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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3화

Penulis: 봄가을
장도령의 위명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장씨 가문의 복수를 위해 나선 만큼, 더욱 가차 없는 행동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한지훈 선생님께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

나한비가 고뇌에 찬 얼굴로 물었다.

이번에도 나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모두의 반대편에 서게 되었다.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우리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한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거리를 두실 수도 있으니 말이야.”

나계홍은 말을 마친 후 천천히 눈을 감았고, 고개를 연신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이 도청전인에게 보고되었다.

그중에서도 '장도령'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도청전인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졌다.

“어서, 한 선생님을 뵈러 가자!”

이때, 한지훈은 서재에서 삼절진의 진수를 연구하고 있었다.

겨우 약간의 깨달음을 얻으려던 찰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 선생님! 큰일입니다! 천산 장씨 가문의 대변인인 장도령이 이미 하산했으며, 게다가...”

천산 장씨 가문?!

생각보다 빨리 왔군!

한지훈은 고개를 들며 도청전인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뭐라고 했죠?”

“그가... 그가 선생님께 양팔과 양다리를 스스로 끊고 장씨 가문에 가서 사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문 전체를 멸족하겠다고 했습니다!”

도청전인의 목소리는 몹시 낮았고,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

“오, 그래요? 장씨 가문 놈들은 다들 정신이 나갔나 보군요, 걸핏하면 남의 다리를 끊으라고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도청전인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

도청전인은 뒤에 서 있던 천검종의 제자들에게 눈짓해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뒤, 한지훈에게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

“주상, 그자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한때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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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91화

    “내가 직접 나서길 바라느냐, 아니면 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겠느냐? 만약 내가 나서야 한다면 계씨 가문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너도 잘 알고 있겠지.”계 씨 노인이 싸늘하게 말했다.이 말이 떨어지자, 배청명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계 씨 노인의 뜻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소리였다!“왕 사장님, 저는…… 저는 그저 당신을 위해서……”“개소리 마라!”배청명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왕창평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권총을 뽑아 들어 그대로 그의 이마에 겨눴다.“풀썩!”배청명은 겁에 질려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그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오직 왕창평의 지시대로만 행동했을 뿐이다!하지만 지금의 왕창평은 스스로도 위험천만한 상황이라, 그런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탕!”총성이 울리자, 배청명의 시신이 뒤로 쓰러졌다.“계 씨 어르신, 죄인은 이미 처단했습니다. 이쯤 하고 물러가도 되겠습니까?”왕창평은 이를 악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해 계씨 가문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다. 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네가 저놈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계 씨 노인은 손가락으로 배청명의 시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예! 명심하겠습니다!”왕창평은 이를 갈며 발을 구르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 시각,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 위 몇 명의 도복 차림 청년들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사형, 우리는 언제쯤 손을 쓰죠?!”그중 장검을 든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지훈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그는 바로 천릉자의 친동생, 천충자였다!형의 복수를 위해 십여 명의 사형제들과 함께 이곳까지 직접 내려온 것이다!대량산에서 벌어진 일은 비록 장령풍이 입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수많은 방송국의 카메라가 있었기에 잘 확인해보면 흔적은 남아 있었다.결국 얼마 전, 항산 측에서 살해범이 산성에서 온 한 소상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하지만

  • 용왕사위   제2890화

    왕창평은 계 씨 노인에게 뺨을 한 대 맞자, 귀가 먹먹 울릴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개를 돌려 놀란 눈으로 계 씨 노인을 바라보았지만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단 1초라도 더 쳐다봤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이 순간, 왕창평은 오현림이란 놈을 원수처럼 증오했다.이 자식든 분명히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게 틀림없었다!상대가 소태종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가서 시비를 걸라고 시켰으니 말이다.이건 쥐새끼가 고양이한테 접대하러 가는 격이지 않은가?!무종의 대리인으로서, 역외에 얽힌 숨은 사정쯤은 왕창평도 잘 알고 있었다.소태종은 무도 풍운 순위에서 상위 백위 안에 드는 고수였다!비록 간신히 백 위 안에 들어갔다고는 하나, 세속계의 70억 인구에 역외의 수십억 인구까지 합치면 백억이 넘는 인구 속에서 당당히 상위 100인에 드는 자다.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소태종에게 잘못 보였다간, 이후 삶 자체가 지옥일 것이다.솔직히 말해, 무종 대리인이 되기 전 그는 그저 길거리 양아치에 불과했다.지금은 흑병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아무리 용포를 걸친다 해도 소태종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계 씨 어라신,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왕창평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흥, 지금도 당신 부하들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오?”계 씨 노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아, 아뇨...... 감히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그... 그놈들은 죽어 마땅합니다!”왕창평은 황급히 몸을 굽히며 해명했다.그 옆에 있던 배청명은 아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소태종이라니! 역외에서도 명망 높은 존재이지 않은가!“감히 그런 생각이 없다면, 어서 꺼지지 못할까?!”계 씨 노인은 지팡이를 바닥에 쾅 내려찍었다.쿵 하는 소리에 왕창평은 놀라서 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예, 예,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당장요!”왕창평은 뒤편에 있던 부하들에게 손짓하며 말하고는, 곧장 돌아서

