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찔하게 들려왔다.저택에 있던 해룡의 부하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형님, 죽여 버려요!”“당장 놈을 죽여 버리세요!”“한 주먹으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리세요!”부하들의 응원에 해룡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그는 자신의 주먹에 아주 자신이 있었다.아무도 이 주먹을 제대로 맞고 살아서 숨쉴 수는 없었다.그가 상대를 살려줄 생각이 있었다면 모를까!해룡의 주먹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데도 용린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른 주먹을 뻗었다.그 모습을 본 해룡이 분노한 목소리로 고함쳤다.“주제도 모르는 녀석! 감히 나랑 주먹으로 힘을 겨루자는 거야?”“죽어!”쾅!순식간에 해룡의 주먹과 용린의 주먹이 맞닿았다.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부하들의 환호 속에 그들이 평생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해룡이 용린의 주먹을 맞고 허공으로 튕겨난 것이다.게다가 그의 주먹에서는 부서진 뼈가 살을 뚫고 나와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해룡은 그대로 공중을 날아 뒤에 있는 대문에 처박혔다.대리석으로 된 대문이 무너지며 해룡의 위로 떨어졌다.현장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놈들은 헉 하고 거친 숨을 들이마시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그들이 모시는 전신급의 전투력을 갖춘 수장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다니!게다가 상대의 한 주먹에 나가떨어진 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한지훈은 담담히 그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그리고 돌무덤에 갇혀 피를 흘리고 있는 해룡을 내려다봤다.해룡은 이미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그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너, 대체 누구야?”한지훈이 해룡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업하는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난 분명 너에게 선택지를 줬어. 다만 네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이지. 오늘부터 사절은 수장 한 명을 잃은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리를 들어
해룡은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말씀만 하세요. 무슨 일이든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습니다!”그는 그만큼 한지훈이 두려웠다.그의 큰형님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였다.비록 그의 큰형님이 이미 사성천급 전신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췄지만 현재 해룡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분명 큰형님을 초월한 실력을 가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현장을 압도하는 기세에 해룡은 숨이 막혀왔다.“간단해. 기영증권이 관리하는 업체들을 전부 인수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해룡은 그 말을 듣고 한지훈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그와 기영증권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알겠습니다!”해룡이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다른 세 명은 어디 있지?”그 말에 해룡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다른 형님들은 강북에 안 계십니다. 다른 구역을 담당하고 있어요.”“그래. 시간 날 때 그들에게 연락해서 내가 좀 보자고 한다고 전해. 물론,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 날 찾아와도 좋아.”말을 마친 한지훈은 저택을 나섰다.한지훈이 떠난 뒤에야 해룡의 부하들은 돌무덤에서 수장을 끌어냈다.그의 몸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해룡은 겁에 질린 눈으로 멀어지는 한지훈과 용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수장님들께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 그리고 바로 아지트로 복귀해서 대책을 상의하자고 전해!”“그리고 기영증권에 연락해서 그들의 산하에 있는 업체를 모두 우리가 인수한다고 전해. 불복하는 자는 죽여도 좋아!”지시를 내린 해룡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내전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저택을 나온 용린이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물었다.“왜 그 자식을 살려두신 겁니까?”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놈이니까. 우린 강북에 온지 얼마 되지 않
길종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절대 해룡과 정면 충돌하지 말라고 전해!”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해룡에게 전화를 걸었다.“해룡, 이게 뭐 하는 짓인가?”수화기 너머로 해룡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길 가주가 어쩐 일이지?”“모른 척하지 마!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내가 묻잖아! 왜 우리 업장들을 강제로 인수한 거야?”길종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이미 백 선생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그런데 해룡이 갑자기 반기를 들고 나오니 사방에 적을 둔 느낌이 들었다.해룡이 웃으며 말했다.“아, 길 가주. 그것 때문에 그래? 별거 아니야. 최근 형제들이 글쎄 용돈이 다 떨어졌다지 뭐야. 그래서 길 가주네 사업장으로 돈맛 좀 보려고. 이해할 수 있지?”“뭐라고!”그 말을 들은 길종문은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해룡! 명심해! 너희 사절을 지금까지 키워준 건 우리 가문이야! 우리가 없었으면 강북에 사절은 존재하지도 않았어! 당장 네 사람들을 우리 사업장에서 철수하라고 해!”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길 가주 말이 맞아. 사절은 기영증권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발전했지. 하지만 우리가 해준 일도 많잖아? 살인, 불법 매매 이런 걸 다 합치면 그때의 빚은 갚고도 남았어! 그러니 길 가주도 우리한테 뭐 좀 나눠줘야 공평하지 않겠어? 나도 형제들한테 미안해 죽을 지경이라고!”“돈이 부족하면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이렇게 남의 사업장을 건드리고 다니면 우리 가문 체면이 뭐가 돼?”“당장 사업장을 원상복귀 시키고 애들을 덜려보내!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길종문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몇 년을 정성 들여 키워낸 폭력 조직이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기대하지!”그 말을 끝으로 해룡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분노한 길종문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해룡 이 개 자식! 망할 사절 놈들!
