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병림이 모르는걸 탓 할 수 없었다. 그가 모든 것을 준비할 때 아무도 약도 전시회 센터를 포위하지 않았었으니까.한지훈은 온병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무방합니다. 무방해요. 저들은 모두 제가 배치한 사람들입니다. 이곳의 안전을 보호하는 사람들이에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온병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한지훈과 강우연에게 계속 길을 안내했다.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중약도 장관, 천하에 유명한 온병림 회장은 한 젊은이를 데리고 약도 전시회 센터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가 공손하게 행동하는게 확연히 알렸다.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놀라서 수군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사람이 누군데 온 어르신이 직접 데리고 들어와?"옆에 있던 다른 기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몰라? 저 사람이 바로 약도에 오자마자 온병림으로부터 약도 호텔을 직접 산 사람이잖아. 그리고 이 한지훈이 백 선생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 재산이 넘치는 사람 말이야. 약도 전체를 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기억해, 백 선생은 부의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 서 있는 사람이야.""그 뿐만 아니라, 이번 약도 전시회 센터의 기자회견을 바로 저 한 선생이 열었다고 하는데, 뭔가를 발표하려는 것 같아. 뭔지 알아?"누군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알았더라면 여기 앉아 있지 않겠지. 그러나 약도 전시회 경매 기간 이곳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이 일이 만만찮다는 것을 말해. 심지어 약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어."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온병림이 바로 강단에 올라 가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여러분들. 오늘 약도 전시회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첫째는, 몇 가지 일을 선포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한 선생님이 몇 가지 일을 선포하기 위해서입니다."온병림이 바로 말했다. "알고 계신지 모르시겠지만, 투자계의 '악어' 라고 불리우는 백 선생께서 이미 약도에 도착하셨고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 중 이미 약도 국경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난걸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약도를 점거한 지 거의 10년이 된 도석형이 오늘 약도를 탈출했는데 그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약도는 새로운 약도 군부 사령관을 맞이할 것입니다."기자가 말했다. "이렇게 많이 말하셨는데 아무런 실질적인 증거도 없습니까?"한지훈은 냉소했다. "만약 제가 약도의 새로운 주군 총사령관이 온병림 회장님이라고 한다면요?"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온병림은 비록 지위가 높고 권세가 있지만 줄곧 주군 본부에 손을 대지 않았다.그런데 왜 도석형 장군이 사라진 지금, 온병림이 바로 그 자리에 올랐는가?온병림은 한쪽에 서서 한지훈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 "확실합니까? 이건 농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완성하지 못했다면 정말 약도 협회의 체면을 구기는 겁니다."한지훈은 온병림에게 안심하라는 웃음을 지어보인 뒤 손뼉을 치고 말했다. "올라와."한지훈의 한마디에 병사 한 명이 붉은색의 서류를 들고 올라왔다."용국 국왕의 임명장이 도착했습니다!"의장 부대가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큰 약도 전시회 센터가 가득 메워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온병림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국왕의 의장 부대가 직접 올 줄은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그들은 국왕의 명령을 가지고 왔다.용국 위에 국왕의 지위가 가장 높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충격적인 얼굴이었다. 국왕의 의장 부대가 약도, 이 작은 곳에 직접 오다니.의장 부대 대장은 금색 임명장을 높이 들고 말했다. "국왕께서 말씀하시길, 도석형 장군의 덕행이 올바르지 않으니 오늘부터 그의 사령관 직위를 철수하고 약도 협회 회장 온병림에게 겸임하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온 사령관이 부하들을 이끌고 약도를 잘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의장 부대 대장이 임명장을 낭독할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
