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강우연이 바로 인상을 쓰며 한지훈에게 되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한지훈은 계약서를 가져가더니 그것을 한번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계약서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그 대신, 강신 걔한테는 분명 문제가 있어. 애당초 이기적이고 돈 밝히는 애였잖아. 그런 애가 이렇게 쉽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말이 돼?”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겠는데, 신이는 내 동생이에요. 내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주겠어요? 그렇다고 신이가 할아버지한테 집에서 쫓겨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한지훈은 강우연의 착한 심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이건 나한테 맡겨. 내가 해결할게.”“당신이요?”강우연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매번 한지훈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그는 항상 깔끔하게 일을 해결하곤 했다.하지만 그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매번 곤란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내는지 궁금했다.게다가 강우연은 분명히 뒤로 그가 뭔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나 여기 친구 많잖아. 내가 좀 알아볼게.”강우연은 조금 머뭇거렸다. 그녀는 그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강우연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무척이나 많았고, 당장은 시간을 낼 수 없었으니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결이 어려우면 꼭 나한테 말해줘야 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녀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고운이 좀 보고 올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도망치듯 침실로 달려가더니 바로 문을 잠갔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강우연은 그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 보낼수록 점점 그에게 의지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비록 5년
“그래? 정말 어마어마하네! 길정우 씨 올해 20대 중반이지 않았나? 그 나이에 전쟁부에서 군단장까지 달다니! 길 씨 가문에서 용 났네!”뒤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길현민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났다. 정말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27세에 중장까지 승급한 것도 모자라서 다음 달에는 군단장 승급을 앞두고 있었다. S 시가 아니라 이 근방 전체를 통틀어 말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승급 속도일 수가 없었다.길정우가 군단장으로 승급한 후에 진 씨 가문에서 배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길현민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되면 진씨 가문이 다시 자신들에게 손을 내밀지도 모른다.물론 받아줄 생각은 없지만!길현민은 오늘 특별 제작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이런, 제가 좀 늦었네요. 편히들 앉으시죠!”손님들도 인사치레를 주고받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가주님, 우리 길 중장은 언제 도착해요? 정말 기대되네요! 용국 미래의 군단장이 얼마나 위엄 있고 풍채가 좋을지!”“그래요, 길 가주님. 어서 길 중장 좀 불러주세요!”사람들의 열렬한 요청 속에 길현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너무 조급해하지들 마세요. 좀 전에 아들이랑 통화했는데 한민학 군단장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하네요. 곧 도착할 거예요.”“길 중장이 한 군단장을 만났다고요? 정말요?”“대단하네요!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한 군단장과 독대를 하다니! 정말 기대되는 인재입니다! 개천에서 용 났네요!”“당연하죠. 다음 달에 곧 군단장 달게 될 텐데 그때가 되면 한 군단장이랑 같은 계급 아닙니까!”사람들의 치켜세우는 말에 길현민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리고 그때, 문밖에서 어딘가 다급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집사가 황급히 안으로 뛰어오더니 소리쳤다.“가주님, 도련님 돌아오셨어요!”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현관으로 쏠렸다.훤칠한 키에 깔끔한 인상을 가진 군복을 입은 사내가 금빛 훈장과 별을 어깨에
길정우의 말이 끝난 순간, 거실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작은 소리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그렇다는 건 한 씨 가문에게 파면당한 그 망나니랑 강운그룹을 대놓고 상대하겠다는 이야기인가요?”“한지훈 그놈이랑 강운그룹, 이번에 똥줄 타겠네요! 그러니까 누가 미래의 군단장 가문을 건드리래요?”“큰일이네요. 우리 회사 강운이랑 납품 계약이 엮여 있는데… 당장 계약 해지해야겠어요!”강운그룹과 계약 관계가 있는 기업가들은 분분히 핸드폰을 꺼내 강운과의 모든 계약을 일체 해지하라고 회사에 통보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길정우의 한마디는 강운그룹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봐서는 길씨 가문이 S시의 패주가 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길정우는 거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다음 달 8일, 제가 군단장으로 승급하는 날에 한지훈을 내 동생 앞에 무릎 꿇리고 사과하게 할 겁니다! 강운그룹의 식구들도 함께요! 그 사람들에게는 저와 싸우거나 대응을 준비할 시간이 2주 정도 주어지겠네요. 물론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지만요! 그때가 되면 여러분도 현장에 나오셔서 간증을 서주길 바랍니다. 우리 다 같이 S시의 번창을 위해 힘써봅시다!”길정우의 말에 사람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군단장으로 승급하는 날짜까지 확정된 상태라니!그 말은 한지훈과 강운에 주어진 시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다음 날, 길정우가 집으로 돌아와서 대놓고 한지훈과 강운그룹을 저격했다는 소문이 S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루 종일 길정우가 다음 달 군단장으로 승급한다는 소식과 그가 한 씨 가문의 수치인 한지훈과 강운그룹에 무릎 꿇고 사과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를 차지했다.강가의 저택. 강운그룹의 고위임원과 가문의 친인척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회장님! 이건 우리 강운과 무관한 일 아닙니까! 전부 한지훈 그 멍청한 자식이 혼자 저지른
