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잔뜩 분노한 태음문의 종주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손바닥으로 석좌를 부수고는 노호하며 말했다. "건방진 놈! 여기는 태음문이야. 너 이곳이 어딘지 몰라? 여기도 너희 북양 전부인 줄 아는 거니? 감히 날 상대로 위협하다니! 넌 고작 일성 천왕에 불과할 뿐이잖아. 내가 일단 손을 쓰면 너 같은 건 바로 죽여버릴 수 있어!" 곧바로 태음문 종주의 몸에 있던 2성 현급 천왕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하더니 그 기운은 온 대전을 가득 채웠다. 종주는 정말 보기 드문 2성 현금의 천왕이었다.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한지훈도 강한 압박을 느꼈다. 비록 직접 한풍을 사살한 그였지만, 그의 실력이 2성 현급 천왕에 도달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계급을 넘어 직접 2성 현급 천왕과 싸우게 되면 사실 승산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어찌 됐든 당연히 2 성 현급 천왕이 1 성 천왕에 비해 강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지훈은 천왕계에 이른 이후로, 매번 한 단계씩 승급할 때마다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1 성 천왕의 경지로 2 성 현급 천왕에 도전하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두 계급의 차이는 실력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 경험의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차갑게 웃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고는 살기 가득한 전의를 뿜어냈다. "그래, 안 그래도 나도 사실 내 계급을 넘어 2성 현급 천왕에 도전해보고 싶었어!" 쾅! 그의 한마디는 온 대전을 놀라게 하였다. 한지훈의 패기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계급을 뛰어넘어 직접 2성 현급 천왕에 도전하려 한다고?” ‘건방지고 무식한 놈이네. 이거야말로 정말 주제넘은 짓이지.’ 연로한 장로들은 말도 안 되는 그의 패기에 모두 비웃음을 연발하였고, 다들 한지훈을 경멸하기만 했다. 태음문의 종주조차도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무지한 놈 같으니라고! 고작 일성 천왕 주제에 나 종주한테 도전하려는 거야?" 곧이어 그의 떨어지자마자
종주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독사처럼 날카로웠고, 한사코 한지훈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종주님! 더 이상 망설이면 안 됩니다!" "종주님! 이곳은 태음문이니 마음 놓고 저 놈을 죽이세요!" "종주여!"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태음문 종주는 곧이어 손을 들어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래!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그러자 태음문의 여러 장로들과 장교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종주님! 아니됩니다! 여기는 저희 태음문의 조문이잖아요!" "종주님! 만약 직접 죽이지 못하시겠다면, 제가 대신해서 처리해 드릴게요!" 잔뜩 화가 난 임한은 눈빛에서 살의를 뿜어내며 바로 나서서 손을 쓰려했다. 그러나 태음문 종주는 노발대발하며 그를 말렸다. "멈춰! 이건 내가 내린 명령이야!" 그러자 임한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떨며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기만 했다. 곧이어 태음문 종주가 한지훈에게 물었다. "북양왕, 이제 만족해?"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난 그래도 태음문이 모두 쟁쟁한 사나이들로만 구성됐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보니 다들 자기 목숨 끔찍하게도 아끼는 사람들이었네.” 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바로 몸을 돌려 태음문을 떠났다. 그가 자리를 떠난 후에야 태음문 종주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북양왕! 절대 저 놈을 가만 두지 않을 테야!" 대전에 있던 장로들과 장교 역시 아직 노여움이 가시지 않은 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주님, 왜 그러셨어요? 고작 북양왕 하나 정도는 저희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잖아요!" 임한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태음문 종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돼! 고작 이 정도 작은 변수도 이겨내지 못하면 나중에 큰 계획을 해내기가 어려워. 우리한테는 이틀 후의 용국 대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야. 때가 되면 우리 태음문이 중원으로 복귀하여 용국 무종의 정통에 입성할 기회도 생기게 된다고.
