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심각해지자 임국종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임완유는 지금 정말 심하게 예훈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임국종은 즉시 다가가서 소리쳤다.“완유야, 뭐 하는 거야. 당장 비켜!”유은수도 조급해졌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빌어먹을 계집애야, 죽고 싶어? 빨리 비켜!”유은수는 말하면서 앞으로 가서 임완유를 끌어내려고 했다.‘다 예천우 이 자식 때문이야. 왜 완유의 좋은 일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임완유는 몸에 숨기고 있던 비수를 꺼내서 자기 목에 가져다 대면서 소리쳤다.“다가오지 마! 네가 오면 난 지금 바로 죽어버리겠어!”사람들은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너무 놀라서 아연실색했다.임국종과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임완유가 예천우를 위해서 이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유이안도 멍해졌다.‘일이 왜 이렇게 되었지. 차라리 형부한테 이 일을 알려주지 말아야 했어. 내가 언니를 해친 거네.’임선호도 몹시 조급해졌지만 그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도 임완유가 예훈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았지만 예씨 가문은 확실히 대단한 존재였다.예천우도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멍해졌다.그는 임완유가 몸에 비수를 감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완유가 뭘 하려는 거야? 완유의 무술 실력으로 예훈을 죽인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 잠깐만...’예천우는 뭔가 알아차린 듯했다.임완유가 용도에 가려고 결정했을 때는 이미 죽을 각오를 했던 것 같았다.‘완유가 나 때문에 이런 미친 짓도 할 줄이야.’가장 안색이 안 좋은 사람은 바로 예훈이었다. 그는 얼굴이 굳어졌고 몸에서 나오는 한기는 많은 사람들을 무서워서 뒷걸음치게 했다.임국종도 깜짝 놀라서 즉시 예훈의 곁으로 달려가서 말했다.“예훈 도련님, 급해하시지 말고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러자 예훈은 손을 저으며 임국종의 말을 제지했고 음흉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임완유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임완유 씨, 저와 함께 용도로
“완유야, 닥쳐! 할아버지가 잘못했으니 혼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예훈 도련님께 감사드려야지.”임국종이 재빨리 말했다.그러자 예훈은 차갑게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완유 씨, 들었죠? 완유 씨가 어르신 만큼 눈치가 있었더라도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완유 씨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제가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완유 씨는 단지 지금 제가 놀고 싶은 하찮은 여자일 뿐이죠. 그런데 정말 왜 그렇게 날뛰는 거죠? 비수를 꺼낸 건 자살하려는 거예요?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가만히 지켜볼 테니 빨리 서두르세요. 완유 씨가 죽으면 저 새끼를 아주 비참하게 죽여버릴 겁니다.”예훈은 사악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지금 임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예훈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사람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예씨 가문 도련님인 예훈은 악마처럼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겁에 질린 사람들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기를 바랐다.임완유가 더 심한 행동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가족들은 임완유가 순순히 예훈 도련님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특히 유은수는 조급한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임완유, 뭐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년 같으니라고. 정말 우리 임씨 가문 사람들이 모조리 죽어야 후련하겠어?”“완유야,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빨리 가서 예훈 도련님께 잘못했다고 빌어!”임강도 즉시 말했다.그러자 임완유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마음속으로는 엄청 두려웠고 부모님의 말씀은 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임완유는 가끔 그들이 정말 자기 부모가 맞는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그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냉담했기 때문이다.임씨 가문 사람들의 겁에 질린 모습과 임완유의 절망스러운 눈빛을 바라보자 예훈은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런 느낌은 정
‘뭐라고?’‘예훈 도련님을 혼내준다고? 미친 거 아니야.’‘지금 저 자식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미쳐서 헛소리하고 있을 거야.’임씨 가문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유이안도 어리둥절했고 예천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그 순간 유이안은 임완유가 왜 예천우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는지 알아차렸다.사실 유이안은 조금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예천우는 보기에 용감했지만 목숨을 잃으면 용기 따위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임국종과 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허풍을 떨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용도 예씨 가문의 예훈 도련님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다만 그들은 임씨 가문이 예천우 때문에 피해를 볼까 봐 웃음을 참고 있었다.‘오늘만 지나면 예천우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사실 임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임완유 자신도 좀 멍해졌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항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임완유도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면 조심해.”“걱정하지 마.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널 지켜주겠어? 지난번에 네가 납치당했을 때도 내가 몸이 아파서 널 구하고도 줄곧 네 곁을 지키지 못했어. 그 일 때문에 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나도 내 자신을 잘 챙겨줘야지.”예천우는 임완유를 위로하려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천우야, 뭐라고? 내가 납치당했을 때 네가 날 구해준 거야?”“그래. 지난번에 내가 어르신과 함께 돈을 가지고 널 구하러 갔어. 내가 납치범들을 해치우고 어르신보고 먼저 널 데리고 떠나라고 했지.”예천우는 마음속으로 어쩌면 임국종이 또 임완유를 속였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고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줄곧 예천우가 모든 일을 뻔히 알면서도 잠수를 탔다
