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수십 개의 용병 대우들을 멸망시켰다!이미 늦은 밤이었다!한지훈은 숲풀 속에 잠복하여 압축 과자를 먹고 두 눈은 마치 한밤의 매눈처럼 더없이 고요한 지대를 휘둘러보고 있었다.눈앞의 천 미터나 되는 지대는 온통 초원과 자갈로 뒤덮였고 벙커로 활용할 만한 표적이 전혀 없었다.한지훈은 이곳은 무조건 지세가 매우 험준한 곳이란 것을 알고 있다!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보고 심호흡을 했다.그리고 그는 숲에 조용히 엎드려 때를 기다렸다.밤 한두 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늘에 갑자기 커다란 먹구름이 나타났고 달과 별을 가려 더욱 어두워졌다!바로 지금이다!한지훈은 고양이처럼 재빨리 일어나 초원 속으로 뛰어들었고 끊임없이 왔다 갔다하며 자갈 뒤에 숨어서 주위 상황을 관찰했다!그리고 동시에 초원 끝 높은 언덕 위에 용병 대우들이 적외선 망원경을 들고 초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아무 이상도 없었다.그는 하늘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그는 손을 들어 뒤에 있는 대원들에게 “발포해라!”라고 명령을 내렸다.전쟁터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한 노병으로서 그의 직감은 줄곧 정확했다!이렇게 조용한 초원은 예사롭지 않다!순간 팀원들은 초원을 향해 거침없이 총격을 퍼붓기 시작했다!총소리는 사방에 울려 퍼졌다!한지훈은 재빨리 엎드려 큰 바위 뒤에 숨었다!“탕탕탕” 총소리는 눈앞에서 울려 퍼졌다!주위에는 총알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나를 발견한 것일까?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총소리도 멈췄다.한지훈이 다시 전진하려고 할 때 총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거침없이 쏴부었다!한지훈은 알았다!이 용병들은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총소리는 또다시 멈췄다.이번에는 1분 동안 멈췄다가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몇 번을 거쳐 한지훈은 시간을 계산했다!매 한 번의 총소리가 멈출 때마다 1분 30분의 창이 있다!한지훈은 이 빈 창시간을 이용하여 계속 전진했다!그는 곧 초원의 가장자리에 이르렀고 멀지 않아 산비탈에서 초원을 향해
적염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알았으니까 그만 나가 보거라.”라고 말했다.“예!”그 부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적염왕은 혼자 휴식실에 앉아 칼날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문 쪽을 향해 말했다.“이왕 왔으니 들어와 앉으시오.”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지훈의 모습이 천천히 문 앞에 나타나더니 온몸에서 살기가 솟구쳤다.“용병들은 당신이 안배한 것이에요?”한지훈은 적염왕 앞에 서서 차갑게 물었다.적염왕도 숨기지 않았고 “내가 안배한 것이에요.”라고 말했다.“왜요?”한지훈이 물었다.적염왕이 말했다.“왜냐하면 당신은 전임 북양구의 보스이기 때문이에요.”“한지훈이 말했다.“당신도 알다시피 그만한 용병들로 저를 죽일 수 없어요.”“알아요. 그냥 시험해 본 거예요.”“당신은 제가 당장 당신을 죽여버릴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아요?”“당신은 그럴 용기가 없어요.”“왜요?”“당신은 아내와 아이가 있기 때문에 저를 죽이면 큰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용국 백성들에게 버림받을 거예요. 당신의 아내와 아이 그리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 때문에 용국의 죄인이 될 거예요.”적염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고 한지훈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빛은 한없이 냉혹하며 적염왕을 노려보고 잠시 침묵을 지키고 말했다.“당신은 여전히 저를 잘 알지 못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음모와 협박인데 당신은 단번에 두 가지를 건드렸네요.”말을 마치고 한지훈은 손에 있던 오릉군 가시를 갑자기 꺼내들고 적염왕의 왼팔을 찍었다!순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적염왕은 소리도 내지 않고 자신의 왼팔을 감싼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이제 만족해요?”“이것은 당신에 대한 경고에요. 다음번에는 당신의 목을 자르겠어!”말을 마치고 한지훈은 돌아서 자리를 떴다.적염왕은 제자리에 앉아 흉측한 얼굴로 있었고 눈에는 분노로 가득했다!곧 부관이 뛰어들어오더니 자신의 보스의 모습을 보고 즉시 군의를
이 거리만 지나면 목적지였다.강우연은 신호등을 기다리느라 차를 세웠다.“엄마, 오늘은 왜 아빠가 안 데려다줘?”고운이가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엄마가 데려다주는 거 싫어?”강우연은 백미러로 사랑스러운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는 고운이 지켜줄 수 있잖아.”“엄마도 고운이 지켜줄 수 있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쾅!강우연의 몸이 앞쪽으로 급하게 쏠렸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아이의 상태부터 살폈다.“고운아, 괜찮아?”다행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고운이는 무사했다.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고운이 괜찮아.”강우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후방을 살폈다.뒷차가 와서 차를 박아버린 것이다.직진 신호등이 켜지고 뒤에서 차들이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댔다.“고운아, 차 안에 얌전히 있어. 엄마가 내려서 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사고 차량에서 아주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내렸다.“죄… 죄송해요. 제가 운전 초보라서…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어요.”여자가 저자세로 나오자 강우연도 괜히 여자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일단은 보험사랑 경찰 부르죠.”말을 마친 그녀가 핸드폰을 꺼냈다.그러자 여자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더니 뒤로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경찰 부르지 말고 사석에서 해결하면 안 될까요?”“그럼 핸드폰 돌려주세요.”강우연은 짜증을 참으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결국 두 여자가 길바닥에서 싸우게 되었다.강우연은 안간힘을 써서 여자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았다.경찰에 전화하려는 순간,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차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뒷좌석 차 문은 열려 있었고 차 안에 있어야 할 고운이가 보이지 않았다.“고운아!”강우연은 미친 듯이 자신의 차로 달려갔지만 고운이는 어디에도 없었다.그제야 그녀는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렸다.유약해 보이기만 했던 그 여자는 강우연을 쳐다보며 입가에