  • 용왕사위   제2889화

    “이 노인까지 함께 끌고 가려는 거요?”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일제히 옥기점의 통유리를 바라보았다.그곳엔 흰 머리칼을 늘어뜨린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현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노인과 눈이 마주친 순간, 왕창평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계... 계 씨 어르신? 어쩐 일이십니까?”왕창평의 등줄기엔 곧바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계 씨 어르신 앞에 이르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 그러지? 이 늙은이가 어디를 가든, 너희 흑병대에 먼저 보고라도 해야 하오?”계 씨 어르신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싸늘했다.왕창평이 현재 흑병대에 소속되어 있어 신분도 권위도 높은 건 사실이지만, 계씨 가문 앞에서 그는 개만도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오죽하면 오륙의 오대명산조차 계씨 가문의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저 오대명산이 조정에 박아놓은 첩자에 불과한 왕창평은 말할 것도 없었다! 듣기 좋게 말하면 그는 무종의 대변인이고, 듣기 싫게 말하면 그냥 무종의 졸개일 뿐이다!계 씨 어르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조정이 손쓸 틈도 없이 오대명산이 먼저 나서 왕창평을 없애버릴 것이다!“이... 이 무슨 말씀을! 계 씨 어르신께서 어디를 가시든 자유 아니겠습니까!”왕창평의 웃는 얼굴은 차라리 우는 것보다 더 끔찍해 보였다.계 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흠. 그런데 방금 전에 누구를 끌고 간다고 했소?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요?”그 한마디에 왕창평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계 씨 어르신도 한지훈 편을 드는 건가?“그… 그게 말입니다, 저는 전에 부하 두 사람을 보내 이 자를 조사하게 했습니다.”“계 씨 어르신, 얼마 전 바로 이 자가 천산의 담홍을 죽였습니다! 이 자는 흉악무도한 자로, 사람 목숨을 벌레처럼 여깁니다! 이런 자가 용국에 남아 있으면 언젠가 큰 화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데리고 돌아가려는 것뿐입니다...”“담홍?”왕창평의 말이

  • 용왕사위   제2888화

    이때, 거리 전체에 녹색 군용 차량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고, 문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장성 계급장을 어깨에 단 젊은 남자 둘이 버티고 서 있었으며, 주림림은 물론이고 주호연조차도 그 기세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대체 어떤 거물을 건드린 거야?!이윽고 한지훈이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중년 남자는 뒷짐을 진 채 차가운 웃음을 띠며 걸어오는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뒤에는 강철총을 든 병사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그자는 바로,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왕창평이었다!그는 오현림의 전화를 받은 후 줄곧 한지훈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며, 조금 전 수하로부터 오현림이 어떤 여자에게 다리가 부러졌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신원을 조사하게 했다.동방설령처럼 대갓집 규수라면 조사 따위는 필요 없었고, 곧바로 그녀의 출신과 배경이 왕창평의 손에 들어왔다.왕창평은 상대가 예전 사대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대 가문은 표면상으론 몰락한 듯 보이나, 실은 아직 귀환하지 않은 역외 강자들이 여럿 있었으며, 그 힘의 깊이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무종 문파들조차 사대 가문을 건드리길 꺼렸던 것이다.왕창평은 전용기를 타고 산성으로 향함과 동시에, 대군을 움직여 동방설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조금 전, 동방설령이 현장을 떠났다는 보고를 듣자 비로소 군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왕창평은 무종의 대변인이긴 하나, 흑병대라는 절대 기밀 조직에 속한 인물로 손에 쥔 실권은 진우와도 견줄만했다.그런 그에게 산성의 수비군을 움직이는 정도는 손가락 한번 튕기는 일에 불과했다.이제 동방설령의 도움이 없는 지금, 한지훈 같은 옥기 장사치 하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네놈이 오 씨 도련님을 해쳤을 뿐 아니라, 흑병대 인원까지 죽였다지?!”왕창평이 뒷짐을 진 채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한지훈은 그를 힐끔 바라보며, 이내 조금 전 옥기점이 봉쇄

