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마호가니 원목 문이 굳게 잠긴 미술관 3층 VIP 접견실. 벽에 거칠게 밀착된 두 사람의 가슴이 터질 듯한 격렬한 호흡으로 맞닿아 있었다. 고급 셔츠와 실크 블라우스 너머로 전달되는 체온은 이미 정상 체온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방금 찰나의 신체 접촉으로 터져 나온 강렬한 쾌락의 여운 탓에, 두 사람의 눈빛은 여전히 충격과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런 건 있을 수 없어."
태혁이 은재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천천히 풀며 비틀거리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차가운 식은땀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이건 집단 최면이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말초 신경 교란 현상이야. 고대 유물에 피가 닿았다고 감각이 동기화된다니, 현대 의학과 과학에서 그딴 비논리적인 미신을 믿으라는 건가?"
태혁은 스스로의 결벽적인 이성과 통제력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로서 평생 철저한 논리와 냉철한 계산 속에서 살아온 그였다.
그런 그에게 지금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손을 떼고 있어도 통증이 남았다.
"비논리적인 미신이요?"
은재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럼 방금 전 당신 앞섶이 쇳덩이처럼 단단해지면서 내 허벅지를 짓누른 것도 제 환각입니까? 내 질 안쪽이 수축하며 떨릴 때 당신 턱이 딱 굳어버린 것도 집단 최면이고요?"
"한은재, 입 닥쳐!" "착각이라고만 하지 마세요. 같은 자극에 둘 다 반응했잖아요. 그걸 확인해야 해결할 방법도 찾죠!"은재의 서늘한 눈빛에 지독한 독기가 서렸다. 평생 완벽한 체면과 학예사로서의 명예를 지켜온 그녀 역시 이 끔찍하고 굴욕적인 사태를 1초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했다.
"좋습니다. 이게 과학적인 착각인지 진짜 감각 동기화인지, 지금 당장 실험해 보면 되겠네요."
"……뭐라고?"태혁이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은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서서 제 H라인 정장 스커트 자락을 허벅지 중간까지 과감하게 걷어 올렸다. 그리고 하얗고 여린 허벅지 안쪽 살갗을 제 손톱으로 세게 비틀어 꼬집었다.
비틀-!
"크윽……!"
그 찰나, 아무런 물리적 접촉도 하지 않고 서 있던 태혁의 입에서 억눌린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태혁은 반사적으로 제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움켜쥐며 소파 팔걸이에 거칠게 몸을 부딪쳤다.
불에 달군 핀셋으로 생살을 집어뜯는 듯한 날카롭고 예리한 통증이 그의 살갗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이…… 미친 짓을……!"
태혁의 충혈된 눈가 살기등등하게 타올랐다. 통증이 발생한 위치가 같았다. 태혁은 은재가 손을 댄 자리와 자신의 허벅지를 번갈아 내려다봤다.
"보셨죠? 착각도 최면도 아니에요."
은재가 파들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스커트 자락을 내렸다. 그녀의 뺨 역시 신경을 타고 번진 통증과 흥분으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태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차가운 웃음이 번졌다.
"네 마음대로 일방적인 실험을 시작했으니, 같은 자극을 받아봐야 공평하겠지."
태혁이 거칠게 넥타이를 끌어내리며 셔츠 단추 세 개를 단숨에 뜯어내듯 풀어헤쳤다. 드러난 단단한 쇄골과 탄탄한 가슴 근육 위로 태혁의 긴 손가락이 가차 없이 닿았다. 그리고 제 가슴 한가운데의 민감한 살점을 손끝으로 세게 꼬집었다.
"아앗……!"
순간 은재의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입술 사이로 높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얇은 블라우스 속 유두가 불에 덴 듯 바짝 수축하며, 쾌감과 통증이 뒤섞인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은재는 소파를 짚고 주저앉아 헐떡이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살갗이 타들어 갈 것 같은 찌릿한 쾌락의 전류가 질 안쪽까지 번졌다.
"하아, 아…… 읏……!"