다른 사람들도 강문복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듣고 있던 강준상은 짜증스럽게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치며 말했다.“그만! 일단 우연이 불러서 얘기를 들어보고 다시 결정하도록 하지!”강준상은 능구렁이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곰곰이 생각했다. 길정우와 적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한민학에게 해당되는 얘기였다.한편, 한지훈은 고운이와 강우연을 데리고 급하게 본가로 돌아왔다. 당연히 강학주 부부도 그들과 함께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 임원들이 다짜고짜 손가락질하며 그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온 거야?”“한지훈! 이 멍청한 자식! 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지금 길 씨 가문에서 우리 강운을 저격하겠다잖아!”“우연아, 네가 저 자식을 집으로 들인 후부터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 저 자식 아니었으면 오늘 같은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넌 우리 가문의 재앙이야! 집에 돌이는 게 아니었다고!”사람들의 거침없는 비난에 강우연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황은 5년 전에도 있었다. 그날, 그 가족회의에서, 그녀는 비참하게 버려졌다. 그날도 이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녀를 쫓아내라고 소리쳤었다.“강학주!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네 그 잘난 사위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 아니야! 이거 어떻게 처리할 거야!”강문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강학주를 윽박질렀다.강학주는 다급히 다가가서 강준상에게 말했다.“아버지, 이 일은 저희도 오늘 들은 거예요. 저희는 아버지 결정에 따르겠습니다.”자신에게 발언권이 없다는 것을 안 강학주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기로 했다.서경희와 강신도 한지훈과 강우연을 두둔하는 대신, 싸늘한 눈빛으로 이 상황을 방관했다.“꿇어!”강준상이 시퍼렇게 굳은 얼굴로 명령했다.강우연은 서럽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한지훈, 왜 아직도 서 있어? 당장 안 꿇어?”그 모습을 본 강희연이 한지훈에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비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뭐라는 거야? 네 주제를 알아! 허언증도 정도가 있지! 뭐? 길 씨 가문을 혼자 상대해?”“정말 주제도 모르고 상황판단도 안 되는 사람이군! 너처럼 집도 없고 배경도 없는 무능한 놈이 이 일을 무슨 수로 해결해?”“상대는 길 씨 가문이야. 미래의 군단장 가문이라고! 한민혁 군단장이랑 동급인 존재란 말이야! 설마 또 염치없이 한민혁 군단장한테 가서 도움 요청할 거야? 웃겨! 한민혁 군단장이 고작 너 같은 놈 하나 때문에 새로운 군단장과 척을 지려고 하겠어?”강가의 친인척들은 분분히 한지훈을 비난하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들의 눈에 한지훈은 그저 허언증 환자일 뿐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대수롭지 않게 길 씨 가문을 혼자 상대한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강희연은 팔짱을 끼며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 말 들어 보니까 너한테는 길정우 군단장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나 봐? 한지훈 너는 뭔데? 너도 군단장이야? 아니면 장군이라도 돼? 사령관인가? 동원 사령관이야? 아님 북양 사령관이야?”“딸, 그런 장난치지 마! 저 자식이 사령관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쟤가 사령관이면 내가 친히 무릎 꿇고 사죄하지!”강문복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강학주 일가는 오늘따라 말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 입을 열어봐야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이 너도나도 한지훈을 비난하고 있을 때, 어린 고운이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우리 아빠 욕하지 마! 우리 아빠 대단한 사람이야! 어제 백화점에서 고운이 대신 사과도 받아줬단 말이야!”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잠깐 움찔하나 싶더니, 이내 의심의 눈초리로 고운이와 한지훈을 쏘아보았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저거 봐! 저 어린 것이 벌써 거짓말을 하네? 보고 자란 게 없으니 애가 저러지!”“야! 헛소리하지 마! 이 비천한 것아! 네 아빠는 오갈 데 없는 무능한 놈이야
말을 마친 한지훈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강우연을 끌고 저택을 나갔다.남은 친인척들과 임원들은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 대고 침을 뱉었다.“영감님, 빨리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한지훈 저놈 크게 사고 한번 칠 놈이에요!”“그래요, 아버지. 절대 한지훈을 내버려 둬서는 안 돼요. 저놈 때문에 또 길 씨 가문과 척을 지게 되면 우리 강운이 위험해요!”“할아버지,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마음 약해지시면 안 돼요. 이건 우리 강운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요!”강준상은 음침한 표정으로 고민을 거듭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문복아, 희연아, 너희들이 우리 강운을 대표해서 길 씨 가문에 가서 상황 좀 알아보고 와.”“알겠어요, 지금 갈게요.”강문복은 흔쾌히 대답을 했고, 강희연과 함께 저택을 나섰다.남은 사람들의 비난은 자연스럽게 강학주 일가에게 돌아갔다.