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는 반보 인왕계 강자에 불과했다.아무리 해도 화산의 호산대진을 수동 방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지, 이 대진의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한 번에 한지훈을 화산 기슭에서 몰살시킬 수는 없었다.“보아하니 제법 자신 있는 모양이군. 좋아, 그럼 나도 한번 보지. 화산의 호산대진이 강한지, 아니면 시황의 제왕 기운이 강한지 말이야.”한지훈의 말이 떨어지자, 심지어 충소자조차도 싸늘한 숨을 들이켰다!그제야 모두가 깨달았다, 방금 전 한지훈이 휘두른 검기는 그의 개인 무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그건 바로, 시황의 제왕 기운이었다!“흥, 한지훈! 네놈이 지금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본데, 제왕 기운이 아무나 함부로 동원할 수 있는 줄 아나?! 그건 결국 네 체력을 소모하는 거다! 아무리 네가 괴물이라도, 그 기운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겠느냐!”충소자의 고함에서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그의 경지로는 제왕 기운이란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한지훈이 어째서 이런 기운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방금 전 한지훈의 일격이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만일 화산의 호산대진이 보통의 진법이었다면, 방금 일격에 바로 산산조각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허나 그와 달리, 충소자는 호산대진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한지훈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가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곤 단 하나, 심리전이었다!한지훈의 신념을 흔들고, 그로 하여금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 그것만이 화산을 지켜낼 유일한 길이었다!“그래? 그렇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도록 해라.”한지훈이 낮게 웃으며 말하자, 손에 쥔 진왕검이 또다시 번뜩였다!“콰과광!”연이어 폭음이 터졌다!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한지훈의 공격에 화산의 호산대진은 흔들림 하나 없었지만, 그 기세 하나만큼은 천지를 뒤흔들었다!이 순간, 용국 전역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초천홍은 먼발치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다 은밀히 아미의 화룡진군에게 말을 전했다.“화룡진군
한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손에 진왕검을 움켜쥐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인왕 일 층의 기세가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다른 자들이라면 결코 이처럼 전면으로 화산의 호산대진을 향해 달려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천하를 굽어보는 군림의 기세로, 화산을 향해 검을 겨누며 달려들었다!이는 감정에 휘둘린 돌진이 아니었고, 천생서문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던 것이다. 이와 같은 호산대진을 돌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진왕검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쳤으나, 그 위에 깃든 것은 바로 군왕의 기운이었다!군왕의 기운 또한 기운의 일종으로, 그것은 인간 세상의 지배자에게만 허락된 기운이며 천하의 위엄을 상징했다! 충소자는 한지훈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듯 치솟고, 분명히 탐색하는 것이 아닌 실전으로 호산대진을 깨부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거기에 더해, 인왕 경지의 기운이 전혀 숨겨지지 않고 드러나자, 그는 한지훈이 더 이상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은 걸 알 수 있었다! “흥! 죽고 싶은 모양이군! 네놈이 무종을 해치는 해충이라면, 오늘 이 충소자가 무림의 이름으로 너를 말끔히 없애주겠다!”충소자가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양팔을 쭉 펼치더니, 곁에 있던 사람 키만 한두 개의 돌기둥을 강하게 내리쳤다!그 순간, 두 돌기둥 위에서 금빛이 솟구쳐 오르며, 화산 전체의 상공에 엷은 금색의 광막을 형성했다!공간진법!일반적인 공간진법과는 다르게, 이 호산대진은 화산과 외부 세계를 아예 두 개의 차원으로 분리해버리는 진법이었다. 어떤 끔찍한 공격이 오더라도, 화산 자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즉, 한지훈이 아무리 강한 힘을 쏟아부어도, 화산에는 손톱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한지훈 자신만이 소모되고 상처 입는 것이었다!이것이 바로 공간진법의 진정한 공포였다!하지만 한지훈은 화산을 감싸고 있는 금빛 광막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며칠 전 천산검선과 맞붙었을 때보다도, 이번이 오히려 더욱 위험했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깨달았다. 오대 명산은 수많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쉽게 뚫을 수 없는 호산대진으로 수호되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그들은 한지훈의 말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조정의 존재마저도 무시했던 것이다! 그들 앞에 놓인 호산대진은 설령 핵무기를 쏜다 해도 피해를 입는 건 오히려 명산 밖의 속세일 뿐, 그 내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터였다!“이건 일부러 한지훈을 도발해 유인하려는 계략이다! 한지훈이 스스로 공격해 오게 만들어놓고, 그 뒤 호산대진으로 막아 체력을 소진시키려는 속셈이야!”진우는 즉각 오대 명산의 의도를 간파했다.호산대진을 뚫지 못한다면, 한지훈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인간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지금은 비록 한지훈이 인왕 일 층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그 기력은 어찌 됐든 소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틈을 타, 충소자가 기습을 감행한다면 한지훈은 열에 아홉이 아니라, 열에 열은 죽게 될 것이다!“보통 상황이라면, 호산대진은 수동적인 방어용이라 공격 능력은 없다지만, 한지훈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위협이 되지!”계씨 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안 돼! 한지훈이 먼저 손을 쓰게 놔둬선 안 돼!”진우는 이 생각을 하자 재빨리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한지훈이 손을 쓰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진우가 전화를 걸어온 것을 본 한지훈은 잠시 생각한 뒤 전화를 받았다.“한씨 형님, 그 호산대진은 형님께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저놈들은 형님의 체력이 소진된 후에 곧바로 덮쳐서 형님을 죽이려는 속셈이라고요!”“이럴 땐 물러나는 게 상책입니다! 당장은 참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되갚아줄 수 있지 않습니까!”진우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걱정 마세요. 고작 호산대진 따위, 날 막기엔 역부족이니.”한지훈은 담담히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보
