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를 가득 품은 양 어르신은 곧바로 구덩이에서 뛰여 올라와, 손에는 연검을 든 채 한지훈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잽싸게 몸을 피하고는 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쾅! 그의 발은 정확하게 양 어르신의 가슴을 걷어찼고, 결국 양 어르신은 다시 저 멀리로 몸이 날려가 돌담에 부딪쳐 힘없이 쓰러지게 됐다. 그 와중에 고급 차와도 부딪히게 된 양 어르신은 순식간에 차들을 움푹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한지훈의 파워는 매우 강력했다.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은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한지훈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로 가득해있었고, 곧이어 그는 땅에 쓰러진 양 어르신에게로 저벅저벅 발걸음을 내디뎠다. 몸에 큰 충격을 받은 양 어르신은 이내 피를 뿜어냈고, 그는 엄청난 통증을 참아내면서 비틀비틀 겨우 일어서더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그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정신 나간 놈! 감히 나를 이렇게 쓰러뜨릴 줄이야! 내가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쾅! 그 말에 한지훈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맞은편에서 공포의 살기를 뿜어내는 양 어르신을 차갑게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눈앞의 양 어르신은, 마치 영혼이 바뀐 것처럼 아까보다도 더욱 강력한 삼성 지급 천왕의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는 마치 하나의 핵무기처럼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쾅! 바로 그 순간, 양 어르신은 강하게 발을 내딛더니 이내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속도는 매우 나도 빨랐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순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지훈은 양 어르신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몰랐다. 곧이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양 어르신의 주먹은 한지훈의 가슴을 내리쳤다. 그 결과, 한지훈의 몸은 거꾸로 날아올랐다. 그제야 당황한 한지훈은 급히 손에 든 오릉군을 폭발시켜 한쪽의 돌기둥을 찔렀다. 와르르! 오릉군이 찌른 기둥이 무너지고 나서야 한지훈은 겨우 평형을 잡게
보면 볼수록 이 어린 한지훈의 실력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분명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지만, 자신과 이렇게 오랫동안 대전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을 압박하려고 하는 모습에 다소 놀랐다. 이런 경우는 양 어르신도 여태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눈앞의 이 놈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에 큰 장애물이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양 어르신은 더욱 이를 악물었고, 자신의 피까지 내뿜으며 연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은색의 연검은 단번에 적혈색의 검으로 변하여 그 위세는 이전보다도 더욱 강해졌다. “감히 동방 원자 일맥의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넌 마땅히 죽어야 돼!”잔뜩 분노한 양 어르신은 소리를 질렀고, 마치 악마처럼 손에는 적혈색의 검을 든 채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검은 공포의 핏기를 띄고 있었다. 한지훈의 눈에 이 검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처럼 있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을 향해 날려 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또한 더 이상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이내 그는 10여 미터 뒤로 후퇴하고는, 곧이어 명치를 누르더니 붉은빛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바로 적용 용심이 찬란한 적색 불꽃을 뿜어낸 것이었다. 곧바로 솨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손에는 갑자기 적색 열룡 장총 한 대가 나타났다. 양 어르신은 이 적색 열룡 장총을 마주한 순간, 갑자기 크게 놀라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 적색 열룡 장총에서 전례 없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이 장총은 얼핏 봐도 천 급 무기의 기운을 초월했다. ‘대체 저 놈이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말도 안 돼! 대체 정체가 뭐야?’ ‘잠깐! 적색 열룡 장총이라... 혹시 칠검 일전... 얘, 얘가 북양 왕이었어!’ 순간, 양 어르신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가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가 번쩍였다. ‘북양 왕,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만약 오늘 당장
양 어르신은 고개를 숙인 채, 적색 열룡 장총에 의해 관통된 자신의 가슴팍을 보면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그의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삼성 지급 천왕의 실력을 지니고 있던 그는, 이 현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것도 뜻밖의 한 젊은이한테 패배를 당하게 되다니. 쏴! 이내 한지훈이 직접 적색 열룡 장총을 다시 거두게 되자, 양 어르신의 흉강에서는 수많은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양 어르신은 땅에 무릎을 꿇었고, 그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의해 초라하게 휘날렸다. 한편 광장 전체는 이미 박살이 났다. 마치 포탄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지면이 아예 가라앉았다. 사방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행인들은 당황하여 일일이 자리를 떠났고, 어떤 사람들은 불행히도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들은 눈앞의 이 장면을 보고는 모두들 깜짝 놀란 얼굴을 하였다. 그야말로 너무나도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일반 사람에게서 보아낼 수 있는 파괴력이 전혀 아니었다. 곧이어 한지훈은 땅에 무릎을 꿇은 양 어르신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삼성 지급 천왕이라더니, 실력이 고작 이 정도였어?”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양 어르신은 차갑게 웃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방심했었네... 뜻밖에도 네가 북양 왕일 줄이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비틀며 말했다. “이제야 나를 알아본 거야?” 양 어르신은 한지훈의 손에 들린 적색 열룡 장총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북양 왕 답네. 백전백승 무패의 기록이야... 내가 패배를 인정할게... 하지만 한지훈, 날 이렇게 죽였다고 해서 동방 가문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 동방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강하거든! 비록 난 동방 원자 일맥에서는 으뜸 가는 공양이지만 동방 전체에서는 상위권에 들지도 못해...” “심지어 동방 본가에는 천신이 한 명 더 있어...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넌 지금의 내
