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강학주! 어디서 큰 소리야? 네 딸 때문에 우리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니까?”강학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강준상은 서둘러 군졸들을 집으로 들였다. “저를 따라오세요!”팀장과 부하들은 강준상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강학주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내 딸을 데려가려고 하지 마!”퍽!계속되는 강학주의 방해에 팀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강학주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잡아! 정말 끈질기게 방해하는군.”말이 떨어지는 즉시 군졸들은 강학주를 포위하였다.“안 돼… 내 딸을 건들지 마…” 강학주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하지만, 군졸들과 가족들은 그의 절규를 모른 척했다.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군졸들은 강준상의 안내를 받아 강우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강 씨 저택 마당.그 시각, 강우연은 한고운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퍽!퍽 소리와 함께 마당 문이 활짝 열렸다.이어서 십여 명의 군졸들은 신속하게 강우연을 포위하였다!그들은 군화로 마당에 심겨있는 꽃들을 모조리 밟아버렸다.“네 엄마는 어디에 있지?”팀장이 물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우연과 한고운은 잔뜩 겁에 질리고 말았다.“…”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팀장에게 물었다. “누…누구시죠?”팀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강우연인가?”“저…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강우연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였다.“잡아라! 여기 강우연이 있다!”팀장은 부하들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들은 강우연과 한고운의 두 팔을 잡았다.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세게 묶었다.강우연의 두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옆에 있던 한고운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도대체…당신들 정체가 뭐야?”강우연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나와 내 딸을 놓아줘!”한고운은 군졸의 품
팀장은 땅에 엎드려 울부짖고 있는 한고운을 보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끌어내!”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강우연을 끌어냈다.“엄마, 살려줘요… 당장 우리 엄마를 놓아줘!”한고운의 두 볼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고운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있잖아. 이 아저씨들은 지금 고운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깐, 무서워하지 마!” 강우연은 서둘러 한고운을 안심시켰다.‘한지훈,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나와 고운이를 지켜준다고 했잖아…’“한지훈! 빨리 나와서 우릴 지켜줘…”강우연은 눈물을 애써 삼켰다.한편, 가족들은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눈 감고 있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발 저와 고운이를 살려주세요… 아니, 고운이라도 살려주세요…”강우연은 문밖에 있는 강 씨 가문 가족들을 보고 울부짖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준상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힘껏 강우연을 뿌리쳤다. “오늘부터 넌 내 손녀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다 한지훈 그놈 때문에 일어난 거야. 원망할 거면 그놈을 원망하거라!”“맞아! 강우연, 우린 이제 너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어서 네 딸과 함께 여길 떠나!” 강희연은 울부짖는 강우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서경희와 강신은 그저 멀리서 애원하는 강우연을 바라볼 뿐이었다.‘이제 강우연이 맡고 있던 프로젝트는 다 내가 맡게 되겠지?’강 씨 가문 가족들의 냉담한 태도에 강우연은 크게 실망했다.그녀의 눈에 한없이 상냥하고 친절했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 아닌가요?” 강우연은 군졸에게 끌려가면서까지 간절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바라보았다.강 씨 가문 저택 전체가 강우연과 한소운의 통곡 소리로 가득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군졸들은 강압적으로 모녀를 차에 태웠다. 강우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창밖 너머에 서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옆에 있던 한고운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야, 아빠! 아빠가 우릴 구하러 왔어!”한지훈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군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와 딸을 풀어줘.”“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팀장은 곧장 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고 싶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군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죽여!”쿵!갑자기 한지훈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폭발하였다. 그는 곧바로 군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팀장의 머리를 잡아 지프차를 향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프차의 범퍼가 일그러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군졸들은 잇달아 총을 들어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 “당장 우리 팀장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사살할 줄 알아!”“끝났어… 결국 한지훈이 또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감히 팀장의 몸에 손을 대다니! 강 씨 가문이 우릴 죽이려 들 게 분명해…” 강문복이 말했다.강준상은 머릿속이 그만 새하얘지고 말았다. “한지훈, 정녕 네가 우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군복 벗고 싶어?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팀장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이전에 동원구 본부에서 만났던 서효양보다 더 강력해…’팀장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하… 다들 갑옷 벗고, 총 내려…” 팀장은 군졸들을 향해 소리쳤다.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하나둘씩 갑옷을 벗고, 총을 땅에 내렸다.한지훈의 등장에 십여 명의 군졸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이어서 한지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울고 있던 강우연과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한지훈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
