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편 민재혁은 첫사랑이 돌아오자 아내 서이경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평생 그만을 사랑했던 이경은 매달렸지만, 돌아온 것은 냉혹한 배신뿐. 남편은 그녀가 밤새워 완성한 논문마저 첫사랑의 이름으로 빼앗았다. 모든 것을 잃고 병원을 떠난 이경. 그러나 누구도 몰랐다. 그녀가 세계적인 외과의로 성장할 천재라는 사실을. 새로운 병원에서 시작된 기적 같은 수술, 그녀를 알아본 천재 의사 차도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협력 요청.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수술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희망으로 바뀌고, 세계 의학계마저 그녀의 천재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를 버린 남편이 돌아와 무릎을 꿇지만, 이경은 이미 다른 세상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전 세계였다.
View More서이경은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다가 식탁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민재혁은 벌써 세 번째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국에서는 김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가 좋아하는 반찬도 거의 손대지 않은 채였다. 이경은 생선 살을 접시 한쪽에 가지런히 모아 놓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재혁 씨, 국이 식었는데 다시 데워 드릴까요?”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하자 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경은 그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남편이 자신에게는 저렇게 웃어 주지 않게 된 것이.
“재혁 씨?”
“아, 왜 자꾸 불러?”
그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국이 식어서요. 다시 데워 드리려고…….”
“됐어. 입맛 떨어지게 자꾸 말 걸지 마.”
재혁은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경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 거라도 해 드릴까요?”
“서이경.”
재혁이 돌아보았다.
“내가 안 먹겠다는데 왜 그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네가 차려 준 밥은 무조건 먹어야 해?”
이경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그럼 그냥 내버려 둬. 내가 어린애야?”
그는 재킷을 집어 들었다.
이경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오늘은 일찍 들어온다고 하셨잖아요.”
“약속 생겼어.”
“그럼 저녁은…….”
“너 혼자 먹어.”
재혁은 현관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나 기다린다고 밥상 차려 놓지 마. 퇴근해서 들어올 때마다 네가 그렇게 앉아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이경은 식탁 옆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
“저는 그냥…… 같이 밥 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알아. 그런데 나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어. 그 정도는 알아서 눈치껏 해 주면 안 돼?”
재혁은 구두를 신으며 덧붙였다.
“집에 들어와서까지 네 기분 살펴 가며 행동하고 싶지 않아.”
현관문이 닫혔다.
이경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식탁에는 두 사람 몫의 저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은 이미 식었고, 아침부터 끓인 국 위에는 얇은 기름막이 생겨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남편의 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가시를 발라 놓은 생선 살을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억지로 씹어 삼키려는데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았다. 결국 수저를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목 안쪽에 걸린 음식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이경은 식탁에 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조금 전 남편이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자신이 기다리는 것도, 밥을 차려 놓는 것도, 집에 들어오면 반갑게 맞이하는 것까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이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재혁이 싫어하는 일들을 자신은 사랑이라고 믿으며 해 왔다는 사실이었다.
유세린이 돌아온 것은 석 달 전이었다.
그날 이경은 열두 시간이 넘는 수술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오래 서 있었던 탓에 발바닥이 욱신거렸고, 손목에는 수술 장갑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재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언제 들어왔는데?”
이경은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도 밝았다.
“미리 말하지 그랬어. 내가 공항으로 나갔을 텐데.”
재혁은 소파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이경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았다.
연애하던 시절의 재혁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경이 수술실에서 늦게 나와도 병원 로비에서 기다려 주었다. 함께 먹을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에도 즐거워했고, 그녀가 피곤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손을 잡고 조용히 걸어 주었다.
그런 남자를 처음 사랑했다.
그녀에게 재혁은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왔어?”
통화를 끝낸 재혁이 뒤늦게 그녀를 발견했다.
“네. 누구 전화예요?”
“세린이.”
이경의 손이 멈췄다.
