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Author: 봄가을
한편, K대 대학병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

또각또각.

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

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

“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

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

“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

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

“이게 어디에 손을 대!”

짝!

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

“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

“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

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날 죽여? 해봐. 신고든 죽이든 해보라고. 내 말 한 마디면 네 딸 이 병원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아니, S시에 그 어떤 병원도 네 딸 안 받아줄걸? 정말 그러길 바라?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아비도 없이 태어난 더러운 씨, 이참에 그냥 버리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

강우연의 귓가에 울리는 김태우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한편, 병상에 누워 얕은 숨을 몰아쉬던 한고운이 피투성이인 손을 힘겹게 들었다.

“나쁜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놔줘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아저씨 혼내줄 거예요. 우리 아빠... 슈퍼맨이라서... 다 혼내줄 수 있어요...”

김태우에게 머리채와 턱을 붙잡힌 강우연이 겨우 고개를 돌려 훌쩍였다.

“미안해, 고운아.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과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이 김태우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우리 딸 좀 살려줘. 이제 겨우 4살이잖아. 4살... 내 딸만 살려주면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우리 딸 목숨만 살려줘.”

말을 마친 강우연이 바닥에 머리를 내리찧었다.

곧 이마에 붉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으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김태우가 허리를 숙였다.

큰 손으로 눈물과 피로 얼룩진 강우연의 얼굴을 든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결국 이렇게 될 거 왜 그렇게 튕겼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것 봐. 예쁜 얼굴 다 상하고. 나 너무 속상해, 우연아.”

그리고 주머니에서 실크 손수건을 꺼낸 그가 강우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분명 부드러운 손길이었음에도 차가운 그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강우연은 살짝 움찔거릴 뿐, 차마 피할 순 없었다.

이 남자의 말 한 마디에 인생의 전부인 딸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됐다. 10분 줄게. 화장 좀 하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명심해. 지금부터 네 딸의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랄게?”

그리고 음침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어떡하지? 벌써 네가 가지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강우연, 넌 내 거야. 절대 도망칠 수 없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응급실을 나선 김태우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연이가 나와도 의료진들은 들여보내지 마.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더러운 씨까지 받아줄 생각은 없어. 쟤는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한편, 병실에 덩그러니 남은 강우연이 기다시피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한고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강우연이 아이의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운아, 울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엄마, 나 너무 아파. 아빠는...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저런 나쁜 아저씨랑 결혼하면 안 돼...”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질 듯했지만 강우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터져나오는 흐느낌이 들리지 않게 입을 꽉 틀어막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잠깐 나갔다가 들어올게. 자, 엄마 휴대폰. 이게 아빠 번호니까... 아빠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전화해. 알겠지? 우리 고운이 씩씩하니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말을 마친 강우연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파우치에서 꺼낸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있자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딸은 지금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짓인지...’

하지만 또 엄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빨갛게 부운 눈, 그럼에도 아름답고 청초한 얼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짝 두드렸다.

‘정신차려, 강우연.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 전 병실에서 챙긴 과도를 만지작거렸다.

병동을 나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번쩍이는 벤츠가 그녀를 맞이했다.

과도가 든 백을 더 꽉 움켜쥐곤 결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

“출발해.”

시가를 문 김태우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같은 시각, 응급실 앞.

요동치는 바이탈에 응급실로 들어가려는 의료진들의 앞을 부하들이 다시 막아섰다.

“김태우 대표님 명령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니 물러나세요. 괜히 피 보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지금 저 환자 당장 응급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안 그럼 죽는다고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허리춤에 번뜩이는 칼을 보고 있자니 차마 앞으로 다가갈 용기도 나지 않고.

다들 응급실의 작은 창문으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작은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병실에 누워있는 한고운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한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나 너무 아파... 언제 오는 거야? 엄마가... 나쁜 아저씨한테 잡혀갔단 말이야. 나 너무 힘들어... 더는 못 버틸 것 같다고...”

이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부하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로 들어오더니 휴대폰을 그대로 박살내버렸다.

“야, 이딴 장난 안 먹히니까 포기해.”

그리고 한고운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주던 산소마스크까지 떼어내버렸다.

