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약왕파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화롭고 단순하지 않다. 약왕파 안에는 급진파, 중립파, 보수파인 총 세 파벌로 나누어졌지. 이 급진파는 끊임없이 약왕파가 힘과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외부에서도 끊임없이 회사를 설립하고 주요 제약 회사를 인수하며 심지어는 일부 의약 종문도 급진파와 관련이 있어. 하지만 보수파는 약왕파가 현재를 고수하고 의약 연구와 영약 정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중립파는 약왕파 안에서 영향력이 부족하지만, 약왕파 전체의 세력 균형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야.”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 그룹의 급속한 확장이 강중의 제약 시장에서 급진파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더욱이 우연 그룹은 최근 다른 지방에 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제약 시장까지 확대할 예정이었으니, 이는 필연적으로 약왕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사건은 약왕파의 급진파들이 보내는 작은 경고였다. 이 핵심을 깨달은 한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 “원로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대신 약왕파의 급진파 대표에게 한 마디 전해주십시오. 그들이 정정당당하게 우리와 경쟁을 하는 거라면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만약 뒤에서 이런 음험한 계략을 쓴다면, 나 한지훈은 절대 그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요!”이 말을 들은 신한국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이놈아, 절대 함부로 굴어서는 안 된다. 네 그 말은 약왕파의 급진파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지 않느냐?”“선전포고요? 하하, 저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저도 남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저를 건드렸으니, 당연히 끝을 보아야겠죠! 원로님, 제 뜻대로 전해 주십시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신한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알겠다. 참, 오국 합동 군사 훈련 소식은 접했느냐? 어떻게 생각하지?”“그들의 목적은 분명 다른 데에 있을 겁니다. 오국 합동
순식간에 동방원홍 주변에 있던 십여 명의 사사들이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달려든 십여 명의 사사를 바라보고는 힘없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자들의 실력은 매우 형편없었고,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도 전신 강자에 불과했다! 동방 원자일맹은 이미 덫에 걸린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한지훈이 손을 들자 오릉군 가시가 솟구쳐올 랐고, 공중에서 눈부신 은빛 호선을 그려내며 번쩍였다! 순식간에 오릉군 가시는 십여 명의 사사의 가슴과 복부를 관통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푸슉! 십여 명의 사사들은 모두 피웅덩이에 쓰러지며,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 장면을 본 동방원홍과 동방오호는 모두 넋을 잃고 말았고, 사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한지훈을 보며 동방원홍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뭘 하려는 거지? 난 동방 가문의 사람이다. 만약 나에게 손을 쓴다면 동방 가문은 절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동방원홍은 두려움에 떨었고, 그가 비록 무술을 연마했다고 해도 실력은 볼품없었으며 무도 대사의 경지밖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 지급 천왕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한지훈 앞에서는 그저 개미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이때,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원홍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동방풍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니, 다른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너희 동방 가문 사람들이 계속 나에게 손을 쓰니 나도 이젠 한계에 달했으니, 이만 여기서 끝을 보자!”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들어 동방원홍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순간 동방원홍도 한지훈의 주먹에 담긴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손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한지훈의 주먹에 의해 그의 두 손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동방원홍은 곧장 거꾸로 날아가 땅바닥에 굴렀고, 피를 몇 입 토해내며 간신히 말을 쥐어 짜냈다.“네… 네 이놈…”하지만, 동방원홍은 그
이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한지훈은 땅에 쓰러진 시체를 차갑게 노려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어 시신을 치울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온병림이 도착했을 때, 그는 땅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는 곧장 겁에 질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용경 동방 가문의 원자일맥 가주와 어르신이지 않은가…한지훈은 역시 너무나도 무자비한 자였다! 동방 가문의 원자일맥 일가를 몰살해 버리다니…그리고 이때, 한지훈은 별장 주방 안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한편, 용경의 동방 가문. 대청 안에는 동방 가문의 장로들과 핵심 인사들로 가득 차 있었고, 동방 가문의 가주도 어두운 얼굴로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방금 전 강중 군구에서 또 다른 시체를 보내왔소. 그중에는 동방원홍과 동방오호도 있었네! 여기 계신 모두는 동방 가문의 고위층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들 말해 보시게!”대청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듣자, 모두 제각기 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화가 나서 즉시 찻잔을 깨뜨리며 소리쳤다. “해임된 북양왕이 감히 우리 원자일맥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짓을 저지르다니! 가주님, 무슨 일이 있어도 한지훈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맞습니다! 그자는 너무나도 날뛰고 있습니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저희 동방 가문이 어떻게 용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무관무직인 옛 북양왕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으니,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여러분,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한지훈은 지금 삼성 지급 천왕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그와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 동방 가문에게도 불리할 겁니다!”“옳소. 혼자서 삼성 지급 천왕을 죽일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그자를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원자일맥은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절대로 그들 때문에 우리 동방