두 사람의 거친 시선이 허공에서 사납게 얽혀들었다. 촉각, 통증, 체온,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성적 감도까지. 상대방의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신경망에 복제되고 있었다.
그것도 체감상 거의 줄어들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전송되었다. 태혁이 턱을 바들바들 떨며 풀어진 셔츠 앞섶을 거칠게 여몄다.
"인정하지. 저주든 신경 오염이든, 네 말대로 우리 몸은 지금 끔찍한 사슬로 묶여 있어."
"그럼 당장 대책을……." "하지만 난 이 굴욕적인 꼴로 일분일초도 너와 한 공간에 머물 생각 없어."태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사실로 돌아가 전속 연구진을 총동원해 유물 해독부터 시킬 테니, 넌 여기서 입 닥치고 대기해."
태혁은 은재의 대답도 듣지 않고 도어록을 거칠게 해제한 뒤 접견실을 박차고 나갔다.
오후 7시, 해강재단 미술관 그랜드 볼룸.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눈부신 황금빛 조명이 대리석 홀 전체를 찬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재단 창립 30주년 기념 VIP 갈라쇼.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위층 인사들과 해외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유력 문화계 인사 300여 명이 집결한 사교계 최대의 밤이었다. 현악 4중주의 우아한 선율이 흐르는 홀 한가운데로, 두 사람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좌중의 시선이 일순간 그들에게 쏠리자 나직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재단 총괄이사 강태혁. 완벽한 체형에 맞춰 재단한 클래식 블랙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이마를 훤칠하게 드러낸 흑발이 오만한 귀공자의 위엄을 완성하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곁에 선 수석 큐레이터 한은재. 평소의 뿔테 안경과 투박한 오피스 정장 대신,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딥 네이비 실크 백리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숨 막히는 비주얼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명화 같았다.태혁의 짙은 시선이 은재의 드러난 등과 우아한 쇄골 라인을 따라 느리게 훑고 내려갔다. 짙은 남색 실크가 몸의 굴곡을 따라 관능적으로 흘러내리며, 걸을 때마다 은재의 늘씬한 각선미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 태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마른침을 삼켰다.이상하게도, 단순한 시각적 감탄을 넘어선 은밀하고 끈적한 갈증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은재 역시 태혁의 완벽한 턱시도 핏을 곁눈질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오만하고 결벽적인 폭군이었지만, 넓은 어깨와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남성미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쇼윈도의 이면에서, 두 사람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었다.인사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의 간격은 7m까지 벌어져 있었다.'더 멀어지면 안 돼. 이 정도에서 맞춰야 해.'은재는 샴페인 잔을 든 채 태혁과 미세하게 보폭을 맞추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파티장 안의 사람들과
쾅, 쾅-!게스트룸 욕실 문을 부술 듯 두드리던 태혁의 손이 멈칫한 순간, 잠금장치가 철컥 풀리며 문이 홱 열렸다. 자욱한 흰색 수증기 너머로, 하얀색 테리 타월 샤워 가운을 가슴까지 바짝 여며 쥔 은재가 나타났다. 물방울이 맺힌 쇄골과 붉게 상기된 뺨.헝클어진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은재는 독기 어린 눈으로 태혁을 쏘아보았다."문 부술 일 있습니까?! 다 씻고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하지만 태혁은 그녀의 앙칼진 항변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은재의 젖은 목덜미를 보다가 제 바지 앞섶으로 시선을 내렸다. 장미향 수증기가 코끝을 스쳤지만, 신경은 온통 가라앉지 않는 열기에 쏠려 있었다."……공조 각서 제2조."태혁의 쉰 목소리가 잇새를 비집고 새어 나왔다."샤워 사전 승인 룰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네 눈으로 똑똑히 봐."태혁이 턱짓으로 제 바지 앞섶을 가리켰다. 수트 바지 지퍼가 터져 나갈 듯 거대하게 솟아오른 앞섶이 은재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은재의 귓불이 터질 듯 붉게 물들었다."