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쩌면 예천우는 디자인 부서의 일만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오늘 예천우가 오자마자 바로 디자인 부서로 간 걸 봐서는 아마 디자인 부서에서 누군가 예천우에게 몰래 일러바친 것 같았다.‘그래. 분명히 그럴 거야.’그렇게 생각하니 진한수는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진한수가 불쌍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회사의 이런 작은 일 때문이라면 난 정말 너무 따지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이것보다 더 구역질 나게 하는 일을 저질렀지.”“뭐라고요? 전 예전에 예 대표님을 알지도 못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진한수는 급해 죽을 것만 같았다.“여자 문제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넌 디자인 부서 부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여러 명의 여성 직원을 협박해서 그녀들과 잠자리를 가졌지. 그녀들에게 상처를 준 건 둘째 치고 그녀들은 심지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이건 정말 너무 큰 죄야.”그 말을 듣자 진한수는 안색이 창백하여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예천우는 더 이상 진한수를 상관하지 않고 직접 말했다.“유영진, 너도 날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랑 한번 해볼래?”유영진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조금 변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천우에게는 자기의 비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자신을 직접 공격했을 것이다.유영진을 해결하면 모든 사람을 전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천우가 직접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보면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유영진은 즉시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인정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대표님의 독단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대표님께서 이렇게...”“작년 7월, 넌 대성 그룹의 왕 대표님과 합의하여 우리 회사의 입찰서를 상대방에게 미리 누설하여 회사가 나중에 입찰에 실패하여 막대한 손실을 보았지.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넌 또 같은 수법으로...”예천우가 아무렇게나 몇 가
한도연은 감히 섣불리 예천우를 반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회사에서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부대표 유영진과 진한수도 모두 망했다.한도연의 일은 예천우가 왕경수에게 대충 물어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어쩌면 왕경수가 날 짓밟고 올라가기 위해 대표님한테 일러바쳤을 수도 있어.’이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예천우는 절대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일은 이렇게 되었으니 새로운 대표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안고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예천우는 정말 그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주미원과 다른 사람들도 멍해졌다. 그녀들의 생각에 원래 그렇게 불가능했던 일이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부대표 유영진, 디자인 부서 부장 진한수, 영업부 부장 한도연, 이 사람들은 회사를 갉아먹는 3대 우두머리였다.물론 구매 부서와 다른 부서에도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하지만 이 3명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들도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었다.예천우는 한도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진작이 이렇게 나와야지. 이따가 스스로 왕경수를 찾아서 모든 걸 자백해. 그리고 회사가 입은 손실만큼 돈으로 배상해.”“네!”한도연은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감히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명심해. 전부 자백해야 해. 알겠지? 조금이라도 숨긴다면 난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한도연은 다급하게 말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김 대표님이 회사를 그만둘 때 함께 그만두어야 했어.’지금에 와서 회사의 손실을 배상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자백하라고 하니 한도연은 도대체 어느 것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전부 말하면 대가가 너무 컸고 일부분만 자백해서 예천우가 경찰에 신고하면 모든 게 끝장이 날 것이다.예천우는 왕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왕경수 씨,
원래 예천우는 기억력이 뛰어났기에 직원들의 이름 한명 한명씩 대면서 각자 맡은 업무를 잘 정해주었다.임명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제 회사에 갓 온 예천우는 모든 사람의 이름과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부 알고 있었고 심지어 모든 게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이건 결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새로운 대표님은 아주 실력이 막강했고 정말로 그룹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은 모두 즉시 솔직하게 자기 문제를 고백하려고 마음먹었다.“오늘 구체적인 임명은 현재로서 여기까지예요. 하지만 앞으로 누가 아주 훌륭하고 일을 잘하면 누구에게도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제 눈에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당연히 승진할 수 있어요. 물론 인성도 매우 중요하죠. 적어도 비도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법을 위반해서도 더욱 안 돼요.”