기자가 물었다. "도석형 장군의 죄행에 대해 북양구 총사령관님께서 약간 밝히실 수 있으십니까? 그의 덕행이 정말 군부 사령관직에 머물 자격이 없습니까?"한지훈은 이 화제를 피하지 않고 직언했다. "도석형의 가장 큰 죄는 바로 저를 공격하고, 공로가 있는 신하를 공격했으며 군인 가족을 공격한 것입니다. 죽어도 마땅하죠. 그의 덕성이 직위에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명백한 일입니다."또 다른 기자가 물었다. "온 회장님, 당신이 국왕의 임명장을 받고 약도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온병림은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지훈은 기자의 말을 이어받아 담담하게 말했다. "온 회장님은 약도의 견증인이자 약도 협회의 창립자입니다. 온 회장님이 없으시면 지금처럼 번영한 약도도 없을 겁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말해보세요, 온 회장님이 약도 군부 사령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으신지 없으신지."사실 온병림은 약도의 총사령관을 맡을 자격이 없었다.그저 한지훈의 간언 하에 국왕이 온병림을 약도 군부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었다.온병림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을 스폰으로 둘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을 하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한 여기자가 이때 질문을 던졌다. "약도 협회와 고운 그룹의 협력에 대해 온 씨 어르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르신도 많은 기업들이 약도에 와서 약도 전시회 센터의 경매에 참가하는 이유가 약도 협회와 협력하기 위함임을 아시고 계실 텐데요. 약도 협회에게 이미 협력 대상이 있다는건 다른 기업들에게 매우 나쁜 소식일 겁니다."온병림은 보기 드물게 화를 냈다. "우리 약도 협회에서 합작할 그룹을 선택한 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이번 기자 회견도 막을 내렸다.떠나기 전에 온병림은 한 가지 일을 발표 했다.약도 협회의 협의를 거쳐 이번 약도 전시회 경매의 시간을 하루로 단축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내일, 이번 약재를 모두 경
약도의 떠들썩함과 달리 왕씨 가문 저택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는데 마치 재난을 겪은 것 같았다. 도석형이 완전히 실종되었으니 약도 군부 사령관을 온병림이 후임하는 것도 당연했다.온병림은 약도 협회의 회장이다. 그 직위를 이용하여 왕 씨 가문을 압박해서 온씨 가문을 약도의 장관으로 만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수 없었다.그리고 온병림은 사실 왕씨 가문에게 별로 살갑지 않았다.어떤 방면에서는 온씨 가문과 왕씨 가문이 경쟁자라고 할 수 있었다.도석형의 실종은 왕씨 가문에게 있어서 의심할 여지 없이 청천벽력인 소식이었다.왕씨 가문의 가장 큰 배후가 완전히 무너진 셈이기 때문에. 정세가 급변한 약도에서 왕씨 가문은 전과 같은 지위가 아닐 수도 있었다. 왕씨 가문 가주, 왕유걸과 집사는 거실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왕유걸은 약도의 정세를 세세히 분석하면서 물었다. "지금 약도는 어떤 정세지?"집사 왕상도는 몸을 구부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도 저희 왕씨 가문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닐 겁니다. 지금 약도 협회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약도를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도석형 장군이 쓰러지면서 장군을 따라 약도 협회를 압박하던 기업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왕유걸이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아. 우리 왕씨 가문과 도석형 장군이 제일 가까웠으니 가장 강한 압박을 받을 수도 있어. 아니, 심지어는 이 사회에 섞이지도 못하는 소기업으로 될수도 있지. 그렇지?"왕상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주인을 잘못 따라간 개는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이것이 인생이고, 생활이다.왕유걸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낯빛은 어두웠다.왕유걸은 순식간에 중년으로부터 노인으로 십여 년을 폭삭 삭은 것 같았다. 왕유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두 말해!"왕유걸은 이미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그랬다. 그의 인지 속에는 든든한 배후였던