“안 돼... 아빠... 아빠.... 흑흑...”

아빠의 이름만을 부르던 한고운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흐르고... 쌕쌕 힘겹게 쉬던 숨소리마저 점점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했단 말이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고운은 아빠를 부르고 또 불렀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의료진들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버지란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니지... 그 사람이 온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상대가 김태우 대표인데.’

쿠르릉.

그 순간, 병원 건물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지진이라도 난 건가 싶어 사람들이 건물을 뛰쳐나가고 응급실 의료진들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뉴스에서 잠깐씩 봤던 최첨단 전투기가 병원 주차장에 댄 차들을 전부 밀어버리며 강제 착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청룡 무늬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전투기에서 내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병원에 들어섰다.

신룡전 8대 용장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다음 순간, 응급실 문 앞에 선 한지훈의 눈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자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천륜으로 엮여있어서일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저 아이가 내 딸이구나.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창백한 낯빛에 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빠? 아빠 맞아? 슈퍼맨 아빠가... 진짜 와준 거야?”

기적이 일어난 건지, 거의 숨이 멎어가던 한고운이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한지훈을 바라보며 드디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을 때 귀엽게 파이는 보조개, 누가 봐도 한지훈의 딸이었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엄마가 그랬어.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어떻게든 나 보러 올 거라고. 이제 나한테도 아빠가 생긴 거네? 다행이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고운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삐이...”

심전도 기계가 절망적인 소리를 내뿜었다.

“안 돼. 고운아, 정신 좀 차려봐. 안 돼!!”

안타까운 광경에 의료진들도 어느새 오열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빠를 처음 만난 모양인데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거야? 저 어린 게 뭘 잘못했다고...’

“으아아악!”

이성을 잃은 한지훈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단 세 번의 펀치에 뒤로 튕겨져나간 부하들은 그대로 창문을 뚫고 추락했다.

응급실로 달려들어간 한지훈이 딸의 이마를 끝없이 쓰다듬었다.

“고운아, 아빠 왔잖아. 제발 눈 좀 떠봐. 다시 한번 아빠 좀 봐줘. 응? 큭... 푸흡!”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더니 한지훈의 입에서도 시커먼 피가 뿜겨져나왔다.

“안 돼! 고운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무슨 일 있어도 너 살릴 테니까.”

한지훈이 번쩍 아이를 안아든 순간, 김태우의 부하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응급실에 쳐들어왔다.

“너희들 뭐야? 뭔데 우리 도련님이 짜신 판에 깽판을 놔. 야, 다 죽여버려!”

쿠궁!

‘저 자식들이야? 내 딸을 이렇게 만든 게?’

한지훈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터져나왔다.

그 기운에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 정도였다.

“죽여... 저 자식들 전부...”

한지훈의 명령에 신룡전 8대 용장이 뛰어들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부하들은 비명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쓰러진다.

“터벅터벅.”

온몸이 피투성이인 한고운을 안은 한지훈이 응급실을 나서고 그 무서운 살의,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의료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전 내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한지훈이 털썩 주저앉고 입에서는 다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사령관님!”

그를 부축하는 용일의 손을 뿌리친 한지훈이 핏발 선 눈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로 파용군은 S시로 주둔지를 옮긴다. 4대 용존, 호용 고수들 전부 다 불러. 어디에 있든 오늘 안에 전부 S시로 모이라고! 푸흡...!”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잃은 순간에도 한고운을 꼭 안고 있는 모습, 한지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이미 피로 물든 한고운의 옷을 다시 적셨다.

“사령관님!”

...

