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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이와 동시에 신룡전 소속 삼천 호용 고수들은 각자 전세기를 타고 용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S시!

그리고 그의 움직임은 바로 용국 항공관리국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

예정에도 없는 전세기가 갑자기 몇 천대가 늘어났으니 비상 상황은 아닐지 의심할만도 했다.

관리국 국장은 바로 공군 작전보고실에 이 상황을 보고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막지 말고 전부 통과시켜라 였다. 아니, 민용 항공편을 취소해서라도 전세기들의 길을 막지 말라는 내용뿐이었다.

신룡전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건 결코 항공 관리국만이 아니었다. 수 년간, 각자 움직이며 작전을 이어가던 그들이 이렇게 한 곳에 모인다는 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징조, 용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비밀 조직들이 전부 은밀하게 신룡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첩보원들이 전한 소식은 전부 동일했다.

신룡전 호용 고수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S시!

용국의 작은 도시에 불과한 S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 다들 의아할 따름이었다.

다시 낭월 산장.

지하실을 나선 한지훈이 거실로 돌아오고 용일이 빠르게 다가와 상황을 보고했다.

“신룡전 삼천 호용 고수들 전부 용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저녁부터 차례대로 S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래.”

짧게 대답한 한지훈이 창문 앞에 서 묘한 표정으로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4대 용존님도 S시에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사령관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요.”

4대 용존, 한지훈을 제외하고 용일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기도 했기에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흥분이 느껴졌다.

삼천 호용고수에 4대 용존까지 모였으니 금조그룹이 아니라 S시, 아니. 동원구의 모든 재벌가 그룹들이 함께 힘을 쓴다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초강력 팀이 결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어. 호용 고수들은 S시 외각에서 주둔하라고 해. 평범한 시민들한테 피해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행적이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움직이라고 전하고. 그리고 4대 용존은... 지금부터 금조그룹을 도와주려는 세력들을 전부 제거한다. 그게 누구든.”

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서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금조그룹 김정필이라고 했나... 다들 당신이 그렇게나 대단하다던데... 날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좋겠군...’

한편, 김정산이 부랴부랴 저택으로 달려왔다.

이곳은 금조그룹의 위상에 걸맞게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저택이었다.

진짜 금박으로 장식된 기둥과 그 위에 정교하게 조각된 용의 자태까지.

평범한 사람이 이곳에 온다면 인테리어만으로도 기가 팍 죽을 정도로 어딘가 웅장한 기운까지 띈 저택이다.

그리고 널찍한 거실 중간, 마치 과거 황제가 앉던 용좌와 비슷한 의자에 앉은 김정필이 서늘한 눈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감히... 내 아들한테 그런 잔인무도한 짓을... 정산아, 저쪽에서 무슨 제안을 했다고?”

“7일 사이에... 저희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라더군요. 그리고 7일 뒤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 이런 발칙한 자식을 봤나. S시에서 자리를 잡은 지 30여 년인데 이렇게 발칙한 자식은 처음이야.”

김정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자리에 앉은 동생들을 바라보는 눈동자마저 한기가 가득했고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들 모두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그 시선을 피해 버렸다.

“형님, 이제 어떡하죠? 그 자식들이 아직 태우를 인질로 잡아두고 있어요! 저희가 사람이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애부터 살리고 봐야죠!”

김정산의 다급한 질문에 김정필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지금 바로 태우 번호로 전화 걸어봐. 상대가 도대체 누군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우리 금조그룹을 이렇게 모욕하는지 내가 직접 들어봐야겠어.”

잠시 후, 낭월 산장.

용일이 휴대폰을 한지훈에게 건넸다.

“아마, 금조그룹 쪽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영상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고 김정필의 얼굴이 액정을 가득 채웠다. 60대쯤은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한기와 고집스레 꾹 다문 입술이 한때 그가 얼마나 잔인한 세월을 겪어냈는지 말해 주는 듯했다.

한지훈의 얼굴을 훑어보던 김정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말하지. 한 시간 준다. 그 사이에 내 아들 곱게 집으로 돌려놔. 그리고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 그럼 네 목숨만은 살려주마.”

아직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지 도리어 협박을 해오는 모습에 한지훈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곱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건방지군.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협박이라니. 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그쪽이 김정필인가?”

김정필의 제안에 한지훈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래. 내가 바로 금조그룹 회장 김정필이다.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남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내 아들 돌려보내는 게 좋을 거야.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다.”

“글쎄. 오히려 그 대단하다는 금조그룹이 무슨 방법을 사용할지 꽤 궁금한걸? 제대로 준비해 봐. 정확히 7일 뒤다. 그때까지 당신 아들 목숨은 붙여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전쟁이 끝나면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당신이 이렇게 건방진 태도로 내게 말을 걸 수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있겠지.”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수화기 저편의 김정필은 치미는 화에 뒤통수가 저릿할 지경이었다.

테이블에 모인 친척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 자식이 감히... 형님! 저 자식 목은 제가 따겠습니다!”

“몇 년 사이 뒷세계 사업은 다 정리하니까 우리 금조그룹을 아주 물로 보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죠!”

잠깐 침묵하다 벌떡 일어선 김정필이 어마무시한 기백을 내뿜으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그래. 우리 금조는 얼마 전 뒷세계 일들을 정리하고 합법적인 그룹, 금조그룹으로 다시 태어났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전에 우리가 가졌던 날카로운 감, 잔인한 실력까지 과거가 된 건 아니야! 감히 이 김정필을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해? 이 도발의 대가가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정학아, 넌 금조그룹에서 바로 융통할 수 있는 자금부터 정리해. 아마 힘든 전쟁이 될 테니 출혈이 클 거다. 그리고 금조그룹과 협력하고 있는 파트너 기업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 기꺼이 우리 금조그룹과 이 난관을 함께 넘는 기업과는 앞으로 영원히 동맹을 맺겠다는 말도 전하고.”

안경을 쓴 과묵한 분위기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정산아. 넌 수하에 아직도 애들이 많으니까 동원할 수 있는 애들 전부 모아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리고 다른 조직들에게도 애들 좀 빌릴 수 없는지 물어보고. 이 김정필 명의로 말이야.”

자신의 이름까지 내건 전쟁을 앞둔 김정필의 눈이 차가움으로 번뜩였다.

“알겠어요!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에 다른 조직 애들까지 빌리면 못해도 3000명은 될 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던 김정필이 뭔가 떠올린 듯 다시 김정산을 불러세웠다.

“참, 지금 다른 곳에서 임무 수행 중인 애들도 전부 불러들여. 오늘 안에 전부 S시로 돌아오라고 말이야.”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김정산이 자리를 뜨고 김정필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숙부님들, S시의 인맥을 전부 동원해 주세요. 특히 경찰 측에서 먼저 움직이지 않게 조심해 주시고요. 이런 일에 경찰들이 끼면 괜히 번거로워지니까요. 송호문 경찰 청장의 발부터 묶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송호문은 이 사건과 별개로 금조그룹의 비리 문제며 온갖 뒤숭숭한 일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인물, 이제 곧 대규모 폭력 사태가 일어날 텐데 송호문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김정필의 명령에 따라 모두 저택을 나서고 그는 마지막 남은 잠자를 향해 말했다.

“정호야, 정산이 말로는 상대가 용국 군인 출신이라는데... 너도 동원구에선 군단장이잖아? 아까 나랑 영상통화하던 그 자식 도대체 정체가 뭔지 알아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역시 단단히 화가 난 듯 주먹을 꽉 쥔 김정호가 이를 악물었다.

“감히 우리 집안을 건드려? 뼈도 안 남게 갈기갈기 찢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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