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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6화

Author: 봄가을
한지훈은 차를 음미하며 담담히 말했다.

“오? 대체 어떤 인물들이 오시는데?”

“아미산 천도원의 원장 곽장봉, 그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홀몸으로 부상의 삼대 고수를 상대한 전설급 인물이야!”

“그리고 칠십 년 전, 홀몸으로 부상 황궁에 뛰어들어 적들을 도륙한 숭산 백검원의 원장 추망해!”

“또, 곤륜산 예충기 선배의 손제자 조천화! 그는 오십 년 전 이미 천신의 경지에 도달했고, 지금은 숭산 십 대 공양 중 하나야!”

“그리고 항산, 천산......”

계상아는 단숨에 열 명도 넘는 이름을 줄줄이 읊었고, 그 이름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 많은 이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예충기의 손제자 조천화의 이름이 나왔을 때만 그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을 뿐이다.

만일 예충기가 없었다면, 한지훈은 백룡의 심장을 손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며, 곤륜 뇌해의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충기 부부의 죽음은 지금도 한지훈의 가슴 한구석을 깊게 찌르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 모두는 각기 거대한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어. 세속에서도 수많은 대표자들이 이곳에 올 예정이고, 그중 아무나 골라도 모두 일국을 좌지우지할 인물들이지!”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야. 실력이나 자금력 모두 너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넌 들어보지도 못했을 거야!”

계상아는 차갑게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고, 한지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 이름들을 한지훈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북양왕이라는 이름 앞에 그들이 너무나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조천화조차도, 한지훈이 십수 명의 역외 강자들과 혈투를 벌일 때 그저 멀찍이서 구경만 했던 자다.

비록 용국 전체가 피로 물들 판이라 해도, 그는 결국 나서지 않았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수준의 차이는 분명해졌다.

그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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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903화

    “절대 겁 내지 마. 손도 떨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저 놈들은 한눈에 네 허점을 알아볼 수도 있어!”그러나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계상아의 얼굴빛은 어두워졌다. 수백 명의 무종 각 대종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쏠렸기 때문이다. 다들 한지훈에게로 날카로운 시선을 고정시켰고, 분위기만 보면 당장이라도 한지훈에게 손댈 가능성도 매우 컸다. 어느새 홀 전체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강자들이 한데 모이게 되니, 계씨 어르신조차도 땀방울을 흘리기 시작했다. 젠장! 무종 사람들이 이렇게 대담하게 처음부터 한지훈을 압박하려 할 줄은 몰랐다. 한지훈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고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파악하게 되었다. 이내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왜 그러시는 거죠? 문안 오신 겁니까, 아니면 저한테 위세를 떨치러 오신 겁니까?”그 말에 현장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몇몇 5대 명산 대표들은 순간 멍해졌다. 이렇게도 무서운 기세에, 한지훈이 침착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니? 순간 5대 명산 대표들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과연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소태종 본인이 맞긴 한 건지? 설마 소태종은 정말 역외에서 전혀 다치지도 않았다고? “도련님, 참 농담도 재밌게 하시네요. 저희는 단지 문안하러 온 것뿐입니다!”조천화가 가장 먼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조천화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어? 그래?”조천화는 한지훈이 감히 이런 말투로 자신을 대하려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여,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전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조천화를 향해 도발하는 한지훈의 모습에 계상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상대는 무려 조천화이다. 만약 그가 소태종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벌떡 일어나 한지훈과 한 판 붙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필경 한지훈은 가짜일 뿐이니, 조천화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 용왕사위   제2902화

