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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5화

Author: 봄가을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동방설령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이 묻자, 동방설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장령풍이요. 자기가 자소화를 빼앗겼다며 억울해하더군요. 거기다 오현림 일행은 워낙 눈에 띄어서요, 관심을 끌지 않는 게 오히려 더 힘들 정도였습니다.”

“용국에서 오현림 일행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선생님 외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계속 뒤를 밟았죠.”

“한 선생님, 예전에 당신은……”

불과 몇 년 사이였지만, 한지훈은 예전의 그 강압적이고 단호하던 사내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심지어 오현림 같은 인간이 눈앞에서 떠들어대는데도, 한지훈은 참아내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예전 역외 강자와의 일전에서 한지훈 역시 중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동방설령은 한지훈에게서 예전처럼 넘치는 강자의 기운을 더는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한지훈은 은거를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었고, 그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경계심을 일으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용국을 위해 모든 걸 바쳤고, 그 대가로 이렇게까지 몰락한 걸 생각하니 동방설령은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게도 결국은 막이 드리워지는 법이다.

그 시절, 한지훈은 얼마나 당당했던가!

홀로 오륙을 누르고, 각국을 제압하며 피로 대지를 물들여 용국의 이름을 되찾았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산성이라는 작은 도시에 숨어 한 옥기점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니……

동방설령의 마음속엔 복수의 쾌감 따위는 없었고, 그저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만이 남았다.

잠시 침묵하던 동방설령은 명함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

“한 선생님,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다시 누군가 감히 무례를 저지른다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한지훈은 명함을 흘끗 보고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어.”

“한 선생님, 지금은 비록 사대 가문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오현림 같은 자를 제압하기엔 충분해요.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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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3097화

    이때, 위영아는 이미 위씨 가문으로 돌아와 있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곧장 안채로 달려가 위국도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아버지,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어요!”그리곤 곧장 용월과 용형이 돌파한 사실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위국도의 미간은 오히려 더 깊게 찌푸려졌다.“아버지, 지금 당장 사람들을 데려가서 그 셋을 모두 붙잡아 죄를 물을게요!”이건 결코 위영아가 한지훈을 두려워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고, 그저 당시 그녀 곁엔 천현이 없었기 때문이다.평소에는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위영아였지만, 세속의 무지한 족속들과는 다른 인물이었다.절대 강자가 함께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한지훈을 자극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고, 조금의 실수라도 생기면 위씨 가문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어리석구나!”위국도는 급히 위영아를 막아섰다.“너는 방금 그들에게 속을 뻔했어!”뭐라고?!위영아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바라보았다.“아버지, 저…… 저 뭐가 잘못된 거예요? 아버지께서 찾고 계시던 성역에서 돌파한 자가 바로 그들이잖아요!”“하… 너 정말, 아무런 배경도, 의지할 세력도 없는 자가, 두 명을 동시에 반보 인왕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거냐?”“물론 성역 안에서 반보 인왕쯤은 특별할 것도 없지만, 천신계에서 반보 인왕으로 간다는 건 말 그대로 환골탈태다!”“우리 위씨 가문이라고 해도, 그런 걸 삼십여 시간 안에 가능하게 하진 못해!”이 말을 하며 위국도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다행히 위영아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랬다면 부녀는 다시는 얼굴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아버지, 그럼 그 말씀은…”“그 두 사람…… 아니, 한지훈의 배경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세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대명산에서 몰래 길러낸 인물일 수도 있지!”위국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뭐라고요?!”위영아는 깜짝 놀라 얼이 빠질 정도였다.하지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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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영아가 말했던 것처럼 한지훈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일 뿐이었고, 한 사람이 가진 시간과 정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한지훈이 직접 신룡전의 모든 병사들에게 자신의 깨달음과 경험을 전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래서 그는 지금처럼, 용형, 용월, 그리고 용운 같은 핵심 인재들에게 우선적으로 전수해, 그들이 전체 병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게 해야 했다.그리고 한지훈의 지도를 받은 이후, 그들의 성장 속도는 초 단위로 계산할 수 있을 정도였다!“사실, 그 소위 세자들이라 해도,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그들 뒤에 가문과 자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장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걸로 우열을 따지지 않는다. 실전이야말로 진정한 실력과 수준이다.”“사실 너희와 그 세자들 사이의 차이는, 실력보단... 경험의 차이다.”한지훈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뭐라고?!용형과 용월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한지훈의 이 말에는 분명 그 너머에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용왕님, 지금 말씀이시라면... 저희가 세자들을 이길 수도 있다는 건가요?!”용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세자라면 그야말로 하늘 위의 존재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둘째치고, 이청도만으로도 그들 같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경지나 실력뿐 아니라, 그가 내뿜는 위압감만으로도 상대를 짓눌러 버릴 수 있는 자였다.“세자를 이기는 것뿐 아니라 오륙의 기운도 너희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한지훈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온하게 말했지만, 그 말은 용형과 용월에게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그들더러 여러 세자의 포위를 뚫고 오륙의 기운을 얻도록 하라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경지로만 보면 지금 그들은 반보 인왕계에 불과했고, 심지어 인왕계도 도달하지 못했다! “용왕님, 설마... 저희더러 그 세자들과 경쟁하라는 말씀이십니까...?!”용형은 이미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한지훈의 말이 현실이 되자 이마에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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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3093화