  • 용왕사위   제2887화

    비록 영기의 회복으로 인해 각지에서 자소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 자소화를 채취하려면 사람들과 다툼은 물론 산속의 맹수들과도 다투어야 했다! 게다가, 자소화 한 송이 한 송이는 깊은 산속에 자라고 있어, 사람의 힘으로 이를 수집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한지훈은 그 두 송이 자소화를 한 번 흘끗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르신, 이 일은 더 논할 필요 없을 듯합니다. 저는 앞서 분명히 말했습니다, 남의 이름을 빌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한지훈이 전혀 흔들림이 없자, 계 씨 노인은 오랜 시간 침묵에 잠겼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연달아 세 번 절을 올렸다!“계 씨 어르신, 이게 무슨 뜻입니까?”한지훈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 씨 노인을 부축했다. “젊은이, 이 늙은이가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소. 그러나 지금의 용국은 실로 위태로운 형세요. 열국의 고수들이 차례로 귀환하고, 북양왕의 옛 명성은 각 대명산들에 의해 폄하 당하고 있소.”“이제는 국제적으로도, 한때 북양왕을 두려워하던 세력들조차 다시 도발의 기회를 엿보고 있소!”“지금 용국에는 반보 인왕계와 인왕계에 이른 강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소. 용국은 더 이상의 전쟁을 견딜 수 없소!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고통받을 이는 수천수만의 백성들이오!”“오대명산이 됐든, 무종의 각 문파들이 됐든, 그들은 저마다 제 집 앞의 눈만 쓸 뿐, 용국의 미래엔 관심이 없소!”“더구나 그들 또한 열국의 고수들과 다를 바 없이, 오직 다섯 개의 용심을 찾아 용족 유적의 비밀을 여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소! 그러나 용국은 백성의 나라요. 결코 다시 전쟁이 벌어져선 안 되오!”“젊은이, 지금 사방을 제압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보천이 외해에서 쌓은 명성뿐이오. 허나 아쉽게도, 보천은 이미 전사했소. 더는 용국의 백성을 지켜줄 수 없단 말이오!”“이 늙은이 또한 수명이 다해가고 있소. 비록 마음은 있으나, 힘이 따르지 않으니... 제발 젊은이가 용국의 수많은 생명을 위

  • 용왕사위   제2886화

    사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줄곧 암암리에 한지훈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다.수년 전, 한지훈이 천도맹약의 뜻을 어기고 수십 명의 역외 강자들을 모조리 참살한 일은 이미 천도맹약 쪽의 분노를 산 상태였다.만약 천도맹약 측이 한지훈의 행방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반보인왕급 고수를 파견해 그를 추격하고자 할 것이다!비록 수년 전, 한지훈은 이미 천신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반보인왕이 어찌 그리 쉽게 돌파할 수 있단 말인가?심지어 수많은 명산의 원로들조차도 지금까지 사성 천급 천신계에서 막혀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아무리 한지훈이 출중하다 한들, 결국 그는 한 사람일 뿐이기에 20대에 불과한 나이에 반보인왕의 경지까지 도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게다가, 한지훈과 오대 명산 간의 원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오대 명산이 이처럼 조용한 것은 단지 그들이 아직 한지훈의 행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다!일단 그의 소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기다리는 건 끝없는 추격과 암살뿐이었다!바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기에, 동방설령은 한지훈의 비밀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었다.옥기점 입구에 다다른 동방설령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긴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그녀가 떠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주림림이 다급히 뒷마당으로 뛰어들어왔다.“한 선생님, 큰일 났어요! 또 누가 선생님을 찾으러 왔어요!”“음?”한지훈은 약간 눈썹을 찌푸렸다.주림림의 표정만 보더라도, 상대가 결코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를 이리로 데려와.”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주림림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결국 한지훈의 말대로 손님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향했다.뒷마당에 들어선 이는 한 노인이었고, 한지훈이 노인을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겉보기엔 팔순이 넘은 듯 보였으나, 실제 나이는 그 이상일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손끝 하나, 발끝 하나 움직일 때조차도 말할 수

  • 용왕사위   제2885화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동방설령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이 묻자, 동방설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장령풍이요. 자기가 자소화를 빼앗겼다며 억울해하더군요. 거기다 오현림 일행은 워낙 눈에 띄어서요, 관심을 끌지 않는 게 오히려 더 힘들 정도였습니다.”“용국에서 오현림 일행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선생님 외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계속 뒤를 밟았죠.”“한 선생님, 예전에 당신은……”불과 몇 년 사이였지만, 한지훈은 예전의 그 강압적이고 단호하던 사내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심지어 오현림 같은 인간이 눈앞에서 떠들어대는데도, 한지훈은 참아내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예전 역외 강자와의 일전에서 한지훈 역시 중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동방설령은 한지훈에게서 예전처럼 넘치는 강자의 기운을 더는 느낄 수 없었다.어쩌면 그래서 한지훈은 은거를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결국 그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었고, 그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경계심을 일으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용국을 위해 모든 걸 바쳤고, 그 대가로 이렇게까지 몰락한 걸 생각하니 동방설령은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게도 결국은 막이 드리워지는 법이다.그 시절, 한지훈은 얼마나 당당했던가!홀로 오륙을 누르고, 각국을 제압하며 피로 대지를 물들여 용국의 이름을 되찾았던 그였다.하지만 지금은, 산성이라는 작은 도시에 숨어 한 옥기점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니……동방설령의 마음속엔 복수의 쾌감 따위는 없었고, 그저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만이 남았다.잠시 침묵하던 동방설령은 명함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 선생님,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다시 누군가 감히 무례를 저지른다면, 언제든지 부르세요.”한지훈은 명함을 흘끗 보고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어.”“한 선생님, 지금은 비록 사대 가문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오현림 같은 자를 제압하기엔 충분해요. 만약…