    눈치 빠르고 영리했던 한지훈은, 계씨 어르신의 말을 듣고는 단번에 5대 명산의 의도를 알아채게 되었다. “그러니까, 오늘 그 사람들은 문안하러 온 척하면서 실제로는 탐문하러 왔다는 거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죠. 그들은 단지 상황을 파악하러 온 겁니다. 만약 소태종의 부상이 심하지 않다면, 정말 단지 문안만 마치고 떠날 수 있습니다!”“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언제든지 한 선생님을 참살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로 그들을 격노시켜서는 안 됩니다!”계씨 어르신이 가장 염려하시는 것은, 한지훈이 소태종처럼 보이려고 무리 중 누군가와 크게 싸우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일단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오늘의 국면은 절대 쉽게 수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계상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전부터 줄곧 너한테 충고했잖아, 너 같은 자질로는 절대 다섯째 삼촌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고!”“그러나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너한테는 이젠 퇴로가 없어. 대결을 앞두고 주눅 들면, 더욱 비참하게 죽게 될 뿐이야!” 그러나 한지훈은 계상아의 말은 듣는 체도 하지 않고 내심 비웃을 뿐이었다. 5대 명산과 무종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한지훈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 무렵, 도청 전인은 천검종 일성 준 천신계 고수 3명을 거느리고는 호텔과 다소 떨어진 다른 한 호텔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용월 또한 5성 천왕계 고수 10여 명을 데리고는 호텔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한지훈 쪽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지게 되면, 이 두 무리는 즉시 사살을 실시할 것이다. 때가 이르면 소태종의 문안을 구실로 온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곳을 떠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고작 아마추어들 뿐인데, 걱정할 필요 없어!”한지훈은 여유롭게 손을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연회장에는

  • 용왕사위   제2901화

    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의 말에 국왕은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한지훈한테 달려 있는 거지. 북양 왕이라는 신분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집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누구를 지키겠다는 거야!”“당장 흑병대에 통지 내려. 이 시간부로 즉각 무종 각 대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엄밀히 감시하고 수시로 보고하라고!”“네!”짧은 대답과 함께 진우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잠깐!”국왕은 갑자기 진우를 불러 세웠다. “이번 일은 절대 왕창평이 알게 해서는 안돼!”“알겠습니다!”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대전을 떠났다. 곧이어 입구에 다다른 진우는,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오른 공적비를 흘깃 보고는 용칠을 향해 말했다. “아이고야! 지금 마침 북양 왕이 없는 틈이잖아. 얼른 뜯어. 좀 잽싸게 움직이라고!”말을 마친 진우는 곧장 천자각을 나섰다. 용칠은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보고는 쓴웃음을 짓더니, 이내 부하들더러 급히 공사 진도를 재촉하라고 분부했다. 한편 그 시각, 산성으로 향하고 있는 차에 올라탄 장령풍은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가장 위쪽에는 바로, 천자각이 한 씨 가문 공적비를 철거하고 있는 현장 생방송이 걸려 있었다. “어라? 드디어 대세가 바뀌려나 보네!”그의 옆에 있던 장 씨 가문 장로는 휴대폰 스크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시작일 뿐이고 아직 한 씨 공관이 남아있어! 이제 곧 한 씨 공관도 주인이 바뀌게 될 거야!” “이젠 용국만이 한지훈을 버리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을 배척하게 될 거야!”“천도 맹약을 어겼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쓰라린 대가를 치러야 하지.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용국 무종만이 한지훈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무종에는 문파가 많고 5대 명산도 각각 자신들만의 속셈이 있어. 그들은 과연 어떻게 이번에 일치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걸까?”그 말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어르신, 그 말 뜻은 지금

  • 용왕사위   제2900화

    그 시각, 대전에서 정무를 처리하고 있던 국왕은 입구에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를 똑똑히 듣게 됐다. 곧이어 진우가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국왕은 그제야 손에 든 종이와 펜을 놓고는 고개를 들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우, 그 문 좀 잘 닫아!”그 말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분명 국왕이 자신의 죄를 물으려는 것이라 확신했다. “네!”비록 기분이 불쾌하긴 했지만, 진우는 티 내지 않고 곧바로 문을 단단히 닫았다. “너도 의외라고 생각하는 거지? 대체 내가 왜 무종의 뜻에 따라 한 씨 가문 공적비를 천자각에서 철거하려고 하는걸가?”잇달아 국왕이 차분하게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진우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부하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폐하,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용국에서의 한지훈의 공로는 매우 크다는 것을! 뿐만 아니라 한 씨 가문 몇 세대 사람들 모두 용국을 위해 몸을 던지고 피를 토해냈었습니다! 만약 이런 한 씨 가문의 공적조차 묘당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 순간 역시 변방을 지키고 있는 모든 수비 장병들은 마음이 식어버리게 될 겁니다!”“특히나 20만 파룡군이라면 더욱 분개할 겁니다! 몇 년 동안 한지훈이 그들을 이끌고는 성을 공격하고 외족의 침입을 막아왔는데, 만약 한지훈의 공적이 폐하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그 말을 들은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의 이 말은 매우 설득력 있었다. 단지 한지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도 했다. “너의 뜻을 내가 어찌 이해하지 못할까?”이내 국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용국의 현재 국면은 매우 기묘한 상황이야. 묘당과 무종 사이에 반드시 유지해야 될 어떤 균형이 생기게 된 거지!”“게다가 묘당의 이익은 반드시 무종의 인정을 받아야 돼. 반대로 무종이 내민 요구에 대해서도 묘당이 무시해서는 안돼! 그렇지 않으면 이 균형이 깨지게 될 테고 때가 되면 용국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거야!”

