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강우연이 떠날 준비를 했다. 한지훈은 그녀를 회사에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돌아온 그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로 마음먹었다.요 며칠 아이가 놀이공원을 부르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한 한지훈은 아이를 데리고 오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화려한 놀이공원을 쭉 훑어본 아이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아이가 한지훈의 볼에 뽀뽀했다."아빠,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아이의 오뚝한 코를 툭 건드린 한지훈이 말했다."가자, 아빠랑 신나게 놀아야지!""와아-"한고운이 잔뜩 신나서 작은 손을 파닥거렸다.두 사람은 곧 인파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한 시간 뒤, 두 사람은 휴식 구역에 들어섰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한지훈이 말했다."고운아,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야 해?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 올게."아이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귀여운 토끼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옅게 미소 지은 한지훈은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에게 잠시 아이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 뒤 편의점에 들어갔다.바로 이때, 손에 문신을 새긴 젊은 남성 두 명이 두리번거리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다짜고짜 아이를 번쩍 안아 든 두 사람은 재빨리 도망쳤다.기겁한 한고운은 힘껏 소리치며 반항했다."아빠! 아빠!"지켜보던 아주머니도 혼비백산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아이가... 아이가 유괴됐어요!"그 소리를 들은 한지훈은 아이스크림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아주머니가 절박하게 외쳤다."검은 옷을 입고 선캡을 쓴 남자 두 명이 당신의 아이를 데려갔어요! 손에는 문신도 있었고요..."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한지훈이 씨근덕거렸다. 남자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지만 사람들이 하도 많아 작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이를 유괴한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람들 틈에 숨어들 수 있었다.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한지훈이 용일에게 전화를 걸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당장 도시를 봉쇄하라고 한민학에게 전달해. 누군가
급히 회의실에서 벗어난 한민학이 도지천에게 명령했다."송 청장에게 연락해. 경찰청 모든 사람들을 동원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사령관님의 따님을 무사히 구출하라고.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거야. 모가지 지키고 싶으면 똑바로 처리해.""네! 알겠습니다. 당장 송 청장에게 연락하겠습니다."도지천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달았다.감히 대놓고 북양구 총사령관의 딸을 납치하다니. 이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틀림없었다.배후 세력이 누구든, 총사령관의 분노를 피해 갈 순 없을 것이다.자그마치 북양구의 총사령관이었다.청색 무늬 전포를 펄럭이며 8개국을 물리친 사나이였다. 백만 대군도 그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런 분의 딸이 오군에서 납치되다니, 이건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대사건이었다.도지천이 재빨리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송호문도 회의에 참석한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군 주군 본부의 도 참모에게 전화가 걸려 오자 송호문은 몹시도 의아했다."오랜만입니다, 도 참모. 무슨 일입니까?"송호문이 허허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도지천의 조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송 청장, 큰일 났습니다. 북양구 총사령관의 딸이 놀이공원에서 납치당했다 합니다. 현재 그분께서 모든 인원을 동원해 도시를 봉쇄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고요. 한민학 군단장도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아울러 각 구역의 경찰들도 모두 동원하라는 뜻도 밝히셨고요. 한시라도 빨리 그분의 따님을 안전하게 구출해야 할 겁니다!""뭐라고요? 총사령관님의 따님이 납치당했다고요?"도지천의 말을 들은 송호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떨리는 손을 들어 간신히 식은땀을 닦아냈다.금조그룹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 금조그룹은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었다.송호문이 각 구역 경찰서장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전부 집합시켜. 오군 주군 본부의 도시 봉쇄 작전에 적극 협조한다!""도시 봉쇄라고요? 청장님, 진심입니까? 오군 주군 본부