“자, 이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할게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예천우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왕경수에게 말했다.“왕경수 씨, 저를 따라오세요.”“네!”왕경수는 재빨리 예천우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떠나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회사가 이렇게 급변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사람들은 특히 왕경수를 매우 부러워했다. 왕경수가 능력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는 부서의 차장으로부터 바로 회사의 부대표가 되었다.예천우 외에 모든 사람이 그의 부하가 되었다.유영진 등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몸에 힘이 풀려서 축 늘어져 있었다.예천우가 이미 떠났어도 그들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두려웠고 하나같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예천우가 분명히 진한수를 놓아주지 않고 그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진한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사무실로 돌아온 예천우는 왕경수에게 직접 말했다.“유영진과 몇몇 사람들의 상황은 계속하
가족들의 끈질긴 요구 때문에 임완유는 어쩔 수 없이 사계루에 와서 룸으로 들어갔다. 룸 번호를 알고 바로 예천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예천우는 임완유에게 도착하면 가장 먼저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완유야, 왔어?”임완유가 룸에 들어서자 임국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임강과 유은수도 임완유를 보고 몹시 기뻐했다. 임씨 가문 세 사람 외에 룸안에는 려정수가 있었다. 다만 그의 얼굴은 응급처치했기 때문에 많이 나아졌지만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좀 이상했다.려정수는 임완유를 보자 눈이 반짝였다. 예천우 때문에 그는 송씨 가문과 송미령을 전부 잃었다.하지만 임완유 같은 절세의 미녀를 얻는 건 뜻밖의 큰 기쁨이었다.임완유는 송미령보다도 더 예뻤다. 다만 려정수는 송씨 가문에서 돈을 뜯지 못한 게 아쉬웠다.려정수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담담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기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완유 씨, 이쪽에 앉으세요.”그러자 임완유는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옆에 앉을게요.”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려정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임완유는 분명히 려정수의 옆에 앉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려정수는 안색이 급히 변했다.‘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구나. 어제 비로소 큰 망신을 당했고 심지어 얼굴이 땅에 눌리기까지 했잖아.’지금은 또 임씨 가문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자 려정수는 좀 화가 나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완유 씨는 제 옆자리가 더러워서 싫으신 거예요? 아니면 제가 더러워서 싫은 건가요?”려정수가 그렇게 말하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려정수가 이렇게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걸 봐서는 엄청 화가 난 것 같았다.임국종이 나서서 좋게 말하려고 할 때 깜짝 놀란 임완유가 즉시 입을 열었다.“정수 도련님, 그런 게 아니에요. 전 단지 엄마 옆에 앉은 게 습관이 되어버렸을 뿐이죠.”“그래요? 오늘 제가 완유 씨를 굳이 제 옆에 앉히려면 어쩔 건데요?”려정수는 차갑게 말했다. 어제 송씨 가문에서 이미 억울함을 당했기
려정수는 전에 잃었던 체면을 완전히 되찾은 기분이었다.그는 건방진 표정으로 대답했다.“당연히 아니죠!”그렇게 말하자 임국종의 안색은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려정수는 전혀 임국종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임강과 유은수도 멍해졌지만 그래도 잠시 망설이다가 좋은 말을 하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바꾸게 하려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운명을 바꿀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임완유가 용도의 부잣집에 시집가면 그들 둘은 바로 지위가 높아질 것이다.려정수는 임국종의 말을 반박한 것도 모자라 즉시 협박했다.“임 어르신,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내일 천해시를 떠납니다. 오늘이 당신들의 마지막 기회에요. 오늘 제가 온 것은 전부 완유 씨 때문이에요. 완유 씨가 내일 저와 함께 용두로 갔으면 좋겠어요.”려정수는 처음에 이런 생각이 없었지만 임씨 가문 사람들이 자기가 두려워서 아부하는 것을 보고 점점 더 심하게 말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아니, 이렇게 빨리?’임완유도 더욱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요즘 려씨 가문이 실력이 강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지금 려정수는 분명히 임완유를 데리고 내일 용도로 가겠다고 무리한 요구를 제출했다.임완유는 물론 그를 거절하고 싶었으나 려정수가 횡포를 부릴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된다면 임씨 가문은 려씨 가문의 상대가 절대 되지 못할 것이다.임국종도 두려워서 재빨리 말했다.“정수 도련님, 비록 제가 완유를 도련님께 시집보낼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요.”“그건 문제가 아닙니다.”려정수가 즉시 말했다.“임 어르신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할아버지는 저와 완유 씨가 함께 있는 걸 지지해요. 그전에는 사실 제가 원하지 않았어요. 저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여자와 함께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완유 씨를 만나보니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제가 할아버지께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걸 전화로 결정지을 수 있어요. 더 구체적인 격식은 나중에 다시 차리면 됩니다.”