딸칵!팀장은 서둘러 총을 장전하였다.한지훈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주시하였다.그의 살벌한 눈빛은 순식간에 팀장의 기를 눌렀다.‘무…무서워…’‘도대체 정체가 뭐지…?’팀장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니까?” 한지훈은 팀장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팀장은 화가 난 나머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했다.“오만하다!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지?”바로 이때, 천둥과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무장을 한 반소명의 수많은 군졸들이 팀장과 그의 부하들을 에워쌌다!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반소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다. “어서 총 내려놓지 못해?”팀장은 반소명의 어깨에 있는 훈장을 보고, 그 즉시 총을 내려놓았다.“아…”퍽!반소명은 그 즉시 팀장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이어서 두 명의 군졸들이 순식간에 팀장을 붙잡았다!팀장은 그 두 명의 군졸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당장 이거 풀어! 나는 길 씨 가문의 사람이야! 심지어 큰 도련님은 곧 머지않아 군단장이 될 몸이야! 그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희를 가만 놔둘 것 같아?”반소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길정우를 말하는 건가?”“그놈은 아직 군단장이 되지 않았어! 여봐라, 빨리 저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잡거라!”반소명의 명령하에 군졸들은 순식간에 팀장의 부하들을 모조리 붙잡았다.이후, 반소명은 한지훈을 보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늦게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 군단장님께서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위를 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소명도 즉시 체포한 군졸들을 데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강우연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많은 일들 때문에, 제
한지훈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엉엉 울고 있는 강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용히 있던 한고운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슬퍼…”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조심스럽게 한고운의 옷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강우연은 심장이 미어질 듯이 아팠다.“지훈 씨, 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한지훈은 재빨리 한고운을 꺼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 장면은 본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떡하지? 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한 군단장까지 이 일에 끼어들다니… 우리 가문은 이제 오군 주군 본부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거야…”“어르신, 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놈들 때문에 길 씨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준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길 씨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어서 빨리 준비해!”길 씨 가문 저택.한 군졸이 헐레벌떡 길정우에게 다가왔다.“중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왕 팀장의 부하 군졸들이 모조리 오군 주군에게 잡혀갔다고 합니다.”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길정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오군 주군이 내 부하들을 데려가?”“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데려간 거지?”“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군졸이 대답하였다. “한 군단장님이 잡아가셨다고 합니다.”“한민학?! 감히 네까짓 게 내 부하들을 데려가? 지금 내가 임직하기 전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길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라고 했지?”“그… 그게 중장님께서 진급하시기 전까지는, 분란을 일으키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지훈이 한민학의 친구라고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건드려서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쾅!길정우는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던졌다