10분 후, 용일의 연락을 받은 30만 파용군이 완전 무장을 한 채 S시가 있는 동원구로 이동하고,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4대 용존과 호용(護龍) 고수들도 S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꿀벌오소리
와 진짜 초딩이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용왕사위   제3218화

    국왕의 호령이 떨어지자, 용칠이 황급히 한 걸음 나아가 군례를 올리며 외쳤다.“용칠, 명 받들겠습니다!”“방자명은 무리를 선동해 궁문을 포위하고 국왕을 협박했으며, 조정을 어지럽히고 반역을 도모했으니, 용국 율법에 따라 그 죄를 어찌 다스려야 하겠느냐!”이 말이 떨어지자, 무종의 모든 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젊은 국왕이, 설마 정말로 방자명을 죄인으로 삼겠다는 건가?방자명은 무종에서 대장로가 와도 고개를 조아릴 만한 어르신이었는데?!“국왕 폐하! 명을 잠시만 거둬주십시오! 방자명이 무슨 큰 죄가 있단 말입니까!”곁에 있던 다른 노인이 급히 나섰다. 아무리 그들이 강자라 한들, 이곳은 천자각 정문이었으니 감히 어찌 어림군 앞에서 무력을 쓰겠는가.“입으로는 짐에게 이씨 가문과 주씨 가문을 넘기라 해놓고, 짐이 그 청을 받아들여 보증을 요구하니, 거절하는구나. 훗날 혈족이 너희 방씨 가문과 심지어 천도문 전체를 희생하라고 요구하면, 너도 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처럼 기꺼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하지만 방자명은 짐의 말을 농담쯤으로 여겼다. 짐은 국정을 돌보느라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방자명은 무리를 이끌고 천자각을 어지럽혀 정사를 방해했다. 이는 바로 조강을 어지럽힌 죄에 해당한다!”“게다가 무종의 문인 천 명을 끌고 천자각을 포위했으며, 이는 무리 지어 황위를 협박한 대역죄다!”“이런 자는 죽어 마땅하지 않느냐!”국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모두 이치에 근거했으며, 그의 모든 말은 무종의 사람들로 하여금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저희는… 그저… 그저 대의를 위해 국왕께 조언을 드리고자…”방자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국왕이 차갑게 끊어버렸다.“조언? 좋다. 하지만 칼을 차고 병장을 이끌고 와 조언을 하는 법이 있는가?”“이렇게 하지. 전 언론에 알리거라, 백성이 너희가 조언했다고 판단하면 살려주겠다. 그러나 백성이 너희를 협박한 자라 여긴다면 짐은 이 자리에서 모두 법대로 다스릴 것이다!”이 말이 떨어지자,

  • 용왕사위   제3217화

    “여러분 말이 다 일리 있소. 우리는 결코 주씨 집안과 이씨 집안 몇십 명을 위해 이런 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소. 더더욱 그들 때문에 우리 용국 백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지요!”“이처럼 여러분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애국지사들이란 사실이 참으로 감동스럽소!”국왕의 이 말에 무종의 사람들은 물론, 용칠조차도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고, 본능적으로 국왕을 돌아보았다.하지만 이 많은 무종 사람들 앞에서, 아무리 마음속에 의문이 천 가지가 있더라도 용칠은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국왕, 이 말은 진심이십니까?”무종 쪽의 대표 격인 한 노인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국왕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왕은 함부로 말하지 않소. 그쪽은 어떻게 불러드리면 되겠소?”“천도문 장문인 방자명이라 하오.”노인은 몸을 반듯이 세우며 공손히 국왕에게 예를 갖췄다.“오, 방 장문! 반갑소.”국왕도 예를 다해 인사한 뒤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나는 일국의 군주로서 마땅히 백성 모두를 공평히 대해야 하오. 온 천하가 모두 왕의 땅이니라.”“사실 여러분이 말씀하신 건 나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바요. 단지 체면상 그간 혈족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뿐.”“하지만 여러분이 한마음 한뜻으로 몇 명 때문에 온 나라 백성들이 위험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내가 지금 즉시 그들을 혈족에게 넘겨 처리토록 하겠소.”이 말을 들은 무종의 사람들 얼굴에는 하나같이 조소가 번졌다.철혈 국왕? 수완이 뛰어나다고?결국 무종 사람들 앞에선 별 수 없군. 입만 살아 있었지 결국은 꼬리를 내리잖아!“그렇다면 더 말할 것 없지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소이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오.”방자명은 입꼬리를 비틀며 국왕에게 가볍게 예를 표하곤 돌아서려 했다.“잠깐!”국왕이 갑자기 냉랭한 목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웠다.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돌아봤다.“국왕, 무엇을 더 말씀하시려는 겁니까?”“말씀이라니, 과인은 분명히