사람들은 황망함을 감추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송호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들 알아? 멍청하게 서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당장 장비 챙기고,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사살해. 그리고 이글 대테러 부대에도 연락 넣어. 가능한 모든 인원을 동원해 요주 인물들을 감시하라고. 특히 조폭 세력들과 운영 업소들을 모두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거야. 그놈들이 얼마나 배짱을 부리든 상관없어, 반항하는 놈들은 즉시 체포해!""네!"송호문의 비서는 바로 대테러 부대 대장, 주홍학에게 연락했다.명령을 받은 주홍학이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겠습니다."검은색 작전복을 입은 주홍학이 즉시 경보를 울렸다.마찬가지로 검은색 작전복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 군용 고글을 장착한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집합했다. 선두에 선 주홍학이 총을 정비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부하들을 훑은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원 출발한다!"곧이어 몇백 명의 무장군인을 실은 수십 대의 장갑차가 재빨리 현장으로 출동했다. 같은 시각, 오군 주군 본부 한민학이 단상에 올랐다. 군장을 갖춘 그의 가슴팍에 황금색 배지가 번쩍였다.단상 아래 녹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본 그가 장엄한 목소리로 선포했다."지금부터 다른 도시로 통하는 모든 출구를 봉쇄한다! 공항, 항구, 버스터미널, 기차역, 고속도로까지 모조리 봉쇄하고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자가 있으면 즉시 체포한다!""예!"군인들의 함성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차례대로 군용 지프차와 군용 수송 트럭에 오른 군인들이 공항, 항구, 버스터미널, 고속도로 등 저마다 배정된 곳으로 향했다. 군부대의 살벌한 동향은 곧바로 민간인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러나 연합 훈련일 뿐이라고 상부에서 일축했기에 다들 크게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동시에 송호문의 지시를 받은 오군의 각 경찰서에서도 대량의 인원을 파견해 도시를 통제하기
얼핏 보아도 대단한 거물들이었다. 이들이 한번 발을 내딜 때마다 오군 전체가 들썩거렸다.한낱 놀이공원 사장일 뿐인 그로서는 실로 기함할 일이었다. 온몸이 벌벌 떨려왔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러나 그가 겁에 질린 원인은 따로 있었다. 평소에도 얼굴 한번 뵙기 힘든 대단하신 분들이 글쎄 공손한 자세로 서서 맨 앞의 젊은 남성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성은 온몸으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그 사람이 뿜어대는 소름 돋는 기운만으로도 회의실이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바로 한지훈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간 고해원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이 놀이공원의 사장입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고해원은 무척 겁에 질려 있었다.오는 길에 여자아이 하나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참이었다. 보통 이런 유괴사건은 경찰이 맡아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오군 주군 본부의 군인들을 비롯하여 경찰들, 대테러 부대 대원들까지 총동원되었다.더욱 놀라운 건 이미 도시 봉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비록 대외적으로는 긴급 훈련이라고 통보했으나, 고해원은 이 일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유괴된 여자아이는 분명 대단한 신분을 갖고 있을 터였다.눈앞의 남자도 그들에게 있어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존재였다.미간을 한껏 찌푸린 한지훈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이 놀이공원은 우리 통제를 받게 될 거다. 내 딸을 찾기 전까지 놀이공원 운영은 무기한 중단된다. 또한 지금 당장 놀이공원의 모든 직원을 소집해. 그 사람들에게 물을 것이 있으니.""예... 예예,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침음을 삼킨 고해원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재빨리 대답했다. 그의 시야에 담긴 거라곤 남성이 신은 스니커즈가 전부였다.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고해원이 직원들에게 문자를 남겼다."모두 지금 당장 로비에 집합해! 지금