중요한 순간에 예천우는 결국 제때 도착했다.임완유가 마음이 몹시 아프고 괴로울 때 예천우가 왔다.임국종은 그렇게 말하고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임완유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당연히 이게 손녀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다.‘시간이 지나면 완유는 내 마음을 이해할 거야. 그때가 되면 완유는 내가 한 모든 일에 감사할 거야.’려정수도 잔뜩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보이는 절세의 미인이 오늘 밤이면 자기 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그동안 겪었던 모든 답답함이 전부 사라졌다.하지만 바로 그때 밖에서 예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 허락 못 한다고? 어느 개자식이 감히 내 좋은 일을 망치려는 거야.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이 목소리가 좀 익숙하게 들리는 거지?’임씨 가문 사람들은 즉시 안색이 변했다.‘젠장. 예천우 이놈이 또 왜 온 거야. 정말 떼어내려야 떼어 낼 수가 없네. 이놈이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누가 알아. 만약 정수 도련님을 건드리면 어떡해?’이에 비해 임완유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녀도 예천우가 난동을 부려 큰 화를 일으킬까 봐 걱정하기는 했다.하지만 방금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했던 말은 정말 그녀를 완전히 실망하게 했다.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고 예천우가 어떻게 하든 다 지지해 주고 싶었다.모두가 각자 자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예천우는 이미 문을 열고 들어왔다.예천우가 말하기도 전에 임국종이 몸을 일으키며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오늘은 내 손녀 완유의 좋은 날이니 넌 좀 얌전히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호되게 혼낼 거야.”임국종은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고 몸에서 놀라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다만 그가 눈치채지 못한 건 지금 려정수의 안색이 이미 크게 변했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그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이런 젠장. 용왕님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야.’려정수는 입구 맞은편에 앉았
“완유야, 뭐라고? 언제 이 병신이랑 잔 거야? 넌 줄곧 집에서 자고 외박한 적이 없잖아. 네가 예천우 때문에 우리와 일부러 잠자리를 가졌다고 거짓말한 거지?”“완유야, 왜 그런 거짓말을 해? 정수 도련님께서 오해라도 하시면 어쩌려고? 예천우 같은 놈이 집안도 좋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정수 도련님과 비기면 정말 병신 중의 병신이야. 넌 도대체 저런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거야?”유은수는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임완유를 나무랐다.임완규는 그 말을 듣고 유은수에게 그날에 예천우와 잤다고 반박하려고 했다. 비록 그때에는 누군가가 임완유에게 약을 먹여서 임완유는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때 려정수도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말했다.“임 어르신, 당신들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전 절대로 임완유 씨와 함께 있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어요.”“정수 도련님, 왜 그러세요?”“제가 오늘 이곳으로 온 이유는 임 어르신께서 저보고 줄곧 임완유 씨를 만나보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도 오기는 왔는데 절대 무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임완유 씨처럼 능력이 훌륭한 절세미인은 예천우 씨 같은 남자만 가질 수 있는 여인이죠. 저는 예천우 씨와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임완유 씨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겠어요?”려정수는 모든 좋은 말을 꺼내 예천우를 칭찬하고 동시에 예천우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줄곧 자신을 비하했다.려정수는 임완유가 용왕님의 아내일 줄은 전혀 몰랐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는 아무리 간땡이가 부었다고 해도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려정수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 임씨 가문 사람들은 멍해졌다.아까는 분명히 협박까지 하면서 바로 임완유를 빼앗으려 하던 려정수가 지금은 왜 태도가 급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려정수는 아마 예천우와 아는 사이인 것 같고 엄청 예천우를 공손하게 대했다.공손하게 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임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임완유도 멍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그 순간 임완유와 임씨 가문 사람들은 완전히 멍해졌고 하나같이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이 모든 건 그들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임강과 유은수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입을 떡하니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려정수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예천우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고도 감히 떠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예천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예, 예천우 씨, 이제는 저를 믿으시겠죠?”“그래. 믿어줄게. 당장 꺼져.”“네. 바로 꺼질게요. 예천우 씨, 감사합니다.”려정수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룸에서 도망쳤다.그 순간 려정수는 정말 많이 놀란 것 같았다.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어제도 오늘처럼 이렇게 두렵지는 않은 것 같았다. 려정수는 오늘 자칫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용왕님의 아내에게 감히 무례한 짓을 저지른 건 정말 죽을 죄었다.사계루의 대문을 나서자 려정수는 재빨리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한 젊은 남자가 려정수를 알아보고 이내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김서준이었다.“정수 도련님, 안녕하세요!”김서준은 려정수가 사계루로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왔다.“누구야?”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려정수는 깜짝 놀라서 이내 뒤로 물러섰다.김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저는 김서준이라고 해요. 김씨 가문 도련님이죠. 정수 도련님께서 천해시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도련님을 모시고 싶었지만 도련님께서 하도 귀하신 신분이라 줄곧 만나뵙지 못했어요.”“그랬구나!”려정수는 김서준이 자기를 공손하게 모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는 즉시 건방진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로 날 찾은 거야?”“사실 별거 아닙니다. 다만 정수 도련님과 같은 존귀한 신분의 인물과 사귀고 싶었어요.”김서준은 즉시 아부하기 시작했다.“그래. 너처럼 천해시의 작은 가문이 우리 려씨 가문과 비기면 당연히 아무것도 아니겠지.”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