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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다시 찢어진 옛 상처

Author: Pure Moon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12:50:37

무거운 나무 의사봉이 마호가니 받침대를 둔탁하게 울리며 내려쳤다. 인수 표결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수석 이사가 Vance-King 합병의 법적 조건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기업 법률 용어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단조로운 낭독처럼 울려 방음 처리된 회의실 벽에 부딪혔다.

회의가 시작되었지만, 엘레나는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내 손가락은 브리핑 태블릿 화면 위에서 멈춘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지털 문자가 의미 없는 하얀 빛의 얼룩처럼 흐릿하게 번졌다. 크림색 블라우스 아래에서 내 가슴은 얕고 다급한 숨으로 오르내렸고, 심장은 마치 갇힌 새처럼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세금 준수 지표를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시선은 자석에 이끌리듯 어두운 원목 테이블 너머로 향했다.

내 아버지는 계속해서 나를 힐끗거리고 있었다.

회의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는 고급스러운 두꺼운 울 정장을 입은 채 가죽 의자에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있었다.

아서 밴스.

아니, 이제는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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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8장: 진실

    임원층에 내려앉은 침묵은 뼈마저 짓누를 만큼 무거웠다.“내가 왜 너를 떠났는지 말해!”줄리안의 절박한 외침이 마호가니 벽과 유리 칸막이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류탄처럼 공중에 매달린 채였다.가슴이 격하게 조여왔다.폐에서 산소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순수한 공포에 질려 진공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숨을 헐떡였다.찰나의 순간, 나는 그 자리의 푹신한 카펫 위로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마커스는 걸음을 내딛던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거대한 몸이 굳어 있었다. 어깨는 강철 케이블처럼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었다.은회색 눈동자가 내 얼굴에 박혔다.그 눈빛에는 어둡고 무시무시한 강렬함이 타오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그는 줄리안의 요구를 즉시 이해했다.그리고 우리 과거의 잔해 아래 묻혀 있는 어두운 비밀이 무엇인지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마커스가 진실을 요구한다면…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안 돼.비밀을 지켜야 해.화제를 돌려야 한다.나는 절박한 생존 본능에서 솟구친 아드레날린에 이끌려 마커스가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줄리안이 더 무슨 미친 소리를 지껄이기도 전에 움직였다.“닥쳐, 줄리안!”내 비명이 터져 나왔다.목소리는 날것 그대로의 분노로 갈라져 있었고, 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움찔할 정도로 거칠었다.나는 홱 돌아서 줄리안의 시야를 정면으로 가로막았다.그가 다음에 내뱉으려던 미친 말을 아예 차단해버렸다.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나는 양옆에서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하지만 눈에는 내가 가진 모든 냉기를 억지로 밀어 넣었다.줄리안은 갑작스러운 내 반격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그의 부모는 뒤에서 유령처럼 굳어 있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줄리안이 더듬거렸다.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네가 그렇게 떠난 것과… 진짜 이유가—”“거짓말쟁이에 비열한 겁쟁이!”나는 그의 말을 잘랐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7장: 대중의 거부

    14층 회의실의 공기는 희박하고, 숨이 막힐 듯 답답했으며, 산소라고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나는 유리문에서 등을 돌린 채 나가려 했다. 하지만 절박하게 울려 퍼진 줄리안의 목소리에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엘레나, 잠깐만! 제발… 딱 1분만 더 우리 얘기를 들어줘!”나는 얼어붙었다. 차가운 황동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였다.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내 시선은 눈앞의 처참한 광경을 훑었다.줄리안의 어머니는 가죽으로 된 임원용 의자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앉아 있었다. 얼굴은 두 손에 파묻혀 있었고, 어깨는 소리 없이 흐느끼느라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옆에 서서 그녀의 등에 무겁게 손을 얹고 있었다. 얼굴에서는 귀족적인 오만함이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리고 줄리안.한때 상류사회의 늑대들로부터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남자가, 절박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에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재… 재정 문제 때문에 온 게 아니야.”줄리안이 더듬거리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두 손바닥을 위로 펼친 채였다.“우린 아무것도 요구하려고 온 게 아니야, 엘레나. 우리가 온 건… 내가… 네 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서. 우리 가족이 널 대했던 방식에 대해서… 아버지가 네 가족의 계좌를 동결했을 때 내가 널 떠나버렸던 것에 대해서…”그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목이 격하게 움직였다.“난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엘레나.”그의 목소리가 떨렸다.“부모님이 나한테 헨더슨 가문과의 약혼을 강요했을 때도 그랬어. 그들이 네 인생을 산산조각 내는 걸 내가 옆에서 보고만 있었을 때도… 난 널 사랑했어.”그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난 겁쟁이였어. 이제야 알아.”잠시 숨을 고른 그가 절박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고칠 수 있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네가 마커스 밴스에게 말해주기만 하면 돼. 우리 가족을 무너뜨리는 걸 멈춰달라고 부탁해줘. 그러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6장: 뜻밖의 방문

