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풍은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며, 손끝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한지훈을 죽이는 것!하지만 이 순간, 한지훈은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체내의 자기장조차 흐트러져 있었다.그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낙청풍의 공격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지훈이 물러날수록 그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숨을 들이쉬는 찰나의 순간, 낙청풍은 이미 한지훈의 코앞까지 접근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도 채 되지 않았다!그때, 낙청풍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며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쉭!”한 줄기 차가운 섬광이 스쳤고, 한지훈은 간신히 낙청풍의 일격을 피하며 다섯 걸음 더 물러섰다!“한지훈, 어떠냐? 전혀 힘을 쓸 수 없지 않나? 우리 낙씨 가문의 독은 아무나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괜히 저항하다간 비참하게 죽게 될 거다!”낙청풍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수법이야말로 더럽기 짝이 없군. 하지만, 아무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는 웬만한 독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한지훈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지금 그는 겨우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상태였다.그나마도 체내의 자기장이 작용하여 일부 독기를 억제해 준 덕이었다.“용급 천왕계? 하, 대단하군 그래! 하지만 난 고작 일성 준천왕일 뿐이지만, 너 따위 하나쯤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말을 끝내자마자, 낙청풍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다시금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쉭!”또다시 번뜩이는 칼끝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청풍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이 중독되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해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육체는 금강석처럼 단단했다.웬만한 칼이나 창으로는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낼 수 없었기에, 한지훈을 죽이려면 오직 목을 베는 방법뿐이었다!한지훈을 죽이든, 아니면 심각하게 부상을 입히든, 어떻게든 그를 무
강우연은 전화기 너머로 초조하게 외쳤다.“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도청전인을 보내 나를 데려가게 해 줘.”한지훈이 힘겹게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보낼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강우연은 급히 도청전인을 불러 말했다.“어르신, 지훈 씨가 뭔가 이상해요. 빨리 공항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 주세요. 절대 다른 일에 휘말리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요!”“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강우연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고는, 제자 두 명을 데리고 신속히 공항으로 향했다.“한지훈 선생님!”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지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빨리! 한지훈 선생님을 차에 태우고, 즉시 돌아간다!”도청전인은 두 명의 제자와 함께 한지훈을 조심스럽게 들어 차에 태운 후, 전속력으로 별장으로 돌아갔다.마침, 이때 유준혁은 팔극수명단을 만들고 있었고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막 별장 안으로 옮겼을 때 곁에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 “어서 유 문주를 모셔 와라! 당장!”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혁과 강우연이 급히 거실로 들어왔다.유준혁은 소파에 누워 있는 한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흠... 이건 보통 독이 아니군. 이런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문파는 단 세 곳뿐입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맥을 짚어 보더니,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한지훈 선생님이 도대체 어떤 독에 중독된 겁니까?!”도청전인이 다급히 물었다.“이건 일종의 지독한 만성 독약입니다. 원래라면 한 달 후에야 발작해야 하지만, 한지훈 선생님의 무공이 강한 탓에 혈류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라졌죠. 결과적으로 독이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퍼져 버린 겁니다!”“하지만, 이 독은 제가 해독할 수 없습니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독을 만든 자이거나, 아니면 약왕파의 황약사뿐입니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고 있으니, 즉시 약왕파에 연락해야 할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알려라! 강우연 부인께서 직접 방문하여 황약사를 뵙기를 청한다고 전하라!”도청전인은 엄중한 표정으로 지시했다.문을 지키던 약왕파의 제자 두 명은 놀란 표정으로 강우연을 몇 번 훑어보더니, 그중 한 명이 재빨리 몸을 돌려 안쪽으로 달려갔다.“보… 보고합니다! 강... 강우연이 왔습니다!”그 제자는 숨을 헐떡이며 대청으로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이때 황약사는 대장로를 비롯한 고위층들과 함께, 향후 어떻게 한지훈을 방심하게 하여 약왕파의 세력을 키울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그러나 제자의 외침을 듣자, 모두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뭐라고? 강우연이 왔다고?”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네! 그리고 조금 전에 저희 약초를 가져갔던 도청이라는 노인도 함께 왔습니다! 그들이 문주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오호? 강우연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고?”황약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문주님, 어떻게 할까요?”대장로가 고개를 돌려 황약사의 의중을 떠보았다.“들여보내라! 전원 소집해서 강우연 부인을 정중히 맞이한다!”황약사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네!”제자는 급히 대청을 나가 지시에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약왕파의 거대한 정문이 좌우로 열렸다.황약사는 직접 일곱 명의 대장로와 문하 제자들을 이끌고 문 앞에 나와 강우연을 맞이했다.“약왕파의 문주, 황약사가 강우연 부인을 뵈옵니다!”황약사는 강우연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예를 갖추었다.“황 문주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과거의 일들은 뒤로하고, 황문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드리러 왔습니다!”강우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디 안으로 들어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황약사는 안으로 청하는 손짓을 취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지훈 씨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황 문주님뿐입니다. 황 문주