이사님이 낮에 스쿼트로 제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요!""한은재, 핑계 대지 마. 네가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마다 내 살갗이 벗겨지는 것 같았어."태혁은 문틀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턱을 바들바들 떨었다. 은재의 손길이 가운 안쪽을 정리할 때마다, 자신의 귀두 끝을 깃털로 간질이는 듯한 지독한 미열이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문턱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실랑이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겨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상대가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출근길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은재의 뺨은 여전히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태혁의 미간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오후 8시, 청담동 펜트하우스. 살벌한 오피스 배틀을 치르고 돌아온 실내에는 숨이 막힐 듯한 살얼음판 긴장감이 맴돌았다. 태혁의 지독한 스쿼트 보복 탓에, 은재는 오후 내내 허벅지가 뻐근하게 조여오는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태혁 역시 은재가 퇴근 직전 서류를 스테이플러로 철할 때마다 손끝을 꼬집는 소소한 반격 탓에, 집에 돌아와서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저 먼저 씻겠습니다."은재가 게스트룸 문을 열며 쌀쌀맞게 뱉었다. 소파에 걸터앉아 태블릿으로 해외 지사 보고서를 넘기던 태혁이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각서 제2조 잊었나? 시작 전에 서로 괜찮은지 확인부터 하기로 했잖아. 지금 당장이라는 말만 던지고 들어가려고?""하루 종일 땀 흘리고 먼지 뒤집어썼는데 샤워도 결재를 받아야 합니까? 15분 안에 끝낼 테니 신경 끄세요."은재는 태혁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욕실 문을 쾅 닫아걸었다. 낮에 당한 스쿼트의 굴욕을 생각하면 그 어떤 배려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은재는 땀에 젖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샤워 부스로 들어섰다.따뜻한 온수가 쏟아져 내리며 뻐근했던 어깨와 허벅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은재는 바디 스펀지에 장미 향 바디워시를 듬뿍 짜내 풍성한 거품을 냈다.그리고 하얗고 부드러운 거품을 제 목덜미와 쇄골, 가슴, 그리고 허벅지 안쪽 은밀한 살결에 미끄러지듯 문지르기 시작했다. 태혁은 거실의 통유리창 너머 야경을 등지고 앉아 태블릿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하지만 낮의 스쿼트 후폭풍으로 인해 하체는 여전히 묵직한 피로감에 젖어 있었고, 은재와의 기 싸움으로 신경은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었다.'15분 안에 끝낸다고?'태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15분이라는 말을 기억해 두고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다. 샤워 부스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거실까지 아련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 미술관 지하 1층 특별 기획전시실. 은재는 작업 가운을 입고 대형 유화 작품의 설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곁의 도슨트들도 전시 동선을 살피며 작업을 지켜봤다."3번 벽면 르네상스 명화, 왼쪽으로 2cm만 더 옮겨주세요. 수평도 함께 확인해 주시고요. 제가 직접 올라가서 와이어 장력 확인할게요."은재는 2m 높이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섰다. 오전의 얼음 캔 테러 이후, 태혁이 접견실을 뛰쳐나와 탕비실을 덮쳤을 때는 이미 은재가 자리를 비운 뒤였다. 태혁의 헛기침과 함께 전해져 오던 서늘한 살기를 떠올리며 은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지가 오만한 재벌 3세면 다야? 감히 날 하녀 취급해?'은재가 사다리 꼭대기에 서서 양손을 뻗어 무거운 액자를 지탱하던 바로 그 순간.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지하 1층 VIP 전용 피트니스 센터. 전시실과의 거리는 7m 남짓.땀복 차림의 강태혁이 거대한 스쿼트 랙 앞에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쇠로 된 올림픽 바벨이 얹혀 있었고, 양옆에는 거대한 원판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총중량 140kg."