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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Penulis: 봄가을
곧 큰 사건을 앞드고 있어서일까? S시 전체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송호문의 사무실.

그의 앞에는 김정학의 세 숙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묘한 분위기의 정적 끝에 세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송 청장, 며칠 뒤에 우리 가문에서 아주 성대한 행사를 열 예정이네. 장소는 여기 지도에 그려진 범위,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쯤 될 것 같아. 송 청장 애들이 괜히 이 근처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행여나 우리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들린다 해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네.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 우리 송 청장,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너무나 무례하고 건방진 요구에 송호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김해준 이사장님! 이곳은 S시 경찰청입니다. 이사장님 집 안방이 아니라고요. 이사장님 말씀이 정말 통하실 것 같습니까? 경찰청 청장을 이렇게 협박하고도 정말 무사할 거라 생각해요? 그쪽 집안과 관련된 그 추잡한 일들 제가 정말 탈탈 털어볼까요?”

송호문의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재벌가 사람들에겐 대통령마저도 청와대를 잠깐 스쳐가는 손님일 뿐이라지만 공권력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의 분노에도 세 사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하, 송 청장, 그래. 자네가 우리 가문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조카가 동원구 군단장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자네가 주장하는 우리 가문의 범죄들, 아직 혐의에 불과하지.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잡은 거 없을 텐데... 우리도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란 걸 알아줬음 좋겠네. 우리 송 청장 다칠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에서 말이야.”

말을 마친 김해준 일행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혼자 남겨진 송호문은 한참을 씩씩대다 결국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미쳤어! 금조그룹...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유분수지. 감히... 감히 나한테까지 이딴 식으로...”

이때 마침 사무실로 들어온 조명한이 분노로 부들거리는 송호문을 발견하고 흠칫 뒤로 물러섰다.

“청장님, 왜 그러십니까?”

고개를 들어 조명한임을 발견한 송호문이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여긴 왜 와? 넌 특공대 애들이랑 산장이나 지키고 있으라고 했잖아.”

이에 조명한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이 말씀은 직접 얼굴 뵙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산장 사람들 정말 그대로 내버려둬도 되는 겁니까? 금조그룹 김정필 회장 아들 김태우가 잡힌 것 같아요. 그리고 지하실로 데려가선 고문까지 하는 것 같던데... 저희가...”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비명소리가 들리든 시체로 들려나오는 걸 직접 목격을 했든 그냥 못 들은 척 못 본 척하고 있으라고. 이건 네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한민학 군단장이 직접 온 걸 보면 모르겠어? 이번엔 금조그룹이 선 넘은 거라고!”

조명한의 말은 겨우 누른 송호문의 화에 불을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이에 송호문은 다시 불같이 화를 내며 방금 전 당한 모욕감에 대한 화풀이까지 하는 셈 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있는대로 악을 쓰던 송호문은 뭔가 떠올린 듯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섰다.

송호문이 향한 곳은 바로 S시 시장 소지성의 저택.

바로 소지성과 만남을 가진 송호문이 방금 전 상황을 그대로 보고했다.

“시장님, 방금 전 금조그룹 이사장님이라는 사람들이 제 사무실까지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 큰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니 그 장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요.”

소지성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에도 방금 전 느꼈던 모욕감이 다시 떠오르는 듯 송호문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줄을 댈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는 바로 소지성.

유치하긴 하지만 조언을 구하는 건 핑계, 그가 당한 일을 고자질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한편,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소지성이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금조그룹이 S시에 경제적인 면으로나 여러 가지로 큰 기여를 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경찰에서도 더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거겠죠. 하지만... 이번엔 금조그룹이 선을 넘었어요.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거물을 건드렸다 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경찰 정도 되는 레벨이 낄 수 있는 판이 아닙니다. 일단 그 근처 반경 3km 정도 되는 곳에서 대기하세요.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진입하는 겁니다.”

“진입해서 누굴 체포해야 하는 거죠?”

“당연히 금조그룹 쪽 사람이죠!”

