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 가문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비록 하인은 목이 터져라 문밖에서 소리쳤지만, 대전 안에는 한창 문무백관들이 한지훈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인의 외침 소리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파묻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곧이어 문어귀를 지키고 있던 군인 몇 명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하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그를 가로막았다. “뭐 하는 짓이야! 대체 누군데 감히 용각에 함부로 뛰어들려고 해! 죽고 싶어?”영문을 알 리 없던 그중 한 군인은 곧장 하인을 멀리 밀어냈다. 마침 그 무렵, 강만용은 공로부를 들고는 천자각에서 나와 용각으로 향해 포상령을 내리려던 참이었다. 그는 용각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군인 몇 명이 오양 가문 사람을 내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강만용은 축하연이 끝난 후에 오양 가문의 일을 국왕에게 보고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 밖에서 내쫓기는 오양 가문 사람을 발견한 강만용은 급히 나서서 소리쳤다. “그만해!”그제야 군인들은 강만용을 알아보고는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러나 강만용의 두 눈은 여전히 위협이 가득한 채로 그 하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가문 사람이야? 대체 왜 용각을 쳐들어오려는 건데?” 강만용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하인을 일으켜 세웠다. “혹시... 강만용, 강 각로님 맞으시죠? 저는 오양 각로님의 하인인 장복이라고 합니다!” 이내 하인은 털썩 주저앉고는 강만용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바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자 강만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장복!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건데?”“강 각로님, 살려주세요. 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어요. 모두 위수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고요!”장복은 더욱 큰 소리로 통곡하며 말했다. ‘뭐라고?’ 이 말을 들은 강만용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일단 급히 장복을 위로하였다. “울지 마. 내가 곧 국왕한테 오양 가문의 일을 보고할게. 우리 각로 몇 명이 잘 해
“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다고 합니다. 방금 제가 용각에 가서 공로부를 보내던 와중에, 마침 입구에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폐하께 꼭 묻고 싶습니다. 대체 오양 가문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수모를 겪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가 있냐고요!” 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얼굴마저 붉어진 채 소리쳤다. “후...”얘기를 들은 국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실 그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난 그런 명령을 내린 적도 없어. 아마도 아랫사람이 잘못 전달한 것 같아!”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양 가문 하인이 지금 아직도 입구 앞에 서있어요. 차라리 그를 성전으로 불러들여 한번 제대로 물어보죠!”강만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국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강만용은 즉시 어림군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데려와!”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어림군들이 대전 위에 달려와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께 보고드립니다. 성전 밖에서는 그 어떤 오양 가문 하인도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강 각로님께서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뭐라고?” 강만용은 고개를 돌려 어림군을 노려보았다. 국왕한테 보고를 올린 그 군인은 바로 방금 입구에서 장복을 가로막았던 그 놈이었다. “너 장복을 어디로 데려갔어? 말해!”자신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수를 쓰려는 어림군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한 강만용은 따지기 시작했다. “각로님, 저희는 정말 각로님께서 얘기하신 그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간 제 동료들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방금, 각로께서는 입구에서 허공에 대고 한동안 말을 하시길래 사실 저희도 매우 당황했습니다.”“그래서 아까부터 매우 궁금했던 건데,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어림군 두목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어림군 두목을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앞
“폐하, 오양 가문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저한테라도 솔직하게 알려주시죠!”한지훈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도 잘 아는 바가 없어. 하지만 기필코 오양 각로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겠지...”국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폐하, 방금 저는 오양 가문 사람들이 대체 왜 성 밖에서 모두 위수 군에 의해 끌려갔는지 묻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북양 왕의 축하연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꾹 참았던 거고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놈들이 벌써 오양 각로한테 손을 댈 줄은 몰랐네요!”뒤이어 신 한국도 앞으로 나아가, 방금 발생했던 일을 만조 문무의 앞에서 말했다. 