. 너도 정말... 항상 이렇게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해?”임완유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네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아무나 함부로 때리면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어. 려정수가 네 정보를 알아?”“모를 거야.”“그럼 그나마 다행이야. 정말 조심해야 해. 아무 데나 가지 말고. 내가 려정수의 소식이 있으면 바로 너한테 알려줄게. 절대 마주쳐서는 안 돼.”임완유가 다급하게 말했다.“그게. 굳이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야. 사실 난...”“일단 이렇게 하자. 할아버지께서 전화가 왔어. 오늘 홀스 그룹을 못 가면 내일에는 꼭 가야 해. 그리고 요즘에는 반드시 려정수를 피해 다녀.”임완유가 귀띔했다.“그게... 알
“내 이름을 들어봤다면 너도 당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겠지? 너 같은 새끼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내 말을 의심하지 마. 네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벌레일 뿐이야. 너뿐만 아니라 천해시의 갑부인 양대복도 내 앞에서는 벌레 같은 존재야.”당찬성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확실히 사람에게 위압감을 줬다.“그래서 어떡하라고?”예천우는 당찬성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다름이 아니라 너한테 분명히 경고하는데 체은이는 내 여자야. 앞으로 다시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마.”“그래도 내가 연락한다면 어쩔래?”예천우는 드디어 그가 전화한 목적을 알았다.아마도 지난번에 양체은이 몰래 자기한테 전화한 것이 들킨 게 틀림없었다. 어쩐지 그날에 양체은은 섣불리 전화를 끊어버렸다.‘체은이가 전화도 하게 못 하다니. 지독한 새끼구나.’“그러면 죽을 준비나 해.”당찬성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을 시켜서 만약 예천우가 여전히 양체은에게 연락하면 바로 예천우를 죽이라고 했다.양체은의 마음을 어지럽힐까 봐 당찬성은 잠시 예천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양체은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양체은은 아무래도 사는 게 편치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예천우는 사전에 안배한 용문의 스파이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지 궁금했다.그런 생각을 할 때 마침 용문의 스파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도 새로운 정보를 얻은 모양이었다.“용왕님!”“말해봐. 무슨 상황이야.”“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은 아가씨는 이미 당찬성에 의해 당문에서 살고 있어요. 다만 아직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체은 아가씨는 전혀 당찬성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문은 결혼하면 양씨 가문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대요. 만약 결혼을 승낙하지 않으면 양씨 가문에게 큰 재난을 안겨준다고 협박도 했어요. 보아하니 체은 아가씨도 가족의 이익 때문에
예천우의 말을 듣자 용문의 스파이는 즉시 대답했다.“네. 하지만 당찬성이 수련하는 공법은 아주 횡포하기 짝이 없는 패왕 공법이라고 들었어요. 어느 여자가 감히 그런 사람이랑 2인 수련할 수 있겠어요?”“패왕 공법?”예천우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비록 그는 이 공법을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당찬성이 수련하는 게 당문 심법이 아니었어?”당문 심법도 대단했고 최고의 공법 중 하나였다.“아니에요.”“그러면 그 자식이 왜 양체은과 결혼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아.”예천우의 눈에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만약 그렇다면 당찬성은 양체은의 목숨을 원했을 것이다.만약 예천우가 양체은과 함께 수련한다면 양체은에게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양체은 체내의 나쁜 기운을 씻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 속도도 빨라질 수 있었다.하지만 당찬성이 수련하는 패왕 공법은 매우 횡포하고 패기 넘치는 공법이었다. 그와 함께 수련하면 그는 양체은의 기운을 전부 빨아들일 것이고 양체은도 빨리 늙어서 죽을 것이다.“네? 왜 그렇게 한 거죠?”용문의 밀정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예천우에게 물었다.“별거 아니야. 넌 계속해서 당찬성의 움직임을 지켜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예천우는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직접 당문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다만 당문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가려고 마음먹어도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잘 생각해야 했다.예천우는 당문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질 뿐이다.중요한 건 당문에는 실력이 이미 종사 절정의 경지에 이른 나이가 엄청 많은 어르신이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당문 자체의 실력을 합치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다.곧 점심이 되자 예천우는 차를 한 레스토랑 앞에 세우고 들어가 룸을 찾아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 씨?”예천우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진나비의 매니저였던 장미나였다.장미나는 예천우를 보더니 몹시 기뻐했다.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