“좋습니다! 부인께서 이처럼 저를 믿어 주시니, 제가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여봐라, 차를 준비하라!”황약사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한 끝에,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설령 한지훈이 정말로 중독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를 구해 준다면 한지훈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그렇게 되면 오히려 한지훈과 강우연의 의심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 문주님,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강우연이 황약사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진심으로 부인과 한지훈 선생님과의 친분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지훈 선생님이 위기에 처했다면, 저 또한 온 힘을 다해 돕는 것이 마땅하지요!”황약사는 그렇게 말하며 강우연에게 안으로 들라는 손짓을 보냈고, 곧바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강우연과 도청전인 역시 지체할 틈이 없었고, 즉시 황약사를 데리고 한지훈이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이때, 유준혁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방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소파에 누운 한지훈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겉보기에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이미 선혈이 맺혀 있었다.이는 곧 독이 상당히 깊숙이 퍼졌다는 뜻이었다.만약 곧바로 해독하지 못한다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지경이었다.“부인!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황약...”유준혁은 강우연의 뒤에 서 있는 황약사를 보자, 하려던 말을 멈추고 급히 몸을 숙였다.“황 문주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황약사는 유준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지훈이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한지훈 선생님께서 언제 중독된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황약사가 묻자, 도청전인과 강우연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자면, 한지훈 선생님께서 걸린 독은 느리게 퍼지는 만성 독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군가와 격전을 벌였기에, 독이 급격히 퍼진 것이지요. 지금 이 상태로는 저조차 손을 쓰기 힘든 상황입니다!”황약사는 미
도청전인은 처방전을 집어 들고 황급히 문밖으로 뛰어나갔다.“빨리! 어서 차를 출발시켜라! 즉시 약왕파로 가야 한다!”천검종의 몇몇 제자들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차를 출발시키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약왕파를 향해 달려갔다.도청전인이 떠난 후, 황 문주는 몇 개의 은침을 꺼내 한지훈의 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황 문주님, 제 남편의 상태가… 많이 위중한가요?”강우연은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한지훈의 손을 꼭 잡고 물었다.“하아… 부인, 사실 한 선생님께서 이렇게 깊이 중독된 것은 그 자신과도 큰 관련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그의 몸 안에 아주 기이한 힘이 존재하는데, 이 힘이 끊임없이 혈액의 흐름을 가속하고 있습니다!”“또 한 가지는, 그가 독에 중독되기 전 분명 오랜 산길을 걸어 입이 마를 정도로 갈증이 심한 상태였을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또 누군가와 교전을 벌였으니,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독의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 것이지요!”“솔직히 말해, 제게는 여섯 할 정도의 확신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설령 한 할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황약사는 소파 위에 누워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역시 한지훈이 죽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그가 죽을 때가 아니었다.약왕파에서 막 단약을 헌상했는데, 한지훈이 갑자기 이유 없이 죽어버린다면 결국 약왕파는 팔극속명단의 조제법만 헛되이 잃는 꼴이 된다.그뿐만 아니라, 한지훈의 체내에는 무형의 힘이 존재하는 듯했다. 그 힘이 그의 신체 기능을 좌우하고 있으며, 혈류마저도 이 힘의 영향을 받아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게 순환하고 있었다!사실 황약사가 느낀 이 힘은 바로 한지훈의 체내에서 생성된 자기장이었다.이러한 자기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황약사의 말을 들은 강우연은 끝내 슬픔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이 연달아 떨어졌다.“부인, 아
이내 도청전인은 급히 대장로를 데리고는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대장로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품에서 대나무 통 하나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대나무 통을 한지훈의 입에 갖다 대고서는, 천천히 탕약을 그의 입에 넣었다. “대장로 님, 이 약을 먹고 나서 얼마나 지나야 한 선생이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도청전인이 상냥하게 물었다. 그러자 대장로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저도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저 또한 감히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게다가 문주께서는, 그 누구도 한 선생의 병세를 함부로 의논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까지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쫓아낼 거라요! 