그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문무백관들은, 어떤 사람들은 차갑게 비웃을 뿐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다소 놀라기도 했으면 또 어떤 사람들은 내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국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전에 오양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알기로는 오양준은, 사리가 밝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엄한 가정교육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건 더욱 불가능했고, 닭조차 죽이기 무서워하는 그런 아이였다. “국왕께 청합니다. 제가 배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이내 한지훈이 앞으로 나아가 국왕에게 말했다. “음... 그래. 너 포함해서 만약 남은 세 명의 각로들도 누가 이번 일에 이의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배심에 참여해도 좋아. 그리고 다른 문관들도 혹시나 이의가 있으면 함께 참여해도 돼!”국왕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룡대에서 내려왔고, 걱정거리 가득한 표정으로 대전 밖으로 향했다. 한지훈은 곧바로 재빠른 걸음으로 국왕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남은 만조의 백관들도 서로 눈치를 슬쩍 보고는 급히 따라나섰다. 국왕마저도 이번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들은 설령 가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함께 가야 했다. 그렇게 부하들은 국왕과 함께 천자각을 떠났고, 얼마 후 그들은 오양무가 위수 군에 의해 심문실로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오양 각로께서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말해봐. 만약 제대로 대답 못하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훗!”그러자 낙로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었고,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면서 국왕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폐하, 그동안 오양무의 행실은 매우 더러웠습니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신분을 믿고 마음대로 부하들을 억압해 왔습니다.” “보세요. 이것은 오양무와 그의 손자가 직접 쓴 진술서입니다!”곧이어 낙로는 사전에 준비한 진술서를 국왕에게 건네주었고, 한지훈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충 내용을 훑고 난 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정말 오양준과 오양무 그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고?”국왕은 진술서에 적힌 내용 전체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폐하, 이 모든 건 오양무가 직접 자백한 것이고 또 저 위에는 그 손자의 자백도 있습니다!” 낙로는 오양준의 자백 또한 강조하였다. 내용을 다 읽고 난 국왕은 이내 두 진술서를 강만용에게 건네주었다. “그럴 리가 없어!” 강만용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노호하였다. 곧이어 한지훈 또한 말도 안 되는 진술서의 내용을 보고는 차갑게 웃었다. “오양 각로께서 이런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이 많은 진술서를 쓰셨다고? 만약 맨 정신으로 살아있을 때 손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면, 난 도저히 믿고 싶지가 않아!”이내 한지훈은 손에 든 두 진술서를 공중으로 뿌리고는 소리쳤다. “이 위에 찍힌 도장은, 무조건 오양 각로께서 돌아가신 후에 다른 사람이 강제로 누른 거야!”뒤이어 한지훈은 자신이 생각해 낸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그중 가장 선명한 것은 바로 도장으로서, 사실상 오양무의 엄지손가락과 거의 같은 크기였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에서 누구도 이렇게 큼지막하게 도장을 찍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사람이 죽고 난 후, 다른 사람이 가짜로 은폐하려고 일부러 엄지손가락 전체의 지문을 가득 채운 거라 생각했다. 놈은
낙로의 심보에 대해서, 국왕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사실 낙로가 이렇게까지 발광하도록 내버려둔 것 또한 단지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낙로가 자신이 예상한 선까지 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용각 3대 각로 중 한 명이었던 오양무는 그동안 전임 국왕을 섬겼을 뿐만 아니라, 더우기는 현임 국왕도 가장 의지하는 각로 중 한 명이었다. 그만큼 감히 그 누구도 오양 각로를 멋대로 죽일 자격은 없었다. 이것은 엄연히 국왕의 금기를 건드리는 게 될 테니까. “아... 이번 사건은... 마유군이 직접 처리한 겁니다.”낙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유군은 바로 위수 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뭐라고? 마유군 그놈 건방지네. 지금 어디에 있어?” 국왕은 전혀 당황한 내색하지 않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등 뒤로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폐하, 마유군은 지금 한창 참수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시간쯤이면 되돌아가고 있을 것입니다.”낙로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누구를 참수하러 가는 건데!”이때 신한국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자 낙로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며 말했다. “당연히 오양 가문이지! 용국의 율법에 따르면 그가 범한 죄는 나라를 짓밟는 중죄야. 그러므로 그뿐만 아니라 온 가문 사람들도 응당 벌을 받아야 돼!”“닥쳐!”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막말을 퍼부으며 낙로를 삿대질하였다. “아무리 한 나라의 국로가 중죄를 지어 형을 받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국왕의 비준을 거쳐야 돼. 하지만 너희들은 국왕의 회답도 기다리지 않고 고문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는 감히 국로의 집까지 망가뜨려?”“어라? 그런 규정이 있었어? 미안하지만 난... 사실 용국 율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낙로는 그저 헤헤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푸!”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든 강만용은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며 피까지 토해냈다. 그러자 한지훈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강만용을 부축하였다.