청사파라는 조직에 대해 한지훈은 과거에 들어본 적 있었다.배후에 아주 거대한 손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부 고위관료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큰손의 도움으로 청사파는 빠른 시간 안에 조직을 확장하고 금전적 이득을 위해 사람들을 유린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한지훈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사모님은 찾았어요. 지금 집으로 모시는 길에 있습니다.”“그래, 알았어.”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5분 정도 지나서 다른 부하가 안으로 들어왔다.“용왕님, 여자의 행적은 파악했습니다. 술집거리에 있는 한 술집 앞에 차를 댔더군요.”“술집 어디?”“신노거리에 있는 무지개 클럽이라는 곳입니다.”“알았어.”한지훈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목을 가리켰다.죽이라는 신호였다.한지훈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징조였다.잠시 후, 한지훈은 홀로 신노거리에 있는 무지개 클럽 앞에 도착했다.모든 클럽이 영업을 마친 새벽 시간이었다. 지금쯤 대부분 가게에서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을 것이다.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번쩍이는 형광등 간판을 바라보았다.클럽 앞에 사자 조각상 두 개가 비치되어 있었다.“하!”그는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서 주먹으로 석상을 내리쳤다.쾅!굉음이 들리며 석상이 산산이 부서졌다.그렇게 부서진 돌 조각들은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덜컹!네온등이 반짝이던 간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한지훈은 다가가서 그 간판을 사뿐히 밟았다.클럽 입구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렇게 큰 소리가 들리는데도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입구를 노려보았다. 소리를 들은 주변 상가들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다보았다.하지만 무지개 클럽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는 대문을 힘껏 노려보다가 다리를 들었다.발이 대문에 근접하던 순간
“이 클럽 사장이 너야?”한지훈이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나?”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나를 너무 높게 평가했네. 여긴 일반인이 차릴 수 있는 가게가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2층에서 섬광이 번뜩이더니 가녀린 인영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한지훈은 어둠 속에 있어서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이 여자가 강우연의 차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던 여자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내가 간판을 다 뜯어버렸는데 감상이 어때?”한지훈은 한편으로 말을 하면서 술잔에 반사된 빛을 통해 2층으로 통하는 통로를 확인했다.“나쁘지는 않네.”여자가 말했다.“하지만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마. 너와 나의 겨룸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네 딸이 누구 손에 있는지만 생각해 봐도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알겠지?”여자는 더 이상 공격성을 감추지 않았다.고운이가 이들에게 잡혀간 게 틀림없었다.한지훈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상대가 이 여자처럼 주제파악을 못하는 인간들이었다.그는 갑자기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서 미약한 빛을 따라 2층에 가볍게 착지했다.“악!”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어느새 그녀와 한발자국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역시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실력이네. 하지만 네 딸은 우리들 손에 있어. 경거망동하면 네 딸이 위험해질지도 몰라.”여자가 생긋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한지훈은 그제서야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영롱한 곡선을 이루는 몸매와 강우연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이 화려한 외모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홀렸을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한지훈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그녀의 오른손 무명지에 뱀 머리로 포인트를 준 은반지가 끼여 있었다. “역시 뱀이었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여자의 두 눈이 흠칫 떨리더니 말했다.“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정말 몰라?”한지훈
한지훈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여자의 무명지에서 은반지를 빼냈다.아까 봤던 반지랑은 조금 다르게, 뱀이 혀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자세히 살펴봤더니 반지 안쪽에 혈월이라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아마 청사파에서 불리는 이름 같았다.한지훈은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술집을 나와 대문을 닫았다.그리고 부하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와서 무지개 클럽 청소 좀 해줘.”말을 마친 그는 밟고 있는 간판을 내려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적당한 시기에 이 클럽 인수해.”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차에 올랐다.창운동 48번지.한지훈은 길게 심호흡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고운아, 아빠 곧 가니까 조금만 버텨줘.”아침 출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거리에 차들이 즐비하며 도로가 막혔다. 빠른 시간 안에 창운동까지 도착하기는 이미 그른 것 같았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려 창운동이 있는 방향을 향해 뛰었다.