  • 용왕사위   제2884화

    한지훈은 손을 뻗어 동방설령을 부축해 일으키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잘했어, 날 따라와.”그렇게 말하고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뒷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동방설령은 깊이 숨을 들이켠 뒤,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오륙에서 일성 준천신 경지의 강자 셋과 맞섰던 순간,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당시 한지훈이 오륙에서 치른 그 전투가 얼마나 힘겨운 싸움이었는지!그리고, 오륙의 몇몇 대가문들이 용국인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지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됐다!예전의 동방설령은 자신이 오륙의 명문가 집안으로 시집가는 걸 자랑스러워했다.그러나, 상대가 그녀를 단지 장난감으로 여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순간, 그녀는 비로소 크게 깨달았다.나라가 강해야, 국민도 강해진다는 건,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을 말이다!그날 이후, 동방설령은 혹독한 수련에 매진하며 동방 가문이 정해둔 혼인을 단호히 거부했다.영기가 회복된 뒤로는 오륙에 있는 용국인을 위해 수차례 앞장서 싸웠으며 오륙의 여러 대귀족 가문들과 맞서 싸우기까지 했다.심지어 천신계 강자에게 추적당하며 목숨을 위협받았지만, 결코 물러선 적이 없었다.한지훈이 어찌 이 사실을 몰랐겠는가?신룡전은 세계 전역에 펴저 있었고, 세계 곳곳에 신룡전의 눈과 귀가 있었다.동방설령의 강렬한 등장은 곧바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한 선생님, 그 당시 집안 어른들이 일시적으로 판단을 흐려, 역적 행위를 저지른 건 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가 어른들을 대신해, 한 선생님의 자비에 감사를 드립니다!”그 시절, 동방설령은 모든 내막을 알고 있었기에 동방 가문의 행동이 어떤 선을 넘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잘못을 알고 고치는 것이 가장 큰 선이다. 보아하니, 몇 년 사이 너도 많이 달라졌구나.”한지훈은 아주 평온한 어조로 말하며, 손에 든 찻잔을 그녀에게 건넸다.동방설령은 두 손으로 황급히 받으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한 선생님, 저는 4년 전에야 비로소 한 선생님의 깊

  • 용왕사위   제2883화

    단지 그녀가 겪어온 고통과 단련만 해도, 단약에만 의존해온 그들 같은 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오현림을 죽이는 일쯤은, 동방설령에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일에 불과했다.비록 오씨 가문이 세력이 막강하고 인맥이 넓다 해도, 오래전부터 전통을 이어온 사대 가문과 인맥을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자멸하겠다는 소리였다!그런데도 오현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동방설령은 왜 저 한지훈을 도와주는 거지?그는 그냥 옥기 장사를 하는 하찮은 장사꾼일 뿐 아닌가?그런 인물 하나 때문에, 동방설령이 오씨 가문과 결렬을 각오한단 말인가?!더 충격에 빠진 건 주림림과 진선이었다.이들은 설마 동방설령이 이렇게나 과감하게 나서고, 게다가 한지훈의 편에 설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 선생님께 사과해!”동방설령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마치 지옥에서 울려 나오는 것처럼 한 치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죄,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오현림의 말이 끝나자, 동방설령은 발끝으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러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오현림은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질러댔다.“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지!”동방설령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렸고, 그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살기를 품고 있었다!“쿵!”오현림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지만, 그 중 한쪽 다리는 이미 부러진 상태였다!그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동방설령의 살기에 질려 차마 내뱉지도 못했다.“그리고 너희들!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무릎 꿇고 죽던가.”동방설령이 냉정하게 말했다.서청청 일행은 그 말을 듣자 소름이 돋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굴던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들을 내려다보며 동방설령은 비웃듯 말했다.“말해봐. 어디서 그 잘난 우월감이 나오는 거지? 너희들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나?”“너희 따위가, 감히 한 선생님 앞에서 잘난 척을 해?”동방설령의 분노가 폭발하자 그녀 손바닥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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