    내 책상 위의 디지털 시계가 선명한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오후 2시 14분.나는 킹 홀딩스의 공급망 인수 내역이 빼곡하게 담긴 거대한 스프레드시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숫자로 가득한 열들을 어떻게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애쓰고 있었다.하지만 내 정신은 이미 몇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새하얀 진료실 안에 갇힌 채였다.그곳에는 내가 세상으로부터 지키고, 숨기고, 묻어버리겠다고 맹세한 작은 심장 박동이 규칙적이고 다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숨을 한 번 쉬는 것조차 계산된 위험이었다.“엘레나?”클로이의 목소리가 무거운 안개 속을 뚫고 들어왔다.나는 눈을 깜빡이며 모니터에서 시선을 들었다.유리 칸막이 옆에 가장 친한 친구가 서 있었다.초록색 눈은 커져 있었고, 얼굴에는 순수한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무슨 일이야?”내 목소리는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새로운 불안이 가슴을 치솟으며 심장이 조여 왔다.“마커스가 자산 보고서를 찾는 거야?”“아니.”클로이가 고개를 저으며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주변 책상에 앉은 직원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아래층 로비에 누가 와 있는지 들으면 믿지 못할 거야. 경비팀에서 방금 임원 전용 라인으로 연락이 왔어.”내 위장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손에서 펜이 미끄러졌다.딱!펜이 유리 책상 위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누구?”“줄리안. 그리고 그의 부모님.”클로이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보안 검색대 바로 옆에 서 있는데, 완전히 망가진 사람들처럼 보여.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너를 콕 집어서 찾고 있다는 거야.”한 번에 숨이 빠져나갔다.줄리안.나를 배신한 남자.자신의 가족이 내 삶을 산산조각 내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한심한 겁쟁이.내가 밴스 그룹 초고층 빌딩의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 묻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망령.그리고 그의 부모.내 가족을 내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5장: 두 번의 심장 박동

    개인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수의처럼 내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나는 진료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몸무게가 실릴 때마다 새하얀 종이가 바스락거렸고, 떨리는 손가락은 울 코트의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해리슨 박사는 이동식 초음파 기기의 모니터를 조정했다. 그의 얼굴에는 조용하고 전문적인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호르몬 수치와 신체 발달 상태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해리슨 박사가 철테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제 임신 초기 3개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오늘은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엘레나. 준비됐나요?”숨이 턱 막혔다.‘심장 박동.’그 단어가 작은 무균실 안에서 카운트다운처럼 울려 퍼졌다.바네사가 서재에서 우연히 내 고백을 가로막았던 그날 밤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마커스와 식탁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속이 뒤집히던 일주일.어머니가 자신의 완벽하고 강력한 남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본 일주일.자신이 한 침대를 공유하는 남자가 딸의 몸 안에 치명적인 비밀을 심어놓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매 순간이 유리로 된 지뢰밭을 걷는 것 같았다.“네.”나는 속삭였다.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해볼게요.”해리슨 박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동식 의자를 끌어와 앉은 뒤 초음파 탐촉자를 조정하고, 내게 쿠션이 깔린 진료대에 등을 기대고 눕도록 했다.나는 기계적으로 그의 지시에 따르며 블라우스 자락을 들어 올려 배를 드러냈다.차가운 젤이 피부에 닿는 순간, 나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해리슨 박사는 작은 휴대용 탐촉자를 내 아랫배에 대고 팽팽한 피부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우리 옆의 모니터에는 회색과 검은색의 혼란스러운 화면이 나타났다.그림자와 체액이 생물학적인 현실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충격에 대비하듯 온몸에 힘을 주었다.“여기 있네요.”해리슨 박사가 낮게 중얼거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4장: 겉보기엔 완벽한 결혼

