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말을 듣고 있던 제단 위 수많은 사람들은, 일제히 침묵하였다. 화산의 진종 수좌마저 한지훈의 손에 처단된 상황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만약 방금 있었던 두 번의 대결에서, 한지훈이 모두 요행으로 이겼다면 이는 한지훈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필경 허회원은 구만리와는 달리, 바탕이 단단하고 심지어 화산의 수좌이기 때문이다. 진법만 놓고 보아도, 단해룡는 그와 비교할 급이 안된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번에 진종 제자를 제압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약점을 하나 잡고는 허회원을 아예 불구로 만들었다. “한지훈, 너 시체도 아닌 잿더미가 된 채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허회원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패배했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배후에는 화산이 있기에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사당? 혹은 국왕? 하지만 명산에게 있어서, 사당이나 국왕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용국이 한지훈을 지키고 싶어 해도, 과연 그가 앞으로 몇 번이나 무사히 추격과 암살을 피할 수 있을까? 하물며 진법 고수들은, 반경 천 리 밖에서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못하는 말이 없네?”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허회원을 노려보았다. “난 너한테 독설을 퍼붓는 게 아니라, 화산을 대표하여 우리의 뜻을 밝힌 거야! 네가 나를 죽이려 하는 건 곧, 화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허회원은 피거품을 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척추마저 부러진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말을 한마디씩 할 때도 매우 느릿느릿 입을 떼고는 한다. “뭐? 화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거라고? 너희들 진작에 나한테 선전포고하지 않았어?”이내 한지훈은 한 손으로 허회원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오릉군 가시를 든 채 직접 허회원의 아랫배를 찔렀다. “푸!”그러자
숭산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그는 반쪽짜리 장교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실력은 절대적으로 유회원보다 한 수 위였고, 결코 그보다 약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매우 조심하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사부님, 저희 꼼짝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한지훈을 풀어주게 되는 거 아닌가요? 장교님께서 저희더러 천생 서문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이때 젊은 남자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백연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지훈은 확실히 3번의 경기를 연승하면서, 특히나 직접 허회원까지 참살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로 인해 아무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한지훈 또한 도망가고 싶어도 쉽지는 않았다.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의 대표들 또한 한지훈을 죽을 수 있는 이 절회의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절대로 쉽게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남은 전력들을 모두 안배해. 그리고 우린 조금 있다가 다시 출발할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백연무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을 대처하려면 반드시 온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허회원 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네!”명령을 받든 젊은 남자는 백연무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이내 몸을 돌려 산 아래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지훈 한 명을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어?”이때 숲 속에서 또 누군가 나타났다. 커다란 몸집에 검은색 긴 셔츠를 입고, 얼굴에는 검은 망사까지 두르고 있었다. “무 문주가 웬일로 이렇게까지 한가한 거지? 여기까지 와서 그저 관전을 하려는 거야, 아니면 직접 손을 나서서 번거로움을 해결하려는 거야?”백연무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무적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는 단해룡의 초청을 거절했지만, 한지훈을 죽일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에 마음이 통한 무적천은 절대 놓치고 싶지
“사부님, 그나저나 칠성 대진은 저희 숭산 진산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진법을 고작 한지훈을 상대하려고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사부님의 수법으로도 얼마든지 한지훈을 죽일 수 있지 않습니까?”이때, 젊은 남자가 백연무를 따라 맞은편 산봉우리로 걸어가면서 석연치 않게 물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은, 같은 천왕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천신계의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바로, 누가 진법에 대한 이해가 더 깊고 누가 진법을 잘 운용하는가였다. 백연무는 명산이 든든히 지원해 주고 있고, 무수한 고서적 기록까지 갖고 있었기에 한지훈 앞에서 당연히 거만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백연무의 제자조차도 백연무의 신중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디, 잘 들어. 고수들이 제대로 겨루게 되면 단 한순간만에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어!”“허회원 봐봐. 만약 나랑 맞붙게 됐다면 허회원은 굳이 내가 백 수를 들 필요도 없긴 한데, 그가 어떻게 단 한 수로 한지훈에게 패하게 된걸가?” 백연무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옆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건... 그가 방심한 게 아닐까요?” 그러자 오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방심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놓쳤지. 그건 바로 한지훈이 줄곧 천성대진에 눌려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거야!”