  • 용왕사위   제3216화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생사와 직결되기에, 누구도 혈족의 손에 죽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더구나, 유소천이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경 내부에는 심지어 천자각 앞까지 달려가 청원 시위를 벌이는 이들까지 생겨났다!그뿐만 아니라, 용각의 몇몇 각로들까지 이 시위대로 인해 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지경이었다.용칠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왕에게 나아갔다.“국왕 폐하, 무종의 사람들이 천자각을 에워쌌습니다. 심지어 별도로 사람을 보내 용각까지 둘러싸고, 현재 각로들께서는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국왕은 손에 들고 있던 주필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오? 무슨 일이냐?”“무종 측에서 국왕께서 직접 명을 내려 이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인물을 혈족에게 넘기라 합니다. 그래야 혈족과 우리 무종 간의 분쟁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국왕은 안색을 굳히며 깊은 침묵에 빠졌고, 잠시 후 조용히 말을 꺼냈다.“내가 그들과 직접 만나 보겠다. 그들 중 몇몇 대표를 뽑아 나에게 보내도록 하라. 내가 직접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뭐라고?!용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폐하께서 직접 가시겠다고요? 이는…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리 용각에 어림군이 있다 한들, 무종의 그 수많은 고수들 중에 혹여라도…”국왕은 단호히 말을 끊으며 말했다.“혹여라는 일은 없다. 짐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한들, 감히 이 자리에서 짐을 찌를 자는 없다.”국왕이 침착하게 말했다. 무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국왕의 자리를 넘보고 있긴 하지만, 국왕이 아직 용좌에서 끌려 내려오기 전까지는, 감히 그를 암살하기는커녕 그에게 상처 하나 입히는 죄조차도 감당해 낼 수 없다!하물며, 그들 무종 인물들은 역외의 대세력들에 비하면 그저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만약 누군가 국왕의 권위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용국 조정이 손을 쓰기도 전에 역외 세력들이 단 몇 분 안에 그자를 완전히 말살해 버릴 것이다!그들이 이렇게 조심하는 이유는, 지금의

  • 용왕사위   제3215화

    “나는 협박당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특히 우리 용국 백성의 목숨을 담보로 삼는 짓은 더더욱 말이지.”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 옷 사내의 옷깃을 움켜잡고, 그대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짝!”소리가 나자마자, 고개가 휘어진 검은 옷 사내는 아직 튕겨 나가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인력에 의해 다시 한지훈 앞에 끌려왔다.“쿵! 쿵! 쿵!”연이어 세 번의 주먹이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다.순식간에 가슴이 함몰되었고, 몇몇 갈비뼈는 아예 등을 뚫고 튀어나왔다.“허... 헉... 허억...!”검은 옷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이때 한지훈도 약간 의아했다.자신이 연달아 이렇게 때렸는데, 아직도 산 채로 남아있다니?자세히 보니, 검은 옷 사내의 온몸엔 은은한 흑색 광막이 둘러져 있었다.한밤중이라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한지훈조차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는 천생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오래전에 실전된 호신진법이며, 우운갑이라고 불렸다. 이 진법은 몸 주위에 강력한 방어 결계를 형성해,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60% 이상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방호진이었다.“네놈이 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런 호신 진법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군. 좋아, 네 우운갑이 단단한지, 내 주먹이 더 단단한지 보자고.”그 말과 함께, 한지훈의 또 다른 강펀치가 쏟아졌다.“쿵! 쿵! 쿵!”이번엔 힘을 더욱 실었다.한 주먹마다, 검은 옷 사내의 몸에 수박만 한 크기의 함몰 자국이 생겨났다.불과 2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결국 인간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죽음을 맞이했다.죽기 직전, 그의 눈엔 깊은 후회가 어렸다.오늘 밤에 한지훈을 만날 줄 알았다면, 절대 목숨을 걸고 항산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텐데!애초에 그들은 만검종을 학살한 뒤, 혈족의 혈역 백작까지 쫓아가 처단할 계획이었다.하지만, 만검종을 막 정리한 그 순간 한지훈에 의해 항산 아래서 포위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전국 언론이

