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고객들의 피드백은 사실이었다. 며칠 사이 장사가 안 돼서 냉장고에 냉동했던 고기를 그대로 손님상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그렇게 되면 고기에서 냄새가 나고 육질이 신선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향신료로 향을 가리는 방식을 택했다.처음에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며칠 지속되자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는 손님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그렇게 되면서 가게에 대량의 신고가 들어왔고 점점 단골들도 잃게 되었다.하지만 서이재는 이 모든 것을 강학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강학주가 사람을 시켜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고 생각했다.그것에 분노한 서이재는 시골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을 불러 강학주를 혼내줄 대책을 상의했다.그들은 원래 배운 게 없고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가게로 가서 소란을 부리기로 한 것이다.서이재는 겁이 많고 나약한 강학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의료비로 4천만 원이라는 거금까지 요구했다.그러다가 혹시라도 강학주가 돈을 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예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것이었다.그리고 쪽지를 남겨 서경희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했다.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강학주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말했잖아요. 난 당신들 가게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강학주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오군 사람들은 다 비겁하고 이기적인 족속들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았어?”서이재는 강학주가 한 일이라고 단정지은 듯했다.게다가 이미 납치까지 한 마당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이따가 당신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빨리 돈을 준비하라고 해.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이재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강학주의 얼굴을 꼬집고 비틀었다.“알았어요. 일단… 물 한잔만 마시면 안 될까요? 배도 고프고 목이 너무 아파요.”강학주가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납치당한 주제에 원하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한지훈을 알아본 강학주가 감동에 차서 소리쳤다.“우리 사위, 드디어 왔구나!”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토하는 강학주를 힐끗 보고는 서이재 일행을 노려보았다.그리고는 팔소매를 걷고 천천히 강학주에게 다가갔다.다른 일행은 다가오는 한지훈을 보고 전혀 겁먹지 않고 무기를 꺼내들었다.“네가 이 인간 사위야? 처가에서 놀고 먹는다는 데릴사위? 부끄럽지도 않아?”“우리 같은 사람들은 너 같은 인간들이 제일 싫어. 능력도 없는 게 무슨 남자야? 너 같은 놈들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해!”“설마 나중에 아들 낳으면 마누라 성을 따를 건가? 얼굴만 반반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네 마누라 꽤 예쁘다던데, 강학주! 저 놈 내치고 내가 당신 사위하는 게 어때?”그들은 전혀 한지훈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떠들어댔다.“너희가 원하는 거 내가 가져왔어.”한지훈은 굳은 표정을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원하는 것을 가져왔다는 소리에 서이재 일행이 눈을 반짝 빛냈다.“아, 심부름하러 온 거였구나?”한지훈은 서이재의 앞으로 가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심부름이 아니라 너희 목숨을 취하러 왔는데?”말을 마친 그가 들고 있던 종이박스를 뒤집자 누런 지폐가 사방으로 날렸다.“뭐야, 이게? 제사 지낼 때 쓰는 지폐잖아?”“재수 없게! 이놈을 그냥!”“너랑 네 장인, 오늘 살아서 이 창고를 못 나갈 줄 알아!”서이재 일행은 발끈하며 무기를 집어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서이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그대로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한지훈은 가볍게 방망이를 잡고는 다른 손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상대는 무지막지한 그의 힘에 못 이겨 방망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한지훈은 그가 떨군 방망이를 집어들고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그 모습을 본 서이재는 힘껏 바둥거렸지만 한지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한지훈이 휘두른 방망이는 그대로 서이재의 머리에 맞았다.쾅아찔한
“어떡하지? 우리 이대로 죽는 거야?”“저 녀석 오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은데 지금 나가도 아마 밖에 경찰들이 깔렸을 거야.”“끝장이야. 바로 감옥으로 직행하는 건가?”그들은 절망한 얼굴로 문앞에서 고개를 떨구었다.강학주의 납치는 계획했던 것이 아닌 잠깐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이번에 한탕 크게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한지훈은 강학주에게로 다가가서 묶고 있던 밧줄을 풀고 상태를 살폈다.“장인어른, 괜찮으시죠?”강학주는 분에 차서 놈들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난 괜찮아.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하지만 저놈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안 돼! 정말 나쁜 인간들이야!”“걱정 마세요. 저도 그냥 보낼 생각은 없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일행을 노려보며 답했다.그들은 여전히 문 앞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이제 뭘 해야 하지?”“저놈은 인간도 아니야. 우리 인원이 열 명이 넘는데 벌써 다섯이 쓰러졌어. 우리끼리 뭘 할 수 있겠어?”“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바에야 끝까지 싸울 수밖에. 그거 기억해? 이 창고를 지을 때 우리가 여기 보관한 물건들이 있잖아.”누군가가 기억이 떠오른 듯, 놀라며 말했다.“설마 그걸 사람한테 쓰겠다고? 그러다가 형사들에게 꼬리라도 잡히면 우린 끝장이야!”“지금 그런 걸 고민할 때야? 저 둘을 해치우고 도망쳤다가 산에서 몇 년 보내면 저절로 묻히게 되어 있어.”누군가가 말했다.“맞아. 그 방법밖에는 없어. 만약에 들키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5인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각자 흩어져서 달렸다.