얼마 후, 한지훈은 창운동 단지에 도착했다.곳곳에 골목이 있는 작은 단지였다.주변 환경을 둘러보니 달동네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한지훈은 한집 한집 돌아다니며 53번지까지 도착했다.건물 다섯 개만 지나면 48번지였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53번지의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세를 숙인 채, 조용히 48번지 옥상으로 진입했다.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이 나쁜 놈들아! 우리 아빠가 와서 너희들 다 혼내줄 거야!”고운이의 목소리였다.“아빠?”남자의 거친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네 아빠 아마 지금쯤 시체가 되었을걸? 그러니까 넌 얌전히 입 다물고 있어! 자꾸 시끄럽게 하면 그 입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겁에 질린 아이가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한지훈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그가 애지중지 소중히 키운 딸을 이렇게 대하다니!“혈월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전에 이쪽으로 와서 모이기로 하지 않았어? 설마 한지훈 그 놈이랑 놀아난 건 아니겠지?”이어서 남자들의 음흉
남자는 여유만만한 얼굴로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집어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늘이 너희들 제삿날이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들고 있던 사과를 창문을 향해 던졌다.커튼이 휘날리며 테이블에 있던 촛불에 닿아 불이 옮겨 붙었다.“너 누구야!”한 사내가 거칠게 고운이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불 달린 커튼을 노려보며 물었다.불이 났으니 이 공간을 탈출하는 게 급선무였다.지금 당장 불을 끄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낡은 집은 잿더미가 될 것이다.남자의 거친 손이 고운이의 뒷덜미를 꽉 잡고 있었지만 고운이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아이는 한지훈만 빤히 바라보았다.한지훈은 아이에게 신호를 보냈다.눈치 빠른 고운이는 끝까지 그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나한테 물었어?”한지훈이 앞으로 다가서며 날 선 미소를 지었다.“너희를 염라대왕 곁으로 보내줄 사람.”“너 혼자 왔어?”사내가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하지.”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너희들 상대하는 거 나 혼자로 충분해. 시간낭비 하지 말자고.”그 말을 들은 조폭들이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내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너처럼 주제 파악을 못하는 녀석은 처음이네. 오늘 얘 아빠가 와도 혼자서는 우리 다섯 명을 못 당해! 청사파 다섯 사자 앞에서 이딴 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다섯 사자?어딘가 귀에 익은 이름에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잔인하고 비열하기로 악명이 높은 단체였던 걸로 기억이 났다.하지만 한지훈의 눈에는 그냥 벌레들일 뿐이었다.“그래?”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청사파 다섯 사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봐야겠는걸?”말을 마친 그는 점점 불길이 거세지는 커튼 쪽을 힐끗 바라보고 커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쾅!요란한 소리와 함께 상대는 한지훈의 연속된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고작 이거야?”살짝 당황했던 사내가 생각보다 가벼운 공격에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대단한 녀석인
“죽고 싶어? 당장 내 동생 내려줘!”남은 네 명의 건장한 사내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고함치더니 등 뒤에 있던 도끼를 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고는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쾅!그는 다리를 뻗어 잡고 있는 사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사내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 좌측에 있는 벽에 몸을 부딪히며 쓰러졌다.동시에 한지훈은 몸을 뒤로 꺾어서 남자의 도끼 공격을 피했다.분노에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사내가 고함쳤다.“피해? 언제까지 피하나 두고 보자! 죽어!”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도끼가 기둥에 박히며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남자는 한지훈의 급소만 노리고 집요하게 공격했다.하지만 아무리 휘둘러도 한지훈이 요리조리 피해 다니자 점점 화가 치밀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몸 안의 기를 끌어올려 잔상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사내가 한지훈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사내의 등 뒤에 서 있었다.한지훈은 그대로 주먹을 뻗어 사내의 어깨를 힘껏 내려쳤다.단순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힘이 실린 공격은 단단한 전차도 부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쾅!굉음과 함께 도끼를 든 사내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 기둥에 몸을 부딪히며 폐허 속으로 파묻혔다.푸흡!사내는 입에서 피를 토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조금 전 단 한방의 공격으로 사내의 늑골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다.아마 살아 있더라도 평생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할 것이다.한지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쓰러진 사내를 힐끗 보고는 나머지 세 명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살고 싶으면 배후가 누가 있는지 불어!”남은 세 사람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식하게 덤비기에는 너무도 강한 상대였다.바닥에 쓰러진 두 사내는 무려 3성 군왕급의 실력자였다.“야, 너무 거만 떨지 마! 오늘 넌 살아서 이곳을 못 나갈 테니까!”“같이 덤비자! 한 명씩 덤볐다가는 승산이 없어!”“그래!”남은 세 명이 동시에 한지훈의 급소를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