"할아버지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강우연의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곧이어 한용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이쁜 우리 손부, 시간이 급해서 할아버지도 너한테 자세히 말할 틈이 없어. 사실 이번 용국 대전은 아주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그리하여 지훈이는 용국을 떠나 비밀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거야. 용국 국경 부근에는 벌써 이미 10명의 천왕 강자가 지키고 있고, 또 20여 명의 사령관 강자들 그리고 수십 명의 서로 다른 경계의 강자들이 모여서 국경을 노리고 있어!" "이 사람들이 곧 용국 대전 당일, 용국에 기습을 가하게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할아버지, 이게 다 사실이에요? 이렇게나 많은 강자들이 용국을 기습하려 한다고요? 그럼 용국은..." 한용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휴, 용국이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아주 큰 재난이야. 만약 이 재난을 넘길 수만 있다면 용국은 반드시 크게 흥하여 세계를 제패하게 될 거야! 하지만 만약 이겨내지 못한다면 용국은 위태롭게 흔들리게 되는 거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심 만감이 교차하였고 무엇보다도 한지훈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훈 씨, 대체 어떤 비밀 임무를 수행하려는 거야?’ "할아버지,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용국을 도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게요!" 강우연은 알아차렸다. 한용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자신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 것은 틀림없이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한용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우리 한씨 가문의 손부다워!" 곧이어 한용은 말을 이어갔다. "이번 용국의 대재난은 반드시 잔혹한 피 비린내 나는 전투를 겪게 될 거야.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미리 충분한 준비를 해야 되는 거지.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이야. 이렇게나 많은 강자들이 용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용국의 그 몇 명의 국로만으로는 제대로 맞설 수가
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럼 저희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시간이 촉박하니까 바로 시작할게. 지금부터 내가 너한테 주의사항을 말해줄 거야. 그리고는 너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할 거야." 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한용은 강우연을 데리고 별장을 떠나 지유산 부근의 한 정원에 도착하였다. 정원 입구에는 흰색 면사포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 두 명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인간 세상에 강림한 선녀처럼 그 자태가 아름다웠다. 우월한 몸매와 흰색 사복, 그리고 검은색의 스타킹은 남자들이라면 환장할 모습이었다. 강우연을 데리고 돌아오는 한용을 발견한 두 여자는 몸을 살짝 숙이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주공." 한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친구를 데리고 봉황담으로 가." "네!" 두 여성은 짧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공손하게 강우연을 모셨다. "사모님, 저희를 따라오세요." 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여자를 따라 정원에 들어간 뒤, 이어 대청을 지나 뒤뜰에 와서야 이곳에 있는 비밀의 공간을 발견하였다. 그곳은 뜻밖에도 새소리와 꽃향기가 나는 산골짜기였다. 산골짜기에는 온갖 풀이 무성했고 아름다운 꽃들이 널려져 있었으며 수많은 나비와 새들이 사람들의 곁에 머물렀다. 강우연이 두 여자를 따라 산골짜기로 들어서자, 그 나비와 알록달록한 새들은 하나같이 강우연을 에워싸고는 춤을 추는 듯했다. 마치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마냥 의아해하던 강우연의 표정도 점점 화색이 돌았다. 그녀가 자신의 하얀 팔을 내밀자, 나비들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멈추었다. 곧이어 강우연은 계속하여 두 여자를 따라 이 산골짜기의 중심부로 향했다. 산골짜기의 중심부에는 수많은 꽃 들 사이에 200여 평 크기의 담수가 있었다. 담수는 거울처럼 맑았고, 푸른 하늘과 사방의 새소리 그리고 꽃향기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강우연이 뚫어져라 물을 바라보고 있는 한편, 옆에 있던 두 여자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의사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굳은 얼굴과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기색도 있었다. 어찌 됐든 지금 들려오는 각 측의 정보에 따르면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용국 대전의 날에 용국에 습격하여 언제든지 대전을 교란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용국 대전과도 같은 세계에 자국의 군사력을 공개하는 장중한 축제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테니 대전의 날에 변수가 생겨 용국의 국제적인 명성에 큰 타격을 받아서는 안되었다."폐하, 지금 여러 나라가 국경선에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5대 주국은 이미 50만 대군을 차출하여 국경선을 수비하고 있긴 한데 혹시나 여전히 병력이 부족할까 봐 걱정됩니다." 이때 동팽 전역의 사령관인 서효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5대 주국은 각자 10만 명의 병력을 차출하여 이미 3일 전에 국경선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50만 명의 병력인 다른 나라가 총 집결한 백만 대군에 비해 매우 적은 인수였다. 사실 용국 대전의 준비를 위해 각 전부에서는 총 40만 대군을 동원하여 용국으로 달려가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만약 이 40만 대군이 대전의 날에 갑작스레 참전을 하게 되면 반드시 축제가 지연될 것이다.대전의 날에 정작 대군 진장이 없게 되면 반드시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국면은 그들에게 있어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 말을 들은 국왕은 안색이 가라앉은 채 자리에 앉아 그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대전의 날, 우리 용국은 무조건 전쟁의 초점이 될 것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희들한테 하고픈 단 한 가지 요구가 있어. 그것은 바로 어떻게든 용국을 결사적으로 지켜내는 거야!" "50만 대군이 국경선을 지키면서 마지막 병사 한 명이 남게 되는 상황이 될지라도, 어떤 적군도 우리 용국 국토에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안 돼!"탁!곧이어 한지훈, 서효양, 흑용 등 다
