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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ผู้แต่ง: 명모

제1화 절름발이를 너랑 어떻게 비교하겠어?

ผู้เขียน: 명모
DY 빌딩, 주차장.

심하게 흔들리는 은색 아우디의 트렁크 안에서, 작은 틈 사이로 들려오는 남녀의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백채림의 심장은 마치 갈가리 찢기는 것만 같았다.

오늘 밤, 채림은 약혼자에게 비밀로 한 채 해외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몰래 귀국했다. 약혼자의 트렁크를 알록달록한 풍선들로 꾸미고, 정성껏 차려입은 자신을 마치 선물처럼 내보이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작은 트렁크 속에 몸을 숨기고, 손에는 한정판 데킬라 레이 925를 들고 말이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긴 기다림 끝에 겨우 잠금 해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와 동시에 약혼자의 배신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원후 오빠, 오늘 오빠 생일인데, 백채림이 오빠 찾아오면 어떡해?”

“흥, 네가 저질러 놓은 소송 때문에 지금쯤 골치 아파하고 있을 거야. 아직도 B국에서 정신없이 바쁠 텐데 어떻게 와?”

“그렇다면 앞으로도 더 말썽 부려야겠네?”

여자의 애교 섞인 말투에 남자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앙큼하긴!”

“그럼 오빠는 이렇게 나쁜 내가 좋아, 아니면 능력 있는 오빠 약혼녀가 좋아?”

곧이어 여자가 남자의 목에 팔을 감더니, 두 사람은 격렬한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독한 약 냄새가 진동하는 절름발이를 너랑 어떻게 비교해. 우리 부모님이 걔네 집 사업을 엄청 중시해. 걔 사업 능력만 아니었으면 내가 신경이나 썼겠어?”

좁은 트렁크 속에서 채림은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리고 말았다. 귓가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남녀의 목소리는 채림에게 너무도 익숙했다. 한 사람은 이틀 뒤면 자신과 약혼할 이원후였고, 다른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사촌 여동생 백사나였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자신을 등지고 이렇게 끔찍한 배신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백채림은 무슨 목숨이 그렇게 질긴지! 애초에 우리가 꾸민 교통사고가 얼마나 완벽했는데, 어떻게 안 죽었지? 그래도 내가 미리 손을 써서 의사한테 약을 바꾸라고 해서 이렇게 병신이라도 만든 거지, 안 그랬으면 헛수고만 했을 거 아냐.”

그때, 사나의 음흉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심지어 못내 아쉬워하는 듯한 말투였다.

“됐어, 적어도 다리라도 병신 만들었잖아. 그리고 아직 백채림 머리는 이용 가치가 있어. 네가 유명해진 것도 백채림 덕분이잖아. 안 그래? 자기야.”

원후는 얼른 사나를 달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채림의 몸은 오싹한 전율에 휩싸였다. 심하게 떨리는 몸이 아픈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미친 듯이 흔들리는 차 안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격정적으로 몸을 섞던 두 남녀가 떠난 뒤, 채림은 천천히 트렁크에서 느릿느릿 기어나왔다. 혼미한 의식과 무거운 몸이 다친 왼발에 무게를 실으며 고통을 전했지만, 그 고통은 마음의 상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채림은 발을 절뚝거리며 멍한 눈빛으로 목적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

2년 전, 백채림은 교통사고로 H시 최고의 명문가 아가씨에서 절름발이로 전락해 버렸다. 그 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던 채림의 곁을 지켜준 사람은 바로 이원후였다.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채림은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매스미디어 회사, 드림캐슬에 들어가 원후 대신 회사를 일으켜 세웠고, 무명이던 연습생을 인기 연예인으로 키워냈다. 그 사람이 바로 채림의 사촌 여동생, 백사나였다.

더욱이 이번에 사나가 계약 위반으로 제작진에게 고소를 당했을 때, 원후는 모든 뒤처리를 채림에게 맡겼다.

채림은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원후의 생일에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3일 동안 2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귀국했다.

그러나 그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결과는?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큼 사랑을 속삭이던 원후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준 것이었다.

‘정말 우습네.’

‘2년 동안 모든 걸 바쳐가며 해온 일들이 결국 나를 함정에 빠뜨린 이 개 같은 년놈들의 앞길을 닦아준 것이었다니.’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꿋꿋하게 고개를 든 채림의 마음속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센 빗줄기와 함께 지난날의 모든 감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채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힘들다...’

채림은 결국 도로변 간판 아래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데킬라 레이 925의 뚜껑을 따고는 한 번에 들이켰다.

...

30분 뒤.

길가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분한 색의 차는 고급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이 차는 채림을 한 번 지나쳤다가 곧바로 후진하여 그녀 곁에 멈춰 선 것이었다.

곧이어 채림은 차 안으로 끌려 들어와 한 남자 앞에 엎드리게 되었다. 남자는 차가운 비에 젖은 채림의 얼굴을 일말의 동정심 없이 꽉 쥐었다. 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눈으로 채림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어요. 나만 당신을 알면 되니까요. 백씨 가문 아가씨.”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게 내리치는 밤비처럼 서늘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채림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 머리를 흔들었다. 겨울밤의 연못처럼 깊고 차가운 남자의 눈동자가 점점 더 그녀를 끌어당겼다.

채림이 몸을 비틀자 남자는 커다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를 잡았다.

“진작 왔어야 했는데...”

“네?”

게슴츠레한 채림의 시선이 우연히 남자의 가슴에 닿았다. 풀린 단추 사이로 드러난 탄탄한 근육은 매혹적인 남성미를 발산하며, 단숨에 그녀의 몸속을 타고 흐르는 40도가 넘는 알코올에 불을 지폈다.

‘이원후도 나를 배신했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게다가 눈 앞의 남자는 몸매도 얼굴도 원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채림은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남자의 목에 감았다.

“그렇게 날 보고 싶었어요? 그럼 이리 와요, 내가 만족시켜 줄게요.”

남자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자신의 앞에서 반쯤 무릎 꿇고 있는 채림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눈에 들어오자 깊은 밤바다에서 떠오르는 요정 같은 매력에 마음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남자의 목소리는 약간 잠겨 있었다.

채림은 낮게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으로는 남자의 다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살며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순간, 남자는 본능적으로 몸이 긴장하더니, 갑자기 채림을 힘껏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소원대로 해줄게요.”

...

몇 시간 뒤.

갑자기 놀란 듯 눈을 번쩍 뜬 채림은 자기 옆에 웬 남자가 잠들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날카로운 턱선과 탄탄한 가슴 근육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퍼즐처럼 조각조각 맞춰졌다.

길거리에서 취해 쓰러져 있다가 어느 남자의 차에 타게 됐고... 결국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남자의 잘생긴 옆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던 채림은 갑자기 흠칫 놀랐다.

‘그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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