유세린.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사랑했던 여자였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부분도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습니다.”두 사람이 떠난 뒤 이경은 서류를 다시 읽었다.종이 위의 글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재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네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잘 생각해.'그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늦은 오후, 이경에게 연구지원 부서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서 교수님, 제출된 연구 발표 자료와 관련해서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이경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어떤 사항인가요?”“민재혁 교수님 측에서 연구 발표 자료를 먼저 제출하셨습니다.”그녀는 잠시 말을 잃었다.“이미 제출했다고요?”“네. 연구 기여와 자료 사용 범위에 관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이경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재혁은 그녀에게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발표를 중단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제출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관련 절차에 따라 확인하실 수 있도록 안내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이경은 의자에 기대었다.몸속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을 때조차 언젠가는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도 함께 보낸 시간까지 모두 거짓은 아니었을 거라고.하지만 재혁은 아내가 어떤 연구를 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 연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자료를 제출했다.이경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던 그녀는 천천히 반지를 빼냈다.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금속 고리가 차갑게 빛났다.결혼식 날 재혁이 직접 끼워 준 반지였다.그녀는 그날을 기억했다.재혁이 자신의 손을 잡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순간을.이경은 서랍을 열었다.반지를 넣으려다가 잠시 멈췄다.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했던 말은 실수였다고, 자신이 잘못
대신 그는 아내가 이혼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공동연구 발표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저도 이런 말씀까지 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병원 연구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됩니다.”그는 통화하는 동안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다.“아내가 요즘 개인적인 문제로 많이 예민해져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있어서요.”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재혁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네. 저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고 싶습니다. 다만 연구 자료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는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통화를 끝낸 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연락했다.“서이경 교수 연구실의 자료 접근 권한부터 확인해 주세요. 공동연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달하면 됩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실제로 유출 정황이 확인됐습니까?”재혁의 얼굴이 굳었다.“그래서 확인하라는 겁니다. 문제가 생긴 다음에 움직일 생각입니까?”비서는 더 묻지 않았다.재혁은 전화를 끊고 의자에 기대었다.이경이 자신의 이름을 문제 삼을 줄은 몰랐다.늘 남편의 기분을 먼저 살피던 여자였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면 먼저 사과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자신의 주장을 접었다.그런 여자가 오늘은 여러 교수 앞에서 자신을 반박했다.재혁은 그 장면을 떠올릴수록 화가 치밀었다.“감히 나를 망신시켜?”그는 책상 위에 놓인 이혼합의서를 바라보았다.아직 이경의 서명이 없는 서류였다.재혁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가 거칠게 내려놓았다.“끝까지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군.”그의 시선이 다시 휴대전화로 향했다.이번에는 인사 담당 부서의 번호를 눌렀다.“서이경 교수의 다음 연구 평가 일정이 언제인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최근 연구 실적 제출 현황도 함께 보고 싶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연구 운영과 관련된 문제입니다.”전화를 끊은 재혁은 입술을 비틀었다.이경이 연구를 지키겠다고 나섰다면, 그 연구가 얼마나 쉽게 흔
이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재혁의 손이 세린의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세린은 그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기대었다.이경은 갑자기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낯설게 느껴졌다.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가 남편과 그의 연인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지켜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녀를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처럼 바라보고 있었다.이경은 손에 들고 있던 발표 자료를 정리했다.“연구 관련 자료는 정식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원본 파일과 수정 기록, 연구 승인 서류, 분석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여 내용을 모두 확인할 거예요.”세린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이경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세린 선생님도 실제로 어떤 부분에 참여하셨는지 정리해 주세요.”세린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재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너 지금 우리를 연구윤리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거야?”“필요하면 정식 절차를 밟겠습니다.”재혁의 얼굴이 붉어졌다.“서이경!”그가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이경은 몸을 움찔했다.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반응이었다. 남편이 목소리를 높이면 먼저 잘못한 일을 찾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과하던 습관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사과하지 않았다.“제 연구를 허락 없이 발표하지 마세요.”그 말을 남기고 이경은 회의실을 나왔다.문이 닫히기 직전, 세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재혁아, 이경 씨가 정말 신고하면 어떡해?”이경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이경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자 세린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조금 전까지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재혁아, 나 때문에 당신까지 곤란해지는 건 싫어.”재혁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네 잘못 아니야. 이경이가 괜히 일을 키우는 거지.”세린은 대답하지 않고 발표 자료를 바라보았다.첫 페이지에는 자신과 재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처음 이 자료를 봤을 때 세린은 놀랐다. 분석이 예상보다 정교했고,
이경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녀는 남편에게 연구비를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연구에 필요한 승인과 자료 사용 절차를 거쳤고, 수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분석했다.그런데 재혁은 자신이 남편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모든 노력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저는 당신 이름을 빌려서 연구한 적 없어요.”재혁이 비웃었다.“그래. 이제 와서 혼자 잘났다는 거지?”그는 발표 자료를 집어 들었다.“이경아, 현실적으로 생각해. 네가 그 연구를 발표한다고 누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겠어? 제대로 된 지원도 못 받으면서 몇 년을 붙들고 있을 거야?”이경은 남편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당신 이름으로 발표하려고 했어요?”“내가 발표하면 더 많은 사람이 보겠지. 세린이도 해외 연구 경험이 있으니까 도움이 될 거고.”이경의 손이 천천히 움켜쥐어졌다.재혁은 그 표정을 보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너는 계속 연구하면 되잖아. 굳이 이름 하나 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어?”“이름 하나요?”이경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당신한테는 그게 이름 하나예요?”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발표 자료를 집어 들었다.자신이 직접 정리한 표와 그래프가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과정을 수없이 되짚으며 작성했던 분석이었다.“저는 이 연구를 하면서 몇 번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결과가 맞지 않으면 원자료를 확인했고, 해석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으면 다시 분석했어요.”이경은 잠시 숨을 골랐다.“당신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그만 좀 하라고 했잖아요. 그렇게까지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재혁은 입을 다물었다.“그때는 아무 가치도 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당신 이름으로 발표할 만큼 중요한 연구가 된 거예요?”재혁의 턱이 굳어졌다.“말 다 했어?”“아직요.”이경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유세린 씨 이름은 왜 들어가 있어요?”재혁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세린이도 검토에 참여했어.”“어느 부분을요?”“외부 연구 동향이랑 발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