“잠시만요!”국왕은 급히 몸을 돌려 단호하게 떠나가는 세 각로의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얘기할 마음조차 없었고, 곧바로 심문실 밖으로 나섰다. “건방진 놈들!”이내 낙로는 눈을 부릅뜨고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감히 국왕을 상대로 협박을 해? 여봐라! 저 놈들 집안까지 모두 불태워버려!”곧이어 위수군 한 명이 발걸음을 내디디려는 순간, 오릉군 가시가 갑자기 나타나 직접 그의 머리를 베어 떨어뜨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십여 명의 위수군들은 깜짝 놀라 급히 물러섰고, 그들은 비할 데 없이 놀란 두 눈으로 낙로를 바라보았다. “한지훈! 너 뭐 하는 짓이야!”낙로는 한지훈이 무려 국왕이 보는 앞에서 위수 군이 살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누구라도 감히 세 각로의 앞길을 막으려 한다면, 나 한지훈이 신용 전주의 이름을 걸고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한지훈은 우렁차게 포부를 밝혔다. 그 말을 들은 만조 문무들은 물론, 각로 세 명을 노리고 있던 위수군들조차 깜짝 놀라 모두 식은땀을 흘렸다. “폐하, 전 이미 이 전투복을 충분히 많이 입어봤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오양 각로의 앞에서 폐하께 이 전투복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당시 제가 금방 부대를 이끌고 있을 때 오양 각로 어르신의 도움이 컸거든요.”“바로 오늘, 오양 각로님의 영전 앞에서 정식으로 이 갑옷을 벗고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오늘부로 용국의 모든 전쟁은 저 한지훈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럼 이만!”곧이어 한지훈은 국왕의 면전에서 그 푸른 무늬의 금룡 전투복을 벗은 뒤 오양무의 몸에 걸쳐주었다. 그리고는 입구에 있던 홍장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가 떠나고 난 후, 앞으로 용국의 안위는 너한테 달려 있는 거야!”“한 사령관! 너...”국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어나 말했다. “폐하, 마지막까지 용국을 위해 공을 세운 것을 봐서라도 오양 각로님을 위해 따로 장례를 해주시죠! 아니면 천하의 민심이 순식간에 흔들리게 될
그러자 낙로는 머리를 돌려 용칠을 한번 보고는, 이내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날 뭘로 보고... 이런 잔꾀가 나한테 통할 줄 아는 거야?’ 오랫동안 한지훈의 오른팔로 일해온 용칠이, 한지훈의 이탈로 인해 갑자기 그를 배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 같았다. “용칠, 너 날 아주 만만하게 봤어. 국사인 내 앞에서 감히 이딴 수작을 부려? 아직도 좀 많이 배워야겠네!”낙로는 내심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용일, 너 이 건방진 놈. 네가 북양 왕인 한지훈이나, 혹시 뭐 강만용 같은 각로의 실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낙로가 노발대발하자 이내 몇 명의 위수군들이 달려들어 용일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뒤이어 낙로는 다시금 용칠을 힐끗힐끗 훑어보며 내심 또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천자각에서 나오자마자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 가는 길에 웬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한지훈은 잠시 망설이고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지훈입니다.”“한 선생님, 큰일 났어요!”전화 너머로는 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알 수 없는 목소리에 한지훈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저는 강 회장님의 비서인 소진이라고 합니다.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3일 동안 회사에 나오지도 않으셨어요. 게다가, 집에 찾아갔는데도 회장님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어떡하죠!”비서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한지훈의 마음은 순간 덜컥 가라앉았다. ‘이럴 수가... 강우연이 실종됐다고? 내가 분명 사람을 시켜서 강우연을 지키도록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실종된 지 3일이나 다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전 강 회장님께서 임신 중이라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계약 업무차 회장님의 집에 들렀더니 이미
같은 시각, 강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옛 산간 도시.동방염은 눈앞에 묶인 강우연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지 같은 년, 너만 아니었으면 내 팔도 부러지지 않았을 거다! 내 앞에서 뭔 고상한 척을 하는 거야!”동방염은 말을 하며 강우연의 얼굴에 그대로 와인을 들이부었다. “당신들은 강 대표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은… 당신들이 한 말도 지키지 않는 겁니까?!”옆에 같이 묶여 있던 서은정이 쉰 목소리로 소리치자, 동방염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지? 솔직히 말해서, 저 여자만 죽는 게 아니라 너랑 네 가족들도 모두 죽임을 당할 거다!”“네년들을 모조리 죽여서 토막을 내버릴 테다!”동방염은 자신의 왼팔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흉측한 표정을 드러냈다.강우연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이 서은정에게 속아 동방염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서은정은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아픈 데다 본가가 강중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며 강우연에게 자신을 이산읍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서은정은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줄곧 자신을 잘 따랐고, 두 사람은 자매처럼 사이가 매우 좋았기에 강우연은 별생각 없이 서은정의 안내에 따라 이산읍까지 차를 몰고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서은정의 가족이 아닌 동방염이었다! 동방염과 한 노인이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비로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강우연이 차를 돌리기도 전에 동방염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앞을 가로막았고, 동방염은 강제로 강우연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지금 강우연과 서은정을 가두고 있는 이 산채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마을 전체가 이미 동방염의 문하인 천검종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동방염의 스승이자, 천검종의 장교인 도청전인이었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