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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고운
“아니.”

부승민은 의자에 기대앉아 눈썹을 문질렀다.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가자.”

집에 돌아오니 도우미들이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 밥을 먹은 뒤 부승민은 서재로 가서 또 일을 했다.

온하랑은 거실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았다. 따뜻한 물 한 컵을 받고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 함께 넘겼다.

“무슨 약 먹은 거야? 어디 안 좋아?”

뒤에서 갑자기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하랑은 가슴이 철렁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

부승민은 걸어와서 물 한 컵을 부었다.

“병원에는 가 봤어?”

그는 오늘 점심 식사에서 따뜻한 음식만 먹겠다고 했던 온하랑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응, 가 봤어.”

“그럼 됐어. 이제부터 건강 잘 챙겨.”

그의 관심 어린 말에 온하랑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서글펐다.

이른 아침, 온하랑은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졸린 두 눈을 겨우 뜨고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 전무님, 일이 터졌습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 확인 부탁드립니다.”

온하랑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한편으로 재빠르게 태블릿으로 각 포털 사이트의 뉴스피드를 확인했다.

“부 대표님과 추서윤 씨의 사진이 찍혔습니다.”

비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온하랑도 기사를 클릭했다.

비서는 온하랑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온 전무님, 어떻게 처리할까요?”

“먼저 추서윤 씨 소속사에 연락해서 대응하지 말라고 하세요. 내가 회사에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요.”

실시간 검색에 두 사람이 함께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이 찍혔다. 각 사이트에서 모두 화제가 되었다.

두 회사에서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을 동시에 올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을 홍보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비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온하랑이 말했다.

“잠깐만요. 어제 다 같이 찍은 사진 핸드폰에 갖고 있죠? 부 대표님과 추서윤 씨가 별로 가까워 보이지 않는 사진을 한 장 골라서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온하랑은 전화를 끊은 뒤 서둘러 일어나 씻었다.

그녀가 회사에 들어서자 비서가 인사했다.

“온 전무님, 오셨어요.”

“추서윤 씨 측에는 연락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물었다.

비서는 말을 머뭇거렸다.

“부 대표님께서 이미 이 일을 홍보팀에 넘기셨습니다.”

온하랑은 입을 앙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해당 층에 도착했다. 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오미연과 마주쳤다.

온하랑을 마주치자 오미연은 얼굴에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어머, 우리 온 전무 왔네. 어제 추서윤 씨하고 부 대표님이 함께 BX에 온 거 봤어? 누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표님을 꼬셔대는데도 거들떠보지 않으시네. 어제 부 대표님이 직접 얘기하셨대. 그런 사람은 딱 질색이라고. 나였으면 BX에 얼굴 들고 출근 못할 것 같아. 창피해서.”

비서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온하랑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고 못 들은 척 오미연의 앞을 지나갔다.

오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온하랑을 불러세웠다.

“온하랑, 부 대표님이 이 일을 나한테 어떻게 처리하라고 하셨는지 궁금하지 않아?”

온하랑이 발걸음을 멈췄다.

오미연은 조롱하는 미소를 지으며 온하랑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너니까 내가 솔직하게 알려줄게. 부 대표님이 나한테 자기와 추서윤 씨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밝히라고 하셨어.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온하랑은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채 넋을 놓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돌아왔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다시 포털사이트를 열었다. 댓글의 분위기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한 여배우와 자본가의 만남을 네티즌들은 스폰 관계라고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건 금방 귀국해서 일을 시작한 추서윤에게는 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사이트에는 추서윤과 부승민이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대학 시절 사진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을 최고의 캠퍼스 커플이라고 불렀다. 사진 속 어깨를 나란히 한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렸다.

지금 두 사람이 다시 만났으니 전에 인연을 이어가려고 한다는 기사였다.

게다가 앞서 BX의 전속모델은 요즘 인기 있는 임리안이었는데 갑자기 추서윤으로 바뀌었다.

네티즌들은 이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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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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