비록 한지훈이 천산검선을 참살한 인물이라 하나, 충소자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화산의 호산대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가!지금은 비록 대진의 십 분의 일밖에 운용하지 못한다 해도, 한지훈을 저지하기엔 충분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한지훈이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산의 위세는 천하에 떨쳐지게 되리라!한지훈이 공공연히 돌아온 이후, 누가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었던가? 그런데 화산이 그를 물리친다면, 이 실력만으로도 이미 천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가장 먼저 청산될 곳은 바로 너희 화산이다.”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전국에 울려 퍼졌다. “한지훈 네 이놈! 감히 화산을 청산한다고?! 네까짓 게?!”충소자는 이내 분노로 폭발했다!양측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자, 이청도마저도 참지 못하고 나섰다. “두 분! 부디 충동적인 행동은 삼가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용국의 무종이 아닙니까! 화산이 무너지든, 북양왕이 모욕당하든, 결국 이는 모두 나라의 손실입니다!”이청도의 진심 어린 호소에 충소자도 잠시 머뭇하며 말했다.“세자 각하, 화산이 어찌 일부러 시비를 건단 말씀입니까? 한지훈이 먼저 무례를 범한 것입니다! 우리 화산 일문이 이 수치를 참는다면,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겠습니까?!”“더구나! 무종의 도가 예법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모욕이니, 저런 광인과 어찌 악수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충소자의 말이 끝나자, 항산에서도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한지훈이 우리 무종의 법도를 무시한 이상,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사생결단이로다!”다른 두 명산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으나, 그 침묵조차도 입장을 드러낸 셈이었다.심지어 저 멀리 부상에서도 용국의 방향을 주목하고 있었다.“보아하니, 용국에 큰일이 터지겠구나.”한 노인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비록 지난번 용국 침공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내부가 분열된다면
항산과 화산의 두 노인이 조롱 섞인 말을 쏟아내자, 여론은 순식간에 최고조로 치달았다.“네가 무릎 꿇고 절할 기회조차 없을 거다. 넌 그저 시체가 될 테니까.”한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뭐라고?!충소자는 한지훈의 말을 듣고는 마치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인왕계 일 층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한지훈이 제계에 도달했다고 해도 어쩌란 말인가?화산의 호산대진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가, 이는 공간 진법과 공격 진법을 결합한 압도적인 방어 체계였다!과거 화산과 천산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을 때, 천산의 절정 고수조차 화산의 문턱에 다다르고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한지훈, 네놈은 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구나! 하다못해 인황이 친히 나선다 한들, 감히 우리 화산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산대진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우리를 건드릴 생각을 했단 말이냐? 좋아, 언제든 도전해 봐라. 우리 화산은 널 두 팔 벌려 맞이해주지!”충소자는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호쾌하게 응수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무종의 대장로마저 이마를 찌푸렸다.지금의 오대 명산은 이미 반보 인왕계 강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원칙적으로는 이미 호산대진을 가동할 수 있었다! 물론 반보 인왕계는 인왕계보다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호산대진의 위력을 10분의 1쯤은 이끌어낼 수 있다.이건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계씨 노인을 비롯한 여러 고수들도 얼굴에 난색을 감추지 못했다.호산대진을 뚫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상대보다 최소한 열 배 이상의 압도적인 전력이 뒷받침되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수천 년 동안, 오대 명산의 호산대진은 그들의 마지막 보루로서 존재해 왔으며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는 철옹성 같은 존재였다.“한 선생님, 화산 측의 말은 허풍이 아닙니다. 호산대진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수천 년 동안, 단 한 사람도 그것을 돌파해 오대 명산 내부
바로 그때, 용오가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와 한지훈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그러자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뭐? 용월이 오륙으로 갔다고?”용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칸트 가문에서 용국 대사에게 용왕님의 고성 한 채를 반환했는데, 용월이 직접 사람을 이끌고 인수하러 갔습니다.”이 말을 듣고서야 한지훈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시계를 슬쩍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 십여 분이 흘렀지만, 문밖에는 무종에서 온 인물은 단 한 사람도 더 오지 않았다.동시에, 각 대형 언론사에서도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진화안은 각지 언론의 보도를 보며 얼굴에 경멸의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흥, 이번엔 한지훈이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군! 오대 명산 중에서는 초천홍 혼자만 갔고, 무종에서도 명망 있는 종문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어!”“역시 할아버지께서 앞을 내다보신 거죠! 게다가 무신종과 약왕파도 한지훈을 거들떠보지 않았으니, 지금 한지훈은 그야말로 외톨이 신세나 다름없습니다!”곁에 앉은 젊은 남자가 냉소를 흘리며 거들었다.“흥, 애초에 이런 결과는 정해져 있었지. 한지훈이 지나치게 오만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리 큰 웃음거리가 되었겠어?”“오대 명산은 선진 시대부터 용국과 함께 이어져 내려온 존재들인데, 그게 얼마나 깊고 무거운 내력이겠나? 그깟 한지훈 같은 놈이 어찌 좌지우지하려 드는가!”진화안은 말할수록 우쭐해졌고,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갔다.한편, 이 시각 이씨 가문의 장원에서는 이청도가 관련 보도를 본 후, 휴대폰으로 보던 생중계를 꺼버리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한지훈은 결국 아직 너무 젊군!”“그는 아마 오양의를 죽이면 오대 명산이 복종할 줄 알았겠지. 허나 오양의 같은 자는 오대 명산의 진정한 고수들 사이에선 그저 하찮은 자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 못했던 거야!”“만약 지금 역외의 전쟁이 그리 급박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오양의가 함부로 날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 말에, 이씨 가문의 노인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