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으로 석 잔을 마시자 예천우는 토할 뻔했고 몸을 약간 떨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은 그에게 계속하여 술을 권하지 않았다.상황이 비슷하게 되자 임국종은 즉시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그러자 유이안은 얼른 일어나 앞으로 다가가 직접 예천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형부,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 가서 푹 쉬세요.”예천우는 확실히 술을 좀 많이 마셨기에 취기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제가 부축해 드릴게요.”유이안이 주동적으로 부축하자 예천우도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방으로 걸어갔다. 말이 부축이지 유이안은 자기 몸을 예천우의 몸에 바짝 가져다 붙였다.특히 예천우의 팔은 지금 닿지 말아야 할 곳에 닿고 있었다.그러자 예천우는 피가 치솟아 올랐고 중요한 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고 심지어 머릿속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유이안도 예천우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도 처음 이런 짓을 해보는 것이지만 앞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유이안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더 대담하게 행동해야 했다.유이안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바로 방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은 임완유의 방이 아니라 유이안이 묵고 있는 방이었다.예천우는 처음에 개의치 않았지만 들어가자마자 즉시 이곳은 임완유의 방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예천우는 임완유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고 전혀 이렇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는 어쩌면 임국종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자신한테 임완유의 방이 아닌 새로운 방을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했다.유이안은 예천우를 침대 머리맡까지 부축한 다음 그를 눕히고 신을 벗겨줬다.그리고 유이안은 붉어진 얼굴로 직접 예천우의 몸 위로 올라가서 예천우에게 기대어 그의 옆구리를 감싸안았다.예천우는 잠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비록 온몸이 뜨거워졌고 충동적인 생각이 사무쳤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유이안 씨...”유이안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고모는 미약을 엄청 많이 먹였다고
‘예천우, 이 빌어먹을 자식.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 같은 자식에게는 이안이를 절대 그냥 바칠 수 없어. 내가 왜 네가 좋은 노릇을 해야 하지?’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유은수가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쉬겠다고 했어.”“쉰다고요?”임완유는 멍해졌고 느낌이 좀 싸했다.임국종은 유은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이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헛수고야.’하지만 유이안이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안에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일이 이렇게 되자 임국종도 바로 말했다.“천우가 나와 함께 술 한잔했어.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주량이 엄청나게 약한 것 같아. 조금만 마셨을 뿐인데 취해서 좀 쉬겠다고 했어.”“그러게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이안이가 직접 예천우를 방으로 모시고 갔어.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유은수도 재빨리 한마디 했다.“뭐라고요?”임완유는 살짝 이해되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다 물었다.“그러면 이안이는요?”“그런데 이안이가 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지? 설마 둘이 아직도 방 안에 있는 거야?”임강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말하니 저도 좀 걱정스럽네요. 오늘 예천우가 이안에게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유은수가 재빨리 말했다.임완유는 가족들을 훑어보고 몸을 돌려 곧장 자기 방으로 향했다. 다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임완유는 유이안의 방이 생각났다.그래서 이내 돌아서서 다시 유이안의 방으로 걸어갔다.유은수도 재빨리 임완유의 뒤를 따라갔다.잠시 후 그들은 방 입구에 도착했다. 임완유는 몸이 떨렸고 두려움이 잔뜩 걸려있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손을 문손잡이에 올려놓았다.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기에 쉽게 열렸다.하지만 아수라장이 된 장면은 정말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예천우는 유이안과 서로 얽혀 있었고 유이안의 상의와 바지는 모두 벗겨졌고 속옷만 입고 있었고 완벽한 몸매가 한눈에 안겨 왔다.