  • 용왕사위   제2899화

    마침 천산 서검원에서 댓글을 확인하고 있던 낙장생은 차갑게 웃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장 이 여론들을 짓눌러!”그렇게 몇 분도 안 되어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반대 여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쳇! 얼마 전에 이미 누군가가 폭로했잖아? 역외 강자와의 대결 배후에는 광명파 거물이 있었다고. 그건 호천 창세가 홀로 싸운 거지 한지훈과는 전혀 아무런 연관이 없어!”“이런 식으로 명예를 훔쳐가는 자들은, 묘비를 천자각에 세울 자격이 없어!”“현재 우리 용국 국운이 얼마나 높은데! 그가 없으면 역외 강자들이 정말 우리를 어떻게 하기라도 할 것 같아? 설령 당시와 같은 상황이 100번씩은 더 벌어지게 되더라도 절대 한지훈이 나설 일은 아니야!”“맞아, 우리 용국은 다른 건 몰라도 영웅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아!”그렇게 말싸움이 벌어지게 되면서 곧 반대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게 됐다. 한편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여론을 확인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일은 너랑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국가 제사 묘비가 천자각에 있는 이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국왕뿐이야!”“하지만... 한 선생님, 만약 국왕이 사방에서 가해오는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다면...”주림림은 최악의 결과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국왕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지 너랑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명심해, 무종은 영원히 묘당을 대체할 수 없어. 그건 엄연히 그들의 마지노선이야! 우리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고!”한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그의 모습에, 주림림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용경에서 마찬가지로 여론을 확인하고 있던 진우는 단단히 화가 나 얼굴에는 아예 핏기조차 없었고, 분을 이기지 못하고는 자신의 책상을 산산조각 냈다. “젠장! 정말 뻔뻔한 놈들이네!”이내 진우는 문을 박차고 나와, 직접 왕창평의 사무실 문 앞까지 향하여 단번에 방 문을 걷어찼다. “진 총사, 지금 뭐

  • 용왕사위   제2898화

    계상아의 얘기를 들은 계천하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패기와 오만은 별개의 것이다. 지금 한지훈은 패기가 넘친 것이 아닌 그저 오만방자한 놈이었다. 명산 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성질에 익숙해지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물며 그들 중에는 예충기 선생의 후계자도 있었다. 비록 항렬이 좀 낮긴 하지만, 필경 예 씨 어르신의 후손이기에 5대 명산에서도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됐어, 내일 만남회 준비에나 착수하자!”계상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만을 푹 내쉬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분명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한지훈 본인이 그 충고를 듣지 않으려 한 이상, 그 결과는 당연히 그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계상아가 자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림림은 다시 뒤뜰로 돌아왔다. “한 선생님, 선생님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사실 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 의향 있으신가요?”어느새 그녀는 이미 한지훈을 소태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슨 일인데? 말해.”“한 선생님, 곧 용국에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최근에 무종의 몇몇 대종문, 그중에서나 특히나 무신종과 무맹이 용국 한 씨 가문의 국가 제사 묘비를 허물려하고 있어요!”“게다가 여태 한 씨 가문이 용국에 기여한 건 매우 적다고, 용국이 더 이상 한 씨 집안을 구세주처럼 모셔서는 안 된다고 큰소리까지 치고 있어요.”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한 씨 가문의 영령비는 여태 줄곧 천자각에 모셔져 있었다. 한지훈 역시, 한참이 지나서야 한 씨 가문이 여전히 이런 영예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라고? 한 씨 가문 영령비를?“순간 한지훈의 동공은 살짝 흔들렸다. ”네, 한 씨 가문 영령비는 국가 제사 묘비라고 불리기도 하죠! 그 위에는 한지훈 가족의 모든 이름이 적혀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잘 모르실 수도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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