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도, 장씨 가문도 괜찮습니다. 만약 이 세상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먼저 국법을 지키는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길이지요!”“그들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킨다고 해서 용국에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닙니다! 무덤 수호자로서 조룡의 무덤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의무일 뿐입니다!”“자신들이 해야 할 일만을 다하고, 전국 백성들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들은 죽여야만 합니다!”한지훈은 대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진우는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분명히 맞았고, 장씨 가문은 이미 너무나도 거만해졌다. 국왕은 장씨 가문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따라서 국왕은 장씨 가문을 적대 세력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서도 그저 눈감아 주거나 지나쳐 버렸다!“주군, 이분이 말씀하신 대로 장씨 가문은 상대하기 쉽지 않으니, 장도령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도청전인도 조용히 조언했다.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한지훈의 마음이 확고해지자,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나 진우는 여기서 오래 머물게 될 것입니다. 아마 장도령은 천자각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관대한 처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한 선생님…”그때, 한 명의 간호사가 빠르게 대청으로 달려와 초조하게 말했다.“강 대표님의 양수가 터졌습니다. 곧 출산할 예정입니다! 이미 병원에 연락을 했고, 산부인과 의사가 곧 도착할 것이니 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뭐라고?!한지훈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말입니까?! 그럼… 빨리! 선생님, 경비원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무조건 출입을 허용해 주세요. 절대로 막지 말아야 합니다!”“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급히 대청을 나와 문 쪽으로 온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한씨 가문은 또 한 명의 아들을 얻으니 집안에 경사가 가득했다!도청전인을 비롯한 모두가 등불을 밝히고 집안을 장식하며,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축하를 전했다.“한 선생님, 이는 저희 나씨 가문의 작은 성의입니다. 꼭 받아주십시오.”나계홍이 말하며 돈봉투를 한지훈에게 건넸다.한지훈은 돈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있던 천검종 제자에게 넘기고는 웃으며 물었다.“나계홍 씨, 이 시점에 축하하러 올 용기가 있었습니까?”나계홍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한지훈의 말 속뜻을 깨닫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한 선생님,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나씨 가문이 오늘날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 선생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이 시점에 한 선생님을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신이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배신과 의리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이 용납할 수 없는 법이지요!”나계홍은 지금 이 순간, 한지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한지훈은 나씨 가문의 유일한 의지였고, 죽더라도 한지훈과 함께 죽는 것 외에는 길이 없었다!“좋습니다. 그대가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나씨 가문이 받은 은혜는 헛되지 않았네요. 밤이 깊었으니, 어서 돌아가 쉬시지요.”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우연은 갓 출산한 몸이라 휴식이 필요했기에, 나계홍과의 접견은 불가능했고 나계홍도 더 머물지 않고 한지훈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강중에서 나씨 가문과 몇몇 이름 없는 작은 가문만이 축하 선물을 보냈고, 다른 모든 가문은 모른 척하거나 심지어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강중의 시장조차도 장씨 가문의 복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더불어 강릉의 많은 거물들도 고속도로로 모여들어 차 앞에 서서 조용히 장도령의 도착을 기다렸다.천성의 분위기는 전례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고, 모두가 서둘러 줄을 서거나 아첨하기에 바빴다.하지만
장도령은 그저 차갑게 웃기만 했다. 한지훈은 어린 나이 치고는, 확실히 남다른 점이 있었다. 설령 5대 명산 제자라 할지라도 무도나 진법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한지훈은 두 가지를 전부 장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그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사실 진법을 수련하는 강자들은, 초기에는 무도를 수련하는 강자들에 비해 실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 특히 사령관 그 이상의 실력에 이르게 되면 결코 무도와는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지훈이 바로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확실히 인재이긴 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지는 말았어야 했어!”장도령은 거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법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장도령의 눈에는 그저 소꿉장난일 뿐이었다. 그 어떤 진법도 삼절진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듣기로는 도청 전인도 여기 있다던데?”이내 장도령이 담담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도청 전인 이 놈, 그야말로 무맹 중에서도 패륜입니다! 