“예천우, 넌 정말 죽일 놈이야. 당장 나오지 못해!”유은수는 화가 난 얼굴로 욕을 한 후 즉시 완유를 쫓아갔다.임완유가 슬프고 괴로운 표정으로 돌아오자 임국종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완유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유은수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와서 화를 내며 욕했다.“예천우 이 개같은 자식! 완유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이안은 심지어 완유의 동생인데...”“뭐라고!”임강도 깜짝 놀라서 물었다.“뭐라는 거야. 설마 예천우와 이안이가 안에서...”유은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었다.“빌어먹을 나쁜 자식이 감히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죽여버릴 테야.”임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가서 예천우를 죽이려는 기세였다.“됐어!”임국종은 소리를 치며 임강을 말렸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조급해 하지 말고 먼저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자. 은수야, 정말 확실히 봤어?”“네!”유은수는 화를 내며 말했다.“다 제 탓이에요. 제가 원래 이안이를 오지 말라고 해야 했는데... 그러면 저 양아치 새끼가 이런 일을 저지를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아까 어쩐지 쉽게 취하더라니 알고 보니 들어가서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였군요.”“유이안은 어떻게 됐어?”임국종이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몰라요. 예천우가 몸으로 이안이를 깔고 있었어요. 연약한 여자인데 어찌 예천우를 물리칠 수 있겠어요?”유은수는 계속하여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이 개자식이 이런 사람인 걸 진작에 알았지만 이처럼 파렴치하고 가족도 가만두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시간이 좀 지나자 임완유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듯했지만 눈시울은 눈에 띌 정도로 붉어졌다.바로 그때 예천우가 걸어 나왔다.그러자 임강은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예천우, 이 나쁜 놈아, 우리 임씨 가문은 그래도 너한테 잘해줬는데 넌 이런 파렴치한 일을 하다니. 죽여버릴 테야!”예천우는 자신이 이런 저급한 수단에 넘어가자 원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예천우라도 어찌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예천우는 이 정도까지 헌신했지만 얻은 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목숨을 걸고 임씨 가문 사람을 구해줬건만 그들은 예천우를 해치려고 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는 계속해서 자신을 믿지 않았다.그 순간 예천우는 정말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나도 이제는 정말 지쳤어.’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마지막 기대를 품고 자신을 모욕한 임씨 가문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완유야, 만약 내가 누구한테 속아서 미약을 먹었다면 내 말을 믿겠어?”“미약을 먹었다고?”“예천우,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우리가 너에게 미약을 먹였다고 생각하는 거야?”유은수도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함부로 말하지 마.”임국종도 안색이 차가워졌고 화를 냈다.“난 그나마 널 잘 대해줬어. 왜 우리를 모함하려 하는 거야!”“완유야, 네 할아버지가 정말 그런 짓을 할 것 같아?”“그래. 완유야, 난 예전부터 이안이를 줄곧 몹시 아꼈는데 어떻게 이안이가 이런 억울함을 겪게 할 수 있겠어? 네가 정말 못 믿겠다면 직접 이안한테 물어봐도 돼. 이안이는 너와도 친하고 착한 아이이니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야.”“됐어요!”임완유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 여기서 이간질하지 마. 엄마 아빠는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할아버지는 절대 그러시지 않을 거야. 게다가 이안도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잖아. 나도 몇 번 발견한 적이 있지. 이게 바로 네 본성이야.”“내 본성이라고?”그 말을 들은 예천우의 안색은 더 없이 나빠졌다. 지친 것도 지친 것이지만 처음으로 마음이 이렇게 답답하고 괴로웠다.“네 눈에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그럼 아닌 거야?”임완유는 차갑게 되물었다.“알겠어. 어쩌면 난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예천우는 아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넌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어. 예천우, 일이 이렇게 된 이
임국종이 예천우에게 신분증을 가지고 왔는지 물어보았고 그 외에는 아무도 예천우와 말을 걸지 않았다.예천우에게는 남들이 없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물건은 모두 몸에 가지고 다녔다.임완유도 임국종의 곁에 있었을 뿐 예천우와 말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유은수는 안으로 들어가 유이안의 상황은 살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이안도 걸어 나왔다.유이안은 예천우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하지만 다행히 예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유이안은 유은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다.유이안은 임완유의 곁에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언니!”임완유는 유이안을 힐끗 쳐다만 볼 뿐 쌀쌀맞은 표정을 짓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이안은 임완유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아주 미안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유이안도 물러설 수 없었다.만약 임완유가 용도의 예씨 가문에 시집을 가지 않는다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대략 한 시간이 지나자 가정 법원의 몇 명 직원이 관련 자료를 들고 찾아왔다.직원을 보자 임완유는 살짝 몸을 떨었지만 이내 괴로움을 참으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예천우의 무뚝뚝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 씁쓸했다.‘말로는 날 좋아하고 평생 지켜주겠다는 남자가 왜 나한테 이렇게 무뚝뚝한 거야? 미련이 조금도 없어?’적어도 임완유는 예천우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눈물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분명히 자기가 잘못해 놓고서는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 큰 위기에 처했을 때 날 구하러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위험에서 벗어난 후에도 전혀 관심 한 번 주지도 않았지. 정말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는 거야?’그리고 무슨 이유든 간에 오늘 밤 예천우는 다른 여자와 옷을 벗은 채로 발견되었고 심지어 상대는 임완유의 가족이었다.‘왜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거지?’예천우가 순순히 이혼