임완유가 이런 태도로 말하자 임국종도 엄청 화가 나서 화를 내며 말했다.“누가 널 구해줬는지 뭐가 그리 중요해. 이건 모두 널 위한 일이라는 것만 알아둬!”“그럼 알겠어요!”임국종이 그렇게 말하자 임완유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고개를 돌려 예천우에게 말했다.“천우야, 이번 생은 내가 널 해쳤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나도 바로 죽을게. 다음 생에도 만나면 우리 함께 잘 살자.”그 순간 임완유는 임씨 가문이고 예씨 가문이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다른 가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임완유는 단지 죽더라고 예천우와 함께 죽고 싶었다.되돌릴 수 없는 길일지라도 예천우와 함께 걷고 싶었다.임완유는 그렇게 말하자 오히려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했다.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임완유의 말을 듣자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은 예천우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가 이렇게 말한 이상 이제는 임씨 가문과 예씨 가문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었고 게다가 지금 예훈을 이토록 건드리고 있으니 임씨 가문의 앞날은 엄청나게 비참해질 것이다.그래서 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죽어가는 얼굴이었고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예훈은 엄청 어두운 표정에 사악한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임완유 씨, 제가 확신하는데 나중에 꼭 후회할 겁니다!”예훈의 눈빛을 본 임완유도 깜짝 놀랐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천우가 그녀의 앞에 막아 나서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까짓 게? 예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완유를 구해준 이런 작은 공로도 빼앗으려고 하는 거야? 염치도 없는 자식이네. 넌 정말 뻔뻔하고 사악한 소인배 새끼야.”“건방진 자식!”예훈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터질 것만 같았고 일그러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이놈아, 그까짓 무술을 좀 안다고 감히 이렇게 나랑 말하는 거야? 우리 예씨 가문은 너 같은 하찮은 새끼가 영원히 넘볼 수 없는 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너무 느렸다!예천우의 이번 공격은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그는 무조건 죽을 것 같았다.임선호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뭐야. 형부. 실력이 좋다며? 머뭇거리면서 뭐 하고 있어?’하지만 잠시 후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진은수를 포함해서 모두 이 한 수가 예천우를 명중시킬 것으로 생각할 때 예천우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었다. 그는 단번에 진은수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리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은수의 비명을 지르며 다른 한 손으로 이내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다시 가볍게 움직이더니 내경의 힘으로 진은수의 왼손까지 부러뜨렸다.그리고 진은수가 발을 내디디기 전에 한 발로 그를 세게 걷어찼다.이 과정을 설명하자면 매우 복잡하지만 예천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공격을 개시했다.그에게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진은수는 비명을 지르며 마침 예훈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오장육부가 파열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말이다.예천우의 한 발에 실은 힘은 너무 무서웠다. 진은수는 순간 자기가 예천우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쩌면 한 번의 공격도 당해내지 못하고 그의 손에 죽을 것만 같았다.비록 진은수의 실력은 예훈보다 못했지만 그 역시도 화경급 고수였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 과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진은수의 공격 태세를 보아 분명 실력이 매우 강한 자였을 텐데 예천우에게 이렇게 쉽게 패하다니.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자 예훈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문에 의하면 예훈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힌 최절정의 고수하고 한다. 이 또한 임국종이 퍼뜨린 소문이다. 그는 예훈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기의 잘난 점만 빼어 닮아 임완유를 그에게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중히 여겼다.하지만 예천우의 실력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훈의 경호원을 한 방에 쓰러뜨릴 만큼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오늘
“흥! 은수는 겨우 암경 경지에 이르렀어. 그 어떤 화경 중급 이상의 고수라면 모두 방금 네가 해낸 걸 할 수 있단 말이지. 너는 기껏해야 화경 후급 경지의 실력이야. 내 판단이 맞다면 너는 화경 중급일걸? 하지만 나는 화경 절정이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는 종사와 한 단계만 차이 나는 실력이라고. 내 앞에서 감히 잘난 척해? 정말 어이가 없네!”예훈은 패기 있게 등장하며 말했다. 예훈도 예천우의 실력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해도 자기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기 체면을 살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누가 진짜 실력자인지 겨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훈의 말을 듣자 다들 속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천우가 아무리 능력이 있고 대단해도 결국 예훈에게 패하고 모든 것을 빼앗게 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유은수는 예훈이 한시라도 더 빨리 손을 쓰길 기대했다. 