'설마 북양왕이 약도 어딘가에 숨어 약도 기업 가문의 일거투족을 은밀히 주시하고 있었을까?'왕유걸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북양왕이 도대체 누구인지 찾고 있었다.온병림은 약도 회장에서 신세를 고쳐 바로 약도의 군부 사령관으로 되었다. '이것도 북양왕의 은혜를 입은 건가?'여기까지 생각한 왕유걸은 바로 한지훈을 생각해냈다.약도에 오자마자 약도 호텔을 손에 넣고, 도석형 장군의 주목을 받았으며 온병림이 공손한 태도로 모신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설마, 한지훈이야?" 왕유걸이 입을 뗐다.왕유걸의 기대하는 눈빛에서 왕상도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바로 한지훈입니다."왕유걸은 두려움이 어린 눈빛으로 왕상도를 바라보았다. 마음은 씁쓸했다."끝났어, 이제 완전히 끝났어."왕유걸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한지훈이 약도에 오자마자 왕석윤이 그를 건드렸어. 만약 한지훈이 우리 왕씨 가문과 도석형의 관계를 안다면 정말 우리 가문을 뿌리 뽑을 거야. 우리 왕씨 가문은 이제 신세를 뒤집을 수 없어."온병림에게 미움을 사도 일말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북양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목숨이 몇 개라도 소용없어!'왕상도는 무릎을 꿇고 간곡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길인에게는 운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번 나쁜 일만 지나면 반드시 행운이 찾이 올 거예요."왕유걸은 냉소했다. 그는 이것이 단지 왕상도의 위로의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어?'왕유걸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백 선생도 약도에 왔다며? 백 선생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 생각해?"왕상도는 마치 지푸라기를 잡은 듯한 눈빛을 한 왕유걸을 보며 차마 그의 기대를 짓밟을 수 없었다. "허허!"왕유걸은 웃으며 일어선 후 창밖을 바라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이 모양을 보니, 미친 것 같기도, 멍청한 것 같기도, 머리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다.왕상도는 잠시 침묵한 후에 결국 사실의 진상을 왕유걸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왕유걸은 지금 북양왕이 아직 왕씨 가문과 도석형의 관계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북양왕이 발견하기 전, 약도에서 도망치고 이름을 숨기고 살아야만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그는 왕상도의 팔을 잡고 말했다. "왕 집사, 아들이랑 부인들에게 빨리 물건을 정리하도록 해. 밤새 약도를 떠나 도망치는 거야. 멀면 멀수록 좋아.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왕상도가 입을 열었다. "가주님, 그런데 왕씨 가문이 약도에 저축해놓은 돈은 모두 가져가지 않으십니까? 그건 가주님께서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얻은 자산이지 않습니까?"왕유걸은 고개를 저었다. "목숨을 부지하고 다시 말하자.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어."왕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제가 가서 안배하겠습니다."그는 재빨리 거실을 떠났다.그러나 왕상도가 문어귀에 이르렀을 때, 저택의 경호원을 만났다.이 경호원은 별다른 특별한 점이 없었지만, 붉은 머리가 확실히 눈에 띄였다.그는 왕석윤의 정원에서 나와 종종걸음으로 왕씨 가문의 거실에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일 터졌습니다, 큰일 났어요, 도련님께서..."왕상도는 경호원을 가로막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겼길래 이렇게 덤벙거려? 가주님께서 안에서 쉬고 계시는 것을 모르는 거야?"경호원은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일이 났습니다, 정말 큰일 났어요!"왕유걸은 홀 입구의 인기척을 듣자마자 의아해서 걸어 나와 큰 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해 봐."왕씨 가문은 지금 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도석형이 없어지고 북양왕 한지훈이 약도에 도착한 것보다 더 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경호원은 곧장 일어나서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저택의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가셨습니다."왕유걸이 답답해서 말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가서 뭘 하자고 그러는지. 정말 시름을 놓을 수 없다니까."왕석윤은 모두가 알아주는 약도 제일의 날라리 도련님이었다.왕유걸은