곧이어 신속하게 별장으로 달려온 온병림은 공손한 자세로 거실에 서 있었다. 방금 막 강우연을 달랜 뒤 마침 2층에서 내려오고 있던 한지훈은, 거실에 서있는 온병림의 모습을 보고는 바로 물었다. “깨끗이 처리하셨어요?”온병림은 몸을 약간 굽힌 채 대답했다. “네, 사령관님. 다 처리했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온병림더러 앉으라고 손짓을 한 뒤 그에게 차 한잔을 따라주며 담담하게 웃었다. “앞으로는 사령관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전 이젠 사령관이 아니라 일반 시민일 뿐이에요.”이 말을 들은 온병림은 즉시 벌떡 일어서더니 난리를 쳤다. “아닙니다! 사령관님은 제 마음속에서 영원한 용국의 대원수입니다!”결국 한지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앉으세요. 저 대신해주셔야 할 일이 또 있어요.”“말씀하세요.”온병림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요즘 별장과 회사 주위에 경호원들을 좀 배치시키세요.”한지훈이 말했다. 그 말에 온병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부하들한테 명령 내렸습니다. 곧 가서 안배할 것입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명령을 받든 온병림은 신속하게 별장을 떠났다. 한편 거실에 앉아있던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린 채 여전히 양 어르신의 마지막 유언을 되새기고 있었다. ‘동방 가문에 천신 강자가 있다니...’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이내 “천생서문”의 잔권을 들추어내며 정보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실력을 향상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한지훈은 언젠가 곧 큰일이 불어닥칠 것 같았고, 자신에게는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용경에서는, 동방 원자 일맥의 어르신은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방금, 강중 군부로부터 흰 천을 덮은 시체 두 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중 한 구는 동방풍의 시신이었고, 당연히 다른 한 구는 양 어르신의 시신이었다. 거실에서 이 소식을 접한 동방풍의 어머니는 땅에 쓰러진 채 통곡하며 소리
뜻밖에도 쉽게 무릎을 꿇은 동방 원홍의 모습에, 동방 본가의 장로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고,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동방 원홍을 보고 있었다. 이때 한 노인이 옆문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이내 동방 원홍의 앞으로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원홍아, 너 지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얼른 일어나.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지 내가, 그리고 우리 동방 가문이 반드시 너를 도와 나서줄 거야.”그 말에 동방 원홍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곧이어 그는 동방 오호에게 흰 천을 젖히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렇게 동방 가문의 사람들은 참담한 시신으로 돌아오게 된 동방풍과 양 어르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순간 동방 본가의 장로들은 물론, 동방 원홍 앞에 서 있던 그 노인마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방풍이 죽었다고? 심지어 양 씨도 죽었다니!’ ‘동방 가문 원자 일맥에서도 최강 공양으로 불리는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게 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이때 노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물었다. 사실 그가 바로 동방 가문의 주인이었다. 그의 물음에 동방 원홍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가주님, 저를 대신하여 저희 원자 일맥을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제 손자뿐만 아니라 양 씨마저 강중에서 비참하게 죽게 됐어요!”그 말을 들은 동방 가문 가주는 눈썹을 찌푸린 채, 바닥에 널브러진 두 구의 시체를 보고는 동방 원홍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상대가 누구든지, 일단 우리 동방 가문의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우린 바로 놈들과 원수 관계를 맺게 되는 거야! 그래, 내가 널 대신하여 원자 일맥의 주인이 될게!”곧이어 동방 가주는 몸을 돌려 가주의 자리로 향하여 앉았고, 이내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원홍이 우리 본가에 도움을 청한 이상, 우리는 당연히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장로 여러분들, 여러분들 중 누가 원홍
동방 원홍은 한껏 어두워진 안색을 한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설마 저희가 아는 그 사람인가요?”동방 가문 가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북양 왕이자, 전임 폐하가 서거하기 전에 직접 임명한 용국 대원수인 한지훈이야! 비록 지금은 신군이 국왕 자리를 계승받아, 그가 자신의 권력으로 한지훈의 북양 사령관 직위와 대원수 직위를 모두 취소하긴 했지만, 우리로서는 여전히 한지훈을 쉽게 봐서는 안 돼!” “게다가 요즘 신군은 4대 가문을 모조리 쓸어버리려고 이를 갈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만약 무슨 사고라도 치게 된다면 굉장히 골치만 아프게 될 거야!”동방 가주가 더욱더 이번 일에 신중했던 원인은, 한지훈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시국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4대 가문 모두 잔뜩 기가 죽어 감히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엄 가득한 신군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동방 원홍과 동방 오호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북양 왕? 내가 아는 그 북양 왕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가주님, 그럼 설마 그냥 넘어가시려는 겁니까? 동방풍의 목숨이 이렇게 헛되이 날아가버렸는데요?”결국 동방 원홍은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로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하기만 했다. 다만 동방 가주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원홍아, 방풍이의 죽음은 절대 헛된 죽음이 아니야! 다만, 이 일은 우리가 아직 천천히 의논을 해야 해! 그리고 우리 본가에 남은 네 명의 공양은 아직 회복 중에 있어. 지금으로서는 그 북양 왕을 상대할 적수가 없단 말이야. 나라도 그를 감히 상대할 용기가 나지 않아. 어쨌거나 한지훈은 너무나도 강력한 놈이거든...”말을 이어가던 동방 가주는 자기도 모르게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그들의 눈에서는 여전히 개미 같은 존재였고 고작 6성 사령관의 실력을 지닌 애송이였다.