흠칫 몸을 떤 고해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잘 알겠습니다, 송 청장님!"십 분 뒤, 회의실로 다시 돌아온 송호문이 한지훈에게 보고했다."총사령관님, 조사 결과 확실히 그 두 사람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놀이공원에 꽤 자주 출몰했는데 사람들에게 자주 '보호' 목적의 비용을 갈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눈매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누구의 지시를 받은 거지?"송호문이 고개를 저었다."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알아내. 누구인지, 어떤 세력인지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한지훈이 치솟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노호했다.같은 시각, 오군 서부의 버려진 공업단지.울퉁불퉁한 도로와 황량한 들풀이 무성한 언덕을 질주하던 검은색 봉고차가 마침내 한 폐업한 자동차 정비 공장 입구에 멈춰 섰다.그 뒤로 뽀얀 먼지가 일었다.차 문이 드르륵 열리고, 검은 외투를 입은 두 젊은이가 뛰어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두 사람이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았다.다시 차 안으로 들어간 한 사람이 손발이 묶인 한고운을 둘러메고 나왔다.아이는 내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엉엉 울었다.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아이가 눈앞의 유괴범을 바라보았다. 한고운이 겁을 잔뜩 집어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전 나쁜 짓 안했어요... 제발 저 좀 풀어주세요. 아빠가.. 흑흑 아빠도 절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제발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철썩, 한고운의 뺨을 호되게 내려친 한 사람이 윽박질렀다."닥쳐! 한 번만 더 징징거리면 혀를 잘라버릴 줄 알아! 풀어달라고? 흥, 좀만 더 기다려. 곧 너의 아빠까지 잡아 올 테니까. 나란히 파묻힐 준비나 해."그 말을 들은 한고운은 혼비백산하며 간신히 울음을 삼켰다.그 뒤, 아이는 공장 안의 작고 어두운 방에 던져졌다. 다행히 묶인 손발은 풀린 상태였다.방 안에는 온통 버려진 자동차 부품이 가득했다. 오래 방치되어 곰팡이가 잔뜩 핀 방안에 끔찍한 악취가 진동했다.구석
거대한 몸집의 그 들개는 핏대를 세우며 입을 크게 벌리고 한고운을 덮쳤다.한고운의 처참하고 두려운 비명 속에 챙그랑거리는 쇳소리가 창고 전체에 울려 퍼졌다.들개의 목에는 쇠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뒤에는 긴 쇠사슬이 쇠기둥에 묶여있었다.들개는 핏대를 세우며 입을 크게 벌리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냈다. 한고운과 고작 주먹 하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한고운은 너무 놀라 몸이 둥그렇게 말리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아빠, 아빠...... 빨리 와서 나 구해줘, 구해줘......”불쌍하게도 들개에 놀라 그대로 힘없이 기절한 헌고운은, 몸이 쓰러지면서 중얼거렸다.들개는 낮은 울음소리를 멈추고,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한고운을 보고는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가, 천천히 몸을 뉘어, 앞발을 핥았다.알고 보니 앞발에 핏자국이 있고, 상처를 입었던 것이였다. 사람이 한 짓 같았다.한참 뒤, 한고운이 눈을 떠 놀라 일어나 앉았다. 다리를 뻗고 구석에 기대 큰 눈으로 멀리 엎드려 있는 들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들개는 관심도 없다는 듯 한고운을 한번 흘끗 보고는 그대로 누워있었다.한고운은 잠시 지켜보더니, 용기를 내 천천히 들개 앞으로 걸어갔다......들개는 경계하는 눈으로 한고운을 바라보았다. 한고운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대로 고개를 숙여 턱을 괴고 바닥에 엎드렸다.한고운은 한 발짝 한 발짝 들개의 옆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작고 여린 손을 내밀더니, 들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멍멍아, 무서워하지 마!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가 와서 너도 나랑 같이 구해줄 거야. 우리 아빠 완전 대단해. 혼자서 다 이길 수 있어.”들개는 마치 한고운이 쓰다듬어 주는 것을 즐기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한고운의 작은 손을 핥으며 낑낑거렸다.한고운은 들개가 손을 핥자 살짝 웃었다. 그녀는 들개의 앞발에 있는 상처를 보고 자기 치마에 있던 끈을 풀어 세심하게 발을 묶으며 말했다. “이건 엄마가 가르쳐 준
