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은 덤덤하게 상대의 발목을 꽉 잡았다.그리고 손에 살짝 힘을 주자 남자의 발목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악!”중년 남자의 처참한 비명이 어두운 골목에 울려퍼졌다.남자는 퍼렇게 질린 얼굴로 멀쩡한 다리로 땅을 차고 한지훈과 거리를 벌렸다.그의 이마에서는 벌써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감각이 마비된 자신의 오른다리를 쳐다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살면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저력을 뽐내는 상대는 처음이었다.이 나이도 어린 청년은 도대체 뭐 하다 온 사람일까?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경지까지 도달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맨손으로 사성 천급 군왕의 실력을 가진 살수의 발목을 꺾어버리다니!전신급 이상의 무인이나 가능한 일이었다.중년 남자는 임무고 나발이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상대는 최소 일존전신이었다.더 이상 그와 싸움을 벌이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았다.당황한 사내가 도망치려고 뒤돌아섰다.하지만,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이 비치더니 한지훈이 들고 있던 오릉군 가시가 날아와서 살수의 오른쪽 무릎을 관통했다.“악!”순식간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앞으로 기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등뒤에서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쾅!한지훈은 발을 들어 남자의 등을 지그시 밟았다. 순식간에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남자의 입에서는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지그시 밟았을 뿐인데 오장육부가 파열된 느낌이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거예요.”남자가 비굴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애원했다.한지훈은 위에서 아래로 남자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서 살려달라? 내가 오늘 멀리 나갔더라면 내 아내와 아이는 너희들 손에 죽었을 텐데?”말문이 막힌 중년 남자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애원하듯 말했다.“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하지
한 시간 뒤.백가의 저택.SUV 차량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문 앞에서 멈췄다.한지훈과 용이는 차에서 내려 등불이 찬란한 이 고급 저택을 바라봤다.전형적인 유럽식 저택이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앞을 향해 걸었다.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들에게 달려오며 길을 가로막았다.“당신들 뭐야? 여기 백영그룹 회장님 댁이야. 소란 부리지 말고 돌아서 가!”한지훈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너희 가주님 좀 만나러 왔어. 한지훈이 목숨을 거두러 왔다고 하면 알아들을 거야!”그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신속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며 소리쳤다.“무례한 자식! 당장 저놈들을 제압해!”순식간에 열 명에 가까운 경호원들이 한지훈과 용이를 에워쌌다.하지만 섬뜩한 섬광이 지나가더니 용이가 그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놈들을 격파했다.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던 대문이 쩍 갈라지며 쓰러졌다.바닥에 쓰러진 경호원들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의식을 잃었다.한지훈은 그들을 담담히 바라보고는 성큼성큼 저택 안으로 향했다.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사방에서 수십 명의 무기를 든 경호원들이 쏟아져 나왔다.경호팀장이 음침한 얼굴을 하고 무단침입한 한지훈과 용이를 바라보며 말했다.“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무단침입을 시도해? 죽고 싶어? 당장 저놈들을 죽여버려!”순식간에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한지훈과 용이를 향해 달려들었다.용이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밤을 달리는 표범처럼 적진으로 쳐들어가서 상대의 급소를 노리고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용이의 앞에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용이는 맨 앞에서 호령하던 경호팀장의 머리를 지그시 밟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가주 어디 있어?”경호팀장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답했다.“뒤쪽에 있는 별채에… 있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이는 다리를 들어 경호팀장을 걷어차서 멀리 날려버렸다.그리고는 한지훈의 앞을 서서 주변을 경계하며 별채로 향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별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백찬웅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뭐라고? 셋이 다 죽었단 말이야? 그럴 수는 없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셋 다 군왕급 실력자라고! 4성까지 돌파한 애도 있었어! 너 혼자 그 녀석들을 다 해치웠단 말이야?”백찬웅은 절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 명의 살수는 H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마음만 먹으면 한 개 군단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그런데 한지훈 혼자서 셋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안 믿겨?”한지훈이 싸늘하게 물었다.그가 용이에게 눈짓하자 용이가 핸드폰을 백찬웅에게 던졌다.백찬웅은 다급히 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세 살수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이건….”당황한 백찬웅의 동공이 확장되었다.“너희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충격도 잠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백찬웅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세 명이나 되는 군왕급 살수를 전부 처리해 버리고도 멀쩡히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한지훈의 실력이 그만큼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백찬웅을 바라보며 말했다.