“알았어요, 형님. 지금 다녀올게요.”길천호는 반지를 쥐고 저택을 나갔다.그 시각 저택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커피숍에서 한지훈과 용린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길종문 일가를 구경하고 있었다.“용왕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많이 초조해 보이는군요.”용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계속해서 그쪽을 주시했다.길천호가 밖으로 달려오더니 차량에 올라타는 게 보였다.용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따라가 볼까요?”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같이 움직이자. 나도 길종문이 남겨둔 마지막 수가 궁금하거든.”그렇게 그들은 차를 운전하고 길천호의 차량을 바짝 쫓았다.잠시 후, 그들은 서부에 도착했다.이곳은 강북의 개발지역이었는데 공장단지가 주를 이루는 구역이었다.공장들 사이에 7층 높이의 낡은 누각이 하나 있었다.시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누각은 곳곳이 마모되어 있었다.길천우의 차가 누각 앞에서 멈추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풍운각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속히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중간에 무대가 있었는데 아마 공연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시각 누각은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길천호는 한 여직원을 잡고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계시죠? 길천호라고 합니다. 사장님을 만나러 왔어요.”여직원은 길천호를 힐끗 보고는 뒤쪽을 가리켰다.“사장님은 안에 계십니다.”길천호는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뒷마당에서 길천호는 깡마른 체형의 남자가 능숙한 칼질로 소 뼈와 살을 분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가 한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고기와 뼈가 정확히 분리되었다.길천호마저도 처음 보는 정확한 칼질이었다.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했다.“박 사장님? 저는 길천호라고 합니다. 길정문 가주의 동생이에요.”칼질을 하던 중년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길천호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잠자코 기다렸다.대략 5분 정도 지나 조급해진 길천호가 다시
“해룡? 사절의 수장 중 한 명인 해룡을 말하는 건가?”박삼수가 그 말을 듣더니 음침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길천호를 노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자네의 가문과 사절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굳이 해룡을 죽이라고 하는 건가?”길천호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아침에 해룡이 부하들을 끌고 우리의 사업장을 전부 강점했거든요. 형님은 크게 노하시어 제가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박삼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일이 있었군. 가지.”길천후가 그에게 물었다.“사장님, 이대로 가실 건가요? 무기도 좀 챙기고 제자들이라도 데려가야 하지 않나요?”박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곧장 대문을 향해 갔다.하지만 문턱을 넘어서기도 전에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긴장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풍운각을 나온 길천호가 걸음을 멈춘 박삼수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박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왔군.”박삼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에게서는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누가 왔다는 겁니까?”길천호가 두려움에 어깨를 움찔하며 물었다.“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져. 절대 강자가 왔어!”박삼수가 말했다.길천호가 고개를 돌리자 길 건너목에서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한발 한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주변 공기마저 싸늘해지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풍운각 앞으로 다가온 한지훈과 용린은 싸늘한 눈빛으로 박삼수를 노려봤다.박삼수도 인상을 잔뜩 구기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상황을 모르는 길천호만 둘을 보고 기고만장하게 고함쳤다.“너희는 또 뭐야? 당장 꺼져! 오늘 풍운각 영업 안 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이 손을 뻗었고 손가락 사이로 은침이 섬광을 번뜩이며 날아가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뒷짐을 지며 말했다.“내 말 명심해! 풍운각 삼형제는 강북에서 벌어지는 일에 나서지 마!”박삼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에서 피를 뿜었다.너무 강해서 실력이 가늠도 가지 않는 상대였다.게다가 아까 그를 상대할 때는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게 느껴졌다.강북에 언제 저런 강자가 나타난 거지?박삼수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길천호에게 다가가서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일시적으로 신경이 마비된 상태였다.그는 부하를 시켜 길천호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오늘부터 풍운각은 영업을 중단하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끼지 않겠다는 전갈을 보냈다.그렇게 풍운각은 문을 닫았다.박삼수는 신속히 뒷마당으로 와서 지하통로를 걷다가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내공을 수련 중인 큰형과 둘째 형이 있었다.“형님들, 풍운각 문 닫았어요.”박삼수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박일수와 박이수가 눈을 뜨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물었다.“이유가 뭐야?”“한 절세 고수가 찾아와서 나를 한방에 날려버렸어요. 그리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손을 떼라고 경고하고 가더군요.”박삼수가 말했다.“한방에 너를 쓰러뜨렸다고?”박이수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너는 2성 현급 전신의 실력을 갖추고 있잖아. 그런 너를 한방에 쓰러뜨렸다면 최소 삼성지급 전신이란 소리야!”“아니에요! 그 사람에게서 큰형보다 더 무서운 기운을 느꼈어요. 아마….”박삼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아마 뭐?”체구가 건장한 박일수가 담담히 물었다.“아마 큰형을 초월한 것 같아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요!”박삼수가 말했다.그 말에 박일수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확실해?”“확실해요!”지하실에 정적이 찾아왔다.한참이 지난 뒤, 박일수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문을 닫고 조용히 지내는 게 맞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게 세상의 이치지. 지존급 실력자가 강북에 나타났다니. 강북의 구도가 이제 변하겠군.”