한편, 한지훈과 강우연은 아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종합적인 검진을 받았으나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근육 손상 때문에 며칠 휴식해야 한다고 했다.처음엔 씩씩하게 아프지 않다고 하던 아이는 지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강우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지훈의 얼굴에도 싸늘한 분노가 넘실거렸다. '길정우,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검진을 마친 뒤 한지훈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을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약간의 의문과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어? 한지훈? 정말 한지훈이잖아? 여기서 보네?"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상대를 응시했다. 온몸에 명품을 걸친 훤칠한 남성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곁에 찰싹 붙어 따라오던 여자는 거만하게 세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다.화려하게 꾸민 여자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여기저기 손을 댄 듯 싶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미간을 찌푸린 한지훈은 상대방을 떠올리려고 애썼으나 낯이 익을 뿐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잘난 한씨 집안 도련님이라 그런가, 옛친구는 까맣게 잊어버렸군. 간신히 죽다 살아나더니 이젠 나도 기억 안 나? 나야, 손민규. 예전에 네 따까리였잖아."손민규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던지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식적이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어머, 도련님이 저런 거지 같은 사람의 따까리였다고요? 설마요. 저 사람이 누군데요? "여자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과 그의 곁에 있는 강우연을 쳐다보았다. 싸구려 옷을 걸친 강우연을 훑어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강우연은 남자를 홀릴만한 외모임은 틀림없었으나 그녀가 걸친 옷은 다 합쳐도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손민규가 비웃으며 대답했다."넌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이라고, 한정그룹의 잘나가던 도련님이야. 근데 5년 전에 집안이 망했어. 다들 그때 한지훈도 죽은 줄 알
"하하, 맞아, 난 원래 이런 놈이야. 그래서 지금부터 널 짓밟아 보려고. 한때 잘나가던 한지훈 도련님이 내 발밑에서 꿈틀거리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짜릿하잖아. 기억 안 나? 네가 얼마나 잘난척하며 날 깔봤는지. 넌 그걸 되돌려받는 거라고."손민규는 여전히 오만한 목소리로 비열하게 웃으며 한지훈을 질책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저 덤덤하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널 깔본 게 아니야. 넌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니까. 용건 없으면 먼저 간다. 날 불러세운 게 단지 비웃기 위해서였다면 축하해, 소원 이뤘네."말을 마친 한지훈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을 데리고 떠났다.손민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바로 저 태도가 문제였다. 하찮은 걸 바라보는 듯한 눈빛, 성인군자처럼 태연하고 담담한 저 태도가 손민규의 기분을 잡치게 했다."한지훈, 거기 서!"버럭 소리를 지를 손민규가 성큼성큼 다가가 한지훈의 멱살을 잡았다."아직도 네가 한정그룹 도련님인 줄 알아? 꿈 깨, 지금의 넌 빈털터리 거지새끼일 뿐이라고. 난 이제 네놈이 두렵지 않아." "저 잡종을 치료하려나 본데, 어떡하냐. 우리 집안 사람이 이 병원 이사야. 내 말 한마디면 네 딸은 진찰은커녕 약도 못 사 먹을걸?"손민규는 악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로비로 와!"몇 분 뒤, 우르르 몰려온 병원 보안요원들이 손민규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 도련님."손민규가 거들먹거리며 강우연을 가리켰다."저 여자 손에 들린 약, 전부 회수해. 지금부터 저 새끼들을 진료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해고야. 참, 모든 병원에 연락 돌려서 저 새끼들을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려. 손우그룹 손민규 도련님의 지시라고 전해!"손민규가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한지훈, 기분이 어때, 거지 같지? 한 대 치고 싶지? 그럼 한 대 쳐 보시든가. 하하하."퍽.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민규의 징그러운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다."네 뜻대로. 이런 이상한 부탁은
"네놈이 뭔데 감히 한 선생님께 이런 무례를 저질러!"손민규에게 삿대질하는 정도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건강 검진을 받으러 막 병원에 들어서던 정도현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모욕을 당하고 있는 한지훈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즉시 분노했다. 한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S시의 갑부, 이한승을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도 우러러봐야 하는 대단하신 분이란 말이다. 또는, 감히 함부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한지훈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 도시의 거물들을 무릎 꿇릴 수 있는 존재였다.그런 대단하신 분이 별 볼 일 없는 벌레들에게 둘러싸여 모욕당하고 있으니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손민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정도현과 그의 뒤를 따르는 살벌한 경호원들을 보며 그는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손민규는 정도현의 정체를 몰랐다. 정도현은 비록 이 도시에서 유명한 사람이었으나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더구나 해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손민규로서는 이 중년 남성이 바로 S시 뒤 세계의 거물, 정 나리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당신은 누구야."손민규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되물었다. 이 남성과 직접 맞붙는 건 그도 사양이었다."나도 몰라보는 애송이로군."정도현이 코웃음 치며 형형한 눈빛으로 손민규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명성이 겨우 이 정도였다니.손민규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누군지 알 게 뭐야. 왜, 저 자식을 대신해 빌기라도 하려고? 나 손우그룹 손민규야. 우리 아버지는 이 병원 이사고. 이래 봬도 우리 집안이 의료협회에 영향력깨나 행사하고 있어서 내 말 한마디면 당신과 저놈들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없을걸. 그러니 나서기 전에 잘 생각해."손민규의 말은 사실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문의 위세는 확실히 올라갔다. 그의 누나가 다른 지방의 유명한 의사 집안에 시집가면서 손우그룹의 의료계 입지도 덩달아 높아졌던 것이다.그 뒤로 손민규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이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