“학주야,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한지훈은 왜 저러는 거야?”강학주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사과했다. 사람들이 다 떠난 뒤, 강학주는 그제야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서경희와 강신에게 말했다.“오늘부터 다시는 우연이네 집에 드나들지 마!”한편, 저택을 나온 뒤 한지훈과 강우연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강우연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거실을 서성거렸다.한참이 지난 뒤, 그녀는 아이를 안고 한지훈에게 말했다.“한지훈 씨, 미안하지만 잠시 오군을 떠나 있어요. 잠시만 피신해 있어요.”한지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강우연에게 물었다.“왜?”강우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길 씨 가문, 너무 강해요. 다음 달에 길정우가 군단장으로 승급할 거예요. 강운그룹이 상대할 수 있는 집안이 아니에요. 만약 길정우가 끝까지 당신을 물고 늘어진다면 당신이 다치게 될 거예요. 난 당신이 다치는 거 싫어요. 고운이가 아빠를 잃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발 부탁이에요. 오군을 떠나줘요.”“내가 떠나면 당신이랑 고운이는?”한지훈이 물었다.강우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눈물을 쓱 닦더니 억지 미
오군 주군 본부!한민학은 자신의 일행들, 그리고 오군 지역 고위층들과 함께 회의실 안에 서 있었다!이미 회의실에 도착한 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민학의 자리에 앉았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런 한지훈에게 반기를 들 수 없었다.지금 이 사람은 30만 인구를 통솔하는 북양구의 총 사령관이다!또한, 용국의 최연소 총사령관으로서 용각 원로와 드래곤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자이기도 했다.즉, 한지훈은 지금 용국에서 가장 위엄을 떨치고 있는 자였다.이미 용국 내에서는 그를 숭배하는 자도 적지 않았다.예를 들면 한민학, 그는 파이터 킹의 가장 충실한 숭배자였다!다만, 그가 지금 동원구 본부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느끼기는 힘들었다.“총 사령관님,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바로 한민학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지훈에게 물었다.만약 지금 오군 주군 본부의 장관인 한민학이 한지훈에게 머리를 조아린다면, 이후에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그렇기에 이미 한민학의 사람들은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저분이 바로 북양구 총 사령관이라고?’‘저렇게 젊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거지?’한지훈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앉아 한민학을 바라보았다.“길정우라는 사람, 알고 있나?”한민학은 눈썹을 한껏 치켜세우며 대답하였다. “길정우는 길 씨 가문의 큰 도련님입니다. 동원구 본부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사람이죠. 최근 들리는 소문으로는, 다음 달 초에 군단장으로 진급을 한다고 들었습니다!”이어서 한민학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총 사령관님, 저도 요즘 본부 내에서 퍼진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는 길정우 씨의 헛된 망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사건은 분명 본부에서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한 씨 가문과 길 씨 가문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지. 이렇게 먼저 신경을 건드리니
“한 군단장님, 저희 이제 어쩌면 좋죠?” 옆에 있던 부하 한 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민학을 바라보았다.한민학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총 사령관님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사령관 님이 명령하신 대로 동원구 본부에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 이 일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동원구 본부로 향했다.이어서 그는 곧바로 지휘실로 전화를 걸었다.“오군, 한민학입니다. 총 사령관님과 통화 연결 부탁드립니다.”전화를 건네받은 서효양은 한참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군 주군의 전화를 받은 그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민학? 대체 무슨 일이시죠? 용건만 빠르게 말하시죠.”서효양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길정우?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군요. 실력이 좋다고 들었어요. 다음 달에 군단장으로 진급을 한다고 들었는데… 같은 부대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긴장이 좀 되시나봐요?”서효양은 한민학을 비아냥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총 사령관님, 지금 장난 치실 때가 아닙니다!” 한민학은 다소 조급해졌다.“길정우 씨가 오군에 오게 되면, 저희 총 사령관님께서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길정우 씨가 저희 사령관님께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했다는 군요.”“뭐?” 한민학의 말을 들은 서효양은 들고 있던 지휘봉을 내동댕이쳤다. “다시 한번 더 말해보게. 차라리 길정우의 무릎을 꿇리는 게 더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북양구 총 사령관이 아직 군단장으로 진급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게 말이 되나?”“대체 내가 알아듣게 설명 좀 해보게.”한민학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그 말을 들은 서효양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아주 사이 좋은 4대 가문이로군!” “감히 우리 용국 북양구 총 사령관 가문에게 이런 미친 짓을 벌이다니! 좋아! 결정했어. 한민학,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다음 달 초에 너는 길 씨 가문으로 가서, 곧바로 길정우의 군직을 해임하도록 해. 만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