    그리고 그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단순히 강력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 묘하고도 오묘한 느낌이었다!특히 용형은 수많은 전장을 누빈 전장의 살신 답게 반보 인왕계에 발을 들인 지금, 그 존재감은 더욱 위엄 있게 되었다! 그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주변엔 천둥 같은 울림이 터져 나왔다!용월과 용형의 완전히 달라진 기세에, 위영아조차도 잠시 말을 잊고 얼어붙고 말았다.“당신들... 설마, 돌파한 겁니까?!”그녀는 입을 떡 벌린 채, 두 사람이 몸에서 풍기는 기운을 똑똑히 느꼈다.이건 분명 반보 인왕계 고유의 위압감이었다!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지난 건가?이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0시간 조금 넘었을 뿐이다!불과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 두 사람이 아직 사성 천신계에 머물고 있다는 걸 분명히 봤다!그런데 고작 30여 시간 만에 반보 인왕계를 돌파했다고?이건 위씨 가문조차 자원을 다 퍼부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들이 바로 눈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그녀는 도저히 이 일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더구나 이 둘의 나이를 생각하면, 위씨 가문에서 전력을 다해 밀어줘도 최소 3년은 걸렸을 텐데 그걸 단 하룻밤 만에 이뤄냈다고?!하지만 위영아도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고, 순간의 놀라움을 딛고 곧 평정을 되찾았다.게다가 최근 며칠 동안, 위씨 가문은 성역에서 극적으로 돌파한 수련자를 찾고 있었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들이 바로 그 인물들이 분명했다!“위씨 가문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뭐죠?”용형은 차가운 눈빛으로 위영아를 내려다보며 거침없이 물었다.그러자 위영아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도 못 했네요, 한 선생님께 이토록 하늘을 뒤흔드는 능력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겨우 반보 인왕일 뿐이잖아요.”“우리 위씨 가문에서였다면, 십 년! 십 년이면 당신들은 인왕계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그깟 반보 인왕, 대수롭지 않아요.”그녀는 한지훈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 용왕사위   제3092화

    “매몰...?”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위영아를 바라보았다.“한 선생님, 사실 선생님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세속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너무도 한정적이에요. 아니었다면, 그들이 아직도 천신계에서 머무르고 있을 리가 없죠.”“만약 그들을 우리 위씨 가문에 들이면, 그 즉시 막대한 자원과 고대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비밀 진법까지 전수받을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은 세속에선 그야말로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보물들이죠.”“하지만 우리 위씨 가문에선 그런 자원들, 그저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예요. 물론 저희 가문이 오대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고, 오륙의 십대 가문이나 역외의 초강대 세력에는 미치지 못하죠. 하지만, 최소한 세속보단 수백 배는 강해요!”“게다가 세속에서 그들이 실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뿐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선생님의 무공조차 크게 기대하진 않아요.”위영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카롭게 말했다.한지훈의 뛰어난 실력과 성역에서의 소문을 그녀도 익히 들었지만, 자세히 파보니 그는 오대 명산의 제자도 아니고, 대가문의 자제도 아니었다.그런 사람에게 무슨 장래가 있단 말인가?무도의 길에서는 결국 명산과 대가문을 등에 업어야만 천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는 예로부터 깨지지 않는 철칙이었다.첫째로, 자원의 측면에서 볼 때 오대 명산과 각 대가문은 수천 년에 걸쳐 어마어마한 자산을 쌓아왔고, 세속의 그 어떤 인물도 이에 견줄 수 없었다. 둘째로, 대부분의 진법은 바로 그 명산과 대가문에서 전해 내려온 것들이며, 일반인에게는 그 문조차 열리지 않는다.진법의 도움 없이 올라간 경지란, 그저 보여주기식 허세에 불과하다. 마치 힘만 센 황소가 유려한 검무를 구사하는 투우사 앞에서 놀아나는 것과 같다.한지훈이 조용히 커피를 저으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위영아는 그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한 선생님, 사실 저는 선생님께서 어디에서 이 두 명의 좋은 인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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