이튿날, 한지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우연을 회사로 바래다주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우연은 바빠나기 시작했다. 반면 한지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에 틀어박혀 휴대폰을 들고 국제 뉴스만을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창 국제 군사 뉴스를 알아보고 있던 그는, 뜻밖의 기사 한 건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뉴스는 바로, 북양 변경의 5개국 연합군이 20만 부대를 동원하여 연합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배후에는 이국을 선두로 하는 9개국 정상회가 있었고,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공군부대까지 파견하여 연합 군사 훈련에 참가하게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지훈은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번 5개국 군사 훈련은 절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자신의 사임 소식이 이미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사실 5개국 연합 훈련은 북양을 떠보고 용경을 떠보려는 전략이었다. 결국 용경은 매우 단순하고 직접적인 수법으로 대응하였다. 북양에 남은 20여만 파용군을 전부 동원하여 긴급 실탄 훈련까지 진행하였다. 곧이어 한지훈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용일에게로 전화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연락하려 하니, 그는 망설이게 됐다. 왜냐하면, 자신은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북양을 상대로 어떠한 명령도 내릴 자격이 없었다. 뭣도 모르고 나섰다가는 월권행위로 간주되어 처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한참을 망설이던 한지훈은 결국 충동을 누르고는 다시 휴대폰을 거두었다. 그는 자신의 도움 없이도 용일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할 거라 믿었다. 필경 자신을 여러 해 동안 따라다녔기에 이런 정세에 대처하는 것은 아주 능숙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한지훈은 이번 일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그때, 강우연은 손에 서류를 든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보.”곧이어 한지훈은 다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는 재빨리 일
가만히 서경희의 뒤에 서있던 강신도 우물쭈물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아... 제대로 협상해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그러자 안색이 한껏 가라앉은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협상을 할 거면 태도부터 잘 갖추던가요! 갑자기 들어와서 큰 소리로 난동 부리면 대체 누가 협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요?”그 말을 들은 서경희는 마음속에 분노가 끓어오르긴 했지만, 감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우리 강신 회사... 당장 부도나기 직전이라고!”그러자 강우연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하며 물었다. “엄마, 그럴 리가 없잖아? 전에 우리 우연 그룹이 30억 원까지 투자도 해줬는데? 그 투자가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 거야? 심지어 바로 지난주에 내가 같이 합작할 만한 프로젝트까지 몇 개 줬잖아. 그 프로젝트들, 모두 최소 몇 억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야.”바로 그때, 서경희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강우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래, 너 말 잘 꺼냈다. 바로 네가 언급한 그 몇 개의 프로젝트 때문에 지금 회사가 망하게 생겼어! 그 프로젝트 담당 대표가, 글쎄 돈을 먹고 튀었다고! 지금 회사가 얼마나 난장판인지 알아? 한 켠으로는 다른 몇 명의 대표들과도 조율해야 하고, 다른 한 켠으로는 이미 약재를 예약 주문한 고객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있어. 강우연 너, 그게 정말 진심으로 우리 강신이를 응원해 주려고 추천해 준 프로젝트가 맞긴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엄연히 강신 누나인데 대체 어떻게 그런 나쁜 심보를 가질 수가 있는 거야?” 이 말을 들은 강우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한지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찬가지로 한지훈 역시 눈살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경희와 강신을 바라보았다. “우연이가 그런 짓을 벌일 사람은 아니에요. 여태 발생한 모든 일들을 저한테 똑똑히 얘기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나서볼게요.”내심 솔깃했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