  • 용왕사위   제3214화

    “내가 네놈을 자극하면 어쩔 텐가? 설마 또 자폭이라도 하게?”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자폭?아까 그 검은 옷 사내의 자폭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그는 똑똑히 봤다.결과는 시체조차 남지 않았고, 개미 한 마리도 다치지 않았다!“흥! 이건 네가 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지경이 된 건 다 네놈 탓이라고!”그 말과 함께, 검은 옷 사내는 손을 휘둘러 한 줄기 찬란한 빛을 손바닥 위에 띄웠다.동시에 멀리 떨어진 작은 산 하나가 그에 의해 뿌리째 뽑혔고, 허공으로 들려 올라갔다.그의 목표는 바로, 항산에서 수십 리 떨어진 인구 백만의 대도시였다!“너야말로 국민을 지키는 걸 자처하지 않았던가?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저 도시에 피바람을 몰아치게 해 주마!”검은 옷 사내는 일그러진 얼굴로 위협했고, 지금의 그는 완전히 궁지에 몰린 짐승 그 자체였다.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인질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피바람? 어디 한번 해보시지.”한지훈은 냉소를 흘리며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여전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죽어라!!”그는 한지훈의 실력을 전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눈앞의 이 사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며, 자신을 베어버리는 것은 마치 칼로 오이를 써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는 것!절망 속에서 그는 끝내 분노의 포효를 터뜨리며, 산 하나를 번쩍 들어 올려 저 멀리 도시를 향해 내던졌다!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수천수만의 생명이 그와 함께 무덤에 들어가야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 산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가볍게 손을 한 번 휘두르자 황금빛 광막 하나가 형체를 드러내며 날아오는 산 앞을 가로막았다!그 산은 황금빛 장막에 닿는 순간, 아무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목격한 검은 옷의 사내는 그대로 넋을 잃었다.이 진법…… 너무나 익숙했다!이건 바로 화산에서 전해지던 공간 비진이 아닌가!하지만 화산은

  • 용왕사위   제3213화

    그는 자폭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동시에 수천만 개의 핵폭탄을 터뜨려도 외부 세계에는 아무 영향도 없어지게 되었다!“자폭이 그렇게 좋으면, 실컷 즐기라고!”한지훈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내가 귀신이 돼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검은 옷 사내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펑 하는 굉음이 들려왔고 수많은 살점이 금색 광막 속으로 흩날리며 소멸했다.한지훈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금색 장막을 거두었다.그리고 만검전인 앞으로 다가가 상처를 확인한 뒤, 지혈단 두 알을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둘이서 하나씩 나눠 먹고, 즉시 항산 지역을 떠나라.”약을 건네받은 만검전인은 그제야 한지훈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되었고, 눈앞의 인물이 자신이 수차례 욕했던 북양왕임을 알아보고는 충격에 얼어붙었다.“당신은… 우리 무종인을 가장 증오하지 않습니까? 왜... 왜 저를 구하신 거죠?”그는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한지훈은 그들의 숙적이라고만 여겨졌기 때문이다.“너희도 용국의 백성이다. 군인의 사명은 조국을 지키는 것! 용국인은 서로 싸우는 법이 없다.”“내가 무종 사람을 처단한 건, 네놈들이 저지른 짓을 스스로 돌이켜보면 알겠지. 민간 백성들을 납치하고, 남의 재산을 약탈하지 않았나?!”“누구에게나 부모와 가족,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이 있다! 만약 내가 무력을 믿고, 네 가족들을 모욕하고 전 재산을 빼앗아 길바닥에 내몬다면 넌 어떻게 하겠느냐?”“무공을 익힌 자는 나라를 위해 싸우고 백성을 보호해야 한다. 힘을 가진 자가 약자를 짓밟는 게 어찌 올바르다 하겠느냐!”한지훈의 말이 끝나자, 만검전인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수치심에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앞으로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사람답게 살아라.”한지훈이 그렇게 말을 마치자, 갑자기 숲속에서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스쳐 갔다. “흠?”한지훈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곧장 몸을 튕겨 그 그림자를 뒤쫓았다.그가 떠난 후, 한참이 지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