“놈들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죽을 때까지 답을 알지는 못했지.”그 말을 들은 백찬웅의 얼굴이 매섭게 일그러졌다.“건방진 자식,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줄 알아?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왔어? 너 설마 나까지 죽이려고 찾아온 거니?”백기영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에 백찬웅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남령구의 전신급 장교가 여기 앉아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한지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생의 상대는 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아마 동생의 신분을 밝히는 순간 한지훈이 겁을 먹고 도망칠지도 모른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굳이 널 죽이는데 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을까?”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일이 앞으로 나서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백찬웅은 격분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건방진 자식이! 감히 전신 앞에서 그런 무례한 발언을 해? 죽고 싶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찬웅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용이가 언제 다가왔는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그의 목을 움켜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감히 우리 사령관님께 그딴 말을 지껄여? 당신이야말로 죽고 싶어?”백찬웅의 두 눈에 당황함이 서렸다.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옆에 있던 백기영은 용이가 공격을 개시한 순간, 그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엉덩이가 의자를 떠나기 바쁘게 용이가 백찬웅의 목덜미를 먼저 잡아챈 것이다.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의 무서운 속도였다.백기영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보다 실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그는 일존일성 전신이라면 눈앞의 남자는 최소 이성 현급 전신의 실력을 가진 자였다.백기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돋았다.용이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사령관이라고 한 것 같은데?’헉!백기영은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옆에 서 있는 한지훈을 응시하다가 물었다.“당신 대체 누구요?”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로 강렬한 기운을 뿜어대며 말했다.“흑용은 대체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사령관을 봤으면 무릎 꿇고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개 3성 상관 주제에?”“무례한 녀석, 감히 우리 사령관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백기영이 발끈하며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쾅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간 건 백기영이었다.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당신… 대체 뭐야?”한 주먹에 일성전신인 그를 날려버린 인물이었다.한지훈은 덤덤히 백기영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흑용 밑에서 대체 뭘 배운 거야? 고작 이 정도 실력이라니!”“너 대체 누구냐고?”백기영
바닥에 무릎을 꿇은 백기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존재가 북양의 총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홀로 아홉 명의 전신을 무찌르고 5대 주국의 5만 병사를 전멸시킨 인물이 S시 같은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3성 상관이나 달고 일성전신까지 올라온 인물이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의 일에 참견한다고? 그리고 감히 지위를 이용해서 날 협박하려고 했어? 내가 오늘 북양 총사령관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으면 살아서 여길 나가지 못했겠네?”“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백기영은 곧바로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하!”한지훈은 그를 싸늘하게 비웃어 주고는 고개를 돌려 백찬영을 바라봤다. 그 시각 백찬영은 이미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털썩!용이가 그를 놓아주자마자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당신이 북양의 왕?”백찬웅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한지훈은 차가운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왜? 안 믿겨?”백찬웅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참회의 눈물을 쏟았다.“제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러이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백찬웅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삐질삐질 돋았다.멍청한 아들이 하필 건드려도 이런 거물급 인사를 건드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칫 잘못하면 가문이 멸망할 수도 있는 대형 사고였다.백찬웅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백찬웅, 넌 살수를 세 명이나 보내 내 아내와 딸의 목숨을 취하려 했어. 용서를 구한다고 죄가 없어질까?”백찬웅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했다.“제가 귀인을 몰라 뵙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이마에서 피가