예천우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임완유도 예훈의 말을 듣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예천우는 예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긴장한 임완유를 보면서 다정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쟤 헛소리 치는 거야. 난 화경 중급이 아니야.”“그럼 화경 후급이네.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자식이 화경 후급까지 수련할 수 있다니. 하지만 오늘 나를 만났으니 무릎 꿇고 용서를 빌 수밖에 없겠어.”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의 판단이 틀릴 리 없다고 말했다. 방금 진은수를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기에 화경 중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천우가 아니라고 하니 화경 후급일 것이라고 예훈은 생각했다. 절대 화경 절정일 수 없다고 장담하면서 말이다.예훈은 모든 자원과 인맥을 끌어모아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예천우처럼 하찮은 사람은 자기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종사일 거란 가능성은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절대 그럴 리 없어.”예천우는 자신만만해하는 예훈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예천우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원래 예훈을 안하무인격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는 지독하고 무례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냥 바보였다.예훈은 자신의 터무니없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위풍당당하게 임완유를 협박했다.“완유 씨,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고 용서할게요. 아니면 완유 씨랑 예천우 그리고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까지 모두 죽게 될 거예요.”예훈은 한 명씩 가리키며 사악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유은수는 화들짝 놀랐다.“뭐 하고 있어, 완유야! 도련님이 이렇게 자비를 베푸시는데 얼른 사과해야지.”“그래. 완유야! 도련님한테 무릎 꿇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이러다 우리 모두 다 죽어.”임강도 얼른 임완유를 달랬다.“빨리 서두르지 않고 뭐해! 내가 꼭 끌고 가야만 하겠어?”유은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독 임국종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임완유가 예훈에게 용서를 구해도 앞으로 힘든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임씨 가문도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어쩌면 임국종은 처음부터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걸 되돌리고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예훈의 말을 듣자 임완유는 두려움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천우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임완유를 안쓰럽게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꿇고 싶으면 당신들이 가서 꿇으세요.”“너! 뭐라고? 예천우! 이 거지 같은 자식이 감히 뭐라고?”유은수는 예천우를 째려보며 말했다.“죽고 싶어? 정말 자기 무덤을 파려고 X랄 하네.”임강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두 사람은 겁이 나서 예훈을 조심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예천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은 예천우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예천우가 임완유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훈은 달랐다. 그는 화가 나면 미친 사람처럼 폭주할 것이다.그래서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되물었다.임강과 유은수는 마치 똥을 밟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했지만 반박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가장 괴로운 점은 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예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비록 그들도 예훈을 무서워했지만 임강과 유은수의 행동은 비인간적이었고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너희들! 너희들이 뭘 알아! 만약 당신들의 딸이 우리 완유처럼 훌륭한 도련님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나보다 더 한 짓을 할걸!”유은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주위 사람들을 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예훈이 곁에 있어서 다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같이 유은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기는 것 같았다.유은수는 지금까지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과 등지고 험담을 듣게 될 줄이야.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예천우!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오늘 사람들 앞에서 나더러 X 팔려 죽으라는 거야?”“그럼 정말 죽어 줄 수 있어요?”예천우도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라 비아냥거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임완유도 뜨끔 놀랬다. 하지만 임완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다.“저, 저, 저런 개자식과 말하기 싫어!”유은수는 바로 뒤로 물러서서 임강 뒤에 숨었다. 그러면 모두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 있을 것 같았다.임강의 표정은 더욱 난처했고 옆을 쳐다보기도 민망했다.“예천우,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어차피 죽을 텐데 허튼 수고 하지 마. 넌 이제 끝났어.”이때 예훈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내가 시간을 끈다고?”예천우는 피식 웃었다.“그럼 아니야? 내가 직접 나서면 너는 산산조각이 될 거야. 그때 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해달라고 빌지 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깐.”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