길종문은 얼른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원 선생, 사절에서 갑자기 배신때렸습니다. 우리 길씨 가문 여러 곳에서 행패까지 부렸습니다.”“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원지용은 덤덤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어젯밤 봉미산과 맞짱 뜬 사람이 있는데, 한방에 해룡을 이겼다고 합니다.”“네?”순간 길종문은 모든 걸 깨닫게 되었다.“누군가가 뒤에서 모든 걸 판을 두고 있는 겁니까?”원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이에 길종문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난간을 탁 치며 말했다.“제길! 도대체 우리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야!”“혹시 다른 5대 명문 대가에서 한 짓이 아닐까요? 아니면 심천하가 꾸민 짓일까요?”원지용은 웃으며 답했다.“둘 다 아닙니다.”“둘 다 아니라고요? 그럼, 그 배후가 도대체 누굽니까?”발끈거리는 길종문을 보며 원지용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배치를 보면 매우 신중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손을 쓰는 순서를 보아하니 아마 우리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네?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고요?”원지용의 말에 길종문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누구일까?’‘어떤 미친 X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걸까?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니, 미친 거 아니야?’원지용은 웃으며 말했다.“원씨 가문은 지금껏 성장해 오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길종문 씨는 해야 할 일이나 책임지고 잘하면 됩니다. 오늘 저녁 파티는 잘 준비했어요?”“네, 모든 준비 다 끝마쳤습니다.”“그래요.”원지용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저녁 7시경.강북 H시의 큰 호텔에서 호족 이브닝 파티가 열리고 있다.무릇 H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은 모두 이 파티에 초대되었다.호텔 전체에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문 앞에는 수백 미터나 되는 레드카펫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호화롭기 그지없는 차들이 연달아 도착했다.파티 현장에는 사람
원지용의 간단한 인사말은 몇 마디로 끝을 맺었다.무대에서 내려온 원지용은 길종문 등 사람들과 뒤쪽에 있는 개인 회의실로 향했다.이에 초대된 사람은 강북 H시의 5대 명문대가의 가주와 갑부 심천하까지 있었다.개인 회의실에서 사람들은 테이블을 에워싸고 앉았다.5대 명문 세가의 가주, 길종문, 길천호 그리고 심천하 등이 함께 하고 있었고, 회의실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 보였다.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강북 H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거물들이다.6대 명문대가의 가주와 심천하는 지금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침묵을 깨고 덤덤하게 웃으며 심천하가 입을 열었다.“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나누게 될 대화는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강북 미래의 발전 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모두 비밀을 지켜줬으면 하는 회의입니다. 하여 지금 가지고 계신 휴대폰과 같은 모든 통신 전자 제품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경호원들도 잠시 자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그 말에 다른 5대 명문대가 가주와 심천하는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의문투성이였다.최씨 가문 가주인 최강민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길종문 씨, 혹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족치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휴대폰도 제출하고 경호원까지 쫓아내고 말이에요. 다른 마음을 품고 우리를 이곳에 가두는 거라면, 강북 전체를 길씨 가문에서 앗아가지 않겠어요?”“맞습니다! 길종문 씨, 우리는 절대 휴대폰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말로 하고 싶으시면 말로 하세요. 이렇게까지 뜸 들이며 신비롭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그냥 하시면 됩니다. 우린 모두 입이 무거운 사람들입니다.”지금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온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가주이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다.말하는 사이에 길종문의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번쩍이었고 겨우 웃음을 자아내며 덧붙였다.“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이 회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