곳곳마다 그들의 변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그거 들었어? 백영 일가가 어젯밤에 짐을 싸서 H시를 떠났대!”“정부 고위직이라도 건드린 걸까? 하룻밤 사이에 회사도 공중분해 되었잖아. 일가족은 무슨 죄를 지었는지 하룻밤 사이에 짐 싸서 H시를 떠났다던데?”“그 가문에 전신급 장군 한 명이 있지 않았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전신? 그 장교는 이미 흑용 사령관께서 친히 직위를 강등하고 최전방으로 보내버렸다던데?”순식간에 H시의 권력 구조가 바뀌었다.백가에 관한 소식은 자연스럽게 S시까지 흘러 들어오면서 강운그룹 일가의 귀에까지 들어갔다.“아빠, 좋은 소식 있어!”아침부터 소식을 접한 강희연이 다급히 강문복의 사무실을 찾았다.강문복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여기 회사야! 품위는 지켜야지!”“진짜 좋은 소식이라니까? 지금 도시 전체가 이 소식 때문에 난리야. 백양그룹 일가가 고위직 한 명을 잘못 건드렸다가 하룻밤 사이에 망하고 고향을 떠났대.”강희연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헀다.“뭐라고? 그게 사실이야?”강문복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강희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해. 뉴스에까지 났어. 백가의 서른 명이나 되는 일가 친척들이 전부 H시를 나갔대. 재산도 전부 사회에 환원했다던데? 백가의 자랑이던 그 전신 장교도 직위가 강등되었어.”강문복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좋은 소식 맞네. 드디어 그들의 압박에서 벗어났으니까. 그런데 대체 누구한테 얼마나 밉보였길래 그 지경까지 된 거야?”강문복이 물었다.강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그건 몰라.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어. 내 친구한테 들은 소식에 의하면 전쟁부 사람을 건드렸다던데. 직위가 그 백가의 장군보다 높은 사람이래.”그 말을 들은 강문복이 미간을 찌푸렸다.“백기영 장군보다 높은 분이라고?”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참, 아빠. 설마 한지훈 때문은 아니겠지?”강희연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한지훈?”강문복이 피식 웃더니
그 장면을 목격한 강희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강우연이 왜 로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거지?로열 호텔은 S시 랭킹1위의 최고급 호텔이었다.가격대가 너무 비싸고 회원제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아쉽지만 글라운드 호텔을 선택한 강희연이었다.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무시하던 강우연이 로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니 분통이 터졌다.그녀는 씩씩거리며 맞은편으로 건너가서 강우연의 앞을 가로막고 비아냥거렸다.“강우연, 진짜 여기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너 일부러 내 결혼식장 맞은편에 호텔을 예약한 거야? 나 엿 먹이려고?”강우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언니, 나도 언니가 저기서 결혼식 하는 줄 몰랐어. 지훈 씨가 여기로 오라고 해서 온 거야.”“한지훈이?”강희연의 목청이 높아졌다.“웃겨 죽겠네. 강우연,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봐. 여기가 어딘지! 여기 로열 호텔이야! 우리 시에서 가장 유명한 그 호텔!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무조건 VIP회원이어야 해. 한지훈 그 무능한 녀석이 그럴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강희연의 친구와 지인들도 이쪽으로 다가와서 합세했다.“저 여자가 강우연이야? 그렇게 예쁘다고 하더니 실물은 별로네.”“저 드레스 못 보던 드레스인데? 동대문 작품 아니야?”“희연 언니네 맞은편에서 결혼식 올린다면서 동대문 드레스를 입고 온 거야?”사람들의 비웃음에 강우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고 집으로 찾아온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장을 받고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온 것뿐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로열 호텔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운전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닐까?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다급히 운전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혹시 우리 주소를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요?”운전기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아니에요. 이곳 맞아요.”그 말을 들은 강희연 일행이 웃음을 터뜨렸다.“웃겨 죽겠네. 호텔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결혼식을 여기서 올린다는 거야
그들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레드카펫을 깔았다.다이아 가루로 포인트를 준 레드카펫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이 났다.20층짜리 고층 건물에서 거대한 결혼사진으로 만든 현수막이 드리워졌다.현수막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호텔의 창문마다 풍선이 날아오르고 있었고 상공에 거대한 열기구가 날고 있었다. 거기에도 둘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운가 사람들과 오관우의 가족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강우연도 당황해서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로열 호텔 지배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강우연 씨,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신부를 맞이하는 대오가 곧 도착할 거예요.”“신부를 에스코트하는 대오가 따로 있었다고?”그 모습을 본 강희연의 목청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이거 뭔가 잘못 된 거 아닌가요? 얘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건가요?”정장을 입은 오관우도 다가와서 호텔 지배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지배인님, 전에 내가 예약하러 왔을 때는 거물급 인사가 이미 호텔 전체를 예약해서 예약이 안 된다면서요? 어떻게 된 겁니까? 설마 그 거물급 인사가 오늘 결혼하는 한지훈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오관우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로열 호텔 매니저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 대표님, 오늘 저희 로열은 신부 강우연 씨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 들여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 말씀 삼가해 주시죠!”그 말을 끝으로 호텔 입구에 정장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관우 일행을 에워쌌다.그 모습을 본 오관우는 씩씩거리며 강희연을 끌고 맞은편 글라운드 호텔로 건너갔다.그들이 떠나자 홀로 남은 강우연은 헛웃음이 나왔다.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에 강희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던 사람들마저 냉소를 지었다.잠시 후, 글라운드 호텔 입구에는 백 명이 되는 S시 거물급 인사들이 모였다. 그에 반해 로열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