소지성이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지금 금조그룹을 제거하려는 자가 누구인지 아시잖습니까. 북양왕, 한지훈이라고요. 금조그룹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괜히 줄 잘못 섰다가 우리 S시 전체가 북양왕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최악의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태우 그 자는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위해 이제 겨우 네 살된 어린 아이에게까지 마수를 뻗쳤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바로 한지훈의 친딸이고요. 한지훈은 금조그룹을 뿌리 뽑을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능력 역시 충분히 있는 사람이고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죠?”

“네.”

짧게 대답한 송호문이 부랴부랴 별장을 나서고 혼자 창가 앞에 남겨진 소지성의 표정이 다시 착잡하게 굳었다.

“정말 이 세상이 뒤바뀌려는 건가...”

한편, 낭월 산장.

한지훈은 컨디션을 회복한 강우연과 정원의 밴치 위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중이다.

산장의 정원은 여느 휴양지 못지 않게 정교하고 아름답게 꾸며져있었지만 강우연의 시선은 오직 한지훈만을 향해 있었다.

서로 보지 못했던 5년이라는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 듯 눈에 담고 또 담는 모습에 한지훈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우연아, 정말 미안해. 그리고... 우리 딸 저렇게 예쁘게 키워줘서 고마워. 앞으로 그 누구도 너랑 고운이 건드리지 못할 거야. 믿어줘.”

눈물이 가득 찬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인 강우연이 한지훈의 품에 기댔다.

“고마워요. 우리 고운이 정말 구해줘서...”

하지만 곧 뭔가 떠올린 듯 벌떡 일어선 강우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지훈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참,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예요? 김정학 그 인간이 곱게 보낼 리가 없었을 텐데...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김정산, 조폭 두목 출신으로 그 잔인하고 흉악함으로 유명한 자다. 그런데 이렇게 무사하게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지훈, 사실 직접 얼굴을 본 건 손에 꼽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

아이의 아버지임에도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묘해졌다.

“5년 전, 네 말대로 복수만을 위해 살려고 발버둥쳤어. 그리고 바로 입대했고 나름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갔었어. 김정산... 그 정도 동네 양아치들한테 질 정도로 약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금조그룹, 김씨 집안 자식들에 관한 일도 내가 전부 해결할 테니까 넌 건강 회복하면서 우리 딸 곁에 있어줘.”

한지훈의 간략한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우연이 다시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

그를 바라보는 강우연의 눈에는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가득했다.

“지훈 씨, 나 우리 본가로 좀 데려다줘요. 내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우리 할아버지한테 부탁 좀 드려볼게요. 금조그룹은 당신이 생각대로 쉽게 무너지는 구멍가게 같은 곳이 아니에요. 김태우를 저 지경까지 만든 이상 그쪽 집안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할아버지라면... 할아버지라면 어떻게든 도와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말도 채 마치지 않은 강우연은 다급하게 일어서려다 어깨의 상처가 살짝 벌어진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통증에 비틀거리던 그녀가 한지훈의 품에 쓰러졌다.

그럴 필요 없다고, 이제 내가 모두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그 마음이 예뻐 결국 그녀의 말대로 하길 바랬다.

“그래. 내가 데려다줄게.”

‘앞으로 네 말이 곧 내겐 군대에서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야. 영원히 네 말에 복종하면서 살게.’

잠시 후, 한지훈은 직접 운전해 강우연을 본가로 데려다주었다.

다시 이곳으로 오니 얼마 전 겪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끼익!

마침 문이 열리고 고개를 살짝 내민 직원이 강우연의 얼굴을 발견하고 대놓고 혐오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옆에 선 한지훈을 발견하자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 후다닥 고개를 숙였지만 말이다.

“무... 무슨 일로 오셨어요. 누가 두 분을 반긴다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퉁명스레 한 마디 내뱉은 직원이 바로 문을 닫으려 하자, 한지훈이 팔을 뻗어 맨손으로 철문을 잡아냈다.

“이딴 철문 바로 뜯어내기 전에 강준상 회장더러 직접 마중 나오라고 해.”

단호한 말투에 직원은 한지훈의 손에 막혀 꿈쩍도 하지 않는 문을 어떻게든 닫아보려 애를 쓰던 그때.

“웬 소란이야! 그리고 건방지게 나더러 직접 나오라고 해?”

우레 같은 목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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