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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사위
용왕사위
Penulis: 봄가을

제1화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

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

“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

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

“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

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

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

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

‘안 돼...’

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

쿠궁!

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군용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갑자기 자리를 뜬 한지훈을 뒤따라 온 부하들 역시 군소리 없이 차에 올랐다.

그들은 피비린내로 얼룩진 전장에서 자신의 등 뒤를 맡겼던 사이. 부하들에게 한지훈은 그저 상관이 아닌 목숨을 살려준 신과 다름 없는 존재였기에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제치고 뛰쳐나갈 정도라면 분명 그 정도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어찌 보면 당연한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질문 하나 던지지 않았다.

세 사람이 차에 탄 순간, 참고 참았던 한지훈의 살기가 내뿜겨져 나왔다. 그리고 호랑이 같은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차안을 가득 채웠다.

“지금 당장 S시로 돌아간다. 그리고 강우연... 강우연을 찾아. 최대한 빨리!”

안타까운 마음에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본 한지훈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부하들의 눈동자도 거세게 흔들렸다.

삶과 죽음이 수없이 오가는 전장에서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던 사람이 울 정도라니.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하 역시 두말없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

차량이 로켓 발사하듯 빠르게 질주를 시작하고 다른 한 부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강우연의 위치 추적을 시작했다.

동시에 뒤따라온 다른 부하들 역시 차에 탑승했고 선두 차량의 뒤를 바싹 쫓았다.

부하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때, 한지훈은 여전히 앞쪽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깊은 그의 눈동자에 점차 눈물이 차오르고...

‘우연아... 그리고 내 딸...’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한지훈이 고함을 질렀다.

‘나한테 딸이 있었어? 5년 동안 그걸 난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거고?’

마음 속은 다급함으로 요동치고 한지훈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더 빨리, 더 빨리 움직여!”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이 번개처럼 달리는 한지훈 일행의 차를 은밀하게 쫓고 있다.

한편, 좌석에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은 한지훈은 끝없이 강우연과 딸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한지훈, 한때 그는 S시에서 제일 가는 재벌가 한씨 가문의 장자였다.

5년 전, 이맘때쯤, 한지훈은 소꿉친구이자 역시 재벌가 자제인 길시아와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바로 그날, 한지훈의 세상이 무너졌다.

길씨 가문과 다른 재벌가들의 음모에 당한 한지훈은 신혼 첫날 밤, 신부가 아닌 길시아의 친구 강우연과 잠자리를 가지고 말았다. 약에 취해 기억도 나지 않는 관계였지만 분명 강제로 맺은 관계였을 것이다...

하지만 길씨 가문의 음모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S시의 재벌가들은 이미 길씨 가문과 한통속이었고 최고의 재벌가라 자부하던 한씨 가문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지훈의 부모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하나뿐인 아들만은 살려주겠다는 길씨 가문의 협박에 스스로 호수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이미 한번의 배신을 저지른 자가 두 번이라고 어려울까?

당연하게도 길씨 가문은 그 약속을 어겼고 바로 한지훈에게 킬러들을 보냈다. 킬러들의 추격을 피해 친구 집으로 도망친 한지훈이 겨우 한시름 놓으려던 그때, 하늘은 그의 안도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다.

친구마저 이미 길씨 가문 사람들에게 매수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때론 파리 목숨보다 하찮지만 때론 믿을 수 없이 질긴 것이 바로 사람 목숨.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한지훈은 그 뒤로 수 개월 동안을 수많은 도시를 전전했다.

그리고 그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킬러들의 추격을 피하던 한지훈이 차가운 강물 앞에 멈춰섰다.

‘내가 왜 도망치고 있는 거지?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소꿉친구로 자란 아내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까지 배신당했어. 가진 걸 다 잃은 주제에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아직도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거지?’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앞에 강우연이 나타났다.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지만 그가 몹쓸 짓을 저질렀던 그 여자가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바쳤던 주위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비수를 꽂을 때, 정작 그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 유일하게 그가 상처를 안긴 그 여자라니.

“왜 날 구한 거야? 난 너한테... 그런 짓까지 저질렀잖아. 누구보다 내가 죽길 바라야 하는 사람이 너 아닌가?”

겨우 깨어난 한지훈이 던진 첫 마디였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강우연은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3일 뒤, 겨우 몸을 추스른 한지훈은 결국 떠나는 걸 선택했다. 괜히 여기 있었다간 강우연마저 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3일 내내 말을 거는 법이라곤 없던 강우연이 떠나는 그의 결연한 뒷모습을 향해 처음으로 먼저 한 마디 건넸다.

“살아.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어떻게든 살아남아. 그럼 언젠가 복수할 기회가 생길 거야.”

그렇게 핏빛 복수심을 가슴속에 새긴 한지훈은 남쪽으로 이동했고 바로 군에 입대했다. 그렇게 5 년간, 수없이 많은 전장을 누빈 끝에 드디어 용국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의 장군이자 30만 파룡군과 신룡전(神龍殿)의 주인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었다.

파룡군, 용국은 물론이요 전 세계적으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정예군들.

게가다 4대 용존(龍尊), 8대 용장(龍將), 그리고 3대 신의가 모인 신룡전의 세력을 등에 업은 한지훈은 이제 명실상부 용국 최고의 권력가로 성장했다.

오늘 봉장대전을 마치면 내일 바로 S시로 돌아가 그의 모든 걸 짓밟았던 이들을 죽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복수를 눈앞에 둔 순간 받은 그 전화가 한지훈의 마음을 거세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 기분이 결코 싫지만은 않았다.

‘그날... 그날 생긴 아이인 거야? 그 아이를 낳았어? 고마워... 나한테 다시 살아가줄 의미를 만들어줘서...’

회상을 끝낸 한지훈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다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20대 초반에 웃는 모습이 이쁘고 선하던 발랄한 여자, 지난 5년 동안 미혼모로서 홀몸으로 딸을 기르며 얼마나 힘들었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

눈물에 잠긴 강우연의 목소리가 다시 울리는 듯하고 갑갑한 마음에 한지훈은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돼... 5년 만에 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얼굴 한 번 못 보고 떠나보낼 순 없어.’

“더 빨리, 더 빨리 좀 가! 그리고 3대 신의한테 당장 연락해. 무슨 수를 써서든 내 딸, 내 딸 살려내야 해!”

‘이제 겨우 4살쯤 되었을까? 내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딸,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낼 순 없어.’

그 사이 지프차가 군용 활주로 위에 도착하고 한지훈은 직접 전투기 조종대를 잡았다.

‘고운아, 우연아... 제발,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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