‘적군 중에 무려 삼성 지급 천왕 강자와 4성 천 급 천왕 강자도 있다니, 이건 너무 공포스럽잖아!’ 각 나라들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용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 잔뜩 안색이 어두워진 장령들의 모습에도 국왕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 "우리 용국에는 사실 천왕 강자들이 많지는 않아. 여섯 명의 국로와 종묘의 몇 명의 장로들을 포함해도 겨우 열한 명... 여섯 명의 국로 중에서도 대국료는 현재 삼성 지급 천왕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해. 그러나 만약 혼자서 그 몇 명의 지급 천왕들을 상대하게 된다면 버텨내기는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모두들, 이번에 죽을 각오를 하고 열심히 싸워!" "폐하, 저희 늙은이들은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습니다. 이렇게 남은 마지막 몇 년 동안이라도 용국을 위해 싸우고 용국을 위해 희생하고, 후배들에게 희망의 길을 남겨주게 되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영광입니다." 이때 대국료가 자리에서 일어나 체념한 듯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절대 용국을 이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늙은이들의 생명을 다 바쳐서라도 그 놈들이 용경에 한 발자국도 못 들여놓게 할 겁니다!" 근엄한 표정을 한 용국 무종 종묘의 큰 장로는 흰색 태극복을 입은 채 두 눈이 반짝였다. 그 또한 삼성 지급 천왕이었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4성 천 급 천왕의 문턱도 넘은 상황이었다. "대장로." 국왕은 이내 지그시 종묘의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장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남은 거라고는 이 늙은 뼈뿐입니다. 이미 반쪽 몸은 땅에 묻혔다고 볼 수도 있고요. 만약 제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생명으로 용국을 위해 싸워 100년의 휘황찬란한 세월을 바꿔낼 수만 있다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탁! 곧이어 종묘의 장로들과 여러 국로들이 일제히 일어나 국왕에게 경례를 하였다. 그 순간, 놀라운 이 장면을 마주한 한지훈의 마음은 크게 움직였다. 방금 전 그 상황에서, 그는 여러 장
"그래! 좋아!" 무종 종묘 대장로의 얼굴에는 기쁨과 위안이 가득했다. 곧이어 여러 장로와 국로들, 그리고 한지훈과 임용을 포함한 사령관들은 모두 숙연한 얼굴을 한 채 국왕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뒷짐을 진 국왕은 천천히 부하들을 훑어보고는, 갑자기 주먹을 들고 외쳤다. "제군들이여! 우리 용국은 반드시 대승을 거두게 될 것이야!" "용국 필승!!" "용국 필승!!" "용국 필승!!" 그 순간, 함성과 고함이 의사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것이 바로 용국이 대대손손 이어온 불꽃 투지였다. 국로와 무종 종묘 장로를 포함한 윗 세대뿐만 아니라 전부 사령관, 여러 장령들 그리고 이름 모를 용국 병사들을 포함한 아래 세대까지 이 순간은 모두들 피가 끓는 기분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 용국 천자각 광장의 금자탑은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전의와 섬뜩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그러자 모두들 창문 밖을 내다보며, 당시 한씨 집안이 세운 금자탑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는 모든 세대가 용국을 위해 피 터지게 분투하다 희생된 장병들이 이루어낸 금자탑이었다. 뿐만 아니라 용국의 유일무이한 금자탑이자, 용국 수백만 백성들의 신앙과 믿음으로 세워진 영원히 무너지지도 않을 금자탑이었다. 국왕 역시 눈이 번쩍 뜨이였고, 그 아름다운 금자탑을 보며 그의 얼굴에는 감격의 빛이 가득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탑을 감상하던 대구로와 무종 종묘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친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국운이 예상보다도 빨리 시작됐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태 국운은 한 번도 미리 시작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뜻밖에도 스스로 앞당겨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발견한 국왕과 그의 부하들은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이것은 용국의 도약을 예고하는 게 아닐까?’ 이때 몸을 돌린 국왕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먼저 내려가서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내일 대전은 무조
바로 그때 천지의 풍운이 뒤바뀌기 시작하더니, 창공 전체는 이 40만 대군의 위압적인 기운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모두 군복을 입은 채 완전무장한 40만 대군의 얼굴은 강인했고, 그들의 손에는 강철총까지 들려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 앞에 놓인 거대한 구주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광장 위에는 탱크 부대, 화포 부대 그리고 각양각색의 신식 무기 부대들도 있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용국 전부의 가장 강력한 핵무기도 8대나 있었다. 그 순간, 다른 여러 나라들의 전부 그리고 각국 백성들도 모두 플랫폼을 통해 용국의 이 어마무시한 대전을 보고 있었다. 한편 각 나라의 전부 장령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가지런한 대오에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까지 품은 기세 좋은 40만 대군, 그리고 수많은 무기들을 꺼내든 용국의 모습에 장령들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뿐만 아니라 9개국 정상회의 본부에서는, 이국을 비롯한 9개국이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있었다. "안됩니다. 저희 도이치 제국은 이번 용국 습격 군사 작전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도이치 제국의 장수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를 친 것이다. ‘너무나도 강력한 놈들이잖아.’ ‘용국은 더 이상 우리가 예전에 알던 그 용국이 아니야. 엄청 강해졌어!’ 기세등등한 40만 대군의 모습에 적지 않은 나라들이 겁을 먹게 되었다. 단순히 생중계만을 통해서라도, 각 나라 장령들은 쉽게 용국을 습격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 이국의 5성 상관인 맥스 맥린은 여유롭게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그 또한 군복을 걸치고 있었고 그의 어깨에는 금성 5개가, 가슴에는 훈장 또한 가득 걸려있었다. 그렇게 한참 시가를 피우던 그는 잔뜩 겁에 걸린 도이치의 4성 제군의 모습에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바크론 장군! 지금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이미 용국 국경에 거의 백만 대군을 집결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장군님이 물러서겠다고 하신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