    반스 제국의 대외적인 모습은 부와 권력, 그리고 완벽한 가정의 화목으로 이루어진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그 후 2주 동안, 상류사회 칼럼과 경제 타블로이드지는 마커스와 바네사 반스 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한때 어머니가 가십 잡지와 반쯤 비운 와인병에 둘러싸여 저녁을 보내곤 했다면, 이제 그녀는 쉴 새 없는 공식 행사와 사교계 일정에 휩쓸려 있었다.평소 사교 갈라나 상공회의소 만찬을 마치 감옥에 강제로 끌려가는 것처럼 여기던 마커스는, 이상할 정도로 순순히 그녀의 일정에 동행했다.그는 메트에서 열린 연례 자선 무도회에 바네사를 직접 에스코트했다.고위급 인수 협상 만찬에서도 그녀의 곁을 지켰고,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 아래쪽에 소유욕이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얹혀 있었다.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눈부시게 터질 때면, 마커스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절제된 미소를 입가에 살짝 걸었다.그럴 때마다 바네사는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월스트리트의 최상위 포식자를 성공적으로 정복한 여인처럼 의기양양한 빛을 온몸에서 뿜어냈다.세상의 눈에 그들은 완벽한 파워 커플이었다.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기업 왕족의 거대한 단단한 벽.저택 안에서는 그 환상이 더욱 완벽했다.두 사람은 함께 선룸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아침 커피를 마시며 자선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마커스는 바네사가 서쪽 별관을 새롭게 꾸미는 계획이나 킹 홀딩스 합병 마무리를 기념하기 위한 상류사회 만찬 준비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드는 동안에도 인내심 있게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때마다, 속이 서늘하고 무거운 돌덩이로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나는 정식 식당의 아치형 출입구 옆에 서 있거나, 2층 난간 끝에 조용히 서서 어머니가 마커스의 말에 웃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죄책감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게처럼 가슴을 짓눌렀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나는 거짓말 속에서 살고 있어.나는 생각하며 떨리는 손가락을 아직 완전히

  • 의붓아버지와 보낸 하룻밤   제33장: 비밀 지키기

    Vance Group 초고층 빌딩의 육중한 유리문이 마치 요새의 성문처럼 내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나는 인도 위에 꼬박 3초 동안 서서 억지로 폐를 부풀리며, 목구멍을 할퀴듯 치밀어 오르는 끔찍한 메스꺼움을 억눌렀다.정신 차려.나는 심장 위에 다시 얼음을 덮었다.그리고 방어적인 갑옷을 입듯 임원 비서의 태도를 피부 위에 덧씌웠다.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외투를 걸친 것처럼.나는 로비로 들어가 보안 배지를 찍은 뒤, 가죽 핸드백 깊숙한 곳에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비밀을 숨긴 채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원층으로 올라갔다.그 후 48시간은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혹독한 훈련과도 같았다."엘레나, 너 정말 안 좋아 보여. 진심으로 말하는데, 오늘 카펫 위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난 법적으로 네 정신적 피해 보상금까지 청구해야 할 것 같아."화요일 아침, Chloe가 종이컵에 담긴 블랙커피를 들고 내 유리 책상에 기대며 말했다.날카로운 초록색 눈동자가 내 얼굴을 훑었다. 컨실러로 공들여 가린 짙은 다크서클까지 정확히 찾아내는 눈이었다."너 잠은 제대로 잔 거야? 아침 내내 키보드도 거의 건드리지 않았잖아. 게다가 지금 당장 토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보여.""말했잖아. 그냥 위장염이야."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사소한 경비 보고서를 처리하는 척하며 화면만 바라봤다."그리고 피곤한 것뿐이야. 3분기 보고서가 너무 지독하잖아, Chloe.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Chloe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회의도 피하고, 어제는 점심도 건너뛰고, 임원실에는 방사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접근조차 안 하잖아. 정말 Marcus가 무슨 일로 너를 혼낸 건 아니야?""아니."내 대답은 아마 조금 지나치게 날카로웠을 것이다.Chloe가 살짝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알았어, 알았어. 예민하네. 그냥... 내가 네 업무 대신 처리해줘야 하면 말해."Chloe는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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