한고운은 한쪽으로 숨어 들개가 맞고 바닥에 쓰러져 울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입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녀는 을며 달려들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육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말했다. “오빠, 때리지 마세요, 제발요. 이러다 죽겠어요. 흑흑......”퍽!육재는 그대로 한고운을 걷어찼다. 그의 발은 그대로 한고운의 복부에 꽂혔다. 한고운은 배가 너무 아파 바닥으로 쓰러진채,,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피가 흥건한 들개를 보고 있었다.“제기랄! 이 년이 고작 들개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 빌어? 그럼,이 몸이 지금 당장 때려주지!”육재는 몸을 돌려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고운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손에는 피 묻은 야구 방망이가 들려있었다.한고운은 놀라 온몸을 떨며,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구석에 몰렸다. 꼬질꼬질한 작은 얼굴은 눈물로 범벅되었고,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거대한 육재를 보니, 마치 악마 같았다.“흑흑,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저희 아빠 무서운 사람이에요. 아빠가 꼭 구하러 와서 혼내줄거예요......” 한고운은 울면서 말했다.육재는 차갑게 웃고는 말했다. “네 아빠는 상갓집 개야! 널 구해? 꿈도 꾸지 마! 넌 산속으로 팔려 가서 시집살이할 생각이나 해!”육재는 손에 있던 야구 방망이를 들어 한고운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방망이를 내리치면 한고운은 머리를 다쳐 바보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개 짖는 소리와 함께, 피로 뒤덮여 바닥에 쓰러져 있던 들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입을 크게 벌리고 육재의 등을 덮쳤다. 날카로운 이빨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던 팔을 매섭게 물어뜯었다.“아아아! 이 짐승 새끼가! 감히 내 팔을 물어?”육재는 들개에게 팔뚝을 물려 순식간에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들개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 들개는 그의 팔뚝을 물고 절대 놓지 않았다.“죽여버릴 거야!” 육재는 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개를 한 번 또
탕!이 절체절명의 순간, 총소리와 총알 한 발이 틈을 놓치지 않고, 육재의 팔을 관통해, 대량의 혈흔을 남겼다.“아! 내 손! 내 손!”육재가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쇠막대도 떨어뜨렸다.그가 겁에 질린 얼굴로 앞을 보니, 수많은 군용차,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을 반짝이는 경찰차, 검은색으로 무장한 방폭 장갑차가 자신의 앞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타다닷!순간, 차에서 뛰어내린 완전 무장을 한 전투 인원들이 빠르게 현장을 둘러쌌고, 육재와 다른 남자 한 명을 포위해, 모든 총구가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육재와 남자의 몸에는 온통 선명한 빨간 점들로 가득했다.그들이 허튼짓하면 바로 사격할 것이었다.육재와 남자는 평생 겪지 못 할 일이었을 것이고, 놀라서 다리가 풀려 쿵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 저희는 명령에 따르는 것뿐입니다......”육재가 울부짖었다.이때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사람이 사람들 뒤에서 걸어 나왔다. 한지훈은 상처와 핏자국으로 가득한 한고운을 보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찼고, 온몸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그가 달려가 한고운을 안아 들고, 다정하게 말했다. “고운아, 미안해. 아빠가 너무 늦었어. 어디 다친 덴 없어?”한고운은 한지훈의 품속에 파고들어 울면서 말했다. “아빠, 멍멍이가 죽었어. 멍멍이가 저 사람들한테 맞아서 죽었어......”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아빠가 고운 이랑 멍멍이 대신 혼내줄게!”말을 마치자, 한지훈은 한고운을 안아 들어 동행한 의료진에게 안겨주었다.그리고 난 뒤, 그의 온몸에서 느껴지던 살기를 표출했다.몸을 돌려 아수라 백작 같은 두 눈으로 바닥에 꿇어앉아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부여잡고 있는 육재를 노려보았다.퍽!그가 발길질하자 육재의 무거운 몸은 그대로 날아가 폐차 위에 떨어진 뒤, 다시 땅으로 쓰러졌다.발길질 한 번으로 육재는 갈비뼈가 부러져 땅에 쓰러진 채, 한 쪽 팔로 자기 복부를 감쌌다. 피를 토해내며, 겁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