“우리가 보기에는 한지훈이 끝에 다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일단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한지훈은 곧 전력을 회복하게 될 거야. 이런 상황에서 허회원은 곧 오성 용급 천왕계 고수를 무시한 셈이지!”“게다가 놈 또한 마찬가지로 진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허회원은 더 이상 아무런 우세도 없는 거야. 그렇게 그가 오만하게 굴다가 바로 죽음을 자초하게 된 거잖아!”“숲속의 호랑이가 사냥하는 걸 목격한 적 있어?”백연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 두 번 정도 본 적 있습니다!” 오디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뒷짐을 지고 있는 한지훈의 맞은편에는, 단해룡과 수백 명의 종문 고수들이 그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단해룡이 일단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화산, 항산, 4대 가문 그리고 수천수만 명의 무종 고수들은 일제히 한지훈에게 공격을 가할 것이다. 한지훈과 단해룡은 숨 죽인 채 서로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오솔길을 따라 두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단해룡은 서서히 보이는 그림자의 정체가 백연무라는 것을 똑똑히 보아내고는, 얼굴의 긴장한 기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무슨 축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이곳에 모이니 정말 시끌벅적하긴 하네!”백연무는 느릿느릿 걸어 들어섰다. “털썩!”곧바로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백연무를 향해 절을 했다. 같은 수좌임에도 불구하고, 백연무의 지위는 결코 허회원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백연무는 5대 명산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비단 그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라, 흉악하고 악랄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게다가 모두들 알다시피, 그는 백 퍼센트의 자신이 없는 한 절대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보아하니 백연무는 오늘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이내 백연무는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제단까지 올라갔다. 뜻밖의 그의 등장에, 대장로의 동공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정말 예상치도 못했다. “선배님!”이내 대장로 또한 백연무를 향해 엎드려 절을 했다. 대장로가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백연무의 지위가 초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라? 너였구나. 그동안 줄곧 무종 사당을 위해 일했다면서. 오늘은 어쩐 일로 이 시끌벅적한 곳까지 찾아온 거야?”백연무는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했다. “선배님, 북양 왕은... 정말 어쩔 수 없이...”“뭐라고? 북양 왕?”대장로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백연무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사실 전에 북양 왕 한지훈과 장 씨 집안, 그리고 화산 제자들 사이에 약간의 갈
“맞습니다! 보십시오, 이 제단 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북양 왕 한 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금 무맹 장로들은, 그동안 맺힌 모든 원한을 여기서 해결해도 된다고 선포까지 했습니다!”“그 말은 즉, 오늘 북양 왕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이내 대장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실 대장로는 백연무가 갑자기 나타난 것에 대해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 틈을 타 그에게 도움을 청해 공정을 따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백연무의 말 한마디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충분히 쫓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도 무사히 자리를 떠날 수 있다. 사실 한지훈의 실력으로 이 난관을 뚫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 절반 이상의 무종 종문이 모두 이곳에 모이게 되어, 대결이 심각하게 번지게 되면 용국 무종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장로는 그런 불상사를 보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는 한지훈이 오늘의 일로 인해 무종과 대척점에 서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이야?”이내 백연무는 고개를 돌려 단해룡을 바라보았다. 단해룡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천성 대진은 백연무를 상대하기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단지 실력으로만 따져도, 단해룡 두 사람이 달려들어도 백연무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선배님, 저 허튼소리 듣지 마세요! 한지훈이 북양 왕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죄 없는 장월동을 죽이고 그 후에 장도령까지 죽였어요!”“게다가 오늘은 장도령의 절친인 구만리까지 죽였습니다. 단지 몇 마디 논쟁만 했을 뿐인데 한지훈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구만리를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이곳은 어디인가요, 상고 시대의 전신인 치우의 제단입니다! 저희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 한지훈으로 인해 이곳이 피로 뒤덮이는 걸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결국 어쩔 수 없이 저희
곧이어 백연무는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한지훈, 어찌 됐든 장 씨 집안은 줄곧 우리 용국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야. 그런데 네가 그런 장 씨 집안사람들을 죽인 건 확실히 잘못한 거야!”“게다가 장도령과 구만리까지 죽인 건, 용납할 수가 없어!”“하지만 내가 이곳까지 온 이상 당연히 이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막을 거야.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만들 거야!”이때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단해룡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단해룡, 너 정말 머리 하나는 잘 굴리는구나! 전신 치우의 제단을 이용하여 한 후배를 사지로 몰아넣어?”“배짱이 아주 크네!”백연무의 말에, 단해룡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백연무가 날 도우러 온 게 아니라고?