같은 시각, 약왕곡. 급진파의 대표들이 모여 용각의 신 원로가 방금 전한 말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쉰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선두에 있던 한 노인은 냉랭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여러분도 모두 들었다시피, 한지훈이 신 원로에게 전갈을 보냈소. 우리가 이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말해 봅시다.”그러자 아래에 있던 사람이 즉시 일어나 말했다. “삼 장교님! 한지훈은 이미 북양왕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젠 그저 평민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말입니다! 우리는 그저 계획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됩니다!”“맞습니다! 칠 장로님의 말씀이 바로 제 뜻이기도 합니다! 군사적 위치가 없는 한지훈은 어떤 물보라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비록 그의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저희 약왕파에도 강자는 있습니다.”하지만, 이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 장교님, 여러분,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한지훈은 이제 새로운 군주에 의해 군직을 박탈당했지만 그의 위신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약왕파에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를 건드려서 만약 약왕파를 찾아오게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아이고, 넷째 장로님, 너무 걱정이 많으십니다.”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한지훈 한 명에 불과한데, 게다가 그는 북양왕의 신분도 없고 파용군도 없이 무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약왕파에 도전할 수 있는 다른 자본이 있을까요?”“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아직 한지훈에게서 적용용심을 얻어야 합니다. 아무리 안 돼도 그의 피라도 얻어서 연구를 해야한다는 말입니다.”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자리에 앉아 있던 삼 장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됐소, 이 일은 그만 논의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계획은 변함이 없소. 그리고 일곱째 장로, 우리 약왕파의 급진파를 대신해 강중으로 가서 한지훈을 만나 보시오. 만약 협상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무슨 일이야?” 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용왕님, 신룡전 정보부에서 최근 몇 가지 정보를 조사해서 가장 먼저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용운이 진지하게 말하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정보지?”용운이 대답했다. “첫 번째 정보는 이번에 북양 국경의 5개국 합동 군사 훈련이 북양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며, 이는 이국을 비롯한 9개국 정상회의 지시로 인한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 “역시나, 내 추측이 맞았군. 이건 그들이 용국의 새 군주를 시험하는 거다, 다른 정보는 뭐지?”용운이 이어서 말했다. “두 번째 정보는, 저희가 용왕님의 지시에 따라 4대 가문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이제 몇 가지 증거를 찾은 겁니다! 원씨 가문이 적국과 결탁한 혐의가 있었습니다! 국경의 여러 나라들과 비밀리에 정보를 교환했으며, 심지어 9개국 정상회와 비밀리에 만난 적도 있습니다!”여기까지 들은 한지훈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역시 원씨 가문이야! 생각만큼 쉽지 않군 그래!”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계속 추적하도록 해, 확실한 증거를 얻어야 한다!”“예, 용왕님!”용운은 대답을 하며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용왕님, 그리고 세 번째 정보가 있습니다.”“말해.”“용왕님, 저희는 최근에 한 조직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직은 단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는 조직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왔으며, 심지어 서부 이사회의 특권까지 동원했는데도 그 조직에 대한 어떤 정보도 조사하지 못했습니다.”용운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한지훈이 이 말을 듣더니 눈썹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무슨 조직이지?”“광명파입니다.”그 이름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이 가라앉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광명파, 들어본 적이 있다. 서부 이사회조차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이 조직이 얼