임완유가 소리를 지르자 예천우는 가던 걸음을 멈췄다. 임완유는 예천우에게로 걸어가서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나한테 할 말이 없어?”“이혼 증명서까지 다 받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예천우는 손에 든 증명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좋아. 이제부터 우린 서로 완전히 남남이야!”임완유가 차갑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절대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주저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자세히 보니 예천우의 걸음걸이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고 몸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예천우는 두 사람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혼하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일 수 있었다. 그가 상대해야 할 적들은 점점 더 무서운 실력일 것이고 심지어 종사 절정의 고수일 수도 있었다.예천우는 지금의 실력으로 절대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아직 몸을 회복할 방법도 찾지 못했다.예천우는 자신에게 어떤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몰랐다.예천우가 시선에서 사라지자 임완유는 그동안 억누르던 아픔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러나 임완유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죽을힘들 다해 참았다.소리 없이 흐느끼는 임완유의 모습은 정말 불쌍했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고통과 절망을 참으며 울음을 삼키는 손녀의 모습에 임국종도 가슴이 미어졌다.“완유야, 슬퍼하지 마. 이미 다 지난 일이니 앞으로 모든 게 다 잘될 거야.”“그래. 완유야, 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은 일찌감치 멀리하는 게 좋아.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를지 몰라.”유은수는 위로하는 말도 예천우를 욕하며 했다.그러자 임완유는 버럭 화를 냈고 눈물도 멈춘 채 차가운 시선으로 유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들은 이미 천우를 집에서 쫓아냈잖아요.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예요?”“난... 난 뭘 바란다고 하지 않았어.”유은수는 항상 딸을 꾸짖는 데 익숙했지만 완유가 이렇게 사납게 화를 내는 모습은
임완유는 마음속에 가득 있던 분노와 고통을 그대로 내뱉었다.처음에는 유걸, 그리고 려정수, 이번에는 용도의 예씨 가문의 예훈이었다.신분은 갈수록 더 무서웠고 그에 따라 오는 위기도 점점 더 무서웠다.만약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매번 자신을 큰 가문 도련님에게로 바치려고 하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될 수 없었다.오늘 집으로 돌아올 때 임완유는 예훈의 전화를 받았다. 예훈은 임완유에게 3일 안에 용도에 오지 않으면 바로 임씨 가문을 멸망시키겠다고 했다.게다가 예훈은 예천우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고 만약 그가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예천우까지 모두 비참하게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임국종은 일부러 예훈이 협박했다고 임완유에게 거짓말했지만 임완유는 정말로 예훈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예훈은 원래 자신의 매력과 권력으로 임완유를 정복하려고 했지만 임국종의 전화를 몇 통 받고 보니 이렇게 협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임완유의 몸을 보다 빨리 가질 수 있고 게다가 결혼하지 않아도 되었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돌아와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상의하려고 했다.임완유는 상대가 얼마나 무서워도 예천우라면 절대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임완유는 반드시 예천우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예천우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하지만 돌아오자마자 임완유는 예천우와 유이안의 그런 장면을 목격했고 그 당시 정말 너무 화가 났고 괴로웠다.집에 오기 전부터 임완유는 아주 고통스러웠지만 집에 와서 이런 장면까지 보게 되니 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임완유는 진정을 되찾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들이 너무 많았다.예천우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저녁 먹으러 와서 밥을 먹자마자 유이안과 몸을 섞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임씨 별장에서 말이다.이건 무조건 임완유한테 발각될 일이었다.게다가 임완유에게 잡히지 않더라도 집에는 임국종과 임강, 유은수도 있었다.예천우가 아무리 멍청해도 절대 이런 짓은
시간을 끌 수만 있다면 임완유는 계속 끌고 싶었다.나중에 정말 별다른 방법이 없으면 임완유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예훈의 뜻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고 적어도 예천우를 위해 자신의 결백을 지키려고 했다.임씨 가문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되든 하늘에 맡기려고 했다.임완유가 울며 소리를 지르자 임국종의 안색은 더 없이 나빠졌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임국종은 갑자기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게 옳은지 그른지 의심이 갔다.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그래. 난 결코 잘못된 짓은 하지 않았어. 잘못된 생각을 한 건 완유야. 아직 젊기에 전혀 뭐가 가장 필요한지 모르는 거지. 나중에 정말로 용도의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때면 나의 고된 마음을 알게 될 거야.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완유를 위해서지.’유은수도 임완유의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지만 이내 다시 언성을 높였다.“그게 무슨 말이야. 왜 우리 탓을 하는 거야? 너희들이 그리 잘난 척하지 않고 특히 그 병신 새끼가 허풍을 떨면서 지랄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도 건드리지 않았을 거 아니야! 예천우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일도 없었을 거야. 정말 왜 멀쩡한 우리를 탓하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우린 너의 부모이자 집안의 어른인데 우리가 한 모든 일은 죄다 널 위한 일이지.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를 탓해? 넌 양심도 없어?”임강도 즉시 임완유에게 호통쳤다.“완유야, 이건 제가 잘못했어. 네 할아버지와 네 엄마는 하나같이 너 때문에 속을 썩이면서 네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네가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나중에 가면 우리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게 다 날 위한 일이라고? 게다가 내가 고마워하게 될 거라고? 우리 집안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권세가 정말 그렇게 중요해?’“뭘 멍하니 있어? 빨리 사과하지 않고 뭐 해!”임강은 임완유가 말하지 않자 버럭 화를 내며 말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