한은재, 네가 감히 내 바지에 홍차를 쏟게 만들어?"태혁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어디 네 몸으로 그 대가를 뼈저리게 치러봐."태혁이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시며 140kg의 쇳덩이를 짊어진 채 깊숙이 풀 스쿼트로 주저앉았다. 대퇴사두근과 둔근, 햄스트링 근육이 파열될 듯 팽팽하게 수축하며 하체 전체에 어마어마한 하중이 짓눌렸다.그리고 그 극심한 근육의 부담이 고스란히 은재의 몸으로 전해졌다.쿵-!"아, 앗……?!"사다리 꼭대기에서 액자를 잡고 있던 은재의 입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 제 양 허벅지에 거대한 쇳덩이를 얹은 듯한 하중이 골반과
오전 11시, 해강재단 미술관 2층 VIP 접견실. 총괄이사 강태혁은 주요 후원 기업 대표 및 해외 파트너스 임원 4명과 함께 갈라쇼 스폰서십 조율 미팅을 주재하고 있었다."이번 재단 30주년 특별전은 아시아 미술계에서 유례없는 메가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후원사 브랜딩 역시 최고 등급의 예우로……."태혁은 유려한 화술과 서늘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스위스계 프라이빗 뱅크 한국 지사장은 태혁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과연 해강의 차기 수장답습니다. 강 이사님의 탁월한 심미안과 공격적인 기획력이라면 이번 갈라쇼는 성공을 확신해도 되겠군요." "과찬이십니다, 지사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서양 고대 예술품의 정수를 사교계에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태혁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입가의 미소와 달리 어깨에는 좀처럼 힘이 빠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은재와 주고받은 말들이 회의 중에도 불쑥 떠올랐다.테이블 위에는 영국 왕실 조달 브랜드의 고급 도자기 찻잔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얼그레이 홍차가 놓여 있었다.***그 시각, 접견실 바로 아래층. 한 층 아래 학예실 탕비실. 은재는 싱크대 앞에 선 채 천장을 매섭게 올려다보고 있었다.아침부터 1분 단위로 잔소리를 퍼붓고, 마치 죄인을 감시하듯 오만하게 굴던 태혁의 태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자기가 무슨 왕이야. 준비도 5분 안에 하래, 숨도 조심해서 쉬래. 사람을 뭘로 아는 거야."은재는 이를 바득 갈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이 냉동 칸 구석에 놓인 알루미늄 캔 커피 하나에 꽂혔다. 표면에 살얼음이 낀 차가운 캔.순간 은재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번뜩이는 악마 같은 영감이 스쳤다.'사전 승인 없는 자극 금지라고
자정을 넘긴 청담동 펜트하우스. 도심의 소음이 차단된 실내에는 오직 한강변을 때리는 서늘한 밤바람 소리만이 맴돌았다. 복층 계단 아래, 마스터룸과 게스트룸 사이의 직선거리는 약 6m.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안전거리 안쪽이었지만, 은재는 침대에 누운 채 좀처럼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하…… 정말 미치겠네."은재는 면 잠옷을 목 끝까지 여민 채 뒤척였다. 앞선 해제 시도의 역류 반동으로 한층 예민해진 몸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6m 너머 벽 안쪽에서 전해져 오는 태혁의 은근한 체온과 호흡의 파동이었다.그가 침대 위에서 긴 다리를 뻗으며 시트를 스칠 때마다, 얇은 면 잠옷 바지가 은재의 허벅지 안쪽 살갗을 거칠게 긁어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스륵, 사각-"흣……."은재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쿵, 쿵-!두 방을 가르는 콘크리트 벽 너머에서 신경질적인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한 큐레이터."벽을 타고 건너온 태혁의 음성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뒤척이지 말고 얌전히 누워 있어. 네가 다리 비틀 때마다 내 허벅지 안쪽에 불이 붙는 것 같으니까."은재는 기가 차서 벌떡 일어나 벽을 향해 쏘아붙였다."제가 잠버릇까지 이사님 허락을 받고 자야 합니까? 저 지금 숨도 조심해서 쉬고 있거든요?!""나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 잠깐만 참아. 내일까지 넘겨야 할 감사 기획안이 남았어.""그놈의 결벽증 진짜……."은재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서로의 신경망이 하나로 묶인 탓에, 분노와 긴장감마저 혈관을 타고 실시간으로 교환되고 있었다. 침대 매트리스의 푹신함조차 낯설고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