오늘 그는 한지훈을 이겨 원수를 갚을 생각이었다.붉은 머리의 경호원은 앞으로 달려가 왕석윤을 불렀다. "도련님, 도련님, 절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왕석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호통 쳤다. "뭐라고? 내가 그 한지훈을 이길 수 없다고 여겨서 나보고 들어가지 말라는 거야? 지난번에는 경호원 4명을 데리고 왔지만 이번에는 달라. 한 무리를 데리고 왔다고. 그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길 수 있겠어?"붉은 머리의 경호원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당연히 도련님의 실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르신께서 분부하신 겁니다. 아마도 도련님께서 다치실까 봐 무서운 것 같아요. 도련님은 왕씨 가문의 외동자시잖아요. 그 주제 모르는 한지훈이 만약 목숨을 걸고 당신의 목을 따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왕석윤은 코에 있는 선글라스를 밀고 말했다. "야, 빨간 머리, 내가 너한테 분명히 말해주는데, 한지훈은 오늘 살아서 이 약도 호텔을 나갈 수 없을 거야. 너는 돌아가서 나를 찾지 못했다고 하고 다음 명령을 기다려."붉은 머리의 경호원도 어쩔 수 없었다. 한쪽은 가주이고 한쪽은 도련님이다. 양쪽 모두 미움을 살 수 없었다. 그는 무서워서 차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왕석윤은 그를 무시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가자, 함께 그 한지훈을 병신으로 만들자고!""가자!""죽이자!"왕씨 가문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지훈을 병신으로 만들겠다고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 왕석윤은 앞장서서 약도 호텔에 들어갔다. 그러나 호텔 로비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명의 프런트 아가씨만이 좋은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닌것 같아보이는 왕석윤 일행을 보고 앞으로 나갔다.프런트 아가씨의 이름은 김고은이고 20대 초반이었다.그녀는 검은 스타킹에 짧은 치마를 입고 10센티미터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약도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 얼굴로서 그녀는 아우라나 외모가 모두 출중했다.그녀는 화가 나있는 왕석윤을 보고 신임 총 매니저,
왕씨 가문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한지훈과 강우연을 에워쌌다.왕석윤은 더욱 안하무인의 걸음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의 앞에 걸어갔다.그는 선글라스를 벗고 냉소하며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라고 물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왕석윤을 무시한 채 강우연을 감싸고 방으로 걸어갔다.무시를 당한 왕석윤은 극도로 분노했다. 그는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 "저 녀석을 포위하고 죽을 때까지 때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왕씨 가문 십여 명의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한지훈과 강우연을 에워싸고 공격했다."흥!"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모두 땅에 쓰러뜨렸다."아아악!"경호원들은 머리와 발을 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한지훈은 왕석윤의 머리 위에 시선을 멈추었다.왕석윤은 한지훈의 눈길에 다소 주눅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왕석윤은 지난번에 자신의 곁에 4명의 경호원들 밖에 없어 한지훈이 공격에 성공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데려온 오늘, 그는 한지훈에게 일말의 반항할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환상은 늘 행복하지만 현실은 늘 잔혹했다.겨우 몇 초에 불과한 시간에 한지훈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왕씨 가문의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한꺼번에 모두 땅에 엎었다.한지훈 앞에서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한지훈은 곧장 왕석윤을 향해 걸어갔다. 비록 중간에 왕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그를 막았지만 한지훈은 땅에 누워있는 경호원들을 하나하나 차버렸다.그는 곧장 왕석윤에게 다가갔다. 그에게서 나오는 포스에 놀란 왕석윤은 계속 뒤로 후퇴했다.그는 왕석윤에게 다가가 발로 걷어차고 그의 몸을 밟으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왕석윤은 놀라서 혼이 나간 채로 땅에 쓰러져 재빨리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니, 아무 말도 안했어!"한지훈은 왕석윤을 힘껏 밟았다. 자세히 보면 한지훈의 발이 몇 센티미터 정도 깊숙이 파였음을 알 수 있었다.뚜둑.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아악!"왕석윤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