그러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대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을 떠났다. “사모님, 황 약사가 아직 떠나지 않은 이상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 있을 겁니다!”이때 옆에 서있던 유준혁도 작은 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물론 강우연은 도청전인과 유준혁 모두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겨우 눈물을 참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손을 살짝 흔들고는,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로비로 돌아온 도청전인과 유준혁은, 마침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는 황약사와 대장로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황 문주 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한 선생님의 상황은 대체 어떤가요?”황약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한 선생은 심한 중독에 빠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유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제가 평생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그 이유는, 독이 기절음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안색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독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만약 오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로비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황 약사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우연이 갑자기 급하게 뛰어내렸다. “큰일 났어요, 지훈 씨... 지훈 씨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강우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에 황 약사는 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한편 한지훈은 검은색의 피를 크게 토하고 있었다. 그제야 황약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색의 피를 토해내면 한 선생은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이내 황약사는 은침 두 개를 꺼내 한지훈의 큰 혈 두 곳에 힘껏 찔렀다. “푸!”황약사의 은침이 한지훈의 혈도를 찌르자마자, 한지훈은 큰 피를 뿜어냈다. 강우연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과 황약사를 번갈아보았고, 유준혁조차도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검은 피를 토하고 나서야 한지훈의 상황은 많이 안정되었다. 강우연은 고개를 숙인 채 병상의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한지훈의 얼굴색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보!”그제야 강우연은 급히 병상 앞으로 다가와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주위 사람들을 흘깃 보았다. “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방금 깨어난 한지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있었다. “한 선생께선 중독되셨습니다. 지금 누워계신 건 당신의 침실이고요. 비록 독이 풀리긴 했지만, 너무 깊게 중독됐었기에 한동안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황약사는 한지훈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한지훈은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황 문주 님 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황약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약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한 선생의 실력이 매우 높긴 하지만, 무종 특히는 약종에서는 독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너무나
“낙천우? 낙씨 집안사람이 찾아왔다고요?”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장 만나! 대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한번 지켜봐야겠어!”한지훈은 무기력하게 강우연을 향해 말했다. 사실 도청 전인이 이 자리에 있는 한, 낙씨 집안사람들은 큰 일을 일으킬 수 없었다. “좋아요!”그 말에 강우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청 전인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낙천우더러 거실에서 저를 기다리라고 하세요!”“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할 무렵, 스물 다섯 정도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무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강우연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서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당신이 바로 강우연이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한지훈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거야. 게다가 반쪽 발은 이미 저승길 문턱에 들어섰겠지!”“너!”강우연은 낙천우가 이렇게까지 도발적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연기를 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너희 낙씨 집안사람이 내 남편한테 독을 먹인 거지?”강우연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에이, 그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나한테는 치료제가 있어! 만약 날이 밝기 전에 한지훈에게 먹인다면, 아마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약 시간이 지체된다면, 그때는 속수무책이 될 거야!”낙천우는 강우연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히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이고 직접 집까지 찾아오다니, 담이 아주 크구나!” 도청 전인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낙천우는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도청 전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왜, 너 나랑 싸우고 싶은 거야? 우리 낙씨 집안의 유일무이한 해독제가 아니라면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한지훈은 저승길에 오르게 될 거야!”“그리고 눈치라도 있다면 당장 팔극연명단방을 내놓아. 그렇지 않으면 해독제를 얻을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