줄곧 한지훈의 곁을 따르면서 무종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습니다!”노 씨 어르신은 이를 악문 채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그 말에 장도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한 씨 별장의 대문 앞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도청 전인 그놈 지금 어디 있어? 왜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나를 맞이하지도 않는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진법이 섞여 있었다. 그의 단 한마디로, 큰 굉음이 폭발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고막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던 거물들은, 그 기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역시나 천신은 대단해, 이건 평범한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잖아? 심지어 강중 시내 한복판에서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 도청 전인은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저 멀리 서있는 장도령을 향해 살짝 몸을 굽혀 인사하였다. “천검종 도
옆에 있던 사람들은, 장도령의 말을 듣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어쩐지 도청 전인이 장도령에게 매우 공손하더라니, 알고 보니 그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과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장도령의 실력에 대해 재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단지 간단한 가르침으로, 도청 전인을 단번에 무적천에 버금가는 무종 강자로 만들고 심지어 검경까지 깨닫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장도령의 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장도령에게 흠모의 눈길을 보냈다. “선배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선배님과 적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장 씨 도련님이 그동안 한 선생을 사칭하여 천성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결국 한 선생에게 발견되었는데, 어찌나 뻔뻔하고 고집이 강한지 끝까지 한 선생을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습니다!”“그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 선생이 결국 손을 댄 겁니다. 정말 의도치 않게 장 씨 도련님을 죽이게...”“닥쳐!”도청 전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도령은 노호하였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따지려 하는 거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의 잘못을 나무라다니! 설령 도련님이 정말 한지훈의 신분을 사칭했다 하더라도, 심지어 나아가 한지훈을 죽였다 하더라도 너희들은 그저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야!”“우리 장 씨 집안사람들은, 너희 같은 놈들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우리 장 씨 집안이 없었더라면, 용국은 이미 수백 년 전 전란 속에서 아예 사라지게 됐을 것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의 공적과 비교하면, 너희들 중 대체 누가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을 경멸할 자격이 있는 건데!”“명심해, 우리 장 씨 집안이야말로 바로 너희들이 하늘처럼 모셔야 할 존재야! 너희들은 하늘이 시키는 대로, 죽음을 명령하면 반드시 죽기도 해야 돼!”장도령의 목소리는 하늘을 진동시켰다. 한 씨 별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강중
장도령의 기운은 순식간에 하늘 전체에 퍼졌다. 이내 경계가 낮았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 기운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쓰러진 제자 두 명을 본 도청 전인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결국 나설 수는 없었다. 필경 그가 가진 모든 실력은 장도령이 물려준 것이다. 장도령 앞에서 그는 전혀 손을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야? 대체 누가 날 이렇게 찾는 거야? 어떤 미친놈인 건데!”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한지훈이 별장을 나섰다. 그의 눈길은 장도령과 그 뒤에 서있는 한 무리의 거물들에게로 향했고, 그 시선의 끝은 결국 장도령에게 떨어졌다. 그가 보기에도 장도령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단지 기세만으로도 결코 일반적인 5성 용급 천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게 됐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은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는 게, 심지어 한낮의 햇빛보다도 더욱 강렬했다. “한 선생님, 이 분이 바로...”이내 도청 전인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한지훈이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나게 되자, 강중과 강릉의 거물들은 저도 모르게 잇달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심지어 강중의 시수는 한지훈을 쳐다보는 내내, 손수건으로 머리 위의 식은땀을 닦기도 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색한 웃음도 드러났다. 그 표정은 마치 사실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한지훈과 장도령은 조용히 서로를 훑어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장도령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이었다. “한지훈, 넌 오늘 같은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러게 내가 그때 너더러 순순히 죄를 인정하라고 했잖아. 하지만 넌 도리여 뻔뻔하게 당문주를 죽이고 감히 내 뺨까지 때렸지!”“어떻게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겠어!”“너 이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