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도우려 한다면, 오늘 일은 계획대로 끝내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숭산은 줄곧 구석진 곳에서 종래로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지지하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5대 명산과 무종을 향해 입장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선배님, 제발 상황을 직시해 주세요. 구만리가 이놈의 손에 죽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놔뒀다가는...” 단해룡은 씩씩거리면서,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기가 찼다. “너희들 정말 우리 무종의 체면을 제대로 깎는구나. 수천수만 명의 선배라는 놈들이, 각 종파 장로 문주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여서 한 후배를 죽이려 하다니, 너희들은 정말 부끄럽지도 않아!”백연무는 큰 소리로 노발대발하였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두 귀가 윙윙거리는 와중에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대장로는 불안한 마음을 마침내 내려놓았다. 백연무는 과연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여전히 공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네가 사당에 있든 다른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넌 여전히 무종의 일원이야, 맞지?”“무종의 일원인 이상
대장로는 그제야, 뱀이 쥐 무리와 함께 한 배를 타게 된 걸 알게 되었다. 백연무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방금, 한지훈이 몇 명의 고수와 겨룰 때에도 그는 멀리서 모든 걸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이미 한지훈의 모든 수법과 밑판을 간파하였다. 이 상황에 한지훈에게 손을 대면, 그가 전혀 막아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희들...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구나! 어쩐지 우리 무종이 근 몇 년 동안 줄곧 유럽 사람들에게 눌리우고 얻어맞게 되더라니. 너희 같은 배신자들이 있었던 탓에 무종이...”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렸다. “대단한 배짱이네. 네가 무종 대장로면 멋대로 떠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항렬도 신경 안 쓰고 망언을 할 수 있다는 거야?”백연무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몸에서는 살기가 분출되기 시작하더니, 순간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졌다.“항렬? 난 도리여 오늘 누가 감히 북양 왕을 건드리려 하는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 너희들은, 명산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면 국가의 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대로 북양 왕이 암살당하게 된다면, 과연 어느 명산이 용국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고, 어느 종문이 20만 파룡군을 막아낼 수 있을까!” 대장로가 이를 갈며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손을 살짝 흔들며, 대장로더러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는 듯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알다시피, 백연무든 단해룡이든 이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이익을 따지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오직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굴복시키고, 그들이 감히 자신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대장로님께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모두 충분히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필경 무종 대장로시니 어떤 일들은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뽀얗던 그의 얼굴은 갑자기 흐려지게 됐다. 게다가 이마 한구석에서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 “어때,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지?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자기장도 더 이상 소환할 수 없게 된 거 아니야?”백연무는 뒷짐을 진 채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뿐만 아니라 단해룡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물론 단해룡의 힘도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블랙홀에 의해 모든 기운이 한꺼번에 다 뽑힌 듯했다. 단해룡은 더 이상 제자리에 우뚝 설 힘조차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주변에 서있던 실력이 다소 약한 무종 제자들은 이미 연이어 땅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거품까지 뱉기 시작했다. 다만 백연무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4대 가문 중 천왕계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고수들만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원상용은 믿기지 않는 그 기괴한 장면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새 옆에 있던 동방 소조차도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게 되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이게... 이게 바로 칠성대진인 건가?” 그 와중에도 대장로는 이를 악문 채 버티고 쓰러지지 않았으며, 백연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백연무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게 바로 칠성대진이야. 그 누구도 칠성대진의 속박을 벗어날 수는 없어!”“심지어 실력이 강한 자일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될 거야!”“한지훈, 얼른... 얼른 도망가!”이내 대장로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힘껏 밀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이미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백연무의 말대로, 역시나 실력이 강할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순식간에 모든 힘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심지어 오릉군 가시조차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한지훈, 넌 이제 날개가 있다 해도 도망가기 어려울 거야. 어때? 아직도 고집부리고 그 천생 서문을 내놓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