한지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낡은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약 냄새가 확 풍겨왔다. 가게 안은 넓지는 않지만, 약초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장부를 맞추고 있는 듯한 한 젊은이가 약초를 상자에 넣고 있었고, 한지훈은 곧장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그러자 젊은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해서 작은 저울로 한약의 무게를 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돌렸고, 옆에는 회색 커튼이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커튼을 젖히고, 막 들어서려고 하자 바로 정면에서 좋은 약초 냄새와 방울 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퍽!’이때, 한 연약한 형체가 한지훈의 팔에 부딪히며, 고통에 찬 비명이 뒤따랐다. “아악, 당신 뭐야? 왜 길을 막고 있어!”한지훈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고, 상대를 보니 대략 열일곱 여덟 살쯤 된 소녀가 하얀 치마를 입은 채 발목과 손목에는 예쁜 금빛 방울을 달고 있었다. 그녀는 두 가닥으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뽀로통하게 땅바닥에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화가 난 듯 턱을 치켜들며 한지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한지훈은 황급히 자리를 비켜서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흥! 누구세요? 뭐 때문에 오신 거죠?”그제야 어린 소녀는 한지훈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한지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사람을요? 당신같이 덜렁대는 사람이 무슨 사람을 찾겠다고?”어린 소녀는 아직 화가 덜 풀린 듯 한지훈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한지훈도 매우 난처했다. 이 어린 소녀가 자신에게 악의가 없고, 그저 자신 때문에 넘어졌기에 단지 화가 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한지훈은 계속해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한 노인이 어린 소녀 뒤에서 걸어 나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영아,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지! 어서 가서 손님에게 차 한 잔 따
음, 역시나…이 차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한지훈은 이 문제를 직접 들춰내기는 어려웠다. 어린 소녀는 한지훈이 그녀가 끓인 차를 마시는 걸 보았을 때, 즉시 한 손을 허리에 얹고 한지훈을 가리키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걸려들었군! 내 차를 마셨으니 당신은 3일 동안 설사를 해댈 거라고!!”옆에 있던 노인은 이 말을 듣자마자 넋을 잃더니, 이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영아! 건방진 것! 어떻게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어! 당장 한지훈 선생님에게 사과하거라!!”하지만 영아는 입을 삐쭉 내밀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싫어요! 할아버지, 아까 저 사람이 날 밀쳤다니까요! 그런데 설사약 좀 먹인 건 이미 많이 봐준 거라고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더한 것도 먹였어요!”“흥! 어서 나한테 먼저 사과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기분이 풀려야지 해독제를 줄 거예요.”영아라는 아이는 계속해서 도도하게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지훈은 찻잔을 내려놓고 입술을 오므린 채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영아의 작은 팔을 잡고 허리춤에서 가루약 한 봉지를 꺼내며 말했다. “해독제가 여기 있네.”그러자 영아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악! 감히 날 농락해! 당장 이거 놔!”“영아! 그만해! 당장 나가거라!”옆에 있던 노인은 결국 화를 내며 꾸짖었다. 영아는 할아버지가 화가 난 것을 보자 더 이상 무례하게 굴 수 없어 시무룩하게 한쪽에 서 있었다. 이때, 한지훈은 그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았고, 노인과 소녀는 왜 복용하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한지훈 선생, 이 해독제를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 손녀딸은 나쁜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장난이 심할 뿐입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았어요.”노인은 죄책감에 휩싸인 얼굴로 미안함을 드러냈다. “선생님께서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를 바랍니다.”그러자 한지훈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 약으로는 저에게 큰 해가 되지 않습
광명파라는 단어를 들은 노인은 들고 있던 찻잔을 떨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찻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서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던 영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아야, 한 선생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나가 있거라.”그러자 영아는 입을 꾹 다물고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몸을 돌려 안뜰을 나섰다. 그제야 노인은 입을 열었다. “한지훈 선생, 광명파는 어디서 알게 된 겁니까?”“제가 직접 알아낸 정보입니다.”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저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광명파는 한 선생의 할아버지가 현재 속해 있는 조직입니다. 그들은 세속을 초월한 조직이며, 세속계에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속계에는 광명파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지요. 서부의 가장 강력한 지하 정보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이사회도 광명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에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르신을 찾아온 겁니다. 도대체 이 광명파는 어떤 조직입니까?”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지난 일을 회상하는 듯 말했다. “광명파는 세상의 규칙과 틀로부터 독립해, 이 세계의 규칙 위에 군림하는 조직입니다. 광명파 안에는 광명십존이라 불리는 10명의 고수들이 있지요! 가장 실력이 낮은 자도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올랐습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광명십존?설마, 할아버지께서도 그들 중 한 명인 건가?“어르신, 그럼 저희 할아버지도 광명십존 중 한 명인 겁니까?”한지훈이 서둘러 묻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다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광명파는 대외적으로 광명십존밖에 없다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광명십존 위에 또 다른 호천 육존이라는 6명의 강자가 존재합니다. 그들은 광명십존 위에 군림하며, 호천이라고도 불리지요.”한지훈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호천이라니, 얼마나 강한 저력과 자신감인가. “그리고 이 호천 육존의 실력은 더욱 강력하며, 모두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