창고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 쌓여 있어서 한지훈도 그들을 바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는 몰라도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그는 방망이를 들고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다가갔다.철컥!갑자기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총탄을 장전하는 소리였다.게다가 소리로 보아 한자루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순간 한지훈은 날렵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총탄은 그의 머리를 스치고 뒤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박혔다.그와 동시에 한지훈은 몸을 비틀어 습격한 상대의 머리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총탄이 박힌 컨테이너 박스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산짐승 시체가 안에 들어 있었다.이들 중에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에 산에서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었다.그래서 창고 안에 엽총이 있었던 것이다.“무기 버리고 항복해. 아직 늦지 않았어.”한지훈이 그들에게 말했다.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자 근처에 두 명이 숨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나머지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상대는 긴장했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자세히 들으면 그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한지훈은 전방에 있는 상자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털썩 하며 상자 뒤에서 사내 한 명이 쓰러졌다.상자 뒤에 숨어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습격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쉽게 위치를 들켜버린 것이다.높은 곳에 올라간 사내 한 명이 한지훈의 머리를 겨냥하고 총을 쏘았다.탕!총탄이 총구를 벗어난 순간, 한지훈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가 들린 방향을 파악했다.상대는 위치가 들킨 것을 확인하자 총을 들고 옆으로 뛰었다.한지훈은 제대로 겨누지도 않고 총을 들어 도망치는 사내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렇게 쉽게 네 명을 제압한 뒤에 등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그를 향해 달려온 것이 아닌 창고 더 깊숙한 곳으로 도망치는 소리였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린 순간, 상대는 강학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움직이지 마! 앞으로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네 장인 머리를 터뜨릴 거야!”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내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동료들이 하나씩 한지훈의 손에 목숨을 잃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그의 눈에 한지훈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그는 한지훈과 싸울 용기가 없었다. 그냥 살아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사위, 나 좀 살려
한지훈은 뚜벅뚜벅 사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사내는 바로 방향을 틀어 한지훈에게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그 순간 한지훈의 손에서 오릉 군가시가 날아가서 사내의 이마에 박혔다.사내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핏방울이 강학주의 몸으로 떨어지자 겁에 질린 강학주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피… 피….”강학주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적에게 절대 여지를 주지 않는 단호하고 살벌한 모습은 마치 사신을 떠오르게 했다.이게 바로 북양왕인가?너무도 무시무시한 존재였다.그는 자신이 전에 했던 멍청한 행동들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대문이 열렸다.신속히 안으로 진입한 형사들은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충격 받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단순 납치 사건인 줄 알고 왔는데 안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줄은 예상 밖이었다.서이재는 이번 납치사건을 제외하고도 총기 불법 소지 혐의까지 적용되었다.동시에 형사들은 일행 중 다섯 명이 한지훈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반면 한지훈은 옷에 핏자국 한점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한지훈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아마 형사들마저도 그가 이런 상황에서 혼자 적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창고로 들어온 서경희는 얼굴에 피멍이 가득한 강학주를 보고 울며 달려갔다.“세상에나… 그 인간들이 대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어쩌다가 얼굴이 이렇게 됐어?”비록 예전에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끈끈한 부부였다.강학주가 담담히 말했다.“지훈이가 제때 와줘서 살았어. 그렇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한지훈은 형사들과 간단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조사가 끝난 뒤, 그는 강학주 부부와 함께 창고를 떠났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학주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위, 전에는 우리가 잘못했어. 내 사과하지. 앞으로 과거는 있고 우리 잘해보자고.”한지훈
다음 날, 식탁에 마주앉은 강우연이 한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 하령이가 강중으로 오고 싶대요. 나한테서 회사 경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나?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박사 시험을 강중에 있는 대학으로 선택했나 봐요. 혹시 학교 좀 지훈 씨가 추천해 줄 수 있어요?”입을 오물거리며 머뭇거리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지. 이따가 사람 시켜서 알아볼게.”“고마워요, 여보.”말을 마친 강우연은 생긋 웃으며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난 먼저 출근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현관까지 강우연을 배웅했다.잠시 후, 잠에서 깬 서경희와 강학주 부부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한지훈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에 가게로 나갔다.강신은 강중에 온 뒤로 거의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서경희의 말을 들어보면 강중의 재벌2세들과 놀기 바쁘다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고운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한지훈은 핸드폰을 꺼내 오하령에게로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오하령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부, 무슨 일이에요?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네 형부야. 앞으로 말 가려서 해. 네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강중에 있는 대학으로 오고 싶다며? 학과는 정했어?”“형부는 너무 정이 없어요.”오하령이 불만스럽게 말했다.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그러자 오하령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어요. 장난은 이쯤 할게요. 원래는 강중 인하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거기 교육 환경이나 강사진이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강중대학에 가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사실 오하령이 강중대학을 선택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엘리트 대학으로 소문난 강중대학에는 꽤 많은 재벌2세들이 다니고 있었다.오하령은 그들과 접촉하면서 인맥을 넓히고 싶었다.“이따가 나랑 같이 학교로 가보
학교에 도착해서 대충 건물을 둘러본 뒤에 한지훈은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교사 한 명이 나와서 한지훈을 맞아주었다.“한 선생, 교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셔서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교사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리죠 뭐.”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지만 살짝 기분이 나빴다.이미 오전에 방문하겠다고 예약까지 잡았는데 시간을 비워두지 않은 교장의 행동이 좀 서운하기도 했다.어쩌면 교장이 한지훈을 무시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일 수도 있었다.오하령도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그렇게 두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교사가 한지훈에게 다가와서 말했다.“교장님 회의 끝나셨다고 하니까 저랑 같이 올라가시죠.”말을 마친 교사는 앞에서 한지훈을 안내했다.교장실에 도착하자 흰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 한 명이 보였다.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알아보고 왔기에 한지훈은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김 교장님, 안녕하세요.”“한 선생, 얘기는 들었어요. 이 학생이 추천하고 싶다는 학생인가 보죠? 보내준 소개서는 읽어봤어요.”교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그럼 교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한지훈이 물었다.“솔직히 개학 시즌도 아니고 우리도 마음대로 학생을 받지는 않아서요. 물론 예외는 있지만 이 학생의 소개서를 봤는데 한주대학에서 학교를 다녔더라고요?”“성적은 커트라인을 넘기긴 했지만 우리 학교 등록금이 워낙 만만치 않아요.”김 교장은 의미심장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등록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입학만 동의해 주시면 제가 등록금을 부담하겠습니다.”한지훈이 말했다.“사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나가는 지출이 많아요. 등록금도 비싸지만 MT나 다른 활동들도 돈이 들어가요. 이 학생 소개서를 봤는데 부유한 집안 학생 같지는 않아서요.”“든든한 자금력이 없으면 아마 졸업까지 버티기 힘들 거예요.”김 교장은 한지훈의 옷차림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였다.자금력이 받쳐
한지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한 선생,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엘리트 학교에 그냥 입학하고 싶다니, 꿈이 너무 야무진 거 아니에요?”“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까다로운 면접과 심사를 거치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중간에 학생 한 명 끼워서 받아달라고 찾아와 놓고 아무것도 내놓지 않겠다는 건 너무 뻔뻔한 처사 아닙니까?”김 교장은 느긋하게 안경을 치켜올렸다.이렇게 보니 그는 선생이 아닌 상인에 더 가까워 보였다.“입학 시험을 치르게 할 수도 있죠. 돈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돈을 달라고 하는 행위를 교육부에서 알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한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능력 있으면 신고하라니까요?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자꾸 교육부 들먹이며 협박하지 마세요. 나한테는 안 통하니까!”교장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응대했다. 아마 이런 일을 평소에도 많이 처리한 경험에서 우러난 행동인 것 같았다.“그렇다면 제가 교육부 조사관을 모셔오죠.”말을 마친 한지훈은 음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중 교육부에 연락해서 강중대학 김 교장이 대놓고 횡령하는데 왜 가만히 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한지훈의 연락을 받은 온병림은 바로 부하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의 부하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강중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강중 교육부는 위에서 조사가 내려온 줄 알고 크게 당황하며 신속히 김 교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나중이 되어서야 그들은 김 교장이 거물급 인사를 잘못 건드려서 이 꼴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강중 교육부 내부는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김 교장이 대체 누굴 건드렸는지 당장 알아와! 그 멍청이는 자기가 이런 대형 사고를 쳤다는 걸 알까?”“이번 일 자칫 실수하면 크게 될 수도 있어. 그쪽에서 끝까지 책임을 물고 늘어지면 우리도 화를 면치 못할 거라고!”“대체 강중 대학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한지훈이 통화를 마친 뒤, 김 교장은 여전히 당당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